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화. 욕 먹는 자리 (2)
[따악~!!]
“어?!! 쳤고요!! 외야 깊숙한 곳에 내려앉습니다!! 하하~ 이인영 구단주가 성공적으로 시타를 마치는군요.”
“진사율 선수는 지금 어디가시냐고 하는 것 같은데요. 하긴, 프로 선수 상대로 이기고 도망치는 건 아니죠.”
해설위원의 말대로 진사율은 재경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냥 치시라고 던져줬는데 진짜 치다니, 한 판 더 붙어보자는 도발이 날아들었지만 이인영은 그대로 더그아웃으로 사라졌다.
좀 더 놀고 싶지만 놀아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고, N 플릭스의 대표 한영석 대표와 얼굴을 마주했다. 라이온즈 구단 인수에 힘을 보탰던 일원 중 한 명, 좋게 지내 나쁠 건 없었다.
“대표님 이번에 돈 좀 버셨다면서요?”
“하하~ 별로 번 것도 없습니다.”
이인영은 한영석 대표의 칭찬에 너스레를 떨었다.
벌써 5년도 더 된 일, 당시 이인영은 에이전트 제프 메츠의 설득대로 200만 달러를 주식에 투자했다.
잃어도 좋고 벌면 더 좋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 그런데 투자한 회사가 지난 2039년, 65억 불 - 한화 약 7조 원에 다른 회사에 인수됐다.
이인영은 그 과정에서 수익 일부를 주식으로 받았는데 투자 금액의 약 5배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내가 투자의 귀재라고 할 수 있나.
그냥 운이 좋았을 뿐, 사람은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야 발전한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 하나라도 더 배워야 조금은 나아지겠지.
한영석 대표는 현재 연봉 138억을 받는 잘나가는 회사의 대표, 이인영은 야구를 관람하면서 현재 돈의 흐름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조언을 구했다.
“사실 저는 주식은 잘 모릅니다.”
“그렇습니까? 주식에도 꽤 안목이 있으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 ”
“아 … 말씀드리면 속이 좀 쓰린데, 그거 다 소문입니다. 실은 30% 정도 손해 봤습니다.”
한영석 대표는 금융투자에서 본 손해를 어떻게 만회했는지 밝혔다.
흔히 투자를 할 때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그렇다면 한국의 진짜 부자들은 어떻게 투자를 하고 있는 건가.
총자산이 50억이 넘는 사람들이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기간은 보통 3~ 5년 정도, 부동산자산 투자는 보통 6~ 7년이다.
그렇다면 주식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었을까? 오히려 늘어났다.
일반인이 안정형 투자를 하는 비율이 77%인데, 부자는 그 비율이 겨우 45%, 확실히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주식에서 손해를 봐도 안정성 자금에서 소득을 보기 때문에 그 손해가 만회된다는 것, 한영석 대표도 주식에서 30% 정도 손해를 봤지만 비금융성 자산에서 손해를 만회했다.
투자를 꼭 국내에서 할 필요도 없고 해외에서 하는 것도 노하우, 실제로 이인영은 미국에서 번 주식 수익을 재투자 했다.
재산이 2척 억 원이 넘게 있는데 이걸 안 굴리는 건 바보, 뭣보다 스포츠 구단 운영에는 많은 돈이 든다.
내가 돈을 벌어야 구단에 투자도 할 것 아닌가.
구단주가 된다는 건 사업을 해야 한다는 뜻, 이인영은 지도자의 길을 가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게 구단주와 사업, 아내는 불안하다며 말렸다.
평생 동안 야구만 한 남편이 금융의 흐름을 어떻게 읽어내겠나. 금융권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뛰든 사람들도 돈의 흐름은 모른다.
그래서 구단에 투자를 한 사업가들과 인맥을 쌓으며 정보를 주고받고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것 아닌가.
하나라도 더 배우고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데 아무리 주식을 잘 하고 부동산에 투자를 해도, 사업소득만한 게 없습니다.”
