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41화 (41/425)

041. 후유증 (1)

[ 동료, 샤를이 파티에서 추방되었습니다. ]

샤를의 표정이 변했다.

‘이, 이것은……?’

전신을 휘돌던 활력이 일거에 증발했다.

파티 추방과 동시에 전사의 외침 버프가 사라져 버린 것.

‘……위험하다!’

쏘아지는 우두머리 촉수가 갑자기 배는 커다랗게 보였다.

막아 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며 샤를은 검을 뻗었다.

콰앙! 공격을 받아 낸 그의 무릎이 지면을 파고들었다.

‘이런 엄청난…… 괴력이……!’

검신을 밀쳐 낸 촉수의 끝이 뱀처럼 휘어 샤를의 옆구리를 타격했다.

그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플레이트 아머가 아니었다면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맹공.

“샤를!”

“오지 마! 피핀!”

이를 악물며 샤를이 몸을 일으켰다.

기세가 오른 촉수가 재차 샤를에게 쏘아졌다.

‘이건…… 막을 수가……!’

그때였다.

파아앙!

폭풍 같은 소음을 울리며 거대한 날붙이가 샤를의 앞을 가로막았다.

도살자의 도끼, 용아귀!

“그러게 조무래기나 맡으라니까.”

“도살자……!”

용아귀가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촉수의 공격 대상이 아틸라로 바뀌었다.

그쪽이 더욱 위협적이라 판단한 것.

“야, 야만전사야!”

바토리가 소리쳤다.

아틸라는 무심한 얼굴로 돌아봤지만, 지금 아틸라의 눈에 비친 바토리의 모습은 보통의 마법사가 봤다면 까무러칠 만한 광경이었다.

다급한 외침과 상반되는 차분한 영창이 그녀의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이중 영창.’

아틸라가 피식 웃었다.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군.’

자리를 비운 사이 저쪽의 촉수가 바토리를 공격하기 시작했지만.

상대는 바토리다.

보호의 마법으로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다.

그리고 아틸라에겐 비장의 수가 남아 있었다.

‘지금이다.’

아틸라는 용아귀를 갈무리했다.

그러고는 쇄도하는 촉수의 끝을 양팔로 휘감았다.

[ 돌진(突進) ]

빠드드드드! 요란하게 지면을 깨부수며 촉수가 아틸라에게 끌려갔다.

돌진 대상은 바토리를 공격 중인 촉수.

놈을 향해 아틸라는 새로 받은 보상 스킬을 꺼내들었다.

[ 스킬, 도발의 외침이 활성화됩니다. ]

[ 도발에 성공했습니다. ]

[ 일정 시간 동안 대상이 오직 시전자만을 공격합니다. ]

샤를이 맡았던 촉수를 억지로 끌고 왔다.

바토리를 공격하던 처음의 촉수는 도발의 외침으로 당겼다.

이제야 애초의 계획으로 돌아온 것이다.

‘고집불통 샤를 녀석 때문에 귀찮네.’

다시 용아귀를 꺼내 든 아틸라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제부터는 두 마리 촉수를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한편 샤를은.

‘저런 괴물이……!’

우두머리 촉수를 보며 하는 생각이 아니었다.

‘도살자……!’

부르르 주먹을 움켜쥐었다.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도살자의 무력은 여전히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활력을 잃은 자신은 더 이상 우두머리를 막을 수 없다.

‘빚을…… 진 건가.’

난생처음 경험한 전사의 외침 버프는 그를 일시적 흥분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버프가 사라진 지금, 샤를은 이성을 되찾았다.

‘지금의 도살자에게 방해만 될 뿐이다.’

인정해야 한다.

게다가 도살자는 조금 전보다 더욱 강해진 것 같았다.

우두머리 촉수 둘을 상대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굳건한 모습.

이유는 있었다.

‘오. 효과 죽이는데.’

[ 태세 전환이 활성화됩니다. ]

소환마귀 시나리오의 첫 번째 임무였던 2급 목마종을 쓰러뜨리고 받은 보상.

