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실트의 왕국 -->
“와……. 예쁘다…….”
“세상에……. 정말 미실트 씨 맞아요? 저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말끔하게 씻고 머리카락도 다듬고 옅게 화장까지 하니 정말 새사람이 된 것 같다. 본래도 이쁘다고는 생각했지만, 저렇게 입혀놓으니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공주님 같은 자태를 뽐낸다.
미실트는 드레스 형식의 옷이 불편한지 자꾸 치마를 발로 툭툭치지만 정말 잘 어울린다. 하연이가 미실트에게 만들어 준 옷도 예쁘긴 했지만, 드레스를 입혀 놓으니 더 우아해진 느낌이다.
“정말 아름답구나. 내 딸아…….”
왕은 식사 내내 미실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왕의 격식은 집어던지고 순수 딸 바보 아빠로 돌아간 얼굴이었다.
*
“그럼 이제 미실트는 다신 못 보는 거야?”
“아……. 그렇겠네요……. 가족을 찾으셨으니…….”
식사 후 휴식을 취하며 차를 마시는 시간. 페로렌이 화두를 던진다. 미실트를 다신 못 본다는 말.
식사 도중 왕은 미실트의 앞날에 관해 얘기를 늘어놓았다.
왕의 딸로서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듣고 어떤 삶을 살게 될지에 대한 얘기였다. 왕녀를 대하는 왕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평범한 말이었지만, 그간 미실트와 함께 해온 우리로서는 그게 함께하는 여행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사실 왕궁에 오기 전에 이렇게 될 거란 사실은 미리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미실트가 배에서 내린다고 생각하면 서운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을 갈라놓을 순 없으니까.
“가족이 있다면 그 가족 곁에 머무는 게 맞는 거니까. 다들 너무 속상해하진 말자.”
미실트의 표정이 침울해진다. 하루아침에 달라져 버린 환경, 함께해온 동료와 다른 길을 가야 한다면 그건 미실트에게도 쉬운 이별이 아닐 것이다.
“나……. 같이 가……. 뭘, 셀리안, 페로렌, 일레이나……. 내 가족…….”
그녀로서도 배에 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모양이다.
“맞아요. 미실트씨는 우리 가족이잖아요……! 이런 곳에 홀로 남겨두고 갈 순 없다고요……!
우리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미실트에 말에 셀리안이 맞장구친다.
나로서도 좋은 전력인 미실트를 데려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딸을 찾아 그렇게 좋아하는 왕과 왕비가 허락해줄 리도 만무하고…….
미실트는 갑자기 비장한 얼굴로 일어서더니 우리를 전부 이끌고 방을 빠져나간다.
*
미실트와 함께 걸음을 옮긴 곳은 왕의 알현실이다. 왕은 곧 침실로 향하려는 듯 왕비와 시녀의 시중을 받으며 왕좌에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왕을 이렇게 불쑥 찾아와도 괜찮은 건가 싶었지만, 미실트를 보더니 오히려 환한 얼굴로 맞이한다.
“오, 미실트……! 그래, 편히 쉬었느냐? 방은 마음에 들고?”
“나……. 할 말…….”
미실트는 왕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자신이 하려던 말부터 꺼낸다.
“내게 할 말이 있다는 말이냐?”
“그래 말해 보아라.”
미실트가 우리 얼굴을 한 번씩 훑어보더니 왕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나……. 떠나…….”
“떠나……?”
설마 했는데, 진짜 이 말을 꺼낼 줄 몰랐다. 왕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되묻는다. 그러나 옆에 있던 왕비는 단번에 알아듣고 표정이 굳는다.
“떠나다니……. 미실트 그게 무슨 말이냐……?”
약간은 충격받은 왕비의 말에 미실트는 나와 동료들을 끌어안고 말한다.
“내 가족……. 가족은 함께 가…….”
뒤늦게 떠난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아챘는지 왕이 나선다.
“그들과 함께 떠나고 싶다는 말이냐……? 그렇지만 미실트 네 가족은 여기 있잖니……! 아무리 그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한들 네 진짜 가족은……!”
미실트는 고개를 젓는다. 왕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다.
“모두……. 진짜 가족……. 미실트 사랑해주는… 진짜 가족…….”
왕비는 눈물을 보이고 왕의 표정은 착잡해 보였다.
“미실트, 네 의사는 잘 알겠으나, 이번만큼은 아비로서 허락하기 어렵구나. 그들은 네 진짜 가족이 아니란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너도 이 생활에 익숙해질 게다.”
왕이 얘기하는데 셀리안이 네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미실트의 표정이 좋지 않으니 뭐라도 해보라는 소리다. 근데 내가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좋은 삶을 살다가 좋은 남편을 만나 좋은 가정을 꾸려 가는 것이 이 아비가 네게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건 옆에 있는 자네들도 이해해 주리라 믿겠네.”
왕이 우리를 보며 묻는다. 그때 셀리안이 불쑥 앞으로 나서서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게르멜 전하. 말씀 중에 무례이온 줄 알겠으나……. 미, 미실트 왕녀님의 남편은 이미 여기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서 셀리안을 쳐다보니 나를 지목하고 있다.
“응……?”
순간 머리가 굳어서 아무 말도 못 하는데 가만히 있던 페로렌도 나서서 거든다.
