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일은 일인자-205화 (205/309)

205화. 몬스터 시즌 (1)

[이인영, NL 우익수 부문 골드 글러브, 실버 슬러거 싹쓸이]

[리그 MVP 투표는 아쉽게 2위에 머물러]

11월 7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수상 소식을 발표했다.

이인영은 3년 연속 골드 글러브 - 실버 슬러거를 수상해 공수겸장 이미지를 굳혔고, 많은 팀들은 그 실력에 군침을 흘렸다.

[필라델피아, 7년 1억 8천만 달러 계약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트레이드 기정사실화 된 듯]

트레이드로 기울어지는 여론 분위기, 텍사스 여론은 이인영이 텍사스로 온다면 매년 40홈런 이상도 가능하다며 불씨를 피웠다.

■ 파크 팩터(2024~ 2028)

1) TNT 파크(필라델피아 홈 구장)

= 토탈 파크 팩터 98, 홈런 파크 팩터 97

2) 리유니언 센터(텍사스 홈 구장)

= 토탈 파크 팩터 99 홈런 파크 팩터 84

파크 팩터 평균을 100으로 잡았을 때, 이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구장은 타자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의 홈구장 TNT 파크는 평균에 가까운 구장, 텍사스의 홈구장 리유니언 센터도 토탈 파크 팩터는 평범하지만 유독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우중간 펜스까지의 거리가 TNT 파크보다 18피트나 얕고, 날씨가 건조해 타구가 더 뻗는 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실제로 기자들은 이인영의 지난 3년 간 성적을 리유니언 파크에 대입해 봤는데 입이 떡 벌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 2026시즌 32홈런 -> 36홈런

■ 2027시즌 38홈런 -> 47홈런

■ 2028시즌 36홈런 -> 43홈런

홈런뿐만 아니라 모든 스탯이 전반적으로 상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만약이지만 이인영이 텍사스에서 뛰었다면 2년 연속 40홈런을 넘겼겠지, 구장 효과를 봤다고 해도 이 정도 수치를 찍을 수 있는 선수가 몇 명이나 있겠나.

거기다 지난 3년 평균 타율이 0.357, 타율은 이제 올리고 싶어도 올릴 방법이 없다.

여기서 타율을 더 올리겠다는 건 장타를 포기하겠다는 뜻, 40홈런을 치는 타자가 대우를 받는 게 메이저리그 아닌가.

이인영도 이제는 타율보다 장타에 신경 써야 할 입장, 텍사스 여론은 이곳이야말로 당신이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무대라며 바람을 잡았다.

[이인영에게 어울리는 팀은 텍사스뿐만이 아니다.]

보스턴과 뉴욕 - 휴스턴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 그래봤자 소문 아닌가.

이인영은 여론에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귀국, 편히 쉬면서 한가한 나날을 보냈다.

“자기야, 그거 알아? 남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임신될 확률은 30%가 안 된데”

“뭐야, 그럼 손만 잡아도 임신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네?”

“어, 2년 동안 노력해도 임신 안 되는 커플이 100쌍 중 7쌍이나 된데”

그러던 어느 날, 이인영은 애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임신이 안 될 확률이 높다고 해도 어쨌든 20%는 넘는 확률 아닌가.

3할 타자도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끈질기게 투수를 잡고 늘어지며 결과를 내야 하는 법, 임신이라고 다르겠는가.

여자가 튕기고 안 된다고 해도 끈질기게 노력해야 대업이 이뤄지는 법, 나는 2년이나 걸릴 일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얘기는 내가 꺼냈는데 왜 이렇게 민망한 건지, 무안해진 혜진 씨는 도발을 걸었다.

“그럼 자기는 나 몇 달 안에 임신시킬 수 있어?”

“풋~ 그런 말 하면 안 민망해?”

“뭐 어때? 나중이라도 진지하게 논의 할 일이잖아.”

가능하면 올해, 길어도 내년 1~ 2월 초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 조금 일찍 가족계획을 세워도 괜찮지 않을까. 11월 중순부터 계획에 착수하고 실행에 옮겼다.

