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괜찮다, 내 잘못이 아니다
간신히 의식을 되찾고 눈을 떴다. 고개를 드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몸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졌다. 손가락 끝에 힘을 줘도 조금 꿈틀거릴 뿐 내 의지대로 주먹을 쥐는 것도 어려웠다.
나는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괜찮아, 영구적인 손상을 주는 약은 아닐 거다. 혀끝까지 치밀어 오른 욕설을 삼키고 나는 내 가슴을 핥는 시커먼 정수리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벌써 일어났나? 조금 더 준비된 후에 깨울 생각이었는데.”
이를 드러내고 웃는 제뉴어리의 표정을 관찰하며 놈의 목적을 추측해 봤다. 아랫도리를 덜렁거리는 더러운 나신을 봤더니 오히려 머릿속이 차가워졌다.
내게 욕정 했나?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수를 쓴 거겠지. 당장 나를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좋아. 다른 정보가 더 필요하다. 나는 시선을 돌려 누워 있는 장소와 내 상태를 확인했다.
작은 탁자 위 마법 등이 은은히 밝다. 캐노피 달린 침대와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눈에 띈다. 아마도 놈의 기숙사 방이거나 혹은 연회장에 마련된 휴게실일 가능성이 크다. 의식을 잃은 나를 데리고 이동하면서 눈에 띄지 않을 동선이라면 후자일 테고.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놈이 내게 약을 썼다. 분명 바텐더가 건네준 음료에 약이 들어 있었겠지. 아카데미에서 신원을 확인한 인물을 매수한 이유가 뭘까. 이 상황은 내가 고발하면 제뉴어리 개인의 퇴학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으, 윽.”
부지불식간에 뒤를 파고드는 이물감에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차갑고 딱딱한 손가락 굵기의 물체가 점막을 긁으며 깊숙이 자리 잡았다.
시발, 혹시나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마음으로 대비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직접 당하니 기분이 좆같은 데다 긁힌 곳이 상당히 아프다.
“집중해야지. 안 그런가, 블리스. 내가 이렇게 자네에게 봉사하고 있는데.”
제뉴어리가 입맛을 다시며 내 안에 쑤셔 넣은 것을 비틀어 짠다. 아무래도 넣은 게 튜브인 듯, 놈이 힘주어 쥐어짰더니, 내용물이 꿀렁거리며 내벽 안으로 역류해 들어왔다.
손끝을 쥐었다 펴며 감각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괜찮아. 납치는 아니다. 독약도 아니다. 단순히 몸이 이완된 것뿐이고 저놈은 그저 내 몸에 발정한 놈이다. 미세한 감각에 집중한다. 점점 더 손아귀 쥐는 힘이 강해진다.
“대답하지 않을 생각인가? 아니면 두려움에 떨고 있나? 이제야 이 몸의 무서움을 깨달았나 보군.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블리스. 그러게, 그 새끼 대신 나를 선택했어야지.”
내벽 안에 들어온 것이 뭔지가 가장 큰 문제다. 독만 아니면 된다. 체온에 녹아 미지근한 액체가 구멍 밖으로 흘러나왔다. 찝찝하고 기분 나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 괜찮다.
“내가 안아주지. 그러면 내게 반하게 될 것이다. 내 발치에 매달려 제발 더 안아달라 조르는 너를 보고 싶구나.”
여기서 놈을 죽이는 것이 내게 이득일까, 아니면 잠시 기다린 후 제압하는 것이 이득일까.
“큭! 으……. 극!”
놈은 내 가슴팍에 고개를 처박고 게걸스럽게 유두를 빨았다. 놈의 성기가 바짝 성이 나 내 허벅지며 아랫배에 거칠게 마찰했다. 유륜 안에 파묻혀 있던 유두가 자극에 봉긋하게 솟자, 놈이 이로 잘근잘근 씹다가 강하게 빨았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주먹을 단단히 쥔다. 아직 몸 전체를 움직이는 건 어렵지만 두 팔을 움직이는 건 가능할 정도로 몸이 풀렸다.
“이 아름다운 몸을 그딴 더러운 사생아에게 내주었나? 검만 좀 다룰 줄 아는 무뢰배에게 홀리다니, 안타깝기도 하지.”
축축하게 젖은 가슴에서 입술을 떼고 놈이 내 몸 위에서 꿈틀거리며 하반신을 밀착했다. 번들거리는 입술이 가까이 다가오자 고개를 돌렸다.
놈을 자극하거나 열 받게 해봤자 내게 하등 이득 될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빌어먹을, 제뉴어리 놈의 입술이 닿기 전에 다 풀리지 않아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벌려 놈에게 침을 뱉었다.
욕망에 취해 히죽거리는 얼굴이 순식간에 분노에 휩싸여 놈이 주먹으로 내 얼굴을 후려쳤다.
퍽―!
“이! 주제도 모르는 남창 놈이!”
이 새끼 얼마나 단련을 안 한 거야. 이걸 주먹질이라고 한 거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드디어 내가 무시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건지 놈이 내 몸 위에서 길길이 날뛰며 몇 번이고 내 얼굴과 어깨에 주먹을 휘두른다.
“더러운, 더러운 남창이! 주제를 알고 설설 기어도 모자랄 판에!”
명치를 잘못 맞은 듯 가슴 안쪽이 심하게 뻐근했다. 솜 주먹도 주먹이라고 몇 대 맞아줬더니 광대뼈 쪽의 피부가 찢어지고 입술이 터졌다. 코를 타고 귓불까지 코피가 흐른다. 입 안에서 피 맛이 나서 입을 우물거리다 다시 놈의 얼굴에 피 섞인 침을 뱉었다.
놈이 꼭지 돌아간 게 보였다. 제뉴어리는 거칠게 내 머리채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전생에 키스 못 해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왜 자꾸 입을 맞추려고 난리야.
몇 번이고 고개를 비틀어 놈의 입술을 피했다. 빌어먹을 놈이 제 분을 못 이겨 이를 갈며 내 어깨와 팔을 이로 문다. 가슴부터 명치까지 잇자국에 시퍼렇게 멍 자국이 아주 얼룩덜룩하다.
“처지를 아직도 이해 못 했나? 응? 여기서 네놈이 어쩌겠어? 고분고분 굴어도 부족할망정. 넌 이제 내 거야. 그 빌어먹을 사생아가 아니라 나를 선택했어야지!”
