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136화 (135/147)

<-- 길드전 -->                               이미 한지파 보스 주성태의 몸에는 바이러스가 심겨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한 거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들고 있던 힐링포션을 사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심었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바이러스라는 거, 정말 쉽게 감염되는구나 싶다.

이제 문제는 그 바이러스를 발동시켜야 한단다. 발동조건은 캐릭터 정보 초기화.

쉽게 말하면 주성태라는 인간을 한 번 죽여서 부활하게 하는 거라는데……. 김성열 지인의 말에 따르면 다음 대규모 패치 때까지 일을 주성태를 죽이지 못하면 바이러스가 초기화될 거란다.

그런 거라면 아까 말했으면 좀 좋아……? 기회가 눈앞에 있었는데 그걸 놓쳐버린 격이다. 뭐, 고통 때문에 눈에 뵈는 게 없었다고 하니 더 말할 수도 없고……. 그게 어떤 느낌인진 나도 잘 아니까…….

“하아…….”

강제 타임어택이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당분간 딴짓도 못 하겠네. 내가 진짜 이 일만 끝나면 김성열 이 사람이랑 다신 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 인생이 피곤해지는 느낌이야.

*

“어서 오세요! 길드를 창설하실 건가요?”

“네.”

길드 개설소에 들렀다. 길드 개설의 목적은 친목도 사냥도 아닌 오로지 전쟁을 위한 전쟁 길드다.

전쟁 길드는 공성전, 길드전을 지향하는 길드다. 전쟁 길드가 길드 싸움에서 승리하면 각 개인에게는 상당한 양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패배할 경우 경험치 획득량이 감소하는 등의 페널티와 함께 패배자의 낙인이 일주일간 찍히게 된다.

개설비는 1억 셀로 일반 길드를 창설할 때보다 적게 들지만, 전쟁에 패배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비용이 따로 청구돼서 실질적 설립 비용은 엇비슷하다.

“길드명은 어떻게 정하실 건가요?”

“흠, 길드명이라……. 뭘로 하지……?”

“길드명을 뭘로 하시겠습니까?”

응? 이거 어째 어디서 많이 보던…….

“아니! 아니야! 생각 좀 할 테니까 이상한 이름으로 짓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천천히 생각해주세요.”

하아……. 다행이다. 이 NPC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모양이다. 하마터면 길드명도 뭘이 될 뻔했어.

한참을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대충 짓자. 어차피 한 번 쓰고 말 길드니까.

“노예사기단.”

별다른 이유는 없다. 예전에 읽었던 책 이름이기도 하고 내 이름 기단이 들어가서 갑자기 떠올랐다.

“길드 이름을 노예사기단으로 지정하시겠습니까?”

“네.”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노예사기단의 길드를 창설하였습니다.

-‘당신은 노예사기단의 길드의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노예사기단 길드 회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길드의 자세한 혜택을 알고 싶으면 ‘길드창’을 호출하여 참조해주세요.’

아, 길드회관을 기본적으로 주나 보구나? 좋은데……?

“오, 형님 길드 만드셨군요! 진짜 전쟁 준비하시려고요?”

“그래야지. 한다면 한다.”

“저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놈들 아작내버립시다!”

제테니어 길드와의 전쟁. 단순히 이성열과의 약속 때문에 하는 것만은 아니다. 첫째는 김민철이 하연이, 하란이에게 해코지한 것에 대한 복수고 둘째는 내 몸에 칼질한 것에 대한 복수다.

전부 김민철의 손아귀에서 벌어진 일이라지만, 어쨌든 놈의 영혼은 벤지 길드라는 쓰레기 집단에서 만들어진 것 아닌가.

무섭긴 해도 놈들에게 복수는 해야 속이 후련할 것 같다. 깡그리 정리해서 내쫓아주마. 내가 하는 게임에 진짜 괴물들이 판치는 일 없도록 말이다.

전에 벤지길드의 일원으로 들어갔을 때 그들의 전력은 어느 정도 파악해뒀다. 벤지 길드는 소문만 무성하지 실질적인 전투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전에 그들의 자금력으로 만들어진 보호자들. 이번 같은 경우엔 제테니어 길드 그놈들이 문제다. 주성태를 치기 전에 그들을 먼저 무너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벤지 길드의 그림자도 못 볼 테니까.

잘 할 수 있겠지?

이건 꽤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싸움으로 얻는 것 또한 분명 있을 것이다. 운 좋게 이기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나라를 하나를 먹는 거고 거기에 따라오는 부와 명예는 어마어마할 터. 이왕 하기로 마음먹은 거, 반드시 이긴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

“길드원부터 모아야겠네.”

제일 먼저, 길드원을 모으는 게 급선무다. 모든 길드에는 일정 전투력 수치가 있다. 길드원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동맹 길드의 전투력을 환산해서 전투력 수치로 나타내는 것인데, 이 전투력이 전쟁할 길드와 너무 차이 나면 전쟁 선포조차 하지 못한다.

