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60화 (60/425)

060. 칼날 산맥의 괴수 (3)

아틸라의 수중엔 타란툴라의 수액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리모즈 마을을 멸망시킨 타란툴라에게서 얻어 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놈의 어미인 거대 타란툴라를 쓰러뜨리고 획득한 것.

[ 타란툴라의 수액(x2) ]

두 개의 수액을 보며 아틸라는 생각했다.

‘칼날 산맥의 우두머리 서리곰은 기행귀 타란툴라보다 강하다.’

다시 말해 지금의 아틸라가 쓰러뜨리기 벅찬 상대.

물론 임무 보상으로 획득한 ‘야수 사냥꾼의 외침’ 덕에 승리 가능성은 제법 높아졌지만.

‘그마저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틸라는 머리를 썼다.

예정에 없던 타란툴라의 수액 하나를 추가로 획득했으니까.

‘하나는 우두머리에게 사용하고.’

나머지 하나는.

‘나에게 사용한다.’

아틸라는 기행귀 타란툴라가 다크웜을 강화시킬 때 사용하는 방법을 자신에게 쓰기로 했다.

‘칼날 산맥으로 가는 동안, 내 몸에 타란툴라의 수액을 주입한다.’

물론 위험한 방법이다.

타란툴라의 수액은 맹독이고, 양 조절에 실패하면 큰 타격을 면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엔 죽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아틸라는 자신이 있었다.

이곳에서 칼날 산맥까지의 거리는 상당했고, 이동하는 동안 극소량의 수액을 나눠서 섭취한다면.

‘견딜 수 있다. 충분히.’

아틸라는 자신의 강인한 육체를 믿었다.

결정화한 타란툴라의 수액을 꺼내 잘게 부쉈다.

[ 조각난 타란툴라의 수액 ]

그날부터 아틸라는 조각을 섭취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시간을 정해 두고.

그리고 마침내 칼날 산맥의 초입부에 도달했을 때.

‘저기 아틸라 님. 요즘 매일같이 뭘 그렇게 드시는 겁니까.’

아틸라는 마지막 조각을 삼켰다.

[ 조각난 타란툴라의 수액을 모두 섭취했습니다. ]

[ 마지막 조각의 독액 해독을 시작합니다. ]

가급적이면 펀치가 무사히 서리검을 가져왔으면 했지만.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보험이 필요했다.

그리고 펀치는 실패했다.

아울러 아틸라는 차선책을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해독까지 남은 시간 ]

[ 48:17 ]

주저 없이 동굴을 향해 달렸다.

[ 48:09 ]

서리곰을 베었다.

베고, 베고, 또 베었다.

“빌어먹을 제롬 새끼. 넌 오늘 뒤졌다.”

[ 36:17 ]

펀치가 있을 동굴 속으로 진입했다.

머지않아 우두머리의 명을 받은 서리곰들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아틸라는 웃었다.

“와라! 곰새끼들아!”

용아귀와 무휼이 화려한 춤을 추었다.

서리곰들이 쓰러졌다.

그러나 너무 많았다.

돌진으로 활로를 찾았다.

눈앞의 두 서리곰을 쓰러뜨린 뒤 펀치를 향해 달렸다.

[ 18:42 ]

이윽고 펀치를 만났다.

불정령의 반지를 착용한 뒤 사방에서 달려오는 서리곰들을 도륙했다.

[ 07:36 ]

그러는 동안 체력은 바닥을 향했다.

방어 태세를 구축했다.

학살의 보답으로 버텼다.

[ 치유의 바람이 활성화됩니다. ]

슈시아가 파티에 합류했다.

체력에 아주 조금 여유가 생겼다.

살아 있는 서리곰은 많지 않다.

[ 01:53 ]

용아귀를 휘둘렀다.

무휼을 꽂았다.

그리고 마침내.

아틸라는 도달했다.

[ 00:00 ]

[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 ]

서리곰 한 마리가 슈시아를 공격했다.

놈에게 달려가 도발의 외침을 시전했다.

[ 타란툴라의 맹독을 이겨 낸 육체가 한 단계 진화합니다. ]

검투 태세로 전환했다.

[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

[ 이 효과는 10분 동안 지속됩니다. ]

아틸라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퍼거거걱!

서리곰의 몸이 폭발하듯 갈라졌다.

모든 능력치 5퍼센트 상승효과는 대단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 체력을 20% 회복합니다. ]

[ 회복된 체력은 진화체(進化體)로 활동하는 10분 동안 지속되며, 기존 체력보다 우선하여 삭감됩니다. ]

“물러나 있어라. 슈시아.”

