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일은 일인자-22화 (22/309)

22화. 전설의 오꽝 (1)

[kbo 이사회, 각 구단에 가입비 더 내라 요구]

시즌이 끝난 후에도 한국야구는 시끄러운 나날을 보냈다.

흥행부진, 스타 플레이어 부재, 여기에 시설관리 부족으로 부상 선수까지 나오자 kbo는 프로야구 재건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워 가입비 인상을 요구했다.

kbo의 요구액은 대략 300억, 10개 구단이 각자 30억을 채우라며 사실상 통보에 가까운 조치를 내렸다.

“그렇게는 못한다. 어떻게 30억이라는 수치가 나왔는지 명확한 설명을 요구한다.”

성운 라이온즈는 즉시 반기를 들었다.

한 두 푼도 아니고 수십억을 가져다 바치라니, 이게 지금 무슨 망언인가.

거기다 kbo가 그동안 가입비를 시설, 리그환경 개선에 쓰지 않고 사소한 외유나 개인 용돈으로 써먹은 건 구단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다.

한 마디로 말이 가입비지 이사회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뇌물이자 용돈, 심지어 선수들이 가질 국제대회 상금을 자기들끼리 나눠먹었다가 선수협에 고소까지 당한 집단이 kbo 이사회의 민낯이다.

구단이 바치는 가입비에 따라 심판배정을 조작한다는 소문이 들 정도로 썩어버린 집단, 성운 라이온즈는 그동안 매년 20억 원이 넘는 가입비를 냈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줄 수 없다며 버텼다.

다른 구단들도 이에 동참, 선수협까지 움직이면서 오프 시즌도 한 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대치 현상이 이어졌다.

이인영도 선수 자격으로 선수협회 행사에 참여, 오랜만에 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게 뭐야?!!”

“야, 너 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

성운 라이온즈 선수들은 몰라보게 홀쭉해진 슈퍼 루키를 보고 경악했다. 윤곽이 달라진 턱선, 너 이러다 내년 시즌 홈런 못 치면 어쩌냐는 참견이 쏟아졌다.

“괜찮아요. 하체는 아직 튼튼하니까요.”

이인영은 별 일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쓸데없는 군살을 지웠을 뿐, 고기 위주의 식단을 바꾸고 운동에 전념하자 체형은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현재 키는 189.2cm에 몸무게 91kg, 6kg이나 감량하면서 훨씬 균형 잡힌 몸으로 재탄생했다. 얼마 전 프리배팅을 해봤지만 파워는 전보다 좋아진 편, 지금의 몸 상태에 만족했다.

“선배들은 이번 사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르겠다. 그냥 오라고 해서 온 거지.”

홍현구는 후배의 물음에 귀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우리에게 무슨 힘이 있나. 위에서 의견 정하면 그냥 으쌰 ~ 으쌰 ~ 하는 거 아닌가. 다소 진지한 논의를 기대했던 이인영은 그러려니 하고 입을 다물었다.

관심이 없는 사람한테 토론하자고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저 회의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우리 선수협 일동은 정치적인 개입을 거부한다.”

시간이 되자 선수협회 회장 문성근이 결의안을 제시했다.

얼마 전, 문체부의 김민 차관은 kbo가 리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체부 휘하에 대한야구협회라는 단체가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 KBO가 그 역할까지 전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왜 가입비 사건에 정부기관이 개입을 하는 건가.

사실 프로야구는 정치와 아주 무관하지도 않다. 프로야구 구단 창단 자체가 정부의 기획안에서 시작된 일, 거기다 연고지를 정하는 일도 청와대 내에서 이뤄졌다.

■ 서울특별시 창단 구단 : 1순위 (삼진 건설), 2순위(성화 그룹)

■ 부산, 경남 : 1순위 (성운 그룹), 2순위(한국화학그룹)

■ 기타 등등

이런 식으로 창단부터 연고지까지 모두 정부의 기획대로 이뤄진 일, 여기에 군부의 연줄로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며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명백히 잘못 된 출발, 그래서 정부의 관여나 보조금 없이도 프로야구 구단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출범한 단체가 KBO 아닌가.

