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139화 (138/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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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됩니다!’

전쟁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고막이 터져나갈 정도로 큰 포격음이 들려온다.

지잉-! 지잉-! 콰아아앙-!

불, 전기, 산성, 얼음 등의 공격이 난무하며 허공을 가로지른다.

“발포해!!”

우리도 헬리쉬 300을 발포하며 적들을 포격해 나간다. 워낙에 많은 우올로가 떠 있기에 굳이 조준하지 않고 쏴도 대부분 적중한다.

그때.

콰아앙-!

“크으으윽!!”

-“우올로가 321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포탄이 날아와 퍼지더니, 실드를 단번에 부수고 무려 300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우리 우올로 체력이 1000인 걸 고려하면 3방 맞고 박살 날 수준이다.

“안 되겠어! 옆으로 돌자!”

그나마 빈약한 측면을 노리기 위해 우올로를 크게 선회한다. 그러나 이 방법도 녹록지 않다.

쾅-! 쾅!

-‘우올로가 3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올로가 56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워낙 많은 포격 때문에 옆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적들이 내가 노예사기단의 마스터라는 사실을 알아챈 건지 오히려 이쪽에 집중포화를 날린다.

“야……. 일났다.”

저렇게 많은 포탄을 피할 재간은 없다. 잘못하다가 한방에 아작날 것 같다.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했는데……!

때마침 근처에 있던 길드가 위기에 처한 나를 보고 대신 총알받이가 되어 준다.

“노예사기단을 지켜라!”

우올로에 성능 좋은 실드가 장착되어있는 건지. 적들의 집중포화를 가볍게 막아낸다.

이야……. 저 사람 뽑길 잘했네.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를 전하자 그가 엄지를 들어 보인다.

좋아. 이대로 기세를 살려 적을 무찌르자!

푸화아악-! 헬리쉬 300이 드래곤처럼 불을 뿜어대며 적의 우올로를 불태운다. 그러나 역으로 날아오는 수십 발의 포탄이 우리 갑판을 만신창이로 만든다.

“포탄 날아온다!”

“제가 막겠습니다!”

에르나가 나서서 마법을 발동하자 직선으로 날아들던 포탄이 홍해의 기적처럼 좌우로 갈라지며 퍼져나간다.

“잘하고 있어요! 에르나!”

칭찬에도 에르나는 반응할 시간 없이 날아드는 포탄을 계속 막아내고 있다.

쾅-! 쾅! 그러나 퍼붓는 포격에 전부 막아낼 재간은 없었는지 한두 발 정도는 계속 허용한다.

“크윽……!”

-‘우올로가 16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제 우올로의 남은 체력도 얼마 없다. 잠시 뒤로 빠져야 하나……?

그런데 어디선가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올로의 체력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우올로가 11의 피해를 회복했습니다.’

-‘우올로가 9의 피해를 회복했습니다.’

갑판 위를 보니 드웍프가 우올로를 수리하고 있었다. 저런 건 또 언제 배웠데? 비록 회복되는 수치는 조금씩이지만 지속해서 차오르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나서면 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좋아, 최대한 버티면서 오래 살아남자.

*

원거리 소모전이 절정에 이를 때쯤 전황은 백병전 위주의 싸움으로 흘러간다. 포격 싸움에서 워낙 많은 피해가 발생했기에 참가 인원의 1/3은 죽음을 맞아 탈락했다.

우리는 최대한 버티는 것만으로 살아남아 있을 뿐이다.

쿠웅-! 적의 우올로 한대가 백병전을 걸기 위해 우리를 거칠게 들이받는다.

-‘우올로가 103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저것들이 진짜……! 내가 어떻게 수리한 건데! 다 죽었어!!”

드웍프는 열심히 수리해 놓은 우올로를 도로 망가뜨려 놓자 적을 향해 분노의 함성을 터뜨린다.

“비르미스의 축복을 받아라!!!”

“아아아아아아!”

푸앙-! 드웍프가 망치를 집어 던지자 넘어오던 적들이 강하게 밀려 하늘 밑으로 떨어진다.

“노예사기단 마스터다! 저놈 잡아!”

적들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

아, 이놈의 인기란……. 슬슬 몸 좀 풀어볼까 했는데,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적들이 춤을 추면서 우올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엥?”