개가 짖는 건 무시하자. 상황 파악은 객관적일수록 내게 유리하다. 감정을 배제하고 현상만 보는 건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지. 맞으면서 깨달았다.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마비약이 더 빨리 풀렸다. 내가 움직일 수 없으니 저 새끼를 이용한다.
전보다 더 강하게 손가락을 쥐고 피는 게 가능하다. 최대한 마비가 덜 풀린 척 놈이 휘두르는 대로 몸의 힘을 푼다. 놈은 몇 대 때리지도 못하고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쉰다. 저걸 지금 체력이라고 가지고 있는 건가.
“흐으, 읏!”
놈의 손가락이 흥건하게 젖은 뒤로 파고들었다. 느리게 휘젓는 이물감이 생각보다 적나라하게 느껴져 나는 소스라치며 허리를 뒤틀었다. 입구를 문지르고 벌리는 감각에 아래서 뻐근하게 이상한 열이 치밀었다.
놈이 이를 드러내고 비열하게 웃는다. 욱신거리는 뒤를 강제로 벌리고 손가락을 몇 개나 밀어 넣고 헤집는다.
아, 젠장. 이럴 거면 마왕 놈이랑 했지. 제뉴어리 이 빌어먹을 쓰레기 새끼 같으니. 성병 걸리기 싫어서였지만, 뒷골목 구르던 유년기에도 어떻게든 지킨 내 엉덩이를 멋대로 건드려.
“크읏, 흐읍!”
틈 사이로 흘러넘친 젤이 엉덩이와 등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다. 그것으로 부족한지 놈이 또 다른 튜브를 하나 더 가져와 내 뒤에 쑤셔 넣고 남김없이 쥐어짠다.
아랫배까지 가득 차는 기분 나쁜 감촉에 진저리치면서도 뻐근하게 달아오르는 하반신에 실소가 흘렀다. 놈의 손을 피해 무의식중에 몸을 뒤로 빼자, 놈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이 정도면 넣어도 괜찮겠지. 아아, 맞아. 넣기 전에 약을 더 먹여야 한다고 했던가.”
한참 내 허벅지며 엉덩이골에 제 성기를 비비던 제뉴어리가 몸을 일으켜 탁자 위를 더듬거렸다. 마비약을 더 먹일 생각인가. 여기서 더 마비되면 위험하다.
가능할까? 좀 더 몸이 풀리면 좋을 텐데. 판단은 즉각적이고 행동은 신속하다. 틈을 놓치지 않고 곧장 팔을 뻗어 놈의 목을 휘감았다.
“커헉!!”
놈의 목을 조르는 것은 창을 휘두르는 기사의 팔이다. 더불어 놈의 근력이 얼마나 하찮은지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는 내 팔을 밀어내지 못했다.
놈의 발악에도 나는 이를 악물고 놈의 경동맥을 팔뚝으로 압박해 짓누른다. 토멀린에게 배운 격투술은 어설프게 풀린 근육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다.
제뉴어리가 버둥거리고 날뛰며 손톱으로 내 팔뚝을 긁어도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한참 허우적거리던 놈의 몸이 축 늘어졌다.
죽일 생각이었지만 팔 근육에 힘이 완전하게 돌아오지 않아, 경동맥을 어설프게 막았다. 의식을 바로 되찾지 못하게 머릿속으로 10초를 더 세고 놈의 목에서 팔을 풀었다.
“좆같은 새끼.”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우선 내 상태를 점검하자. 사지에 힘이 들어왔지만 큰 관절은 여전히 뻣뻣하다.
마비가 얼마나 풀렸을까. 혼자서 걸을 수 있을까?
무릎으로 기어 침대에서 벗어났지만, 다리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쉽다. 다리 근육이 마비된 게 돌아왔다면 놈을 바닥에 끌어내려 눕힌 후 목뼈를 밟아 부러트렸을 텐데.
아냐, 여기서 죽이면 안 돼.
엉덩이 안쪽이 욱신거렸다. 간질간질하면서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끔찍한 감각.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호흡이 자꾸 거칠어져 나는 몇 번이고 심호흡해야 했다.
의자 위에 대충 널브러진 바지를 발견해 무릎걸음으로 기어가다가 멈췄다. 감각이 확장되며 온몸의 솜털이 올올이 곤두섰다. 방금 제뉴어리 새끼에게도 느끼지 않았던 공포다.
그렇지만 낯설지 않은 긴장감이 도리어 올올히 곤두선 내 신경을 누그러트렸다. 그렇구나.
마왕 새끼가 오고 있구나.
문이 왈칵 열리며 예상대로 마왕이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 손에는 곤죽이 된 인간이 질질 끌려왔고 다른 손은 피투성이다.
놈이 나를 보고 의식 잃은 핏덩어리를 툭 놓는다. 죽인 건가? 아니구나, 아직 숨이 붙은 핏덩어리가 꿈틀거리는 걸 보고 나는 녀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좀 늦었네? 놈은 이미 내가 처리했어.”
“너, 다친 데는 없나.”
“이상한 약을 먹어서 근육이 풀리고, 약간 처맞고, 좀 물리고 빨리고 이상한 게 뒤에 들어가긴 했는데 그거 말고는 괜찮나?”
“하…….”
약 때문인지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래도 최대한 멋있게 자세를 잡고 한 손을 흔들며 웃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허벅지를 타고 끈끈하고 투명한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제뉴어리가 쑤셔 넣은 튜브 내용물인듯했다.
몸을 일으켰더니 고여 있던 코피가 덩어리져 코를 막았다. 킁, 하고 코를 풀자 핏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진다. 아픈 건 아픈 건데 그보다 더 민망한 게 아랫배가 근질근질한 감각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성기가 반쯤 서 있다. 빌어먹을.
마왕 놈은 제뉴어리를 보지도 않고 내게 다가왔다. 안도한 건지 겁에 질린 건지 오만 감정이 다 담긴 얼굴이 우스워 낮게 낄낄거리다 다리에 힘을 줘 몸을 일으켰다.
“억지로 일어나지 마라.”
