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맺음 --> “오빠가 모든 힘을 포기해야 해.”
“힘을 포기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언니들을 살리는 대신 오빠는 죽을 거야. 어떤 신조차 되살릴 수 없는 영원한 죽음을 맞겠지…….”
테레이스가 내 손에 아이셀을 쥐여 준다. 아이셀은 스스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여신 해방의 사용조건이 만족하였습니다. 모든 힘을 소모하여 여신을 불러낼 수 있습니다.’
“이제 오빠가 선택할 차례야. 우리 엄마를 불러내면 오빠는 죽을 거야 대신 부탁해서 언니들은 되살릴 수 있어.”
영원한 죽음이란 건. 이미 전에도 맞아본 적 있다. 아마 이 캐릭터로는 다시 접속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겠지……. 그때와 마찬가지로 운 좋게 복구되는 일도 더는 어려울 거고…….
손에 들린 아이셀을 꽉 쥐어본다. 문득 이 세계를 지켜 달라는 백신의 말이 생각난다. 뜬금없이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이 세계 NPC의 부당한 죽음을 거두어 달라는 의미에서 떠오른 걸지도 모르겠다. 굳이 당신 얼굴이 떠올라주지 않아도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어. 백신 양반.
매번 바뀌는 내 신조 중 하나가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 거든.
-‘태초의 여신 그레이아를 소환합니다.’
-‘그레이아를 소환하는 대가로 당신의 모든 힘을 소모합니다.’
-‘당신은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그걸로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여신 얼굴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
* * *
쏟아지는 햇살에 페로렌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목욕을 갓 끝낸 듯이 몸이 굉장히 개운했다. 사람이 새로 태어난다면 이런 기분인가 싶을 정도였다.
‘여기 내 집이잖아……?’
어리둥절한 얼굴로 좌우를 살펴보니 자신의 저택에 와 있었다. 분명 피튀기는 전쟁 중이었는데, 갑작스레 느껴지는 이 아늑함은 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집에 와서 세상 편하게 잠을 청하다니…….
기억을 떠올려보려 침대에 앉아 있는 동안 테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어나셨습니까? 아가씨. 많이 피곤하셨던 모양입니다. 일주일 넘게 꼬박 주무셨습니다.”
“테드……. 혹시 전쟁은 어떻게 됐어……?”
“전쟁은 승리로 끝났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아가씨. 배고프실 텐데 식사부터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래층에 준비해놨습니다. 아가씨 친구분들께선 이미 내려가 계십니다.”
“친구……?”
‘맞아! 다들 어떻게……!’
친구라는 말에 페로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지막 순간의 기억이 돌아온 탓이었다.
‘난 분명 칼에 찔렸는데……? 몸에는 상처도 아무것도 없어.’
식당으로 내려가자 셀리안과 미실트, 에르나가 태연히 앉아서 식사하고 있었다.
“어? 아가씨! 깨어나셨어요?!”
셀리안이 페로렌을 가장 먼저 반기고 뒤이어 미실트와 에르나가 인사를 건넸다. 다들 아무 일 없이 무사한 모습에 안도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
“저기 얘들아……. 뭘은 어딨어……?”
“아……. 저, 그게…….”
뭘의 얘기가 나오자. 달그락거리던 수저 소리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사라졌다. 다들 침울한 표정이었다. 말 못 할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왜 그래?”
“언니……. 내가 말해줄게.”
때마침 나타난 테레이스가 페로렌에게 지금껏 있었던 모든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
“뭘이……. 죽었다고……? 거짓말하지 마……. 다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아니잖아? 뭘이 죽었을 리 없잖아……? 다들 장난하는 거지? 그렇지……?”
믿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가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희생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뭘처럼 약삭빠른 인간이 우리 때문에 왜 자기 목숨을 끊었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페로렌은 혹시나 그가 어딘가 숨어있을까 곳곳을 뒤져 보기 시작했다.
식탁 밑에도…….
“뭐, 뭘!! 혹시 숨어있는 거야……? 그래……! 이런 데 숨는 건 너무 뻔하잖아?”
목욕탕 안에도…….
