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2화 (22/425)

022. 수해의 괴물 (3)

다이어울프들이 일제히 아틸라에게 달려들었다.

놈들 역시 이 무리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를 깨달은 것.

“펀치!”

아틸라의 외침에 펀치가 다이어울프 한 마리의 덜미를 물고 늘어졌다.

“비, 빌어먹을! 얼른 도와주러 오슈! 꼭이요!”

오토는 가장자리에 있던 다이어울프에게 검을 휘둘렀다.

녀석도 오토를 무시할 수는 없었던지 즉각 표적을 바꿨고.

“흐에에에엑! 이런 걸 어떻게 막으라고!”

다이어울프의 사나운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오토는 다시금 괴성을 질러 댔다.

아틸라는 정신을 집중했다.

‘이쯤에서 한번.’

다이어울프들을 향해 야수처럼 포효했다.

상태창이 떠올랐다.

[ 스킬, 전사의 외침이 활성화됩니다. ]

[ 모든 파티원의 근력과 체력이 10% 상승합니다. ]

“시, 시벌 깜짝이야!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그러쇼! 어어? 근데 갑자기 또 힘이 난다!”

오토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힘차게 검을 내질렀다.

전사의 외침 버프는 근력과 체력 수치 증가뿐 아니라 자신감마저 채워 주는 듯했다.

‘10퍼센트 상승이면 어마어마한 수치지. 자신감도 함께 올라갈 만해.’

그러나 버프와 자신감만으로 다이어울프와 맞짱을 뜨기에 오토는 아직 약했다.

“으아아! 사, 살려 주쇼!”

마치 춤이라도 추는 듯한 동작으로 다이어울프의 발톱을 막고 있었지만 우연에 가까웠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진다면 순식간에 피떡으로 변할 기세.

‘오토 정도의 기사도 상대가 안 된단 말이군.’

남은 세 마리의 다이어울프를 상대하며 아틸라는 생각했다.

‘버프가 없었으면 벌써 뒈졌을지도.’

그리고 오토가 죽으면.

자신은 네 마리의 다이어울프를 한꺼번에 상대해야 한다.

‘리베르 새끼. 설마 다른 몬스터들도 끄집어낸 건 아니겠지.’

그때 다이어울프 하나의 송곳니가 아틸라의 어깨를 향해 일직선으로 쇄도했다.

‘뭐야. 이렇게 대놓고?’

놈의 머리를 잘라 버리려던 아틸라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좌우를 덮치는 또 다른 이빨들을 포착했다.

‘이놈은 미끼였나.’

베려면 벨 수 있다.

타이밍을 보니 왼쪽 녀석까지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오른쪽 공격엔 대응할 수 없겠지.’

완벽하게 짜인 연계 공격.

아틸라는 혀를 내두르며 뒤로 물러섰다.

기세를 놓치지 않고 녀석들이 물 흐르듯 이어 공격해 왔다.

‘늑대 새끼들. 뭐 이리 팀워크가 좋아!’

더욱 놀라운 건 미끼를 자처하는 움직임.

말 그대로 목숨을 내놓고 벌이는 연계가 아닌가.

아틸라의 눈이 번득였다.

‘그렇군.’

다이어울프 무리엔 보통 암수 한 마리씩의 우두머리가 존재한다.

그중 수컷의 경우는 우두머리답게 전투의 선봉에 서지만.

‘암컷의 경우는.’

반대로 보호를 받는다.

‘새끼를 낳아야 하는 몸이니까.’

그제야 아틸라는 왜 녀석들의 무리가 다섯 마리밖에 되지 않는지 깨달았다.

‘무언가의 이유로 갈라진 거다. 혹은 죽임을 당했거나.’

그리고 이들의 우두머리는 암컷.

아틸라의 눈이 어느 지점을 향했다.

목숨을 건 녀석들의 연계에서 마무리 일격을 담당하는 개체.

‘저놈이다.’

아틸라는 반격하지 않고 회피에 주력했다.

놈들은 반격을 유도한 뒤 카운터를 날리려 한다.

‘원하는 대로 해 줄까 보냐.’

공격이 연거푸 무위로 돌아가자 다이어울프들이 송곳니를 보이며 으르렁댔다.

아틸라도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놈들이 짜놓은 판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

“내가 다시 짜면 되니까.”

아틸라의 손에서 용아귀가 내던져졌다.

다이어울프들은 재빠르게 피했다.

그러나 아틸라의 목표는 녀석들이 아니었다.

파캉! 우드드드득……!

용아귀에 직격당한 거대한 나무가 중심을 잃고 무너졌다.

제아무리 아틸라의 용력과 용아귀의 조합이라 해도 쉽사리 무너질 두께의 나무는 아니었지만.