“아니, 아직 약이 안 풀려서 그래. 움직여야 더 잘 풀리더라.”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마왕 놈이 달려와 나를 부축한다. 놈이 붙든 내 허리에 핏자국이 길게 묻었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놈의 도움으로 간신히 바지만 입었더니 누군가 휴게실 문밖에서 비명을 질렀다. 소란통에 휴게실로 달려온 누군가가 마왕이 피떡으로 만든 인간을 발견한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사람이 죽었어!”
“나는 아카데미 재학생인 자허 블리스다. 가서, 교수나 경비 대장을 호출하도록.”
“아, 알겠습니다. 거기 너, 이곳에서 이탈자가 나오지 않도록 대기해 줘.”
내가 지명한 장년의 시종은 함께 온 하인에게 이곳을 감시하도록 명령한 다음 서둘러 이 상황을 해결할 누군가를 찾아 달려갔다. 나는 마저 셔츠를 걸친 후, 우두커니 서 있는 마왕 놈의 손을 강하게 붙들고 조곤조곤 속삭였다.
“죽이지 마.”
놈이 고개 돌려 나를 바라본다. 마왕의 시커먼 눈을 바라보며 나는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내가 죽일 거니까. 내 복수 훔쳐 가면 너도 뒈진다?”
“…그래. 그건 네 몫이니까.”
“그나저나 저 피떡은 뭐야?”
“내게 거짓을 고하고, 휴게실 앞에서 누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던 자다. 공격하길래 반격했다.”
“숨만 딱 붙여놓은 거. 잘했어. 선빵 때리지 말라는 말 기억한 거네? 기특해. 말도 잘 듣고.”
마왕 놈의 살기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착한 불곰 같으니. 나는 마왕 놈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내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긴장이 풀렸거나 두려워하는 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머리가 차갑다. 저 빌어먹을 변태 새끼를 죽이지 못해서 아쉬운 거다. 좆같은 제뉴어리.
“이 무슨 끔찍한 일이!”
“당장 사제부터 불러. 그리고 이 구역에 관계자 외 출입을 막도록.”
“몸은 괜찮습니까? 곧 사제가 도착할 겁니다.”
시종에게 상황을 듣고 온 경비 대장과 교수가 상황을 보고 기함했다. 아랫도리를 까고 기절한 제뉴어리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간결하게 상황을 말했다.
곧 시종들이 나를 사건이 벌어진 휴게실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휴게실로 안내했고 종종 신세를 졌던 고위 사제가 나를 찾아와 내 상태를 살피고 치료를 해줬다.
“작은 열상과 얼굴의 상처를 치료했습니다. 복용하신 약에 대한 해독 또한 끝났습니다만, 제 치료로도 해독되지 못한 잔여 성분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자세한 검사를 원하신다면 미스트가의 약방을 방문하시길 추천하겠습니다.”
“빛께서 함께하시길. 감사합니다. 사제님.”
제뉴어리 놈이 내게 쓴 약이라고 해봤자 근육 이완제겠지. 뒷골목에서 종종 봤던 약이라 안다. 내가 봤던 것보다 품질은 좋아 보이지만……. 그보다 먼저 샤워하고 싶은데.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잠시 머물러야 했다.
되도록 외부의 접근을 물려달라 말한 후, 경비 대장에게 바텐더에게 음료를 받아 마신 일부터 테라스로 제뉴어리가 접근한 일. 기절한 후 눈을 떴을 때 놈이 한 행위를 알렸다.
점점 안색이 붉어지던 경비 대장은 곧 사람 하나 찢어 죽일 것 같은 기세로 병사를 불러 바텐더와 제뉴어리의 시종을 잡아 가둘 것을 명령했다.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신 점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확실한 조사를 위해 마법사를 불렀으니 저자가 저지른 죄는 명명백백 밝혀질 겁니다. 원하신다면 이후 처벌에 대한 조정 및 고소는 가문의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셔도 됩니다.”
경비 대장의 안색이 창백하다. 학생 간에 벌어진 문제 정도가 아니다. 내 뒤에 블리스가 있고, 블리스는 제국의 창이다. 비약하자면 소국의 왕족이 제국의 창을 향해 더러운 술수를 쓴 것이 된다. 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천천히 머릿속에서 정리한 내용을 경비 대장에게 말했다.
“이후, 사건에 대한 모든 조정은 가문의 변호사에게 일임하겠습니다. 상황 증거 및 목격자의 진술. 마법사가 조사한 내용 모두 추후 도착할 변호사에게 전달하시면 됩니다.”
변호사를 부르면 뒷일은 그에게 맡기면 된다. 영감님에게도 보고가 가겠지. 귀찮고 피곤한 일이 되겠구나 싶다.
전야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무투회도 미뤄지려나. 그건 싫은데. 그런 생각을 읽은 것처럼 경비 대장이 물어선 안 될 것을 묻는 사람처럼 한참 머뭇거리더니 무투회를 기권할 건지 묻는다.
“예선은 예정대로 참가합니다. 사제님의 치료를 받아 다친 곳은 모두 아물었으니 괜찮습니다.”
“혹시라도 예선 전에 생각이 바뀌신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빌어먹을. 내가 오기로라도 참여하고 만다. 먹었던 약의 잔여 성분이 진짜 남은 건지 아니면 나도 기력이 다한 건지 피곤하다. 뻐근한 뒷덜미를 주무르며 나는 경비 대장에게 물었다.
“내가 여기 더 있을 필요가 있습니까?”
“상황은 충분히 파악했으니 기숙사로 돌아가 쉬셔도 좋습니다.”
무투회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경비 대장이 몸 둘 바를 모를 만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못하게 막는 게 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건 이제부터 경비 대장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고 나는 내 앞가림만 잘하면 된다.
피곤하다 피곤해. 허가가 떨어졌으니 소파에서 일어나 셔츠 단추를 잠그고 코트를 걸쳤다.
사건이 파악되고 나면 처벌과 보상에 대한 판결이 내려오겠지. 보상 따윈 필요 없고 이럴 때를 위한 작은 권리 하나를 행사할 거다. 결투라면 놈의 대가리를 합법적으로 딸 수 있겠지.
마왕 놈은 아무 말 없이 내 지척에 서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누가 보면 마왕 놈이 내 시종인 줄 알겠다.