‘내년엔 조금 더 힘을 써야겠어.’

이와 별개로 내년 시즌을 대비한 훈련도 집중했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4일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남은 3일은 수비나 타격 훈련에 투자, 특히 타격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 아무리 좋은 타격이론이 있어도 타자가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일반적인 타자들은 스트라이드를 하면서 스윙을 시작하는데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스탠스 - 테이크 백 - 로드 - 스트라이드 - 스윙

이게 일반적인 타격 순서지만 스탠스 자세에서 앞다리를 들면서 스윙이 출발하는 선수도 있다.

테이크 백 - 로드 - 스트라이드 동작을 하나로 묶어버리는 것, 반면 이인영은 그동안 정석대로 타격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스윙이 간결하지 못하고 퍼져서 나온다는 지적을 받은 것, 물론 이런 방식 덕분에 히팅 포인트를 다양하게 잡아내면서 고타율을 유지했지만 장타에서 약간 손해를 본 것도 사실이다.

고타율과 장타율 동시에 잡는 스윙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방향을 잡았다.

따아악~!!

“오~ 지금 아주 좋았어.”

훈련을 돕는 케빈 쿠스터 코치는 테이크 백 - 로스 - 스트라이드 동작을 하나로 묶는 방법을 제안했다.

스윙이 퍼져 나오는데도 빠른 볼을 타격하고 장타를 날리는 선수, 이런 타자가 파워 스윙에 집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타율은 약간 손해를 보겠지만 홈런은 급격히 늘어나겠지, 그리고 이 정도 재능을 지닌 선수라면 타율도 그렇게 급락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솔직히 저는 메이저리그에서 4할 타율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4할이라고 했나?”

“50홈런 타자는 많아도 4할 치는 선수는 어디에도 없잖아요.”

하지만 이인영은 고타율에 미련을 보였다.

고타율은 내 상징, 홈런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때라는 건 머리로 이해하고 있지만 타율은 가슴 속에서 날 버리지 말라며 뛰고 있다. 욕심도 많은 선수, 케빈 쿠스터 코치는 더 많은 홈런을 날리면 된다며 격려했다.

“홈런도 안타라고, 자네가 홈런을 많이 칠수록 타율도 올라가지 않겠나?”

“그럼, 4할 치려면 홈런 80개는 쳐야겠네요?”

“하하~ 그렇겠지.”

쓸데없는 농담도 받아주는 코치, 그렇게 훈련을 마친 이인영은 퇴근길에 올랐다.

애인과 해야 할 일이 있지만 너무 괴롭혀도 질리겠지, 오늘은 별 일 없이 넘어가기로 했다.

“오늘은 왜 가만히 있어?”

“3할 타자도 가끔 쉬어가는 날이 있는 거야.”

“풉~ 그게 뭐야?”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아.”

하지만 이날은 혜진 씨가 더 적극적으로 나왔다. 상대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나.

해를 넘긴 2월 9일, 이인영은 가족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엄마, 저 아빠 된 것 같아요.”

[뭐?!! 정말이니?!!]

“네, 혜진 씨랑 검사 받으러 가고 있어요.”

[어머나~ 이게 웬 일이니!! 얼른 바꿔줘!! 얼른!! 얼른!!]

몇 년 전부터 노래를 불렀던 손자 타령, 소원을 푼 어머니는 예비 며느리에게 정말 고맙다며 아부를 쏟아냈다.

만날 시간도 별로 없는데 애가 어떻게 한 번에 짝 달라붙었을까. 혜진 씨는 옆 좌석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예비 남편을 공격했다.

“어머니, 인영 씨는 원래 확률이 높은 사람이잖아요.”

[확률? 그게 무슨 소리니?]

“남들은 한 번 치기도 어려운 3할을 매년 치잖아요. 이런 것도 척하면 척 아니겠어요?”