‘네놈들 덕분이다.’

아틸라는 기억하고 있었다.

다이어울프들이 비두킨트의 부하들을 잡으려 난리를 치던 중 나무 한 그루가 크게 손상을 입었다는 걸.

아틸라는 웃었다.

“와라! 나무야!”

투트트트트트틋!

거인의 손아귀가 내리쳐지는 것처럼 나무가 무너졌다.

밤보다 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별도 달도 제 모습을 감췄다.

“으히이익! 모두 다 죽일 작정이요!”

오토가 기겁해 소리쳤다.

끼아오오오오옹! 펀치도 유난히 긴 울음을 뱉으며 이리저리 몸을 피했다.

“알아서 피해! 새끼야!”

아틸라는 혼란에 빠진 다이어울프 무리 속으로 달렸다.

“씨부럴! 피하라더니 어딜 기어들어가는 거요!”

오토의 외침을 무시하며 아틸라는 무휼을 뽑았다.

다이어울프가 예상보다 강했기에 전술을 바꿔야 했다.

‘까마귀 새끼. 무슨 강화 주문이라도 쓴 건가.’

다이어울프는 흉포한 몬스터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사냥하는 개체는 아니다.

더구나 상대가 아틸라 같은 강자라면 더더욱.

‘먼저 공격당하거나, 며칠을 굶은 상태가 아니라면 결코 위험한 전투를 자처하지 않지.’

먹이를 노린 것이었다면 비두킨트의 부하들만으로도 충분했을 터.

어찌 됐든 오토와 펀치는 자신의 상대들을 충분한 시간 동안 막아 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혼란을 틈타 우두머리를 잡는다!’

쇄도하는 아틸라를 향해 다이어울프가 발톱을 휘둘렀다.

그러나 무너지는 나무 탓에 이전과 같은 연계를 펼칠 수는 없었고.

“하아아압!”

무휼이 놈의 앞발을 날렸다.

개처럼 비명을 지르던 모가지도 몇 번의 칼질 끝에 몸에서 분리됐다.

“하, 한 마리 잡았다!”

오토의 외침을 뒤로하며 아틸라는 다이어울프의 잘린 머리통을 거머쥐었다.

나머지 놈들을 향해 방패처럼 그것을 휘둘렀다.

‘좋아. 이건 먹힌다.’

다이어울프 무리는 기본적으로 가족이다.

그리고 놈들은 인간 이상으로 제 가족을 아낀다.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턱을 떠는 가족의 머리통을 차마 공격할 수는 없으리라.

‘딱 기다리고 있어라.’

아틸라의 허벅지 근육이 단단히 뭉쳐졌다.

우두머리를 향해 직진했다.

쿠우우우웅.

그 순간 무너지던 나무가 지면과 부닥쳤다.

요령 좋게 그것을 피한 아틸라는 나무에 틀어박힌 용아귀를 뽑아 쥐었다.

‘좋아!’

하지만 다이어울프들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사방에서 아틸라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 새끼들.’

어떻게든 우두머리를 보호하려는 움직임.

그래서 아틸라는.

‘어차피 대갈통 방패도 얻었겠다.’

다시 한번 계획을 바꿨다.

“다 죽여주마! 멍멍이 새끼들아!”

가장 먼저 달려드는 녀석의 앞발을 피하고 용아귀로 등을 내리쳤다.

연계를 펼치려는 다른 한 놈에겐 대갈통 방패를 들이민 뒤 가슴팍을 걷어찼다.

그대로 몸을 반 바퀴 회전시키며 세 번째의 턱을 팔꿈치로 찍었다.

깨갱! 깽! 끄으으응!

놈들이 뒤로 물러났다.

맨 처음 용아귀에 당한 녀석은 등에서 울컥울컥 피를 쏟고 있었다.

아오오오오오.

다이어울프들이 하울링을 시작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무방비하게 모가지를 드러낸 놈들을 그냥 보아 넘길 아틸라가 아니었다.

퍼걱! 다이어울프 하나의 목에 용아귀가 박혔다.

쿠르릅! 크릅……!

목젖을 파괴당한 다이어울프가 바람 빠지는 신음을 내며 아틸라를 떼어 냈다.

하울링의 목적은 금세 드러났다.

“저, 저기 한 놈이 도망치고 있소!”

우두머리 암컷이 도망치고 있었다.

‘놓칠까보냐.’

이제 눈앞의 다이어울프들은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다.

심지어 그중 두 마리는 등과 목에서 분수처럼 피를 쏟고 있다.

‘하지만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수복할 테지.’

수해의 몬스터 중 일부 개체는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다이어울프 역시 마찬가지.

