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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일인자-170화 (170/309)

170화. shit happen (2)

[국세청장, 세금 탈루 위한 꼼수 더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 밝혀]

시간은 흘러 12월 11일, 한국의 많은 유명 인들이 세금 포탈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부동산 투자야 예전부터 흔했던 투자 수단, 문제가 된 건 법인을 이용한 투자였다.

개인 명의로 건물을 사면 되팔 때 많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법인 소속으로 하면 세금을 아낄 수가 있는데, 많은 유명 인들이 건물을 살 때 가족 회사나 법인 명의를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게 들통 났다.

[이인영 선수, 지난 2024년, 법인 이름으로 160억 상당 건물 매입]

[국세청 세무 조사에 나서]

그리고 그 명단에는 이인영의 이름도 포함됐다.

기사 내용은 제법 구체적, 자비로 20억 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140억은 건물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건물을 구입했다.

건물 소유는 법인 한사랑 나눔, 이인영은 꽤 오래전부터 봉사활동을 해왔고 기부도 많이 했다.

하지만 단체에 기부한 돈이 대부분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기부단체의 활동비나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걸 알자, 직접 법인을 세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국세청도 아직 심사 중이라고 밝혔을 뿐, 이인영이 세금 포탈 목적으로 건물을 샀다고는 확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지 않나.

기자들이 두루뭉술하게 적은 기사는 팬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혹시 빌딩투자 하려고 법인 설립해서 봉사활동 한 건가?]

-> 법인 설립하고 봉사활동도 안 하는 놈들 있어. 이런 것도 마녀 사냥하냐?

[솔직히 그런데 의도가 조금… 본인 이름으로 할 수도 있는데 왜 법인으로?]

-> 불법이 아니잖아. 너 20억 돈 있으면 대출 받아서 건물 안 살 거 같냐?

불이 붙은 세금 탈루 논란, 하지만 이인영은 보란 듯이 은행에서 또 대출을 받았다.

이번에 매입한 건물은 무려 260억, 예전보터 더 커진 스케일에 기자들은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다.

“저 정도 되는 남자가 빌딩 2채 있는 게 이상한가요? 오히려 정상 아닙니까?”

이인영은 논란 앞에서도 당당했다.

한국에서 10억 원 대 연봉을 받았고,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연봉만 90억을 받는다.

한국에서 활동 할 때 160억 짜리 건물을 샀는데, 스케일이 몇 배는 커진 지금 260억 짜리 건물을 사는 게 이상한 건가.

나는 내 수준에 맞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뿐, 봉사활동을 이득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는지 아닌지는 국세청이 따질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딱히 문제가 될 부분은 없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세청에서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럴 듯한 법인만 세운 게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실제로 활동을 한 한사랑 나눔, 지난 5년 동안 사회에 기부한 돈만 8억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인영이 2년 전 건물을 매입해서 얻은 시세 차익이 약 10억,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많은 돈을 기부한 게 사실이다.

실적이 있으니 국세청도 뭐라고 할 수가 없는 입장, 그래도 인정 못하는 사람들은 꼬리를 잡고 늘어졌지만 이인영은 자기 갈 길을 갔다.

“너도 오빠가 이득을 위해 너희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은근 신경이 쓰였는지 날을 잡아 보육원을 방문했다.

얘들도 머리가 컸으니 이번 사건을 두고 뭔가 생각을 했을 거 아닌가. 혜진이는 나름대로 입장을 밝혔다.

“저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왜? 오빠가 너희들을 이용하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

“저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돼요.”

혜진이는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이 오빠가 우리를 이용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어쨌든 법인을 통해 학비와 생필품을 지원받고 있는 게 사실, 도움을 주면 감사하게 받을 것이지 우리가 그 돈의 더러움, 깨끗함까지 따져야 하나.

이인영은 솔직한 답이 마음에 들었다.

“너희들 혹시 뭐 가지고 싶은 거 있니?”

“왜요?”

“아니, 너희들 이용해서 돈 벌었으니까, 정당한 대가는 지불해야지. 선물 받고 싶은 사람?”

