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일은 일인자-31화 (31/309)

31화. 전설의 오꽝 (10)

[성운 라이온즈 2연패]

[다시 6위로 추락]

선화 이글스와의 홈 3연전에서 2승 1패를 거둔 성운 라이온즈는 다시 홈에서 스카이퍼 트윈스를 상대했다.

리그 5위를 두고 경쟁하는 두 팀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트윈스의 전승

1차전은 6대 5, 그럭저럭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2차전은 실책 연발과 집중력 부족으로 11대 1 대패를 당했다.

한승규 감독도 선발 투수 김종오가 2와 2/3이닝 동안 8실점(4자책)을 하는 동안 교체를 하지 않아 벌투 논란에 휩싸였고, 그렇게 성운 라이온즈는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3차전을 맞이했다.

뭣보다 이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나서는 영웅이 없다는 게 문제, 성운 라이온즈는 전체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팀을 이끌고 있으니, 선수단을 묶어줄 리더가 없다.

2년 전만 해도 이태승이라는 베테랑이 있었지만 지금은 스카이퍼 트윈스로 이적했다.

지난 2016 시즌, 이태승은 타율 0.252, 7홈런으로 부진했지만 2017시즌 전반기에 타율 0.292, 10홈런을 기록하며 부활했다.

하지만 이건 플래툰으로 기용된 결과, 후반기에 좌투수 상대로 다시 약점을 보이자 대타 취급을 받았다.

“내가 만만하다 이거지?”

이태승은 흐름이 좋았던 전반기부터 주전으로 출전하지 못했기에 팀에 불만이 쌓여있었다.

그런데 후반기에 조금 부진했다고 대타 취급을 받다니, 다음 시즌 보란 듯이 트윈스로 이적해버렸다.

베테랑이 말년에 짐짝 취급받는 건 늘 있는 일이지만 다소 씁쓸했던 이별, 거기다 올 시즌 은퇴를 선언한 이태승은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 했지만 타율 0.314를 기록하며 나름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다.

성운 라이온즈 팬들에겐 다소 섭섭한 전개, 그러건 말건 이태승은 첫 타석부터 안타를 기록했다.

“우리는 원래 이런 관계였지”

이태승은 전 소속팀에 대한 미련 따윈 없었다.

선수는 팀에 소속된 입장이 아니라, 돈을 받고 뛰어주는 용병에 불과하다.

계약직이라고 성운 그룹에서 생산하는 가전제품을 세일 없이 구매 했고, 직원 카드가 없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수술을 받을 때 1원 한 장 혜택도 못 봤다.

그런데 내가 왜 전 소속팀에 애정을 줘야 하나.

사이가 틀어진 결정적인 사건은 fa 계약, 어느 정도 대우는 해 줄 줄 알았는데 구단은 이런저런 자료를 들고 와 계약금을 깎았다.

유격수, 2루수, 3루수, 외야까지,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며 빈 자리를 채웠는데 그 대가가 겨우 이건가.

그래도 참고 계약했지만, 만만하게 보였는지 마지막까지 푸대접을 당한 신세, 타구가 그라운드에 떨어질 때마다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너희들이 열심히 뛴다고 구단에서 알아줄 것 같냐?”

이태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루상에 나가 심리전을 펼쳤다.

젊은 선수들을 대우해 주는 것 같지만 나중엔 결국 버림 받을 운명이라며 옛 후배들을 자극, 2년 전만 해도 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이라 성운 라이온즈 선수단은 심리전에 조금씩 휘말렸다.

‘몰라 안 들려.’

물론 이인영은 철저히 무시했다.

원래 구단과 선수는 계약관계 아닌가, 요즘은 부부도 정 떨어지면 이혼하는 시대, 이미 끝난 사이인데 무슨 뒷담화를 그렇게 하나.

거기다 성운 라이온즈는 내 이름을 딴 기념일까지 만들며 대접을 확실히 해주고 있는데, 없는 원한도 만들어 내야 하나?

슈퍼 루키는 내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다.

따악 ~ !!

“당긴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갑니다!! 이인영 선수는 오늘도 첫 타석부터 안타를 기록하는 군요.”

“어제도 도루를 기록했는데, 혹시 이번에도 뛸까요?”

