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죽음이 찾아왔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 몸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왜.’
꿈자리가 사납긴 했다.
트럭에 치이려는 소년을 몸을 날려 구해 줬더니 괴수로 돌변해 날 씹어 삼키는 꿈.
그 소년이 지금.
눈앞에 있다.
“김도현 씨.”
새빨간 눈동자로 날 내려 보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를 못 하겠죠?”
지금껏 살아오며 남에게 원망 살 일은 하지 않았다.
그게 너 같은 꼬마 자식이라면 더더욱.
“……왜. 나를.”
대답은 짤막하고 위태롭다.
고함이라도 질렀다간 중심을 잃고 추락할 것만 같다.
난 지금.
천 길 낭떠러지 위에 매달려 있다.
“아아. 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당신의 머릿속은 실시간으로 읽어 내고 있으니까.”
소년이 검지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두드린다.
뒤늦은 후회가 엄습한다.
녀석을 현실에서 조우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꿈속과 똑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구하지 말았어야 했다.
“구하지 않았다면, 뭔가 달라졌을 거라 생각해요?”
재미있다는 듯 소년이 웃는다.
녀석의 입가가 인간의 가용 범위를 벗어나 귀 끝까지 찢어진다.
“나한테…… 왜…….”
“당신이 만든 세계에 흥미가 있으니까.”
“……뭐라고?”
“당신이 창조한 소설 속 세상 말이에요.”
난 작가다.
그것도 무료 연재 400회 만에 기적적으로 초 대박을 터뜨린.
웹소설계 최고의 스타 작가.
‘이제야 내 인생에도 꽃이 피는가 싶었더니.’
오늘 아침, 중대한 계약을 앞두고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저 빌어먹을 꼬마가 싸인 용지를 내밀며 해맑게 웃음 지을 때까지만 해도.
“그건 미안하게 됐어요 김도현 씨. 하지만 저도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낼 순 없었거든요. 왜냐하면.”
소년의 웃음색이 변한다.
“그런 건 재미없으니까.”
낯선 이형(異形)의 웃음에서 천진한 꼬마의 웃음으로 변한 입매가 부드럽게 말을 잇는다.
“그거 알아요? 당신들이 ‘우리 은하’라고 부르는 곳엔, 지구 말고도 수천억 개의 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신이 난 꼬마의 입술이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낸다.
“그뿐인 줄 아세요? 우주엔 ‘우리 은하’와 유사한 다른 은하가 수천억 개나 존재한다고요. 엄청나지 않아요? 수천억 곱하기 수천억 개의 별이라니! 그렇게나 다종다양한 세계라니!”
소년의 얼굴이 환희로 물든다.
“그렇다면 말예요.”
돌연 차분해진 목소리로 속삭인다.
“김도현 씨의 상상으로 창조된 세계도 어쩌면, 그 헤아릴 수 없는 세계 속에 실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뭐라고?
“아니 어쩌면.”
소년의 얼굴빛이 무생물처럼 차가워졌다.
“김도현 씨가 상상했다는 이유만으로, 우주 저편 어딘가에 창조되었는지도 모르죠.”
소년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진다.
새빨간 눈동자가 극적으로 굴러 사방을 훑는다.
“김도현 씨도 눈치챘죠? 저 지진이 자연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른 지진.
그것은 주변의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없다.
다시금 입을 찢어 웃는 붉은 눈의 꼬마 말고는.
“설마 네가…….”
“걱정 말아요. 당신은 죽는 것이 아니니까.”
“죽는 게…… 아니라고?”
“당신은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당신 스스로 만든 세상 속에서.”
“그게 무슨…….”
“패왕영웅전기(霸王英雄戰期)의 창조주인 당신이, 그곳의 등장인물이 된다는 이야기.”
소년의 발이 내 손을 지르밟는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힘을 지닌 채로.”
짓누르는 압력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알 수 없는 힘에 포박된 몸은 미동조차 할 수 없다.
“너무 억울해하진 말아요.”
소년의 발에 더욱 체중이 실린다.
“이건 김도현 씨가 자초한 일이니까.”
“뭐…… 라고……?”
“이제 와 모르는 척이에요? 조금 전 계약서에 사인까지 해 놓고서.”
두 눈이 부릅떠졌다.
패영전의 게임화 계약.