나를 덮치려고 한 놈도 드로젠이고 내 곁에서 서성거리는 놈도 드로젠이니, 경비 대장과 교수가 마왕 놈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다 흠칫흠칫 놀라고 빠르게 시선을 피했다.
잠깐 기절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 홀을 지나치지 않고 하인용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며 우리에게 길을 안내하는 시종에게 시간을 물었더니 한밤중이란다. 뭐야 한 시간이나 의식을 잃었나.
어쩐지 그 소란에 구경꾼이 적다 싶었다.
기숙사까지 걸어서 가도 될 거리지만 학교 측의 배려로 마차를 탈 수 있었다. 그래 봤자 걸어서 10분 거리였지만 알게 뭐냐. 내가 걷기 힘들다는데.
그건 그렇고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입꼬리 한쪽을 비뚜름하게 올린 표정으로 맞은편 의자에 앉은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은 마왕 놈을 바라봤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맞혀볼까?”
내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놈이 나와 시선을 맞췄다. 흐트러진 셔츠 단추를 다시 채우며 나는 덤덤히 놈이 생각할 만한 일을 유추했다.
“자책하고 있거나, 분노하거나, 높은 확률로 둘 다 하고 있겠지. 뭐.”
“…….”
“둘 다지? 내가 너무 늦게 왔다든지. 가장 먼저 나를 찾았어야 했다든지. 아니면 극단적으로 생각해서 제뉴어리를 어떻게 해야 했다든지.”
“늦게 와서 미안하다.”
그럴 거로 생각했다. 그야 그럴 수 있지. 놈과 내가 동행했다면 제뉴어리가 내게 해코지를 하지 못했겠지. 그런데 그게 마왕 놈의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은 가끔 그러더라. 문제가 생기면 가해자만이 아니라 피해자나 그 주변 상황을 탓해. 지금 나를 예를 들어볼까? 음료를 마시지 말 걸 그랬다. 그 변태 새끼에게 더 혹독하게 거절했어야 했다. 빨리 일행과 합류해야 했다. 기타 등등.”
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덤덤히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연회장에서 나를 먼저 만났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전에 제뉴어리를 처리해야 했다든지 말이야. 근데, 그거 다 개소리야.”
엉덩이가 축축하다. 가서 씻자. 다른 거 다 모르겠고 일단 씻고 싶다. 마차는 어느새 별관 기숙사에 도착했다. 마법 등이 켜진 기숙사 방들을 흘깃 바라본 후 나는 몸을 일으켰다.
“잘못을 따질 필요 없어. 이건 피해자 탓이 아니거든. 환경 탓도 아니고 그냥 가해자가 개새낀 거야. 상종 못 할 쓰레기지. 제뉴어리가 나쁜 건데 그걸 왜 내가 자책하겠어. 그리고 왜 널 탓하겠어.”
마차 문이 열린 후 문가에 앉아 있던 마왕이 먼저 내렸다. 놈은 좀처럼 내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놈의 죄책감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냥 조금 신기하긴 하다. 소설 속에서 인류라는 종 자체를 파괴하던 놈이 인제 와서 인간성 비슷한 걸 보여주는 게.
나는 이마 뒤로 넘겨 멀끔한 놈의 검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헝클어트렸다. 음, 왁스 탓인지 평소와 다르게 뻑뻑한 감촉이다.
“대화는 나중에 하자. 나 지금 씻고 싶어서 미치겠거든.”
제뉴어리 새끼가 물고 빤 몸이 찝찝하다. 젠장. 진흙탕에 굴러도 이렇게 기분 이상하진 않았는데. 뭔가 말할 것처럼 입을 여는 마왕 놈에게 고개를 저었다.
“누가 찾아오면 내일 아침에 오라고 해. 젠장. 예선전은 내일 정오부터니 그때까지 쉬면 되겠지.”
“…무투회에 나갈 생각인가?”
“거야 당연하지. 누구 좋아하라고 안 나가겠냐. 여하튼 대화는 우선 나 씻고 나서. 찝찝해 죽겠어.”
“그래. 씻고 나오면 바로 잘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다.”
“준비는 무슨,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 씻고 너도 씻어. 손에 묻은 피 다 굳었겠다.”
욕실에 들어오자마자 쏟아지는 미지근한 물에 몸을 맡기고 벽에 머리를 박았다. 홧홧하게 열이 올랐던 등이 조금 식었다. 비누칠한 스펀지로 몸을 벅벅 문질러 씻었지만 그게 끝이 아닌 걸 잘 안다. 나는 한 손으로 엉덩이를 벌리고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쯔걱―
벌어진 틈 사이 끈끈한 게 쉴 틈 없이 흘러나왔다. 빌어먹을 새끼. 얼마나 쥐어짠 거야. 잇새로 욕설을 내뱉으며 손가락을 휘적거렸다. 아무리 긁어도 뽀득뽀득하게 다 빠져나온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보다.
가려워.
나는 소리 없이 웃었다. 욱신욱신하고 얼얼한 감각이 여전히 남아 있다. 뒤를 벌린 손가락으로 입구를 문지른다. 발기한 성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손가락이 더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좀 더 안쪽에 질척거리는 느낌이 남아 있는데 이걸 어쩐다?
씻는 사이 물이 반쯤 찬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뜨겁긴 해도 상관없다. 물속에 머리까지 푹 담근 후 일어나 이마 뒤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한 발 빼고 나면 가라앉을까. 뒤가 욱신거리는 건데 앞으로 자위한다고 이게 풀릴까.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내가 자허 블리스라서 그런 걸까. 이제 충분히 악력이 돌아왔으니 지금이라면 놈의 목울대를 잡아 뜯을 수 있을 텐데.
빳빳하게 핏줄 도드라진 내 성기를 쥐고 두툼한 뿌리를 엄지로 느리게 문지른다. 고환과 맞닿은 뿌리 쪽을 엄지로 꾹 누르자 숨이 가빠오며 허리 아래가 뻐근하게 저렸다. 그와 함께 너무 열심히 쑤신 건지 얼얼한 뒤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욕조 물이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성기를 희롱하지만, 도무지 사정할 수가 없다. 몸에 열이 쌓여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 되어서야 손을 떨어트리고 그저 웃었다.
“하하, 미치겠다.”