“저요!!”

아이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우리를 이용했느니 마느니 입만 나불거리는 여론보다, 우리에게 직접 이득을 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쏠리는 건 당연, 솔직히 형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훨씬 나았다.

“형, 다음에도 빌딩 살 거예요?”

“왜?”

“그거 저 달라고요. 저도 빌딩 가지고 싶어요.”

한 녀석의 장난에 이인영은 괘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건물주가 좋은 건 알고 있는 건가. 너희들에겐 30년은 이르다며 잘라 말했다.

“왜요? 저도 형처럼 운동선수로 성공하면 10년 안에 건물주 될 지도 모르잖아요.”

“넌 운동선수 하고 싶냐?”

“네, 하고 싶어요.”

“하지 마. 힘들어, 월급쟁이가 최고야.”

“아~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진짜 힘들어 인마, 형처럼 특출 난 재능 없으면 그냥 공부 해.”

이인영은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벌써 5년 째 이어 가고 있는 인연, 그냥 형식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아이들과 고민을 함께 했다.

“형, 솔직히 이번 사건 일어났을 때 형도 놀랐죠?”

“글쎄… 인생을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도 있는 거야. 중요한 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거겠지.”

이인영은 장난기 가신 얼굴로 충고를 이어갔다.

국세청에서 갑자기 세금 조사한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놀라지 않겠나. 그리고 여론의 반응도 잠시 안 좋았던 게 사실, 전전긍긍한다고 달리질 건 없다.

나는 그저 순리대로 살았을 뿐, 솔직히 법인을 설립했을 때도 빌딩을 살 거란 계산까진 하자 않았다.

내가 당시 억대 연봉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걸 매년 받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성적을 내고 연봉이 쌓이면서 투자할 기회가 왔고 마침 좋은 물건이 시장에 나왔을 뿐, 따지고 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

‘지금 아니면 내가 언제 투자를 하겠어.’

거기다 순조롭게 진행된 메이저리그 진출, 5년 후 FA 자격을 얻는 내가 다시 수천 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벌 수 있을까.

물들어 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 지금 기회를 놓치면 내 인생에서 이만한 투자를 할 기회가 또 올까?

그래서 160억대 건물 매입이 문제가 됐을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260억을 빌딩을 매입했다.

내 돈으로 내가 투자를 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한단 말인가.

도덕을 앞세우는 자들이 오히려 비도적인 경우가 많은 건 우연일까, 그래서 논란이 터졌을 때도 당당할 수 있었다.

“너희들 명심해라. 세상을 살다면 짜증나는 일들이 몇 번이나 일어나. 하지만 그럴수록 뻔뻔하고 당당해 져야 돼. 내가 당당하면 어떤 일이 벌어져도 꿀릴 게 없거든, 그리고 당당해 지려면 사회에서 성공해야 돼. 그러니까 너희들도 보란 듯이 성공해야 된다. 알았지?”

“네에~ ”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왜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걸까. 우리가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보육원에 살고 있는 걸 부끄러워 해야 하나.

막말로 X 같은 일, 하지만 그렇다고 암울해 할 필요 없다.

형의 말처럼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 보란 듯이 당당하게 성공하면 되는 거 아닌가.

고아가 훗날 건물주 못 된다는 법 있나. 어떤 일이 벌어져도 태연하고 대담하게 넘기는 형을 존경스럽게 바라봤다.

* * *

12월 23일, 훈련을 마친 이인영은 애인의 집을 방문했다.

남녀관계가 부모에게 보고까지 해야 할 일인가. 하지만 기왕 만나는 거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도 나쁠 건 없겠지, 큰마음 먹고 시간을 냈다.

“엄마, 저 왔어요.”

“어머, 왔니?”

혜진 씨 어머니는 버선발로 나와 손님을 맞이했다.

실제로 만나보니 온 몸에서 빛이 나는 미래의 사윗감, 분명 내가 집 주인인데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방황이 계속 됐다.

“집이 너무 누추하죠?”

“아니요.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하네요.”