KBO가 잘못한 점은 많지만 프로야구 흥행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 그렇잖아도 낙하산들이 총재로 내려오면서 내부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문체부가 KBO의 운영에 간섭하는 건 무슨 목적인가.

KBO개혁은 구단과 선수협이 목소리를 낼 일, 정부관계자들은 빠지라는 취지의 발언이 쏟아졌다.

‘개혁할 게 KBO만은 아닐 텐데’

그 사이에서 이인영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선수협도 개혁의 칼날과 마주하고 있다. 나날이 치솟고 있는 연봉, 선수들은 그 값에 부응하고 있나?

한 예로, 일본의 니시테츠 구단은 올해까지 40년 넘게 흑자기록을 세웠고 작년은 매출 167억 엔을 올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 비결은 철저한 연봉 관리, 니시테츠는 팀 연봉총액을 25억 엔 이하로 동결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아메미야 토오루는 그 규정에서 제외, 구단 흥행과 유니폼 수익, 그 밖에 팀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해 5억 5천 만 엔이라는 연봉을 측정했다.

즉, 니시테츠의 연봉 책정은 철저한 손익계산과 선수 개인이 팀에 미치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그런 기준이 없다.

한 선수가 대박을 터뜨리면 그 기준에 맞춰 다른 선수들도 계약을 맺는 실정, 구단 사정과 별개로 연봉 측정이 되기 때문에 구단은 늘 마이너스 운영, 이런 사정도 모르고 KBO 위원회는 가입비를 30억으로 늘린다는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다.

선수협이나 KBO 위원회나 모기업 등골 빼먹겠다는 행위는 마찬가지, 한국야구는 모기업의 투자 없이는 절대 흥행이 불가능하다.

일단 수익이 나야 운영이든 뭐든 될 거 아닌가.

그런 논의는 없고 파워 게임이나 하고 있으니, FA 등급제는 오늘도 우야무야 넘어가는 건가. 이인영은 내가 왜 영양가도 없는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었다.

어쨌든 그렇게 끝난 선수총회, 내년 시즌 설욕을 다짐하는 슈퍼 루키는 부족한 훈련 량을 채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내일 구단 사무실로 오세요.]

그러던 어느 날, 이인영은 구단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피해갈 수 없는 연봉협상, 그런데 내가 작년에 뭘 했다고 협상을 하나. 기껏해야 3달 뛰고 시즌 아웃, 협상 할 게 없으니 최저 연봉으로 동결해 달라고 통보했다.

‘기특하군.’

보고를 받은 차명석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슬픈 현실이지만 이인영은 석 달만 뛰고도 2019시즌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했다.

17홈런이면 그리고 못해준 것도 아닌 편, 적어도 최저 연봉은 벗어나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팀에 큰 보탬이 안 된 게 사실이라는 내부 의견도 사실, 그래도 동결해 달라는 말이 갸륵하지 않은가.

차명석 단장은 600만원 인상된 3300만원을 제시했다.

“돈값하면 그때 올려주세요.”

하지만 이인영은 연봉 동결을 주장했다.

내가 생각해도 떳떳하지 못한 연봉 인상, 빚이 없어야 나중에 연봉협상에서도 할 말이 있을 거 아닌가.

딱히 구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한 결정, 결국 연봉은 작년과 같은 2700만원으로 동결됐다.

* * *

“타자가 너무 부족합니다. 신경 좀 써주십쇼.”

아쉬움만 남기고 끝난 2019시즌, 성운 라이온즈의 새로운 감독이 된 한승규는 구단에 타선 보강을 요구했다.