그걸 아는 건 게임 제작사와 나뿐이다.
그렇다면 설마……!
“뭘 놀라고 그래요. 이제 다 알았으면서.”
소년의 얼굴 반쪽이 꿈틀대며 낯익은 얼굴이 드러난다.
계약서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던 순진한 미소의 사내가.
“이런 개새끼가……!”
부드득!
팔을 뻗어 소년의 발목을 잡았다.
굳어진 몸을 억지로 깨뜨리자 극심한 통증이 밀려든다.
“너……! 정체가 뭐야……!”
“호오. 나의 속박을 맨몸으로 풀어내다니, 이거 정말 믿어지지가 않네요. 설마 ‘그 힘’이 벌써 발현되기라도 한 건가요?”
소년의 눈에 강한 흥미가 깃든다.
“광폭(狂暴)의 권능이라. 역시 ‘그분’의 말씀대로 당신은 재밌는 인간이에요. 김도현 씨.”
“묻는 말에 대답……!”
그 순간 몸의 무게가 사라졌다.
소년의 얼굴이 멀어진다.
나는.
추락하고 있다.
“빌어…… 먹을……!”
굳어졌던 혓바닥도 완전한 자유를 찾았다.
“네 정체가 뭐냐고 이 새끼야아아아!”
심연의 어둠이 나를 삼킨다.
추락하는 몸이 가속한다.
깔깔대는 소년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처럼 사방을 울린다.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아무쪼록 그때까지.”
그렇게 난.
“즐겜요. 김도현 씨.”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
* * *
001. 내가 만든 세계 속으로 들어왔다
빗소리가 눈을 깨웠다.
주변은.
여전히 어둡다.
‘여긴…….’
납덩이처럼 몸이 무겁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다.
투틋. 틋. 투트틋.
불규칙적인 빗소리가 귀를 울린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느껴지는 압력.
몸이 무거워지고 있다.
‘아니.’
몸이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다.
묵직한 무언가가 몸을 짓누르고 있다.
점점 더.
불규칙한 빗소리가 들릴 때마다 점점 더.
‘……!’
‘……. ……. ……?’
‘……. ……!’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다.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다.
청각에 정신을 집중하자 오히려 다른 감각이 예민해진다.
나는 어둠 속에 누워 있다.
‘나는.’
산 채로 땅속에 매장되어 있다.
‘우읍……!’
현실을 깨닫는 동시에 구역질이 밀려온다.
빗소리라 여겼던 것은 몸 위로 뿌려지는 흙 소리다.
사지를 발버둥 치지만 착각이다.
몸은 여전히 움직여지지 않고, 불규칙적인 소음은 계속해서 들려온다.
‘읍……! 우으읍……!’
언젠가부터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심장을 옥죄는 소음도 그쳤다.
그 대신 붉게 점멸하는 글자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 시스템 경고 ]
[ 산소가 부족합니다. ]
글자 사이로 길고 시커먼 것이 형태를 갖춘다.
수십 개의 촉수를 가진 기다란 벌레.
녀석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발목을 지나, 가슴을 지나, 턱 밑까지 다가온다.
입안으로 들어온다.
‘크흑! 컥……!’
뱉어내고 싶지만 불가하다.
느릿느릿 식도를 통과한 녀석이 몸 안을 탐색한다.
그리고.
[ 원작자 권능이 개방됩니다. ]
어딘가 안착한다.
[ 첫 번째 권능 ]
[ 용력(勇力) ]
* * *
“으아아아악!”
지면을 뚫고 솟아난 검은 형체가 짐승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허억! 허어어어억!”
공기를 흡수한 몸이 급속도로 활기를 되찾는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컥! 크헉……! 비, 빌어먹을……!”
알림음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 패왕영웅전기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뭐, 뭐라고?”
[ 이름: 아틸라(남/16세) ]
[ 검은늑대 부족의 야만전사 ]
이어 등장한 캐릭터 창.
그 아래 나열된 근력, 민첩, 체력 등의 스테이터스들.
이건 마치.
“뭐, 뭐야 이거! 설마 게임인 거야?”
그럴 리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꿈이다. 이건 꿈일 거야.”
서늘한 바람이 불어 머리칼을 흩트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언제나 짧게 정돈했던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늘어져 있다는 것을.
“……잠깐.”
머리를 만지는 손 모양이 낯설다.