‘도발의 외침’ 스킬과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

[ 방어 태세에 돌입합니다. ]

[ 방어력이 20% 증가하고, 공격력이 20% 감소합니다. ]

[ 모든 마법과 독,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이 10% 증가합니다. ]

한 마디로 탱커 모드다.

[ 보조무기 숙련도가 20% 증가합니다. ]

‘보조무기라면 방패를 말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아틸라는 방패가 없었고.

들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걍 용아귀로 조진다.’

아틸라는 양손으로 도낏자루를 쥐었다.

부족해진 공격력을 보완하려면 이러는 편이 낫다.

“야, 야만전사야! 또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이더냐!”

자신을 공격하던 촉수가 순식간에 아틸라에게 방향을 바꾸는 것을 보며 바토리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정신 지배류의 마법인 겐가.’

아틸라를 공격하는 두 촉수를 보며 바토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정신 지배가 아니야.’

비슷했지만 달랐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입술이 어처구니없는 미소를 그렸다.

‘대체 언제까지 날 놀라게 할 셈이더냐. 야만전사야.’

바토리는 영창에 집중했다.

고대의 언어가 쉴 새 없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녀가 시전하려는 주문은 더없이 강대한 것이었기에, 그만큼 오랜 영창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샤를은.

“방패병! 막아라!”

“피핀과 카스피가 옆을 친다!”

“오토는 세 기사와 함께 제롬을 지켜라!”

“거기 곰!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가!”

어느새 여섯 촉수를 제거하는 지휘에 한창이었다.

물론 그 자신이 최전방에서 가장 열심히 촉수들을 도륙하면서.

‘저 사자 새낀 뒤에도 눈이 달린 건가! 아이고 아틸라 님. 저거 그냥 오늘 없애 버리는 편이 후환이 없지 않겠소!’

‘최전선에서 공격하면서도 완벽한 지휘를 하고 있어. 무력은 아틸라보다 약하지만 다른 부분에선 오히려 뛰어날지도.’

‘실로 대단하다. 저토록 젊은 나이에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지도력! 세상은 넓구나. 저런 엄청난 사내가 존재한다니.’

그런 샤를을 보며 오토, 카스피, 제롬은 진심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틸라가 가진 것과는 다른 종류의 압도적 카리스마.

‘좋아. 카스피와 제롬이 감화되기 시작했다.’

틈틈이 그 모습을 흘끗거리던 아틸라가 만족의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큰 그림이 멋지게 그려지는 순간!

그러나.

‘그, 그래도 난 아틸라 님이 최고요! 이 철혈귀검 오토! 끝까지 아틸라 님을 따르겠소!’

‘아틸라와 함께 싸울 때만큼의 두근거림은 느껴지지 않아. 확실히 대단한 남자이긴 하지만, 뭐 그 정도로는 날 흔들 수 없지.’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도살자가 더 대단하다. 무엇보다 스승님의 스승이었던 저 엄청난 마법사를 통제하고 있지 않은가.’

카스피와 제롬의 이어진 생각을 아틸라가 알 리 없었다.

오토의 생각 따위야 관심도 없었고.

그리고 마침내.

바토리가 영창을 마쳤다.

“내 차례로구나. 야만전사야.”

그녀의 입술이 자신만만한 호선을 그렸다.

아틸라가 두 촉수를 완벽하게 붙잡아 두고 있었기에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마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

광채에 감싸인 손이 활짝 펼쳐졌다.

“모투스에르 피츠 라바!”

지면을 잠식하던 해수가 끓기 시작했다.

상황을 짐작한 아틸라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콰콰콰콰콰콰!

지면을 뚫고 용암의 회오리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순식간에 해수를 증발시키며 채찍처럼 두 촉수를 휘감았다.

“저, 저게 뭐야!”

“말도 안 돼!”

병사들이 경악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여섯이던 조무래기 촉수는 그사이 두 마리로 줄어 있었고.

그것마저도 우두머리의 영향을 받은 듯 괴롭게 몸을 흔들었다.

“됐어! 우리가 이긴 거야!”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제야 샤를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카스피, 오토, 제롬, 피핀의 얼굴에도 웃음이 걸렸다.

하지만 아틸라는 아니었다.

[ 남은 시간 00:00 ]

‘빌어먹을.’