아틸라의 말에 슈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서둘러 펀치에게 달려갔다.

“남은 건 너 하나인가.”

아틸라는 우두머리를 노려봤다.

[ 불정령의 반지 사용 지속 시간이 27% 남았습니다. ]

상승한 체력 수치를 확인한 아틸라가 씨익 입가를 올렸다.

“그래. 너 하나 죽이기 딱 좋을 만큼 남았군.”

우어어어어!

“시끄러워. 새끼야.”

아틸라는 퉤, 하고 핏물을 뱉었다.

오른손엔 용아귀, 왼손엔 무휼을 쥐고 우두머리에게 달렸다.

[ 돌진(突進) ]

역시 우두머리는 돌진 디버프를 저항했다.

놈에게 레벨이 있다면 분명 아틸라보다 위일 것이다.

아틸라는 태세를 전환했다.

[ 방어 태세 ]

용아귀를 휘둘렀다.

우두머리가 발톱을 세워 막았다.

찌르르, 몸을 울리는 진동에 아틸라는 혀를 내둘렀다.

‘역시, 우두머리는 우두머리라는 건가.’

도끼질 한 번에 쪼개지던 부하들과는 차원이 다른 방어력.

아틸라는 용아귀를 아래에서 위로 크게 휘둘렀다.

그것을 막아 낸 서리곰의 앞다리 한 짝이 위로 튕겨났고, 그 틈을 노린 아틸라의 신형이 상대의 가슴 안쪽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반대편 앞발이 내리쳐졌다.

‘됐다.’

앞발 하나는 위로 튕겨났고, 또 다른 하나는 아래로 내려왔다.

자연스레 우두머리의 몸이 기울어졌다.

아틸라는 내리쳐지는 앞발을 향해 재차 용아귀를 추켜올렸다.

카캉! 오므려진 놈의 발톱이 용아귀를 거머쥐었다.

아틸라는 용아귀를 버렸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용아귀의 날은 더 이상 우두머리를 상대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다.

무휼을 세로로 쥐었다.

지면을 박차며 몸을 띄웠다.

우두머리의 얼굴을 향해 무휼을 쏘았다.

카카카캉!

우두머리의 단단한 이빨이 무휼을 물었다.

용아귀는 앞발에, 무휼은 이빨에 잡혔다.

아틸라는 모든 무기를 잃었다.

그러나 그건 아틸라가 의도한 것이었다.

“이거나 처먹어라 곰새끼야.”

벌어진 놈의 잇새로 아틸라는 주먹을 박아 넣었다.

주먹 안엔 녹빛의 결정체가 쥐여 있었다.

[ 타란툴라의 수액 ]

[ 타깃을 거미독에 중독시켜 매초 10%의 체력을 감소시킵니다. ]

[ 감소 효과는 타깃이 독에 저항할 때까지 지속됩니다. ]

타란툴라의 수액이 놈의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낯선 이물감에 녀석이 무휼을 뱉어 냈다.

용아귀마저 내버린 뒤 입속에 앞발을 넣어 토해 내려 했다.

아틸라가 두고 볼 리 없었다.

[ 방어구관통 ]

우두머리의 겨드랑이에 무휼이 꽂혔다.

괴성을 지르는 놈의 입안에 한 번 더 무휼을 박아 주었다.

[ 방어구관통(x2) ]

[ 대상의 방어력과 회복력이 20% 감소합니다. ]

“펀치!”

펀치를 부르며 아틸라는 검투 태세로 전환했다.

우두머리는 머지않아 거미독에 저항할 거다.

공격력을 극대화하려면 무휼만으론 부족하다.

‘용아귀는 제 역할을 못할 상황이고.’

그래서 아틸라는.

끼아옹!

등 뒤에서 어깨 위로 뛰어오르는 펀치의 입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쥐었다.

[ 서리검 ]

[ 칼날 산맥의 만년설(萬年雪)로 빚어낸 아름다운 검입니다. ]

[ 엘프의 신 ‘에르윈’의 신력이 담겨 있습니다. ]

* * *

슈시아의 안구는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저건……! 저건 정말 말도 안 된다……!’

그녀의 동공에 날카로운 보랏빛 광채가 맺혔다.

아틸라와 우두머리의 전투.

슈시아는 그것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직관’하고 있었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싸울 수 있지!’

충혈된 슈시아의 안구에서 핏물이 배어 나왔다.