“사업소득이라고요?”
“예, 결국 열심히 일해서 버는 게 최고죠. 그리고 저축입니다. 저도 저축하고 돈 벌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됩니다. 그전에는 빚도 지고 많이 울었죠.”
실제로 부자들이 벌어들인 소득 중 사업 소득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이인영은 한국에서 활약하던 시절, 빌딩 몇 채를 사들였고 이를 바탕으로 봉사활동 – 음식점 등 몇 가지 사업을 했다.
그 후에도 야구 선수를 계속했으니 사업 규모를 늘리진 못했지만, 지금은 규모를 조금 늘린 편, 일반인들은 부자가 불로소득으로 재산을 축적한다고 오해하지만 현실은 완전 다르다.
누구보다 많은 소득을 올리고 그만큼 저축을 하기 때문에 부자가 되는 것, 투자자의 오랜 경험이 담긴 설명에 이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 돈이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건 아니겠죠.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연봉 받고 저금해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하하~ 그럼 돈 버는 노하우는 이미 알고 계신 거네요.”
“그래도 더 배워야죠. 프로로 치면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루키니까요.”
“자산이 2천억이나 되는 루키는 이 세상에 거의 없습니다.”
한영석 대표의 칭찬에 이인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유리한 위치에서 스타트를 끊은 건 사실이지만 그게 부정적으로 축적한 재산은 아니지 않은가.
내 장점을 이용하는 것도 사업의 노하우, 가끔 그라운드에 시선을 주기도 했지만 주 대화는 사업 쪽으로 흘러갔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거지’
이날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라이온즈 경기를 두고 이렇다 할 참견은 하지 않았다.
[라이온즈 이인영 대표, 팀에 관심 없나?]
여론은 이런 태도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인영이 단순한 구단주인가. 한국, 아니 메이저리그에서도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재능이라는 찬사를 받은 전설, 그 정도 되는 거물이 팀의 승리나 패배에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다니, 사실 팀이 잘 나갔다면 이런 말도 안 나왔을 거다.
이인영 대표 취임 이후 성운 라이온즈는 20경기에서 8승 12패를 기록, 작년(7승 13패)에 비해 아주 약간 나아졌다.
뭔가 엄청난 마법이 일어나길 기대했던 팬들은 실망 일색, 하지만 이인영은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저는 적당한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겁니다.”
“타이밍이라고요?”
“공을 제대로 치려면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죠. 말을 하는 타이밍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라이온즈가 몇 경기를 했습니까? 이제 겨우 20경기 했을 뿐이죠. 만약 제가 10경기 정도 했을 때 경기력에 대해 뭐라고 했다면 구단주가 너무 말이 많다고 지적하는 팬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너무 지켜보면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겠죠. 저는 끼어들 적당한 타이밍을 재고 있었을 뿐입니다. 팬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제가 끼어들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구단주로서 뛰어난 선수를 영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럼 돈을 벌어야 되는데 사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게 죄입니까?”
구단주가 투자를 한다고 욕을 먹는 건 어불성설, 그럼 어디서 선수 영입에 필요한 돈을 가져올 건가.
팬의 말에 귀는 기울여야겠지만 개소리는 거르는 게 상식, 이인영은 앞으로도 개소리는 볼처럼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팬이라고 무조건 대우해 주지 않겠다는 뜻, 이인영의 태도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많은 팬들은 입을 다물었다.
[이인영 주식투자로 117억 벌었다더라]
-> 그거 근거 있는 말이냐? 와~ 117억? 매일 로또 사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 ㅠㅠ 역시 남자는 경제력이지, 부럽다.
-> 소식 못 들었냐? 내가 봤을 때는 구단보다 돈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구단주 된 것도 사업가 인맥 넓히려고 하는 것 같은데
-> 그게 욕할 일이냐? 그게 욕 먹을 이유라면 10개 구단주 중 비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는데?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된 논란,
언론에 공포한 대로 이인영은 개소리는 걸러냈지만 심기를 자극하는 소식이 귀에 들렸다.