차가운 욕조 가장자리에 이마를 박았다.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게 있을까. 거기에 ‘자허 블리스는 문제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라고 적혀 있는 걸까. 만약 적혀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내가 왜 휩쓸려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난 이 빌어먹을 영웅 전기에 합류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거기다 아랫도리 가벼운 쓰레기 귀족 아니면 마왕에게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이방인이라니. 내 배역은 왜 이따윈데. 내게 선택권은 없는 걸까.
“괜찮아. 난 아무 문제 없어.”
스스로 팔뚝을 강하게 움켜쥐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다. 우울해하는 건 좋다. 하지만 감정에 매몰되면 안 된다.
욕조에서 기어 나와 수건을 허리에 둘렀다. 거슬거슬한 수건 면에 귀두가 쓸려 움직일 때마다 허릿심이 풀렸다. 개같다. 제뉴어리 그 새끼는 내가 반드시 죽인다. 이를 갈며 욕조 밖으로 나왔다.
좋아. 생각 정리 끝. 반성도 끝. 질질 끌며 네거티브해져 봤자 내 손해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그러니까 지금은 도무지 수습하기 어려운 내 상황을 해결하는 일부터.
“어, 저기 있잖아. 많이 바쁘냐?”
피곤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많이 잠겼다. 너무 작게 말해서 못 들은 거 아닐까 했는데 내 방에서 마왕 놈이 나왔다. 아니 왜 거기서 나와? 라고 물었더니 내가 나오자마자 바로 잘 수 있게 침대를 정리 중이었단다. 착한 호구 새끼 같으니.
그런 놈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정말 많이 미안하긴 한데 내 상태가 이래서야 오늘 잠은 다 잤다. 바로 내일이 예선전인데.
“그래서 말인데, 너 마법으로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염치없는 부탁을 꺼내자니 민망함을 떨치기 어렵다. 어색해서 머쓱하게 웃자 놈이 도리어 성큼성큼 다가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아니,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내가 뒤에 뭐가 들어갔거든? 제뉴어리 새끼가 젤을 두 통이나 안에 짜 넣었어. 근데 손가락으로 아무리 해봐도 다 안 나와서 마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고.”
말로 풀어서 해봤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한 부탁이 나온 것 같다. 엉덩이 안쪽 사정 좀 봐달라니 이건 놈이 거절해도 할 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아니, 거절해도 되는데.”
“도와주마.”
자식 대답 완전히 단호하네. 어설프게 웃는 시늉을 해보다가 실패하고 시선을 피했다. 이건 내가 나쁜 게 맞지. 놈이 내게 가진 호의를 모르는 척했으면서 나 필요할 때는 이용하는 셈이니까.
“대신 내가 내일 밥 사줄게.”
“대가는 없어도 된다.”
“있어야 해. 조건 없는 호의는 쌍방에게 좋지 않거든? 네가 해주는 걸 내가 당연하게 여기면 버릇 나빠져.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 그래야 나도 마음 편하게 부탁하지.”
“네가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하마, 라고 놈이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 놈의 목소리가 부드럽다. 그걸 듣고 있자니 괜히 가슴 한쪽이 간질간질해서 시선을 깔고 바닥 매트만 노려보다가 고개를 들고 놈의 눈을 응시했다.
“부탁할게.”
마왕 놈은 나를 다시 욕실로 데리고 갔다. 놈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제법 근육이 붙은 몸인데 이 불곰 자식은 나를 갓 잡은 연어 쥐듯 가볍게 들어 올려 욕조 가장자리에 앉혔다. 그 바람에 허리를 휘감은 수건을 풀리고 여전히 반쯤 성난 내 성기가 드러났다.
보시다시피 이 상태라, 라는 뜻으로 어깨를 가볍게 으쓱해 보였다. 새까만 머리가 뒤덮은 놈의 정수리를 보고 있자니 손을 뻗어서 놈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다는 충동이 불현듯 들었지만 이럴 때 할 짓은 아니어서 참고 말았다.
허리를 쥔 놈의 손은 거기서 더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가 밀어도 까딱하지 않을 정도로 굳건하고 뜨겁게 느껴졌다. 나를 바라보는 놈의 시선에서 동정이나 불안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읽지 못한 건지 아니면 정말 덤덤한 건지 모르겠지만.
“불편하거나 하면 언제든 말해라. 다른 방법을 찾아볼 테니.”
놈이 욕조 물을 틀었다. 곧 더운물이 욕조 안에 찰랑찰랑 차오르기 시작했다. 욕실 안이 따뜻한 증기로 습해져 새삼 내가 추위를 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추위는 가셨지만 팔에 돋은 소름은 가라앉지 않았다. 소름이 돋은 이유가 추위 탓이 아닌 거다.
기분이 이상하다. 제뉴어리 새끼에게 물리고 빨릴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긴장한 거 같다. 놈이 내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중얼거리자 욕조에 가득 찬 미지근한 물이 출렁거리더니 곧 욕조 벽을 타고 물이 역류했다.
중력을 무시하고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게, 벽을 타고 기어 올라와서 내 다리 사이를 타고 엉덩이에 닿았다. 따뜻하고 축축한 게 물이 맞긴 맞는데, 이게 지금 들어, 오는데?
“어, 물이 지금 거기로 들어오는데? 들어오는 게 맞, 지?”
엉덩이골 사이 파고든 따뜻한 물줄기가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구나. 물을 써서 젤을 씻을 생각이구나. 합리적이다.
합리적이긴 한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불안해서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놈에게 묻자,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놈이 옅게 웃는다. 놈의 표정을 따라 하듯 마주 웃긴 했는데 결국 미간이 구겨졌다. 어, 잠깐. 이거, 꿈틀거리고 있는데?
“어, 야. 이거. 이거, 안에서 움직…여. 너무 들어온 것 같은데에, 읏.”
“…젤이 좀 깊이 들어간 것 같다.”
꿈틀거리는 물줄기가 조금 더 두꺼워졌다. 우, 와. 속이 이상하다. 아프거나 울렁거리지는 않지만 이게 맞나? 안쪽이 따뜻하고……. 너무 깊이 들어오는 거 아냐?
아랫배에 느껴지는 기묘한 만복감은 둘째 치고 안에서 스스로 휘젓는 따뜻한 물줄기가 점막 안쪽을 누를 때마다 아랫배 깊은 곳에서 욱신거렸다. 허리가, 자꾸 튄다.