“뭘! 여기 있어?! 나 들어간다! ……없네. 그래……! 차라리 여긴 없어서 다행이야. 못 볼 꼴 볼 뻔했으니까.”
방안의 옷장에도…….
“설마 여기 숨은 건 아니지?!
뭘이 묶던 방까지 전부 살펴봤지만. 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뭘! 나 이제 재미없어지려고 해. 빨리 나와!”
셀리안은 집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페로렌을 잡아 세웠다.
“아가씨……. 그만 해요…….”
땀나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그녀의 이마엔 어느새 송골땀이 맺혀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그녀가 뭘 때문에 울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항상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으려던 페로렌. 그녀가 처음으로 뭘 때문에 우는 모습은 셀리안에게 더욱 슬프게 다가왔다.
“셀리안. 너 진짜 너무 하잖아……! 어떻게 뭘이 사라졌는데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아니지…? 그치? 아니잖아……. 뭘 죽은 거 아니라고 말해. 제발…….”
“저도 가슴 아파요. 아가씨! 전 아가씨보다 이 사실을 일주일 먼저 알았다고요……! 그 때부터 전 여기가 찢어질 듯이 아파요. 지금도 이 아픔을 견디면서 간신히 참고 있는데……! 아가씨가 이런 모습 보이시면 저도 더 이상 씩씩한 척하기 힘들단 말이에요!”
셀리안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페로렌도 참지 못하고 슬픔을 드러냈다. 그동안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웃기도 많이 웃으며 들었던 정은 쉽사리 떼어낼 수 있을 만큼 가벼운 감정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기에, 현실을 빠르게 직시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안식이 될 수 있을 터였다.
그들이 뭘을 잊는데 필요한 건 그저, 약간의 시간과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동료. 혹은……. 친구면 됐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의지하고,
그렇게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그렇게 둘은 종일을 울었다.
* * *
게임을 접은 이후로 며칠이 흘렀다. 일은 다음 달부터 시작하자고 마음먹어서 지금은 펑펑 노는 중이다. 누가 뭐래도 다음 생은 돈 많은 백수로 평생 살고 싶다.
오늘은 하연이의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그동안 밀린 데이트를 했다. 게임을 접은 뒤 여운이 많이 남아 한동안 멍해 있었는데, 바깥바람을 쐬고 나니 기분은 제법 상쾌해졌다.
“금방 갔다 올게.”
“응.”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페에 잠깐 들렀다. 하연이가 스스로 주문하겠다며 당당히 서는데 남자 직원 앞에서 잘할 수 있으려나 걱정스럽다.
걸음마 떼는 아이를 지켜보는 아버지의 심정이란 이런 것일까? 묵묵히 응원해주자.
시간 때우기 위해 휴대폰으로 쭉 둘러보는 와중에 한 기사 제목이 눈을 사로잡는다.
「김성열 기자, ‘이제 시작’,‘긴장해야 할 것. 」
“어? 김성열……?”
「3일 ㈜플리엔젤의 민형태 사업부장이 납치 사주 및 온라인 불법 성매매 관련 비리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에 국내 폭력조직인 한지파 두목 주모(46) 씨가 개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플리엔젤이 해당 사실을 알고도 묵과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사건을 직접 취재한 이성열 기자는 “검은돈의 행방이 위로 흘러 들어갔다”며“이제 시작이다. 윗분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 이거 대박인데……? 그 사건이 높으신 분들까지 연결되어 있었다는 건가……? 성열 씨 스케일이 큰 사람이었네…….”
아는 사람이 인터넷 뉴스에 언급되니까 신기하다. 내가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신기하고.
이 사건 이후로 게임은 유저들의 반발이 심해져 결국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아무리 그래도 서비스 종료까지는 생각도 안 했는데, 플리엔젤사의 주요 인사들이 찔리는 거라도 있었나 보다.
그 게임에 관해선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진짜 재밌게 했었는데……. 쌓아놨던 인연들도 아쉽고…….
근데 생각해보니 이성열 이 인간 내가 그 정도로 도와줬으면 밥이라도 한 끼 사야 하는 거 아니야? 너무하네. 진짜.
“오빠. 왜 그렇게 인상을 써?”