이인영은 태연한 얼굴로 주변을 기웃거렸다.

지금이야 빌딩 주인에 넓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6~ 7년 전만 해도 이런 평범한 집에서 부모님과 부딪치며 살았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 마침 나타난 귀여운 포메리안 한 마리가 시선을 끌었다.

불청객의 등장에 약간 놀란 눈치지만 자연스럽게 주인의 품에 안겨 재롱을 피우는 녀석, 남자의 질투심이 폭발했다.

“야, 저리가. 네 주인 이제 내꺼야.”

“자기는 동물한테 왜 그래.”

“아니야. 이런 건 처음부터 확실하게 정해야 돼.”

이인영은 보란 듯이 여자 친구에게 애정을 표했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이 녀석도 같이 살아야 되는데 이 정도 영역 표시는 해도 되겠지. 주인의 품을 독차지해온 녀석은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그렇다고 짖거나 덤빌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삼자대면, 혜진 씨의 어머님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운동하느라 바쁘지 않나요?”

“운동하고 오는 거라 괜찮습니다.”

“아… 네… ”

뚝 끊겨버린 대화, 어머니는 딸에게 구호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혜진 씨도 딱히 화제를 찾지 못했고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어머님, 실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뭔가요?”

“저희 조만간 여행을 좀 다녀오려고 합니다.”

“가면 가는 거지 저한테 허락을 받아야 되나요?”

“허락 받아야죠. 며칠 동안 다녀오는 건데요”

어머니의 놀란 눈은 딸을 향했다.

남녀가 며칠 동안 여행 가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 그 얌전한 딸이 남자와 며칠 동안 여행을 떠날 줄이야, 연애를 하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으니 충격은 더 컸다.

“여행을 꼭 며칠 동안 다녀와야 하나요?”

“제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잖습니까. 자주 만날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짧은 시간이나마 제대로 보내야죠.”

당당한 답에 어머니는 백기를 들었다.

본인들이 좋다고 하는데 내가 뭘 어쩌겠나. 뭣보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사윗감, 젊은 나이에 그런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도 대단하지 않나.

이런 사윗감을 마다하는 건 바보 같은 짓, 여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왜 안 오시지?”

“네가 그런 말 하는 걸 보니, 조만간 오시겠네.”

양반은 못 되는 또 다른 남자가 거실에 들어섰다.

여행을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 이인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원래 수컷들의 첫 만남은 어색한 법, 박힌 돌은 굴러들어온 돌을 약간 경계했다.

“자네 야구 선수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아버지도 야구 선수시고? 그렇지 않나?”

“예, 정확히 말씀드리면 아버지가 두 명이지만요.”

“두 명?”

“예, 자칭 양아버지가 한 분 더 계십니다.”

잠깐 가드를 내리고 있던 아버님은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긴 야구 중계를 보다보면 내가 양아버지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럼 내가 장인어른이 되면 이 친구는 아버지가 3명이 생기는 건가. 자네는 아버지 복이 참 많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썰렁한 농담이 될 것 같아서 그만 뒀다.

“아버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혜진 씨하고 여행 좀 다녀올까 합니다.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단도직입적인 발언에 혜진 씨 아버지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말리고 싶었지만 아내와 딸은 이미 한통속, 저항 한 번 못해보고 애지중지 키운 딸을 빼앗기고 말았다.

결국 남자와 함께 여행을 떠난 딸, 거실로 돌아온 아버지는 한숨을 쉬었다.

“에효~ ”

“당신 왜 그래요?”

“아니, 내가 너무 힘이 없는 게 원통해서, 드라마 보면 딸 도둑놈 앞에서 호통 치는 아버지들 있잖아.”

“당신은 그럴 자격 없으니까 포기해요.”

“꼭 그렇게 말을 해야 돼?”

“상대를 봐요, 당신이 싸운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아요.”

아내의 냉정한 답에 아버지는 백기를 들었다.

호통을 치기엔 너무 강력했던 상대, 역시 남자는 경제력과 능력이다 이건가. 분하지만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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