빳빳하게 힘이 들어간 허벅지가 경련하며 몸을 떤다. 흐, 악! 나는 목 안에서 비명을 삼키며 고개를 앞으로 푹 숙였다.
방금, 안쪽을 쑤석거리는 물줄기가 이상한 곳을 쿡 쳐올리자, 하반신에 힘이 바짝 들어가며 사정감이 치밀었다. 마왕 놈이 허리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앞으로 고꾸라졌을 거다.
“움직, 여. 이거. 안에서 흡… 읍!”
안쪽이 자꾸 욱신거렸다. 참지 못하고 내 팔뚝을 물었다. 도와주는 행동에 도와주는 놈이 난감해지게 신음 같은 거 내지 말자, 라고 생각해서 한 건데 마왕 놈이 급하게 내가 문 팔을 뗐다.
“다친다. 물지 마.”
“네가 지금 내 상황을 몰라서 그러는 건데.”
“알고 있으니까 물고 싶으면 다른 걸 물어.”
그러니까 그렇게 무표정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은 무서워할 거라니까. 대답할 힘도 없어서 웃자, 놈이 내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절로 입술에 놈의 어깨가 닿았다.
“내가 물면 너도 다치거든?”
“변변찮은 네 치악력을 보자면 물어도 티도 안 날 거다.”
“내가 오늘 네놈 피를 보고 만다 이 자식아.”
이를 갈고 놈의 어깨를 물었다. 그와 동시에 안에서 빙글빙글 돌던 물줄기의 움직임이 한층 거세졌다.
“흐읍, 으…븝, 흐으윽!”
기분이 이상해. 안쪽 기분 좋은 곳부터 내장 안까지 더운 혀가 샅샅이 핥고 문지르는 것 같다. 잠깐만 기다려. 우물우물 입 안에 들어온 단단한 근육에서 입을 떼지만 다시 안에서 점막을 빨아들이듯 강하게 밀착한 물줄기에 진저리치며 놈의 어깨를 물었다.
“아네서, 움지겨. 읏…… 흐으으. 아직 머러써?”
어깨를 질겅거리며 마왕 놈에게 불분명한 발음으로 호소했다. 너무 힘들다. 허리는 멋대로 튀고, 허벅지에 힘이 잔뜩 들어가 정강이까지 아프다. 물줄기가 들어오면 안 될 곳까지 파고든 것 같다.
안에 들어온 물 탓인지 덥고 습하고, 입 안에 들어온 놈 어깨는 그 와중에 씹기 딱 좋게 단단해서 우물우물, 젖니 난 어린 고양이처럼 물어대고 있고.
“곧 끝난다.”
“무슨……! 읍… 으긋. 흐으, 으응.”
미친, 목소리가 너무, 밀착한 탓에 마왕 놈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 조금 갈라진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행위 탓인지 야하게 들려서, 온몸이 뻣뻣하게 수축한다.
머릿속에서 흰빛이 명멸하고, 곧 조각조각 파편이 되어 부서지는 환각. 동시에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 끅끅 앓는 소리를 내며 놈의 어깨를 강하게 문다.
이윽고 젤을 모두 씻은 건지 물줄기가 엉덩이 밖으로 빠져나와 나는 더운 숨을 내쉬며 긴장으로 수축한 몸이 느리게 이완시켰다.
젤이 남김없이 사라지긴 한 모양인지, 한 발 뺀 것처럼 개운하다. 개운하기도 하고.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쌌다.
“어, 그. 왜. 나왔지?”
고개를 숙이자, 내 정액에 축축하게 젖은 놈의 셔츠가 보였다. 어이가 없어 손으로 대충 문질러봤지만, 냄새부터 질감까지 정액이 맞다.
그럼 아까 진짜 간 거야? 성기도 안 만지고 물로 안 좀 씻었다고? 창백하게 피가 식는 것과 동시에 얼굴에 열이 오른다. 시뻘게진 얼굴로 놈의 셔츠를 북북 문지르다가 손끝에 부푼 놈의 사타구니가 스쳤다.
어이가 없어 고개를 들어 놈을 바라본다. 그리고 숨을 멈췄다.
흐트러진 놈의 표정이, 얼굴이, 호흡과 나를 보는 시선이 야하다.
땀과 물에 젖어 헝클어진 놈의 검은 머리카락 사이 드러난 검은 눈가가 열기로 불그스름하다. 놈의 호흡이 평소와 다르게 흐트러져 있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맛있어 보여. 먹고 싶다. 성욕은 기이할 정도로 식욕과 닮아서, 나는 원하지도 않는 허기에 시달려 놈의 셔츠 소매를 덥석 쥔다. 땀 탓인지 수분 탓인지 놈의 셔츠가 젖어 비치는 속살이 예쁘기도 하지. 시발. 이성이 날아갈 것 같다.
“…저기, 손으로 해줄까?”
“내버려 두면 가라앉을 테니 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아니 존나 신경 쓰이거든. 그리고 나도 너 만지고 싶고.”
참고 있는 건지 놈의 목소리가 쉬었다. 바지 앞섶이 팽팽해질 정도로 발기해 놓고, 놈은 나를 생각해서 참고 있다. 괜찮아, 해줄게. 말하지만 놈은 고개를 젓고 내 정액에 축축하게 젖은 셔츠를 잡아당겼다. 훅 끼치는 비릿한 냄새에 더, 흥분했다.
녀석이 지금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성욕은 마왕 놈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한 발 빼서 개운했던 것도 잠깐이고 놈을 보며 다시 열이 올랐다. 지나친 스트레스로 정신이 바삭바삭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거니까.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고 놈의 열 올라 불그스름한 눈가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를 먹고 싶어. 맛보고 핥고 네가 느낄 때까지 만지고 싶어.”
싫어? 하고 묻자 놈이 머뭇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쁘게 생겼네. 그러면 한다? 내 멋대로 묻고 놈이 작게 끄덕거리는 걸 보자마자, 마왕 놈의 바지 버클을 푼 후 속옷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욕조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를 걸친 채 눈앞에 서 있는 마왕 놈을 본다. 귓가가 불그스름하게 물든 걸 보니 귀엽기도 하지. 말 잘 듣는 불곰을 조련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내 손 안에서 놈이 흥분하고 앓는 신음을 삼키고, 헐떡거리는 걸 보는 것이 즐겁다. 내 스스로 이런 성향이 있었나 생각하게 될 정도로 놈을 탐하게 된다.