하연이가 주문한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묻는다.
“어? 아니야 생각 좀 할 게 있어서. 이야……. 하연이 너 꽤 늘었는데 이제 혼자서 주문도 할 줄 알고?”
“그럼! 나 이제.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근데 하연아. 내가 아메리카노 먹는다고 했었나……? 카라멜 프라푸치노 시켜달라고 하지 않았었나?”
내 물음에 하연이는 시선을 피하며 빨대를 입에 문다.
“……그, 그냥 그거 먹어. 다른 건 아직 연습이 덜 됐어.”
연습? 연습해서 된 거였냐……? 그럼 뭐 시킬 건진 왜 물어본 거지……?
“그건 증상이 나아진 게 아니라 편법이잖아? 나 단 거 땡긴단 말이야. 빨리 다른 거로 사다 줘.”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강하게 키워야 한다.
그러나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내 굳은 마음은 하연이의 말 한마디에 휘핑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그냥 마셔. 달콤한 건 있다가 내가 해줄 테니까…….”
달콤한 것…….
“어멋……. 그렇다면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이미 나란 놈은 하연이의 조련에 길들어진 애완견에 지나지 않는다니까…….
*
“응읍……. 츕……. 아아, 읏! 아-! 으응…!”
키스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하는 것만으로도 가녀린 신음을 흘린다. 오랜만에 듣는 하연이의 느끼는 목소리가 내 맘을 달콤하게 적신다. 역시 아메리카노 그냥 마시길 잘했다니까.
“오늘 엄청 민감하네?”
“시험 기간 동안 오빠 얼굴도 제대로 못 봤잖아. 오랜만에 같이 있으니까. 좋아서…….”
그래서 집까지 가는 거 못 참고 모텔로 날 이끈 거니? 텔비까지 직접 내면서?
“기대하고 있는 거야?”
“음……. 조금은 그럴지도……?”
“조금? 정말 조금뿐인지 확인해볼까?”
“꺄아!”
하연이의 다리를 잡고 들어 올리자 침대 위로 발라당 넘어진다. 예쁜 속옷이 나를 유혹하듯 촉촉이 젖어 있다.
아름다운 하연이의 골반을 부드럽게 쓸면서 팬티를 살살 내리면 조개에서 흘러나온 투명한 꿀타래가 침대 위로 늘어진다.
“이거 조금 기대한 정도가 아닌데……?”
“으……. 몰라…….”
꽃잎을 가볍게 손으로 문지르면서 의도적으로 질척거리는 소리를 들려준다.
“소리 들려? 엄청 젖었어.”
“으으으응. 흐으응…….”
밀려드는 야릇한 기분이 부끄러운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럼에도 기분은 좋은지 교태부리듯 몸을 배배 꼬며 귀를 간질이는 소리를 흘린다.
꽃잎을 간질일수록 나무의 수액처럼 배어나는 하연이의 애액을 주변 살까지 펴 바른다. 보기만 해도 탱글탱글함이 느껴지는 예쁜 국부다.
“하아아……. 오빠아…….”
“이제 넣을까……?”
“응……. 넣어줘…….”
안타까운 듯이 나를 부르는 하연이의 모습에 콘돔을 잘 착용 뒤 소중이를 슬슬 문지른다.
꾸쥬욱- 소중이를 천천히 밀어 넣으면 내부에 있던 애액이 이상야릇한 소리를 내며 성욕을 자극한다.
쫄깃하게 감아오는 하연이의 질 내가 소중이의 머리부터 뿌리까지 포근하게 압박해온다.
“하아아아읏……! 흐아아……. 허으윽……. 아…….”
넣자마자 가볍게 느꼈는지 몸을 으스스 떤다. 하연이는 안아달라며 두 팔을 벌린다. 굳이 말은 필요 없다. 행동만으로 무얼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자연스레 하연이와 껴안고 키스를 나눈다.
꾸쥭- 꾸쥭- 꾸쥭-
“흐응. 읍… 츄웁. 흐응! 흥……. 츄압…….”
오늘따라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혀를 얽어온다. 마치 그간 쌓인 시험 스트레스를 모두 풀려는 듯 그 어느 때보다 정열적으로 나를 원한다.