그녀의 비기 ‘직관’은 지금처럼 장시간 시전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수 초 정도의 짧은 시간을 사용해도 몸에 무리가 가는 비기.

그런데 슈시아는 몸의 과부하를 견뎌 내면서까지 아틸라의 전투를 직관하고 있었다.

직관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괴물이다……!’

인간 중에서 저런 전투력을 지닌 자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강인한 육체에서 뿜어지는 가공할 무력도 대단했지만.

더욱 놀라운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저 이능.’

슈시아가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당연했다.

그녀의 특별한 눈은 아틸라의 이능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었으니까.

불세출의 관조자 바토리 에르제베트도 슈시아만큼 발달된 안력(眼力)을 갖고 있진 못했다.

“하아아압!”

아틸라의 맹공이 우두머리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슈시아의 눈빛에 의아함이 담겼다.

‘뭐지?’

무언지는 몰랐지만 우두머리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놈의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었다.

슈시아는 직관으로 주시했던 아틸라의 움직임을 되새겼다.

그리고 어느 지점을 찾았다.

아틸라가 우두머리의 잇새로 주먹을 꽂아 넣었을 때.

‘그때 우두머리는 무언갈 삼켰고, 뱉어 내려 했다.’

분명했다.

아틸라의 어떤 계획이 우두머리를 병들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아틸라는 우두머리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다.

일족의 보물 서리검을 이용해서.

우어어어어!

우두머리가 괴성을 질렀다.

그건 더 이상 성난 포효가 아니었다.

공포 가득한 절규에 가까웠다.

콰드득!

우두머리의 앞다리 하나가 몸에서 분리됐다.

나머지 앞발로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어져 있었고, 오래지 않아 슈시아는 사지를 잃고 널브러진 우두머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아틸라가 우두머리의 가슴에 올라탔다.

서리검과 무휼을 동시에 들어 올렸다.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그의 얼굴은 발밑의 서리곰보다 더욱 괴수처럼 보였다.

아틸라가 늑대처럼 포효했다.

내리쳐진 두 자루 날붙이가 놈의 목을 잘랐다.

* * *

서리나무 일족의 ‘전사장(戰士將)’ 중 한 명인 발트는 자신이 선별한 여섯 전사와 함께 칼날 산맥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수장이 산맥의 이변을 감지했기 때문.

‘서리곰의 동굴에 무언가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발트는 신중하게 주위를 경계하며 걸었다.

머지않아 낯선 발자국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 셋. 그리고 엘프 하나?’

이상한 일이었다.

‘인간이 이곳에 있다는 것도 의아한 일이지만.’

서리나무 순찰대원은 결코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발트의 심중에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길잡이 숲으로 떠났던 두 순찰대원 중 하나인가. 그런데 왜 혼자서. 그것도 인간과 함께라니.’

게다가 그들의 발자국엔 마력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인간의 마법.

“바, 발트 전사장!”

전사들의 외침이 발트의 상념을 깨웠다.

그들이 가리키는 곳을 확인한 발트의 눈이 커졌다.

“저것은……!”

수많은 서리곰들이 동굴 앞에 죽어 나자빠져 있었다.

그중 몇몇은 새까맣게 타버려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상태.

“이, 이렇게 많은 서리곰을 누가……!”

이곳을 향한 발자국은 그들뿐이다.

인간 셋.

그리고 엘프 하나.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 해도 믿기 어려운 일.

전사 한 명이 말했다.

“설마 드래곤이……!”

“그건 아닐 것이다. 드래곤의 브레스였다면 동굴 자체가 무너졌을 터.”

그러나 발트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간혹 다 자라지 않은 드래곤이 장난삼아 브레스를 내뿜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드래곤은 쉬이 칼날 산맥을 찾지 않는다. 그것이 어린 개체라면 더더욱.’

아니, 애초부터 드래곤은 쉽게 만날 수 없다.

“진을 갖춰 진입한다.”

발트는 오감을 집중했다.

입구 안팎은 서리곰의 시체로 가득했다.

그러나 깊숙한 곳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다.

갑자기 한 무리의 서리곰이 이쪽을 기습할지도 모른다.

‘내 판단에 여섯 전사의 목숨이 달렸다.’

수장의 조언을 받들어 강력한 전사만을 선별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일대일로는 서리곰을 상대할 수 없다.

‘최대 네 마리.’

지금 자신들이 한 번에 상대할 수 있는 서리곰의 숫자.

끊어질 듯 팽팽한 긴장이 그의 몸을 감쌌다.

숨소리조차 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굴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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