그건 손에 든 대갈통 방패가 아직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에서도 증명된다.

‘빌어먹을 소름 끼치게.’

아틸라는 도낏자루로 대갈통 방패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그리고 눈앞의 세 마리를 향해 돌진했다.

“한 번에 끝내 주마!”

상당한 부상을 입은 다이어울프들은 아틸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가장 먼저 목이 달아난 건 등에 치명상을 입었던 녀석이었다.

“조, 좋아! 두 마리! 얼른 끝내 주쇼!”

목젖에 상처를 입은 녀석과 나머지 하나의 머리도 바닥에 떨어졌다.

재생력을 지닌 다이어울프는 모가지를 잘라 버려야 확실히 죽일 수 있다.

“사, 살았다……!”

오토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틸라는 우두머리를 쫓으려 했지만.

‘젠장. 겁나게 빠르네.’

녀석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 * *

아틸라는 용아귀를 들고 다이어울프의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캬아. 그 커다란 도끼로 잘도 벗기시네. 야만인일 때 직업이 무두장이셨수?”

“이 정도는 검은늑대 부족에서는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하는 거다.”

“헉! 그, 그게 참말이오?”

당연 뻥이지.

아틸라가 히죽 웃었다.

[ 보조 스킬, 무두질이 활성화됩니다. ]

스킬 덕분이다.

“그, 근데 그건 뭐 하러 벗기는 거요?”

“뭐 그리 궁금한 게 많냐. 다 쓸 데가 있으니 벗기는 거다.”

“좀 물어볼 수도 있지. 거참 까칠하시네.”

[ 다이어울프의 가죽(x4)을 획득했습니다. ]

‘빌어먹을. 우두머리가 도망치는 바람에 임무 완료를 하지 못했군.’

[ 다이어울프의 가죽 (4/5) ]

[ 임무 완료 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특별한 보상이라. 뭔지 궁금한데.’

하지만 아틸라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우두머리는 가족들의 복수를 위해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

‘그때야말로 확실히 죽여주마.’

“펀치.”

아틸라의 부름에 달려온 펀치가 가죽 두 개를 날름 삼켰다.

자기보다 수십 배는 커다래 보이는 가죽을 꿀꺽하는 모습에 오토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뭐, 뭐뭐, 방금 뭘 한 거요!”

“보관.”

“보, 보관?”

“너도 하나 가져가 말에 실어.”

아틸라도 가죽 하나를 들어 말에 실었다.

그리고 말 위에 올랐다.

“가자.”

“엥? 여기서 야영한다 하지 않았수?”

“시체더미 속에서 자고 싶냐?”

주위엔 피비린내가 물씬했다.

한껏 코를 찡그린 오토가 나머지 가죽을 들고 냉큼 말에 올라탔다.

“거 얼른얼른 좀 갑시다!”

* * *

며칠 후 아틸라 일행은 마을에 도착했다.

‘역시.’

이곳저곳이 파괴된 마을.

분위기를 보니 사망자도 다수 있었던 모양이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뻔했다.

‘우두머리 녀석. 여기서 주린 배를 채웠군.’

“이야. 이거 얼마 만에 침대에서 자게 되는 겁니까.”

여관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오토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그러고는 주인을 불러 식사와 술을 잔뜩 주문했다.

“네가 먹은 건 네가 내라.”

“아이고 아틸라 님.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뭐야. 사 달라고?”

오토가 제 가슴을 두드리며 외쳤다.

“오늘은 이 오토가 사겠소! 이럴 때 한 번 거하게 쏘는 게 또 사나이 아니겠습니까!”

“호오? 지금까지 네 입에서 나온 말 중 가장 그럴듯한 말이로군.”

“참내, 우리 아틸라 님 또 그러신다. 아무튼 작센 공작에게 받은 금화가 잔뜩 있으니 오늘은 아주 제대로 취해 봅시다! 으하하하하!”

목소리가 너무 컸던 것일까.

‘금화’라는 말에 식당에 있던 몇몇 사내의 어깨가 움찔했다.

아틸라는 퍼져드는 불온한 기운을 감각했다.

‘아 씨. 오늘은 그냥 쉬고 싶은데.’

오토와 달리 체력이 높은 아틸라는 야영이 별달리 힘들지 않았지만.

지구에서의 기억 때문인지 침대에서 자는 게 한결 편했던 것.

“주인장! 술 잔뜩 내오쇼! 오늘 아주 이 집 술을 거덜 내 버릴 테니까!”

그런 아틸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토는 연거푸 술병을 들이키며 꽥꽥댔고.

머지않아 예닐곱 명의 사내들이 아틸라와 오토 주위를 둘러쌌다.

“어이. 형씨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아틸라가 대응하려는 순간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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