나는 놈의 성기를 손가락 사이 끼워 위로 훑었다. 조금 만져줬다고 기둥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 선액에 손가락 사이 달라붙은 표피가 미끈미끈 젖었다. 뿌리부터 선단까지 단번에 훑자, 놈의 성기가 조금 더 단단해진다.
“너, 이럴 시간에… 흣, 으… 조금이라도 자는 게 좋지 않을까.”
“좋지. 좋긴 한데 이건 세우고 자려고?”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귀두 바로 아래 두툼한 살을 손등으로 슬슬 문지르자 놈이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는 눈치다. 찌푸린 미간이 보기 좋아, 놈이 느끼는 곳을 손끝 세워 슬슬 문지르자 하반신에 힘이 바짝 들어가서 눈앞에서 놈의 복근이 꿈틀거렸다.
잊지 말자. 아무리 놈을 만지고 관찰하는 게 좋아도, 난 저 새끼에게 넣으면 안 된다.
성교하면 놈이 빠져나갈 길을 스스로 막는 꼴이 된다. 놈의 엉덩이가 아무리 잡아먹고 싶게 예뻐도, 설사 놈이 거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나는 아직 마지노선을 넘지 않았다고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
“소리 참지 마. 여기 방음 잘되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 읏.”
“…귀엽네, 진짜. 잡아먹고 싶게 굴고 있어.”
놈이 흠칫,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했다. 미치겠다. 귀여워. 젠장. 나는 입맛을 다시며 놈의 속옷을 마저 내려 배까지 휘어진 성기를 한 손으로 쥐고, 다른 손으로 놈의 허벅지를 짚었다.
“내가 못 참을 것 같아서 그런 거다.”
놈이 신음을 삼키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내 팔을 찢고 코뼈를 부술 때와 전혀 다른 조심스러운 손길에 나는 잠시 놈의 성기를 쥐고 고개만 들어 놈과 시선을 맞췄다.
“키스 안 돼. 섹스 안 돼. 그 외엔 다 괜찮은데?”
“그 두 개를 하고 싶으니까.”
“그거 하면 거기서부터 친구는 끝나는 거야.”
네 주인은 왜 그걸 모를까. 하소연하듯 놈의 성기에 대고 물었다. 괜히 얄미워 손가락 전체를 써서 조금 힘주어 감싸 쥐자 손안에서 완벽하게 커지는 게 모양도 크기도 압도적이다. 지난번엔 이걸 어떻게 입에 넣었지. 내 입이랑 목구멍이 안 찢어진 게 기적이다.
“거기에 대고 말하지, 마라.”
“싫은데? 말할 건데?”
완전 수다 떨 건데? 너랑 나 사이에 다른 관계가 뭐가 필요해. 친구가 최고지. 그거 벗으면 남은 관계는 마왕과 이방인뿐이다. 그것도 마왕 놈이 각성하면 바로 도망칠 생각뿐인, 제 주제와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이방인.
머릿속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 가뜩이나 오늘 일도 많았는데.
벌을 줄 셈으로, 고개를 숙여 놈의 귀두를 혀끝으로 핥았다. 시큼 비릿한 맛. 밖에 꺼내놓은 지 좀 시간이 된 탓에 조금 서늘하고 매끈매끈한 귀두 점막은 혀끝으로 문지르기 무섭게 물방울 모양의 요도 입구에서 다시 선액이 맺혔다.
이대로 목구멍 깊이 삼키고 사정할 때까지 빨고 핥고 깨물 생각이었다. 그릉그릉 끓는 놈의 신음에 히죽거리던 나를 놈이 내 겨드랑이 사이 팔을 끼워 단번에 들어 올렸다. 히익.
“야! 물 뻔했잖아!”
거기가 지퍼에 껴도 죽음인데 치아에 물리면, 와. 시. 식겁했네. 목덜미가 서늘해서 놈을 노려보는데, 미간을 구긴 마왕 놈은 아랑곳없이 내 몸을 가볍게 들어 올린 그대로 내 몸을 180도 빙글 돌렸다.
어, 뭐야. 지금 펠라를 거부하는 걸까. 뭐,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거부할 수 있다. 당연하다. 싫은 건 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그렇긴 한데. 막상 놈에게 거부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속절없이 가라앉았다. 젠장.
“어, 싫었어? 내가 미아……. 흐이익!”
내 몸을 빙글 돌린 놈이 곧장 내 아랫배를 팔로 휘감았다. 그리고 덥석 내 등을 끌어안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발끝만 아슬아슬 타일에 붙었을 뿐, 깨금발로 서 있는 꼴이다. 목덜미부터 등까지 놈의 단단한 피부가 닿았다. 놈이 나를 끌어안았다. 내 등에, 놈의 부스스한 긴 머리카락이 느껴진다. 그리고, 가슴.
놀랄 정도로 빠르게 뛰는 심장과 뜨거운 몸.
놈이 고개 숙여 내 목덜미를 핥았다. 그리고 엉덩이골 사이 그게 느껴진다. 내가 방금 손으로 가지고 놀고 혀로 할짝거렸던 그거. 놈의 성기.
설마, 넣을 생각인가?
“너… 너너너!”
“안, 넣어.”
넣고 싶지만. 이라고 놈은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린 후 내 허벅지 사이 제 성기를 밀어붙였다. 이 미친, 놈이 뭘 하려고.
이거 그거잖아. 스마타. 스마타! 어디서 이런 걸 배워서 내게 써먹어 이 자식아, 라고 외치긴 했는데 내 허벅지 사이 살에 제 성기를 비비며 쉰 목소리로 놈이 가쁘게 속삭이는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네가, 말하면… 언제든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하마.”
“…시발, 너 같으면 말하겠냐?”