돌아보니 셀리안이 걸어 나오며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처음엔 통제되지 않는 힘이 두렵다고 하더니, 이제는 스스로 제어하는 법을 터득했는지. 완벽한 연주능력을 구사한다.

“와……. 셀리안. 멋진데……?”

셀리안은 연주에 심취한 모습으로 상대편 우올로까지 뛰어 들어가 적들을 소탕한다. 저런 사기캐가 있나……. 셀리안은 레벨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도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유저들을 저리 쉽게 정리하는 걸 보니 만약 적이었으면…….

상상도 하기 싫다.

“뭘 님! 저 잘했어요?”

“너무 잘했어요!”

셀리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초승달처럼 예쁜 눈웃음으로 화답한다.

*

“죄어들어라!”

“너희… 살아서 못가…….”

“으아아악!!”

아군의 전투력은 일당백의 수준답게 백병전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한다. 상대 팀이 어중간한 것도 있지만, 에르나와 미실트 둘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적들을 소탕해간다.

난 저거나 한번 터뜨려볼까?

아군의 맹활약에 할 게 없어지니 자연스레 강적을 향해 눈을 돌린다.

시선이 닿는 곳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우올로 한 대가 있다. 미실트의 고국에서 봤던 멜티어 함대. 그 정도와 엇비슷한 것 같다. 저것 때문에 아군이 많이 죽었지.

심지어 아직도 포탄이 남았는지 여전히 멀리서 아군 함대를 포격 중이다. 그래 저걸 잡자.

비트급 우올로에 타서 시동을 건다. 저렇게 큰 우올로에 들어가는 건 미련한 짓이겠지만, 위험 부담이 클수록 얻는 것도 큰 법이다.

“가자아-!”

후우웅-! 우올로가 폭풍처럼 질주한다. 몸체는 작지만 역시 체감속도는 비트급 우올로가 가장 빠르다. 허공을 수없이 가로지르는 포탄들을 가볍게 피해 가면서 빠른 속도로 표적에 가까워진다.

“이야아아!!”

“흐라챠!”

가까이 다가가니 먼저 와있는 아군이 있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적에 둘러싸여 대부분 전멸이다.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포탄을 피하며 적진을 향해 부딪혀 들어간다.

콰아앙-!

“지원군 또 왔다!”

적들이 나를 보고 소리친다.

“저건 내가 맡을게 다치지 않게 피해 있어!”

저게 대체 뭐냐……?

인간인지 정령인지 모를 인간이 나를 보고 다가온다. 그는 온몸에 전기를 두르고 있다. 아니, 온몸이 전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가 주먹을 내뻗자 전기 형상이 그물처럼 넓게 퍼지며 쇄도해온다.

서둘러 아이셀을 들어 막는다.

찌지지지징-!!

-‘아이셀이 1810의 피해를 흡수하였습니다.’

-‘아이셀이 2058의 피해를 흡수하였습니다.’

-‘아이셀이 1612의 피해를 흡수하였습니다.’

파짓-! 전기는 아이셀에 닿기 무섭게 사라진다. 발동도 빠르고 다단 히트 공격인데도 엄청난 피해량이다. 아이셀이 없었으면 힘들었을지도…….

“저걸 막아?!”

사기템의 위용에 당황하는 그를 내버려 두고 미실트를 부른다.

-‘진성각인의 효과로 ‘미실트’를 불러옵니다.’

직접 상대해 주고 싶지만, 써보고 싶던 기술이 있었거든!

“날뛰어 보자 얘들아!”

-‘투레스탄의 12사도가 당신의 부름에 응합니다.’

“으악! 눈부셔!”

주변에서 환한 광채가 뻗어 나온다. 적들은 섬광탄이라도 맞은 듯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다. 빛이 사라지자 내 주변엔 성스러운 기운을 활화산처럼 표출하는 12명의 사도가 서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신성의 빛을 발하는 갑옷을 두르고 머리에는 날개 달린 투구를 착용하고 있다. 제각기 다른 무기를 들고 있는 그들은 마치 천사가 전쟁 치르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것처럼 보인다.

미실트는 그들 사이의 공간으로 걸어오더니 그들과 동화하기 시작한다. 이내 미실트 몸에서도 광채가 뿜어지더니 어느덧 그들과 같은 복장을 착용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보다 더욱 튀는 복장이다.

곧 미실트가 12사도에게 지시를 내린다.

“투레스탄를 모시는 12사도여! 투레스탄의 대리인으로서 명한다! 소환자를 적대시하는 모든 존재를 심판하라!”