[오호호~ 그건 그렇지. 내가 아들 하나는 잘 낳아놨다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예비 아빠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빠가 된다는 게 기쁘긴 한데, 아직 실감이 안 된다고 해야 하나. 홈런을 치긴 했는데 세리머니를 두고 고민하는 신세, 멋들어진 배트 플립도 없이 덤덤히 베이스를 돌았다.

* * *

[트레이드, 결국 무산]

[양측 조건 맞지 않아]

2029년 2월 27일, 필라델피아 여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7월 중순부터 제기된 트레이드 논란, 하지만 필라델피아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러다 저 선수를 떠나보내는 건 아닌지, 스프링캠프에 몰려든 팬들은 필라델피아 구단 관계자들을 통해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2억 달러 투자하는 게 그렇게 아깝냐?!!”

“이혼 하느라 돈이 없냐?!! 이 멍충아!!”

“네 마누라한테 줄 돈의 1/10만 투자하면 돼!! 저 녀석은 그에 비하면 훨씬 싸다고!!”

스마일 컴퍼니 관계자는 최근 아내와 이혼 소송에 휩싸였다.

위자료만 20억 달러라는 소문이 있는데 이인영이 요구하는 건 겨우 2억 달러, 마누라한테 줄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유망주 몇 명 받아오겠다고 트레이드를 운운하다니, 너 같은 쫀쫀한 놈이 마누라한테 이혼당하는 당연하다며 조롱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인영은 아무 일 없다는 표정으로 훈련에 집중, 다음 훈련장으로 이동하면서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있어도 괜찮은 겁니까?”

“제가 다음 해에도 필라델피아에 남는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해 드려야죠.”

과도한 친절에 팬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짠돌이 회사도 원망스럽지만 솔직히 7년 1억 8천만 달러면 이것도 나름 괜찮은 계약 아닌가.

조금만 양보해줘도 괜찮을 텐데, 한 팬은 아예 자기가 만든 계약서를 들고 왔다.

“여기에 사인해!! 어서!!”

이인영은 팬들의 절규를 가볍게 무시했다. 원하는 계약은 7년 2억 1천만 달러, 그 이하는 어림도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니, 올 시즌이 끝나면 몸값은 더 오를 수도 있겠지. 지금 구단에서 2억 1천만 달러를 제시해도 망설일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기회를 차버린 건 필라델피아 구단, 더 이상의 호의는 베풀지 않았다.

따아악~!!

“우왁!!”

“저게 뭐야?”

계속 되는 훈련, 필라델피아 선수들은 동료의 파워 배팅에 경악했다.

맞아나가는 소리가 작년과는 전혀 다른데, 오프 시즌 동안 무슨 훈련을 한 건지, 스윙 스타일뿐만 아니라 몸도 작년보다 커졌다.

지난 3년도 대단했지만 올해는 뭔가 터질 분위기, 구단 관계자들도 심각한 얼굴로 논의를 거듭했다.

“그냥 2억 달러 투자할까요?”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고, 시간은 아직 우리 편이니까.”

“정말 그럴까요?”

“결정은 내가 하는 거야. 자네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라고”

“아 … 알겠습니다.”

구단 사장 존 웨이필드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3년 2500만 달러 계약이 남아 있는 선수, 원하는 구단이 있어도 우리가 안 팔면 그만 아닌가. 시간은 아직 우리 편이라고 단언했지만 시범경기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인영, 시범경기 6호 홈런 작렬, 장타율 0.863]

[걸리면 넘어간다]

안타 11개를 때렸는데 그 중 6개가 홈런, 웨이필드 사장은 생각을 바꿔 7년 2억 1천만 달러를 제시했다.

“생각해 보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쪽에서 원하던 계약 제시한 거 아닌가?]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에이전트 제프 메츠는 구단의 제의를 걷어찼다.

지난 3년 동안 이런 저런 부상을 당하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고객, 하지만 올해 제대로 터지면 가치는 급상승한다.

2억 1천만 달러도 나쁜 조건은 아니지만, 고객의 마음이 바뀌었는데 어쩌겠나. 올 시즌 활약에 도박을 걸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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