현재 우리 길드의 전투력은 1642. 길드원이 7명인 거 치곤 나쁘진……. 아니, 나쁜가? 제테니어 길드 수치가 얼추 20만이라고 들었는데. 차이가 심각하다.

그렇지만 격차를 줄일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제테니어는 분명 신생 길드치고 규모가 큰 편이지만 얘들 하는 짓이 꼴사나워서 많은 길드에서 적으로 삼는 모양이다. 그럼 내가 할 일은 그들을 단합해서 아군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면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본다.

여기서 문제는 방금 만들어서 전투력도 떨어지고 비전도 없는 길드와 누가 동맹을 맺어주겠냐는 건데…….

여기에 대한 대비책도 생각은 해뒀다. 일단 기본 전투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사람들 눈에 띌 거고 내가 내뱉는 목소리에도 힘이 생기는 거다.

우선 동맹으로 만들 사람을 찾아가자. 나의 힘이 되어 줄 사람들 말이다. 우선은 가까운 곳부터…….

*

“힘이 되어달라고……?”

가장 가까운 이성열의 길드를 찾아왔다. 그 항상 붙어 다니는 15인의 리더 브랙탄을 먼저 섭외하기로 했다. 처음에 날 괴롭히던 녀석이었지만, 놈이 이성열의 길드원인 이상 어차피 나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찾아온 이유는 따로 있다.

“그래. 내 힘이 되어 줘. 그리고 네 인맥. 될 수 있으면 모두 모아줬으면 좋겠어. 해줄 수 있겠지?”

브랙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놈들이 내 형제 일곱을 죽였어……. 난 절대 그 자식들을 용서 못 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이 싸움을 지원해줄게.”

“그래, 과거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이 싸움에 집중하자.”

*

두벤 마을. 나에게 처음으로 각인을 가르쳐줬던 코볼트 족장님을 찾아왔다. 지난번과 달리 꽤나 건강한 모습이다.

“그간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와서 한다는 소리가 전쟁을 치르는 데 도움을 달라고?”

“하하, 죄송합니다……. 조금 무리한 부탁이었나요……?”

“그래! 이눔아!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부족은 싸움을 좋아하지 않아.”

이번엔 실패인가. 어쩔 수 없이 작별을 고하려고 하는데 코볼트 족장이 내 걸음을 멈춰 세운다.

“그렇지만, 우리 부족에 은인의 도움을 모른 척하는 건 더더욱 있어선 안 될 일이지.”

“그 말씀은…….”

“은인을 전력으로 도와주지.”

NPC 특성상 상대의 레벨에 따라 수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막강한 코볼트 족이 우리 팀이 돼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전력이 될 것이다.

* * *

“테드-!”

“아가씨!”

오랜만에 저택에 돌아온 페로렌은 테드를 발견하고는 품에 와락 안겼다.

“건강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간 별일 없으셨습니까?”

“응. 괜찮아. 테드도 별일 없었지?”

“아가씨가 안 계셔서 허전했던 것 빼면 별일 없었습니다. 이제 여행은 끝나신 겁니까? 뭘 군은 어디에 있습니까?”

“뭘은 잠깐 어디 좀 다녀온대. 나 잠깐 테드한테 부탁이 있는데 괜찮을까?”

페로렌은 이번 전쟁에 관해 뭘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며 테드를 설득했다. 페로렌이 위험에 처할까 봐 망설이는 것도 잠시, 그녀의 부탁이라면 지옥이라도 갔다 올 수 의지를 가진 남자였기에 테드는 당연히 수락했다.

“오랜 친구 중에 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겠습니다.”

“고마워 테드.”

“뭘 군과 사이는 괜찮으십니까?”

“아……. 응……. 좋아.”

수줍은 소녀처럼 붉어지는 페로렌의 뺨에 테드는 묘한 기류를 느꼈다. 단순 동료 관계일 뿐이라면 저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으니 말이다.

“……이번 싸움이 끝나면 부케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꽃은 장미와 튤립으로 괜찮겠습니까?”

“뭐? 아, 아니야! 그런 거!”

테드가 넌지시 던진 말에 페로렌은 당황한 듯 손사래 쳤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그녀의 변명에도 테드는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페로렌이 갈아입을 옷가지를 준비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혹시 준비한다면… 로즈베리가 좋아…….”

방을 나설 무렵. 페로렌이 테드에게만 들릴 법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말이었다.

테드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페로렌은 테드의 눈에 사랑을 시작한 자식처럼 비치고 있었다.

한편, 페로렌과 따로 떨어져 나온 뭘은 페로렌의 친구였던 미란델 영애의 저택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 * *

푹쩍! 푹쩍! 푹쩍! 푹쩍!