1회 초 성운 라이온즈의 공격, 안타를 내준 트윈스의 선발 김종운은 발을 풀며 견제 동작을 했다.

덩치도 큰 자식이 홈런이나 칠 컷이지 무슨 도루, 하지만 그럴 능력이 있는 녀석이라 신경이 쓰였다.

“뛰었어요!!”

“송구하지만 잡아내지 못 합니다!! 이인영 선수의 도루 성공!! 성운 라이온즈가 득점 기회를 잡습니다!!”

“지금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인데, 이태승 선수가 적극적으로 대응을 못하네요.”

“그렇겠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주자에게도 위험하지만 백업을 들어오는 선수에게도 다를 게 없습니다.”

맹렬한 기세에 밀린 2루수 이태승은 백업을 들어올 타이밍을 놓쳤다.

벤트 레그 슬라이딩은 무게 중심이 뒤에 있기 때문에 스피드가 떨어지는 게 단점, 그에 반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주자의 체중에 달려오는 힘까지 겹쳐 꽤 강하게 들어온다.

지난 2011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한 주자와 충돌하면서 큰 부상을 입은 경험이 있는 이태승이 몸을 움츠린 건 본능에 가까웠다.

“너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 작년에 부상도 당한 자식이”

무안했는지 베테랑은 유니폼에 뭍은 흙을 털어내는 애송이를 슬쩍 건드렸다.

하지만 건드려도 반응이 없는 녀석, 그러려니 하며 2루에서 멀어졌다.

‘내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 마음에 안 들어.’

이태승도 한때는 성운 라이온즈의 승리를 위해 저렇게 몸을 날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애정이 있었던 팀, 하지만 그에 대한 보답이 너무 처참했던 탓에 있던 정마저 달아났다. 그런데 저 자식의 뒷모습에서 왜 내 과거가 떠오르는 건지, 마음이 복잡했다.

따악 ~ !!

“돌아!! 돌아!!”

후속타자 김상규의 중견수 옆에 떨어지는 안타,

약간 거리가 애매했지만 이인영은 3루 코치의 지시대로 홈을 파고들었다. 오늘의 선취점은 성운 라이온즈의 몫, 승리를 향한 루키의 열정은 가라앉은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성운 라이온즈는 이어지는 공격에서 1점을 추가, 이후에도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따악 ~ !!

“이번에는 2루수 옆을 빠져 나가는 안타!! 3루 주자는 홈으로!! 2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옵니다!! 임완수의 적시타!! 성운 라이온즈가 5대 1로 점수 차를 벌립니다.”

“이태승 선수가 확실히 수비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네요. 2루를 보다 중견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타격 부진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2루로 돌아오면서 타격은 괜찮게 해주고 있는데, 역시 수비는 아쉽네요.”

아쉬운 수비를 보여준 이태승은 쓴웃음을 지었다.

몸은 이제 그만하라고 하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발표했지만 지금도 현역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전성기 시절 때도 방망이 보다는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입장, 수비가 안 되는 노장을 누가 쓰려고 하겠나.

일찍 은퇴를 발표한 것도 버림받기 전에 선수를 친 것, 덕분에 트윈스 팬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게 됐지만, 이런 식이라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도 주전으로 뛰기 어렵다는 건 눈치 챘다.

후반기부터 대타로 투입 되도 할 말은 없겠지, 냉정하게 생각하면 성운 라이온즈를 떠난 2년 전과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끝이다.’

후속 타자 홍현구는 2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를 뽑아냈다.

1루 주자 임완수는 2루를 돌아 3루로 질주, 외야수가 허둥대는 사이 홈까지 파고 들면서 스코어는 6대 1로 벌어졌다.

트윈스의 선발 김종운을 끌어내리는 한 방, 후속타자 이인영의 등장에 라이온즈 파크는 다시 한 번 달아올랐다.

“어?! 지금은 몸에 맞았습니다.”

“몸 쪽으로 한 번 붙여보려고 한 것 같은데, 이인영 선수는 눈하나 깜짝 하지 않았습니다.”

초구부터 팔꿈치로 날아오는 공, 하지만 이인영은 그냥 맞고 보호대를 풀며 1루로 걸어 나갔다.

빠른 공이 날아오면 몸이 움츠러드는 게 인간의 본성, 저 자식은 겁이 없는 건가. 트윈스의 감독 김학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코어가 벌어져 있고 1사 주자 2, 3루라 작전은 나오지 않겠지, 트윈스 배터리는 후속 타자 김상규와의 승부에만 집중했다.