평소와 달리 제대로 말을 전하는 미실트의 명에 따라 12사도의 신형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그들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무기를 든 채 적들을 처참하다시피 도륙해나간다. 양손 망치, 한 손 검, 주먹, 대검, 활 등. 제각기 그 무기에 통달한 달인처럼 적들을 압살해 나간다.

개중엔 나를 공격했던 전기인간도 있다. 피해량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이 있겠다 싶었는데, 12 사도의 공격을 몇 번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모습에 김이 확 샌다.

“흐아아아악!”

적들의 비명이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여기저기서 연달아 터져 나온다.

12사도는 흡사 전투 병기와 같이 적들을 휩쓸고 감정 없는 얼굴로 다시 내 주변에 다가와 선다.

이 큰 우올로 있는 모든 적을 사냥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다수가 NPC로 차 있는 연유도 있지만, 유저로 보이는 사람들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12사도가 그냥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아주 환상적이야. 이거라면 모든 적을 다 쓸어버릴 수 있겠어.

그러나 그런 생각은 얼마 가지 못해 처참히 망가지고 말았다.

하늘에 먹구름이 휘몰아치는가 싶더니 검은 번개가 나를 향해 그대로 내리친다. 12 사도는 나를 지키기 위해 몸을 겹겹이 싸더니 검은 전기에 꿰뚫려 빛으로 산화한다.

“이게 뭐야……?”

그 강하던 12 사도 전원이 단 한 방에 죽었다고……?

오직 미실트만이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곧 검은 먹구름이 갑판 위에서 소용돌이치더니 짧은 길이의 완드를 든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운이 좋으시군요. 그 공격에서 살아 날줄은…….”

“당신…….”

플로어 초대장을 건넸던 그 남자다.

“당신 뭐야……? 왜 날 공격한 거야?”

“글쎄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대답은 이만 죽어주셔야겠습니다. 뿐이군요.”

“그거 되게 오그라드는 말인 거 알아?”

“저는 당신처럼 유저가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유저가 아니라고……? 본인이 NPC라는 소리를 하는 건가? 그보다 자신이 NPC인 걸 자각하는 NPC가 있다는 말이야?

“이해되지 않은 표정이시군요. 이해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중요한 사항은 아니거든요.”

“그건 내가 판단할 일 같은데? 너도 혹시 그란테가 맞춤 제작한 NPC 같은 거냐?

“글쎄요. 그건 비밀입니다.”

그놈의 글쎄요는……. 어지간히 대답을 회피하는군.

“그럼 이렇게 하죠. 당신이 저를 이기신다면 당신에게 유용한 걸 하나 드리겠습니다.”

유용한 거라……. 뭔진 모르겠지만 궁금하긴 하네. 하지만 뭔지도 모를 거 하나 얻자고 신사답게 싸워줄 생각은 없다.

-‘진성각인의 효과로 ‘에르나’를 불러옵니다.’

-‘진성각인의 효과로 ‘아이즈’를 불러옵니다.’

-‘진성각인의 효과로 ‘슬로이’를 불러옵니다.’

-‘진성각인의 효과로 ‘볼테이온’을 불러옵니다.’

“꽤 다양한 종류의 친구들을 두셨군요.”

“내가 다방면으로 인기가 좀 있거든? 다들 공격해!”

명령에 따라 가장 먼저 슬로이가 달려가 그의 몸을 끈적한 점액으로 뒤덮는다. 그 뒤를 아이즈가 냉기 발산으로 슬로이를 꽁꽁 얼린다. 끝으로 볼테이온이 날아들며 부리로 초대장남을 들이받는다.

피하기 어려운 연속 공격에 얼어붙은 몸통에 쩌적-!  금이 간다. 그러나 곧 부서지는가 싶더니 완전히 쪼개지다 말고 그대로 멈춘다. 그 주변으로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아이즈, 볼테이온, 슬로이가 동시에 그 자리에 굳어있다.

“어?”

얼어붙은 초대장 납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휘감으며 내 몬스터 전부를 순식간에 집어삼킨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대상을 부를 수 없습니다.’

소환도 불가능하다. 내 몬스터를 어떻게 한 거야?

일단 진정하자. 당황하지 말자. 즉사 기술은 아니었을 거야. 지팡이를 들고 초대장 남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때, 내 등을 무언가 툭 찔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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