공략 시간이 초과됐다.

애초부터 여덟 개에 달하는 촉수를 상대하기엔 너무도 짧았던 시간.

[ 세 번째 임무가 불완전하게 종료되었습니다. ]

[ 크라켄의 머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공기가 거칠게 진동했다.

[ 네 번째 임무 ]

[ 크라켄의 머리를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십시오. ]

[ 임무 실패 시 툴루즈 백작령뿐만 아니라 그 4배에 달하는 면적이 해수로 뒤덮일 것입니다. ]

[ 남은 시간 05:00 ]

‘미친! 5분이라고?’

말도 안 되는 상황.

우두머리 촉수 두 마리를 상대하는 데도 10분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 그보다 강력한 머리를 처리하는 데 고작 5분이 주어지다니.

‘이건 클리어할 수 있는 임무가 아니잖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스템은 줄곧 아틸라에게 우호적이었으니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가.’

낌새를 눈치챈 바토리가 입을 열었다.

“야만전사야.”

“5분이다.”

“5분?”

“크라켄의 머리를 해치우는 데 주어진 시간.”

“그건 불가한 일이다. 야만전사야.”

나도 알아.

아니,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방법을 쓴다면 바토리는.

쿠웅.

용암 채찍에 녹아내린 두 우두머리가 허물어졌다.

살아남은 조무래기 촉수들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더 이상 미소 짓는 이는 없었다.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이상 현상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

“저, 저게 뭐야……!”

“끝이 아니었다고……?”

크라켄의 머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변으로 빠르게 해수가 차올랐다.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 남은 시간 04:56 ]

“모두 물러나!”

아틸라가 외쳤다.

저 엄청난 괴물의 몸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건 자신과 바토리 정도.

나머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러나 있는 편이 낫다.

‘어쩔 수 없군.’

아틸라는 품 안에 손을 넣었다.

바토리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

그때 상태창이 떠올랐다.

[ 동료, 샤를이 함께 싸우길 원합니다. ]

‘샤를이?’

[ 파티를 맺으시겠습니까? Y/N ]

그래.

전사의 외침 버프를 받은 샤를이라면 도움이 될 거다.

‘게다가.’

샤를은 싸울수록 강해진다.

우두머리 촉수를 상대하며, 그리고 조무래기 촉수들을 쓰러뜨리며 한 단계 성장했을 것이다.

[ 동료, 샤를이 파티에 합류했습니다. ]

샤를이 말을 타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전사의 외침 버프가 공유되자 샤를은 다시 한번 놀란 얼굴을 했다.

‘묘한 일이군. 도살자와 힘을 합쳐 싸우려 할 때마다 활력이 솟아나…….’

그때 샤를이 무언갈 발견했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죽은 줄 알았던 우두머리 촉수.

그중 하나가 방금, 움직인 것 같았다.

‘서, 설마?’

아틸라와 바토리는 보지 못했다.

둘은 눈앞에서 돋아나는 크라켄의 머리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아틸라는 바토리에 대한 복잡한 생각과, 우두머리가 쓰러지며 획득한 경험치 탓에 녀석이 죽지 않았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놈이 움직였다.

소리 없이 아틸라의 등 뒤를 습격했다.

“도살자!”

샤를은 생각할 것도 없이 검을 던졌다.

그것은 촉수의 몸 정중앙에 꽂혔고, 기습에 실패한 녀석은 아틸라 대신 샤를로 공격 대상을 바꿨다.

휘리리리릭!

“샤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아틸라가 촉수에게 돌진했다.

거리를 좁힌 아틸라는 도발의 외침을 시전해 촉수의 시선을 강제로 잡아끌었다.

퍼걱! 놈의 몸에 용아귀가 박혔다.

마지막 생명의 불씨를 불태운 촉수가 장렬히 해수 속에 녹아들었다.

그 순간 샤를이 아틸라를 밀쳐 냈다.

부릅뜬 눈의 샤를은 무어라 소리치고 있었다.

슬로비디오처럼 재생되는 그의 얼굴을 아틸라는 멍한 얼굴로 쳐다봤다.

파캉!

어디선가 날아든 검은 채찍이 샤를의 팔을 절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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