“하으윽……! 하아아! 흐읍……! 하아! 흐앗! 으!! 아, 이 느낌 그래 이거였어……! 너무 좋아아-! 읏- 흥!”

“정말 홍보에 도움을 주실 거죠……?”

“꺄아앗! 하앙-! 아앙, 그래요-! 흐윽! 읏!”

미란델 영애의 귀족 인맥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러 들렀다. 길드전에 참전해서 우승하면 혜택이 많기에 그녀의 넓은 인맥이라면 충분히 홍보가 될 듯해서였다.

그녀는 도와주는 대가로 자신에게 뭘 해줄 수 있냐며 물어왔다.

내가 부족함 없이 자라온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별달리 있겠는가?

내 유일한 장기가 이거 하나니까 써먹어야지.

푹쩍! 푹쩍! 푹쩍! 푹쩍!

흐아아앗-! 아윽! 하아아악! 쌀 거 같아! 아하아아앗!”

잘빠진 미란델 영애의 가녀린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극적으로 당긴다. 이윽고 사정감을 최고 상태로 끌어올린 뒤, 그대로 그녀 안에 사정액을 방출한다.

“아아아아아아앙-! 하아아아응! 읏, 하아……!”

땀범벅이 된 그녀가 침대 위에 얼굴을 묻으며 행복감에 찬 미소를 흘린다.

“하아……. 아……. 역시……. 잘한다니까…….”

이것으로 에드하이리스에서 얻을 만한 지원도 문제 없을 것 같다.

*

“프리지아!

“어?! 자기야아-! 그동안 왜 한 번도 안 왔어? 속상하게.”

내 사랑 프리지아를 만나기 위해 도착한 몬드리호프. 오랜만에 봐도 예쁜 건 여전하구나, 언제나 나를 반겨줄 여인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미안, 그동안 조금 바빠서……. 근데 가게 규모가 엄청 커졌네……?”

“응, 자기가 도와주고 난 뒤로 입소문 타고 장사가 엄청 잘 돼서 지금은 이 도시에서 가장 커졌어. 어? 근데 잠깐만…….”

프리지아가 페로렌을 발견하더니 의문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본다.

“꼬마 아가씨 있었네? 근데 왜 아무 말도 안 해? 이쯤에서 소리치면서 끼어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예전 같았으면, 프리지아가 붙어있는 거 보자마자 페로렌이 질투하면서 끼어들었을 테지만, 지금은 어쩐지 여유로운 모습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해?”

“어? 그 여유는 설마……. 우리 자기랑 그거 한 거야?”

“무, 무슨 소리야! 하긴 뭘 해?!”

“끼어들지 않기로 약속한 거냐고? 무슨 생각을 했길래 저런 반응을 보일까나……?”

“으……! 진짜 프리지아가 제일 싫어!!”

프리지아에게 말려든 페로렌은 버럭 화를 내더니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그 모습을 보며 프리지아는 승자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우후후. 그럼 훼방꾼도 쫓아냈으니 내 방에 가서 오붓하게 그거 할까?”

*

허리가 빠질 정도로 비싼 값을 치르긴 했지만, 프리지아의 넓은 인맥을 통한 지원 약속도 무사히 받아냈다.

도시를 떠나기 전 셀리안이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기에 그러기로 했다. 어차피 같은 도시니까 오래 걸리진 않을 터.

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러 온 장소가 전의 그 가게가 아니었다.

“몬드리 백작의 전담 요리사가 되시다니…….”

“와……. 아버지, 정말 대단해.”

“하하. 대단할 게 뭐 있겠니, 다 백작님께서 좋게 봐주신 덕분이지.”

몬드리 백작. 그가 셀리안의 아버지를 데려다가 전담 요리사로 임명한 모양이다. 망나니 같은 아들만 뒀다뿐이지, 정말 좋은 사람 같다.

하기야 사람을 홀릴 만큼 셀리안 아버지의 요리 솜씨가 대단하긴 했지.

때마침 몬드리 호프 백작이 주방에 들어온다.

“아, 손님이 와 계시는가? 낯이 조금 익은데?”

“아, 오랜만에 뵙습니다. 백작님.”

그와 인사를 마친 뒤 얘기를 좀 나누다가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새어 나왔다. 그러자 백작은 그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다.

“음……. 제테니어라……. 그 전쟁 나도 지원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입니까? 그럼 감사하죠.”

예상치 못하게 도움을 준다는 말에 덥석 받는다.

“그 정도 규모의 전쟁이라면 분명 많은 인원이 참여할 테고, 승리하게 된다면 전쟁 참여자에 대한 입지도 올라가겠지……. 나도 돕겠네.”

“정말 감사합니다!”

인사차 들른 곳에서 뜻밖의 지원을 얻게 될 줄이야. 나에게도 행운의 여신이라는 게 따라붙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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