입고 있는 옷 또한 마찬가지.
심지어 상의는 걸치지도 않았다.
허리춤에 매달린 손도끼를 들어 얼굴을 비춰 본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누구야 이건.’
자신의 얼굴이 아니다.
다시금 구역질이 이는 것을 삼키며 주위를 둘러본다.
뭐지.
왜 이런 일이 내게 벌어진 거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를 못 하겠죠?’
두근, 심장이 뛰었다.
머리를 울리는 낯익은 목소리.
‘당신이 만든 세계에 흥미가 있으니까.’
두 눈에 힘이 들어갔다.
생각났다.
그 꼬마.
그 빌어먹을 꼬마가 날 여기로 보낸 거다.
‘당신은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당신 스스로 만든 세상 속에서.’
소설인지 게임인지, 아니면 우주 그 어느 구석인지 모를 이 세상으로.
“미친! 그게 사실이었다고?”
그 깨달음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 등장인물, 아틸라의 기억을 로딩합니다. ]
아틸라의 기억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그러니까 오늘이 내 16세 생일이고, 성년식 행사로 곰 사냥을 나섰다가, 갑작스레 튀어나온 토끼를 보고 놀라 도망치다 마주친 곰 앞발 한 방에 끔살당했다고?”
……뭐 이런 등신이.
몸을 일으키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필 빙의를 해도 이런 병신 같은 놈한테…….”
머리 위엔 지금껏 본 적 없는 아름다운 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내가 만든 세계 속으로 들어오다니.’
그야말로 웹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다.
‘소설 속에선 이계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주인공들도 많았지. 영웅이 되고, 동료를 얻고, 세상을 구하고.’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에겐 반드시 지구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으니까.
‘이제야 겨우 돈 좀 만지기 시작했단 말이다! 내가 그동안 투잡 뛰며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에겐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
‘……어머니는 괜찮으실까. 설마 지진이 병원까지 덮친 건 아니겠지.’
수년간 입원 신세를 면치 못하는 어머니와.
‘고양이 밥도 줘야 하고.’
유일한 동거 생물인 고양이.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털어 냈다.
덧씌워진 아틸라의 기억 덕분인지 그는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구로 돌아가려면 상황 파악이 먼저다.’
그는 할 일을 정했다.
‘부락으로 간다.’
* * *
부락에 도착한 아틸라는 족장의 천막으로 걸어갔다.
슬며시 안을 들여다보니.
“크흑……! 아틸라. 이 불효막심한 놈아……!”
눈물 콧물을 흘리며 술잔을 기울이는 족장 문주크의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 우십니까?”
“흐엑! 귀, 귀신이다!”
기겁을 하며 넘어간 문주크를 멀뚱히 내려 보던 아틸라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의 술병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어 탕! 하는 소리가 탁자를 울렸다.
“캬아아악! 야만족의 술이 쎄긴 쎄구나!”
멍하니 그 모습을 올려 보던 문주크가 주섬주섬 아틸라 앞에 마주 앉았다.
“저, 정말 아틸라. 너인 게냐?”
“소주는 없습니까? 아버지.”
“응? 뭐라? 소주?”
소주가 뭔지는 몰랐지만 술을 찾는 것이라 여긴 문주크는 허겁지겁 술병을 집어왔다.
‘아틸라가 술을 마시다니. 생전엔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던 녀석인데.’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두려워해 아버지란 말 대신 족장님이라 부르며 눈 한 번 제대로 마주 보지 못했었다.
문주크의 눈이 커다래졌다.
- 이 아이는 장차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될걸세.
‘저, 점쟁이 노파의 말이 맞았어!’
그의 생각을 뒷받침하듯 아틸라의 몸은 전과 달리 탄탄한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고.
‘저것은!’
가슴 위로 길게 그어진 세 갈래 흉터는 문주크의 예감을 확신으로 바꾸어 주었다.
- 환생한 영웅은 가슴 위로 위대한 징표를 드러내리라.
한편 아버지에게 건네받은 술병을 재차 원샷한 아틸라는 가슴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해가 뜨면 이 빌어먹을 흉터를 새긴 곰을 찾아 복수해 줘야겠다고.
‘아울러.’
곰을 이용해 날 죽인 숙부의 뒤처리까지 해 둬야겠지.
* * *
이튿날, 녹음이 우거진 깊은 숲.