부드럽고 여린 혀를 탐하며 입안에서 하염없이 뒹군다.
“츄흡……. 아아아 오빠아- 좋아……! 흐윽! 읏! 끄흣!”
모델 수준으로 잘빠진 하연이의 몸을 어루만지며 출렁출렁 튀어 오르는 가슴을 손에 쥔다. 이 부드럽고 풍만한 느낌은 세상 어떤 실리콘으로도 모방할 수 없는 최고의 촉감이다.
꾸쥭- 꾸쥭- 꾸쥭-
“이 가슴을 만지고 싶어서 얼마나 참은 줄 알아……?”
“하아앙……! 응…. 오빠꺼 어디 안 가니까아 으읏… 느긋하게……. 아아응!”
하연이 말대로 내 거라는 표식을 새기기 위해 입 한가득 가슴을 물고 가볍게 깨문다.
“꺄아앗! 아파아……! 근데, 이상하게 흐응! 윽! 흥분돼……! 끼아읏!”
묘하게 젖어 든 하연이의 눈빛이 뇌쇄적으로 나를 빨아들인다.
“오빠아……. 나 변태 아닌 데에……! 흐응! 방금 그거 기분 좋았어……! 흐윽!”
더 해달라는 건지 아기처럼 가슴을 빨고 있는 내 머리를 더욱이 끌어당긴다. 부드러운 가슴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지만, 코를 박고 죽어도 좋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리라.
흥분으로 꼿꼿이 선 작은 열매를 가볍게 쥐며 허리를 깊이 밀착한다.
꾸쥭-! 꾸쥭-! 꾸쥭-!
“아흐흐으으읏! 흐아아! 응앗! 하앙! 크흣 으그읏……!”
허리의 움직임을 바꾸며 속도의 강약을 조절하자 자지러질듯한 목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온다.
꾸쥭-! 꾸쥭-! 꾸쥭-!
“아…. 아응! 미칠 것 같아……! 끄으읏! 으아앙! 아아! 하앗!”
빨라져 가는 신음의 템포를 따라 허리를 리드미컬하게 쳐올린다. 조금씩 격해지는 허리 운동에 하연이의 몸도 따라 격정적으로 흔들린다.
오랜만에 하는 관계인만큼 첫발의 신호가 생각보다 빨리 온다.
목적지를 잃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하연이의 매끈한 두 다리를 잡고 어깨에 걸어 올린다. 꾸준한 운동과 요가를 병행하는 몸 답게 유연하게 올라가는 두 다리를 바짝 당겨 잡는다.
보다 깊은 삽입에 더욱 조여드는 질압이 소중이를 자극하며 흥분을 고조시킨다.
뿍쩍-! 뿍쩍-! 뿍쩍-! 뿍쩍-! 뿍쩍-!
“으아아앙! 아아앗! 앙아아! 아윽! 어떡해! 아아! 나 어떡해에-!”
억누르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치솟는 오르가슴. 하연이도 덩달아 느껴지는지 얼굴을 가리고 쾌락적 신음만을 반복해서 터뜨린다.
벌써 싸고 싶진 않지만 색기에 절인 듯한 하연이의 반응에 이 이상 참기가 어렵다.
점차 진해지는 오르가슴의 향연에 못 참고 방출하는 그 순간.
뿍쩍-! 뿍쩍-! 뿍쩍-! 뿍쩍-! 뿍쩍-!
“뜨아앗! 아아아- 읏! 흐아아아! 끄아앗! 흐야아아아아아응♡!”
쑤아아-! 세차게 뿜어지는 성수 세례에 얼굴까지 흠뻑 젖었다. 하연이와는 지금까지 몇 차례 관계했었지만, 이렇게 분출까지 했던 건 오늘이 최초다.
“후하아앗……. 흐아앙……. 후아아아……. 후흐…….”
다리를 힘없이 풀어내리며 으스스 몸을 떤다. 조금 전 강렬했던 쾌감에 하연이의 꽃잎이 움찔거리며 남은 물기를 짜낸다..
“와…. 하연아……. 너 처음으로 분수 쇼했네……?”