[배은성은 무조건 잡아야지]
-> 돈도 많이 벌었는데 당연히 지갑 열어야 하지 않겠어?
-> 투자 좀 많이 해주기를
지난 3년 동안 장타력이 급감한 배은성은 올 시즌 33경기에서 타율 0.304, 홈런 8개로 완전히 부활했다.
문제는 왜 팬들의 남의 지갑을 운운하느냐는 거다.
구단주가 그 돈을 어디서 주워왔나? 정당한 사업과 투자로 벌어들인 것, 배은성을 잡는 일도 구단주와 경영진이 회의를 거쳐 결정할 일이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구단 설비나 다른 곳에 투자할 곳은 얼마든지 있는데 남의 지갑이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팬들, 이인영은 팬들의 이중성에 혀를 내둘렀다.
그게 내 지갑에 있는 돈이라면 저런 말을 들었을 때 가만히 있겠나.
내 돈인데 왜 너희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발끈했겠지, 역시 구단운영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배은성, 4년 전과 비슷한 계약 원한다]
눈치 없는 배은성은 불편한 단장의 심기에 쐐기를 박았다.
팬과 여론이 잡으라고 주위에서 와~ 해주니 자기가 그만한 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것, 그래도 이 타이밍에 이런 발언을 한 건 최악이었다.
공은 잘 쳐도 눈치가 없으면 미움을 받는 법, 이인영은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평소처럼 사업을 하고 가끔 아래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받을 뿐, 그렇게 4개월이 흘러갔다.
‘이게 한계군.’
여름에 접어들면서 배은성의 페이스는 확연하게 떨어졌다.
주전이라면 한창 순위경쟁을 벌이는 이때 활약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면 존재가치가 없는 거다. 여름 다 지나가고 날씨 선선해 질 때 다시 비율 스탯 맞추면 그게 잘하는 선수인가?
이인영은 왜 그동안 라이온즈가 힘을 내지 못했는지 대략 감을 잡았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지만 이제는 칼을 빼 들 타이밍, 한동안 잠잠했던 구단주의 움직임에 직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할 선수부터 정합시다.”
“예”
살생부부터 작성하는 구단주, 배은성은 그 명단에 첫 이름을 올렸다.
9월 들어 살아나고 있지만 이미 하위권으로 떨어진 라이온즈 입지를 생각하면 뒷북,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진짜 나한테는 관심 없나?’
시즌이 끝난 후, 구단의 태도에 배은성은 충격을 받았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91, 홈런 27개, 89타점. 전성기에 비하면 부족해도 나만큼 해준 선수가 어디에 있나.
더 섭섭한 건 재계약을 논의할 시기가 지났는데도 구단에서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 배은성은 보란 듯이 FA 신청을 했고 이인영은 미련 없이 보내줬다.
“라이온즈는 내게 재계약을 두고 한 마디 논의도 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프랜차이즈 스타인데 너무 서운하다.”
FA 신청을 한 뒤에도 이어지는 언론 플레이, 일부 팬들도 이에 동참했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인영은 배은성을 대신할 용병을 일본에서 수입, 제 역할을 못한 선수들도 대거 갈아엎었다.
사업에 열중하느라 구단 경영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휘두르는 구단주, 이명출 단장도 그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새끼였다.
“앞으로 많은 것에 변화가 있을 거야. 자네도 더는 팬들에게 끌려 다니지 말라고.”
“하지만 대표님, 그래도 팬들의 민심이라는 게 있는데…”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정말 옳다는 신념이야. 자네도 생각이 있는 사람인데 남의 의견에만 끌려다닐 건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대표의 단호함, 이때부터 이인영은 구단 살림에 적극 개입하며 내년 시즌을 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