사냥조의 척후를 맡은 아이바르는 터질 듯한 심장 박동을 억누르기 여념이 없었다.
‘대, 대체 어떻게 살아난 거야!’
아틸라는 죽었다.
함께 사냥을 나섰던 형제 모두가 확인한 일이었다.
‘어쩌지. 녀석이 만약 내가 벌인 일이라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사실 이전 같으면 신경 쓸 일도 아니었다.
아틸라는 자신이 눈만 한 번 부라려도 오줌을 지릴 정도의 겁쟁이였으니까.
그런데.
‘하루아침에 사람이 바뀐 것 같아.’
아니 무엇보다 그 너덜너덜했던 상처가 완벽히 아문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았다.
‘누님은 아틸라가 이상하지 않은 건가? 형님들도? 이상해! 존나 이상한 거라고 저건!’
숙부의 목소리가 머리를 스쳤다.
‘재미있군. 하지만 허둥댈 것 없다. 한 번 죽여서 되살아난다면 두 번 죽이면 될 뿐.’
‘그, 그러다 만약 또 살아나면요?’
‘죽을 때까지 죽인다.’
부르르 몸을 떨던 아이바르의 눈빛이 돌연 변했다.
그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휘파람 소리가 뒤통수를 울렸기 때문이다.
‘조, 좋아. 숙부님이 오셨다.’
때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아이바르는 슬그머니 선두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바람처럼 날아든 손아귀가 그의 팔목을 낚아챘다.
“어디 가십니까 형님.”
팔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에 아이바르는 경악했다.
‘무, 무슨 힘이……!’
부릅뜬 아이바르의 눈동자가 아틸라를 향했다.
확실했다.
녀석은 어제까지의 아틸라가 아니다.
‘손목이…… 뽑힐 것 같아……!’
말문이 막히는 괴력.
그제야 짐승처럼 탄탄한 아틸라의 근육이 눈에 들어왔다.
부족 최고의 전사인 아버지보다도 강인해 보이는 육체.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어, 언제 여기까지 온 거야! 무슨 유령도 아니고……!’
“아틸라!”
뒤늦게 형제들이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뒤에서 심상찮은 기척이 느껴집니다. 아이바르 형님께서 처지는 것 같아 위험하다 판단했습니다.”
흠칫 놀란 아이바르의 귀에 아틸라가 덧붙였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형님. 흡사 이곳에 있을 리 없는 숙부 얼굴이라도 본 것처럼.”
아이바르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수, 수, 숙부라니 그게 무슨…….”
그때였다.
“누, 누님!”
무언갈 발견한 형제들이 고함을 질렀다.
뒤를 돌아본 아이바르의 머리털이 가시처럼 곤두섰다.
‘고, 곰이잖아! 게다가 세 마리라고?’
놀랄 일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내가 아직 몸을 빼지도 않았는데 곰을 풀었어. 그렇다는 것은……!’
이 자리의 모든 형제들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제거하겠다는 것.
‘숙부 이 개새끼가……!’
이때 만약 아이바르의 머리가 조금이라도 굴러갔다면 형제들과 힘을 합쳐 곰을 상대했을 것이다.
아틸라가 이전의 겁쟁이가 아닌 강력한 전사로 변모했을 가능성 역시 간과하지 않았을 테고.
하지만 공포에 눈이 먼 아이바르는 그러지 못했다.
‘도, 도망쳐야 돼!’
비열하게도 저 혼자만 살아남으려는 선택지를 택한 것.
그러나 자리를 이탈하려던 아이바르는 자신의 손목이 여전히 아틸라에게 붙잡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이런 빌어먹을……!’
이 참담한 위급 상황은 어제 봤던 아틸라의 시신을 다시금 상기하게 만들었다.
아이바르는 손도끼를 꺼내들었다.
짐승 같은 괴성과 함께 그의 도끼가 아틸라를 습격했다.
“으아아아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곰 세 마리가 나타난 일촉즉발의 상황에 아이바르가 아틸라를 공격할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한 형제들은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아이바르!”
하지만 아틸라는 아니었다.
그의 손이 쇄도하는 도끼날을 붙잡고, 뼈와 근육이 부서지는 소음이 울리는가 싶더니.
“죽이진 않으려 했더니만.”
파앙!
아이바르의 목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