“아……. 흐응…….”
아직은 부끄러운지 다리를 꼭 오므린 채 숨을 고른다.
이전에 시도했을 땐 하연이가 부끄러워하다 보니 번번이 실패했는데, 오늘 드디어 마음의 문을 완전히 연 건지. 물줄기를 시원스레 쏘아 올렸다.
남자로서 게임의 도전과제를 달성한 것 기쁨이랄까. 그런 마음이 느껴져서 굉장히 뿌듯하다.
“그래서 기분이 어땠나요? 하연 씨?”
“으응……. 부끄러운데……. 엄청 좋았어……. 정신이 하나도 없어 가지고……. 꼭 내 자신이 사라지는 느낌이었어……. 지금도 느낌이… 안 가라앉아……. 하아아…….”
솔직하게 첫 분수 쇼의 소감을 말해주는 하연이 덕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그럼 한 번 더 느껴보실까요?”
하연이는 말로 하긴 부끄럽다는 듯 고개만 끄덕인다. 좋아. 오늘 밤은 아직도 길다.
*
“쮸웁, 꾸읍……. 하아……. 춥춥……. 헤레릅…….”
벌써 3차례 사정을 마치고 잠시 쉬는 동안, 하연이가 내 소중이를 정성스레 핥아주고 있다.
“맛있어?”
“우웅……. 쭙, 쭙…….”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으니 열심히 애무하며 고개만 끄덕인다.
귀여워…….
평소에는 한두 번 하고 나면 힘도 못 쓰던 하연이가 오늘은 정말 작정이라도 한 건지. 내 소중이를 열심히 세워준다.
“오늘 진짜 기록 세울 기세인데?”
“츄으읍. 응. 오늘 각오해. 진짜 잠 안 재울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하연이의 움직임은 반 템포정도 느려졌다. 이미 꽤 지쳤다는 소리다. 기껏해야 한두 번 더 하고 나면 잠들겠지.
“일어났다. 우리 귀여운 소중이. 끝이 말랑말랑해서 촉감이 좋아.”
내 소중이에 소중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줬다. 나도 없는 애칭을……. 부러운 녀석.
슬슬 콘돔을 준비하려는데 아까 썼던 게 마지막이었다는 걸 뒤늦게 떠올린다.
“어쩌지? 하연아. 콘돔이 다 떨어졌는데……. 복도에 자판기 있으니까 금방 사 올 게.”
“으으응…….”
하연이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나를 누른다. 허벅지 위로 올라탄 하연이는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애교부리듯 몸을 비비적거린다.
“흐름 깨고 싶지 않아.”
“웬일로 어리광을 다 부리시고?”
“나 애들이 애늙은이라고 그러는데 이상하게 오빠 앞에선 어리광부리고 싶네.”
내 앞에서만 이러고 싶다니 참 사랑스러운 말이 아닐 수가 없다.
“정말 괜찮겠어? 콘돔 없이 해도?”
“밖에다가 사정하면 되지.”
“그건 별로 안전하지 못한 방법 같은데…….”
“그래서 콘돔 없이 할 수 있는 이 기회를 차 버리실 건가요? 채린이가 남자들 이런 거에 눈 돌아간다던데……?”
그놈의 채린이는 남자 심리 마스터로 자리를 깔아도 될 정도라니까…….
이젠 나도 모르겠다. 이미 3번 사정한 후라 사정액도 안 나오긴 하는데……. 모든 건 하늘에 맡기겠다.
“나 진짜 한다? 너 후회 안 하지? 진짜 책임질 일 한다?
“그래요. 여보.”
장난스레 말하는 하연이의 말에 피식 웃으며 다시 끼워 넣는다. 불안함. 동시에 행복하게 떠오르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털어낸 뒤, 지금 순간 생생하게 느껴지는 쾌락을 온몸으로 만끽하기로 했다.
“후아아아으읏……! 나 이 자세가 제일 좋아. 오빠랑 가장 가까이 붙어있을 수 있잖아.”
“그래? 좋아. 그럼 이 자세로 밤새도록 한다.”
그래. 지나간 건 잊자.
비록 게임은 끝났을지 몰라도.
내 즐거움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