허벅지 사이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놈의 성기가 엉덩이골 사이로 파고들어, 회음과 고환에 부딪혔다. 아랫배를 감싼 팔이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 내 몸이 앞으로 고꾸라질 일은 없다. 도리어 내 목덜미와 등허리에 놈의 날숨이 닿을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등에 철썩 달라붙었다. 놈이 한 손으로 그것을 쥐고 드러난 내 목덜미에 이를 박았다. 입술 사이 더운 살덩어리가 치아에 물려 도톰하게 올라온 살덩어리를 핥을 때마다 나는 진저리치며 자꾸 벌어지는 허벅지에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아, 흐윽!”
놈의 단단하게 솟구친 성기가 허벅지를 비비며 깊이 파고들어 내 성기에 닿을 때마다 자꾸만 목 안에서 흐느끼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회음을 거칠게 쓸며 내 고환과 성기에 마찰하는 성기 탓에 허벅지를 비롯한 마찰면이 쓸려 뜨겁다. 열 오르고, 이거 이상하다. 기분, 좋아.
“너, 이 자식. 이런 건 어디서 배웠, 흐읏!”
“누구에게… 후우, 배운 기억은 없다만.”
놈의 더운 혀가 귓등을 핥았다. 찔꺽찔꺽, 고막을 유린하는 질척한 물소리에 진저리치며 나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시발, 너무 좋아.
그사이 발기한 내 성기가 참 나답고 좋다. 그래, 욕망에 솔직한 거 좋긴 좋은 데 너무 솔직한 거 아니냐. 분명 한 발 뺀 것 같은데 왜 또 고개를 들고 그래.
“가슴, 만져봐. 가슴.”
나는 끙끙 앓으면서도 놈에게 요구할 수 있는 건 다 요구했다. 배를 고정한 팔은 둘째 치고 팔 하나는 남아 있잖아.
내 허벅지를 어루만지는 마왕 놈의 손을 직접 끌어 올려 가슴 위에 얹자, 곧장 뭉툭한 엄지가 안으로 파고들어 요철 없이 밋밋한 유두를 짓눌렀다.
나는 더듬더듬 놈에게 속삭였다. 거기도, 소독해야 하거든. 내 말을 알아차린 건지, 놈의 뭉툭한 손끝이 함몰된 유두 안으로 파고들어 마치 성기를 출납시키듯 쑤석거렸다.
“흐읏, 아. 미친, 가슴 좋아. 하, 나. 거기도 느끼나, 봐.”
놈의 숨이 점점 더 가빠졌다. 빌어먹을. 놈의 목소리에 더 흥분한 거로 모자라, 물로 관장까지 한 엉덩이 안쪽이 자꾸 욱신거린다. 관장도 한 김에 엉덩이에 실수인 척 놈의 성기를 넣어보는 건 어떨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하반신에 깃든 욕망의 요정이 뇌까지 점령한 것 같다. 이대로 본능의 흐름대로 움직였다가는 마왕이고 멸망이고 다 무시하고 불같은 관통식을 치르게 생겼다.
“엉덩, 이는 안돼.”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놈의 움직임이 잠시 멈칫하나 싶더니 다시 깊게 허리를 쳐올리며 자극에 봉긋하게 솟은 유두를 손가락 사이 가볍게 끼워 짓누른다. 흐아아. 신음을 내뱉으며 나는 고개를 떨궜다.
등허리를 꿰뚫는 것 같은 쾌감에 내 다리로 서 있을 수가 없다. 자꾸 엉덩이 안쪽이 욱신거려서, 차라리 할 거면 이 자식이랑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직, 멀었, 어? 나 더… 못 버틸 것 같…읏. 으으응. 가슴만 너무, 집요하니까. 미친, 좋아. 아.”
결국, 못 참고 내 손으로 내 성기를 쥐고 자위하듯 훑었다. 허벅지와 사타구니를 쓸리는 것만으로는 갈 수 없었다. 놈이 손으로 해줄까 묻기에 축축 늘어지는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놈의 것이 간간이 엉덩이골을 찌른다. 키 차이 탓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입구 주변을 꾹꾹 누르는 귀두에서 놈의 욕망이 느껴졌다. 빌어먹을. 알아, 안다고. 나는 힘이 풀린 손을 들어 놈의 팔뚝을 가볍게 두드려 놈의 주의를 환기하고 또 환기했다.
“읍… 흐읏, 또 나…와!”
“크, 윽!!”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욕실 타일에 정액을 쏟았다. 몸이 거칠게 경련하며 서너 차례 걸쳐 정액을 쏟는다. 내가 먼저 사정하고 잠시 후에 놈이 내 허벅지 사이 세차게 정액을 토했다.
허벅지를 타고 후드득 떨어지는 놈의 정액에도 느껴, 잘게 경련하는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타인의 정액이 허벅지 사이를 타고 흐르는 게 썩 좋은 느낌은 아니어서 나는 당당히 놈에게 씻겨달라 부탁했다.
“효도 받는 거 같아. 하. 하하. 아우 죽겠네.”
“너무 무리했다. 예선 두 시간 전에 깨울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자라.”
“부탁할게. 아이고. 운동량 늘려야지.”
욕실 벽을 붙든 손끝이 차가웠다. 두 번 사정했을 뿐인데 사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다. 체력의 문제라기보다 정신의 문제다. 놈도 상태가 썩 좋지 않겠지만 군말 없이 나를 들어 씻겨줬다.
얌전히 시키는 대로 만세하고 머리를 말리고, 놈이 앞으로 안길래 두 다리로 놈의 허리를 휘감고 목을 끌어안았다.
놈의 목덜미에서 나와 같은 냄새가 난다. 코를 파묻고 냄새를 맡고 싶었지만 끌어안고 있는 것만으로 놈의 숨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지는 것 같아서 못 들은 척 시치미를 뗐다.
“같이 자도 되나?”
“안 돼. 내가. 너 덮칠 거 같아.”
아직 욕망이 절절 끓어 넘치는 놈의 시선을 보고 나는 은은한 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엉덩이 뚫리고 싶냐고 묻자 놈이 옅게 웃으며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칫. 뚫리고 싶다고 해도 안 할 거지만 미묘하게 아쉽다.
놈도 나도 오늘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지 않았다는 걸 안다. 선 이쪽은 나름의 약속으로 단단하게 맺어진 친구 관계다. 선 저쪽은, 넘으면 어떻게 될지 일부러 생각을 포기했다.
골치 아픈 일은 더 늘리고 싶지 않다.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내 친구가 마왕이 될 것 같다』 2권에서 계속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