“뛰어!! 뛰어!!”

이때 나온 바운드 볼, 상황을 살피던 홍현구는 1루에서 달려오는 후배의 목소리에 시동을 걸었다.

약간만 망설였어도 추가 진루는 어려웠던 상황, 순식간에 1사 주자 2 - 3루가 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성운 라이온즈 쪽으로 기울었다.

‘어렵겠는데’

후속타자 김상규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스코어는 8대 1, 트윈스 선수단은 오늘은 힘들겠다는 걸 직감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선수의 본분이라는 말도 있지만, 경기를 하다보면 오늘은 절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 하지만 지면 다시 6위로 떨어지는 거 아닌가.

다시 시동을 걸어봤지만 3회가 끝나기도 전에 8점을 낸 홈 팀의 기세를 이겨내긴 어려웠다.

‘라미레스, 너는 방출이다.’

특별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차명석 단장은 결단을 내렸다.

별 기대 없이 올렸던 김상규, 그런데 콜 업 된지 4경기 만에 8타점을 쓸어 담고 있다. 오늘 경기는 적시타 2방 포함 4타점, 그런데 굳이 비싼 돈 들여 새로운 용병을 영입해야 하나.

기대에 못 미치는 라미레스는 당연히 방출,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 스카우트에게 타자는 됐고 쓸 만한 투수를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타선은 이제 자리가 잡혔다. 문제는 투수야.’

차명석 단장은 승부수를 띄웠다.

어차피 단장은 잠시 지나가는 자리, 모기업에서도 올 시즌 성과가 있으면 그룹의 부름이 있을 거라 하지 않았나.

떠나간 팬들은 돌아왔고 여기에 포스트 시즌까지 진출하면 대박, 재정비는 지난 4년 동안 충분히 했으니 지금은 이기는 일에만 집중했다.

‘다치지만 말라고, 내 미래를 위해서라도’

5회 말, 9대 1로 앞선 성운 라이온즈의 공격, 이인영은 3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안타와 볼넷 포함 전 타석 출루, 슈퍼 루키를 바라보는 단장과 팬들의 마음은 비슷했다.

다치지만 않으면 되는 선수, 오늘 도루와 몸에 맞는 볼도 감수하는 파이팅을 보여줬지만 그 이상의 열정은 기대하지 않았다.

“다시 바깥쪽입니다. 음 ··· 점수 차도 벌어졌고 승부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막상 저 자리에 오르면 그게 잘 안 됩니다. 평소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던 선수도 마운드에 서면 볼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거기다 상대가 상대 아닙니까."

"그래도 저라면 승부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잡아내면 그만큼 감독에게 눈도장 찍는 거 아닙니까? 젊은 선수에겐 좋은 기회죠.”

첫 단추를 잘못 꿴 권재우는 각오를 세웠다.

나이도 어리고 아직 팀에서 입지가 불안정한 신세, 도망 다녀서 뭘 어쩔 건가. 2구는 가운데 약간 낮은 코스로 던졌다.

따아악 ~ !!

하지만 이인영은 이 공을 놓치지 않았다.

호쾌하게 잡아당긴 타구는 그라운드 위를 넘어 관중석에 안착, 점수 차는 벌어졌지만 홈팬들은 열화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시즌 5호 홈런, 트윈스 선수단은 유유히 베이스를 도는 슈퍼루키를 지켜봤다.

너무 늦게 도는 거 아니냐고 한소리 해주고 싶은데, 팬들은 다들 열광하고 있지 않은가. 태클 걸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방관했다.

“야, 뽀뽀 한 번 하자.”

“됐어요.”

이인영은 먼저 홈을 밟은 임완수의 입술을 거부했다.

그렇잖아도 평소 진득하게 들러붙는데 여기서 이상한 장면 연출되면 평생 남을 흑역사, 가벼운 하이파이브만 나누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래, 네가 여기서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지켜봐주마’

트윈스의 이태승은 그런 후배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이제 그라운드를 떠날 몸이지만, 저 녀석은 아직 미래가 창창하지 않은가.

전 소속팀을 향한 섭섭한 마음은 지금도 변한 게 없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응원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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