원하는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9홈런, 작년시즌 트리플 A에서 타율 0.270, 홈런 29개를 기록한 리키 타일러, 하지만 성운 라이온즈 구단은 올 시즌 12승을 거둔 존 워커와의 재계약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타선에는 이인영이 있습니다. 건강하면 30홈런 쳐 줄 선순데 투수 쪽에 좀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쳐 본 적도 없는 데 30홈런을 어떻게 장담합니까?”

한승규 감독은 이인영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초반에 반짝하고 사라지는 신인이 얼마나 많은가. 뭣보다 30홈런도 못 쳐 본 선수에게 30홈런을 운운하다니, 이인영 한 명만 바라보면 이도저도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워커는 이미 검증된 투수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단장님 뜻대로 밀어붙이시죠.”

차명석 단장은 구단 직원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타선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투수도 그에 못지않은 버팀목, 워커를 확보하지 않고 포스트 시즌을 노릴 수 있을까.

뭣보다 한승규 감독과 달리 슈퍼루키를 향한 차명석 단장의 믿음은 절대적, 건강하다면 30홈런 아니 그 이상도 충분히 해줄 거라 믿었다.

결국 성운 라이온즈는 예정대로 워커와의 재계약에 집중, 12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협상을 마무리 했다.

‘내가 감독인데 왜 이래?’

한승규는 구단의 움직임에 당황했다.

사달라고 한 건 이게 아닌데, 하긴, 나중에 성적이 안 나면 구단이 내 요구를 무시했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면 그만 아닌가.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기자들과 인터뷰를 나눴다.

“올 시즌부터 성운 라이온즈를 책임지게 되셨는데, 승리를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실 생각입니까?”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타자는 공을 치면 되는 겁니다.”

기자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지금 감독이라는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인가. 기자들이 원한 답은 어떤 선수는 이런 장점이 있으니 이런 방향으로 기용하겠다, 이런 구체적인 답이다.

그런데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타자는 공을 치면 되는 거라니, 마음속으로 이런 말은 초등학생도 하겠다며 비웃었다.

“이인영 선수가 작년에 아쉬운 부상으로 시즌을 마무리 했는데요. 이번올 시즌은 어떤 활약을 할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이어지는 질문, 한승규 감독은 답을 망설였다.

팬들은 그 녀석을 두고 날 넘어설 선수라고 치켜세우고 있는데, 어림 도 없는 소리, 통산 30홈런만 8번을 넘게 친 내가 그런 애송이하고 비교 돼야겠나.

본인의 능력만큼 해낼 거라며 답을 얼버무렸다.

[X 밟은 것 같은데, 성운 라이온즈 프런트는 감독 보는 눈이 없는 거야?]

-> 이런 멍청이가 감독이라니, 차라리 내가 가서 하는 게 낫겠다.

-> 내가 어리석었어. 박한우가 나가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 상황은 얼마든지 나빠질 수 있있어 ···

-> 지금이라도 박한우 데려와라. 그 사람은 적어도 어떻게 야구를 하겠다는 방향은 있었는데 한승규는 그것도 아니잖아? 3년 동안 KBO 기술위원장 하면서 실전 감각 잃어버린 듯

한승규의 인터뷰를 접한 팬들은 벌써부터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선 박한우 명장론까지 대두, 답이 없는 팀을 한때 리그 6위까지 올려놓은 건 박한우의 능력이라는 웃지 못 할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여론을 의식했는지 한승규는 부랴부랴 공격 중심의 야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 지금 팀 타선에서 팬들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선수가 누구인가.

바로 이인영, 탐탁하진 않았지만 올 시즌 30홈런 이상은 쳐 줄 거라는 마음에도 없는 립 서비스를 늘어놨다.

“저는 그 이상 칠 겁니다.”

이인영은 인터뷰에서 30홈런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목표는 한승규 감독이 1995년에 기록한 43홈런,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성운 라이온즈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2020시즌은 도쿄 올림픽이 끼어 적어도 20경기 이상은 손해를 봐야 하는 입장, 그래도 44홈런을 치겠다는 건가.

슈퍼 루키는 올해는 못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설 거라며 도전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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