“맞습니다. 전하. 뭘은 사실 미실트 왕녀님과 이미 혼인을 한 사이입니다. 때문에,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당황한 것 이상으로 왕과 왕비의 표정이 놀라움을 넘어서 경악으로 물든다.
“미, 미실트 그게 정말이니?”
왕비가 묻자 미실트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멀뚱히 보고만 있다. 그러나 셀리안의 신호를 받더니 내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인다.
“뭘……. 미실트 남편…….
최근 접속이 뜸한 하연이 대신에 셀리안이 미실트를 교육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느새 이런 것까지 가르친 거야……?
왕이 나에게 직접 묻는다.
“저, 정말인가……? 자네, 왜 식사 때 그 얘기를 하지 않았는가?”
“아……. 그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 너무 당혹스러워서 잔머리 센서가 작동을 중지해버렸다. 식사 때 혼인했냐는 질문에 안 했다고 바로 대답했는데…….
“대답하게 말하지 않았던 이유가 뭐지……?”
대답이 느려질수록 왕의 표정에 의심은 더해간다.
“혹시 자네가 내 딸에게 저렇게 말하라 시킨 것은…….”
그때였다.
“음? 으읍?!”
“츄웃-♡”
미실트가 내 볼을 잡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심장이 굳어버릴 정로도 당혹스러운 상황에 나도 왕도, 왕비도 페로렌도 다 같이 굳어버렸다.
오로지 셀리안만 뒤편에서 조용히 ‘그렇지! 잘한다!’을 외치고 있었다.
*
현재 미실트와 한방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뭐가 어떻게 지나간 건지는 모르겠으나……. 미실트를 사랑하는 사람과 떼어 놓을 수 없다며 1년 여행 갔다가 돌아와서 이곳에 정착하라는 것으로 이야기가 잘 풀렸다. …잘 풀린 건가……? 참……. 황당하기도 하지.
고개를 돌려보면 미실트는 옆에서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다. 어쩌다가 내가 미실트랑 한 방에서 이러고 있는지……. 오늘 밤은 셀리안이랑 하룻밤을 보내려고 했건만, 왜 이상한 계략을 펼쳐서 먹지 못할 떡을 나에게 안겨준 거야.
가끔 엉뚱한 짓을 한다니까.
이런 상황에서 잠들 수 있는 미실트도 참 대단하다. 뭐, 그게 미실트의 매력이기도 하니까.
참……. 그 당돌한 키스를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난다. 미실트가 그런 사랑스러운 표정도 지을 수 있었구나 싶어서 말이다.
지금까지 미실트랑 이상한 짓은 참 많이 했으면서. 남편이라는 소리와 그런 키스에 왜 가슴이 뛰었던 건지 모르겠다.
“응?”
어느새 잠이 깬 건지 미실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쁘네. 왕녀라고 생각하니까 사뭇 느낌이 달라 보인다. 맞아. 처음에 미실트를 봤을 때 어디 남국의 공주 아닌가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 그 말이 사실이었을 줄이야.
“왜 깼어?”
“츄웃…….”
엥?! 뭐, 뭐 하는 거지?! 갑자기 내 옷을 끌어당겨 입맞춤하는 미실트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왜……? 목말라……?”
항상 목마를 때마다 했던 행동이지만 이번만큼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의미……. 달라……. 이거 키스…….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셀리안……. 가르쳐준 거…….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키스 주는 거……. 남편은……. 가족.”
전하고자 하는 말이 길어서 제대로 알아듣긴 어려웠지만, 기분을 전해 들으니 정확히 알 거 같다.
‘셀리안이 가르쳐 줬어……. 키스는 내가 좋아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라고.’
“뭘……. 나쁜 놈… 틀려……. 머핀 주고……. 아픈 미실트… 보살펴……. 뭘 좋은 사람…….’
‘처음엔 뭘이 나쁜 사람인 줄 알고 밀어냈지만 이젠 아니야. 뭘은 내가 좋아하는 머핀도 같이 만들어서 먹어주고, 아픈 나를 간호해주기도 하면서 부족한 나를 구박하지 않고 신경 써줬어.’
“옛날……. 아픈 기억……. 이제 없어……. 가족들 고마움……. 또…….”
‘어린 시절 내가 받았던 고통의 기억들은 뭘, 일레이나, 페로렌,셀리안. 모두가 가족처럼 대해준 덕분에 많이 치유됐어. 고마워 뭘……. 그리고…….”
“사랑해…….”
‘사랑해.’
-‘미실트의 은총을 받았습니다.’
미실트의 고백과 함께 그녀의 은총을 받았다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미실트의 은총〉
히든 기술. ‘투레스탄의 12사도’를 습득합니다.
[투레스탄의 12사도]
히든 기술. 투레스탄의 12사도를 소환하여 30분 동안 시전자의 곁에서 싸우게 합니다. 투레스탄의 13번째 사도인 미실트가 곁에 있을 때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3일)
새로운 기술을 얻었다고 메시지가 떴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나란 인간은 어느새 미실트를 끌어안은 채 정신없이 혀를 얽고 있었다.
“쭈웁……. 응……. 후읍…! 쭙! 츄읍…….”
혀끝에 달콤하게 감겨오는 촉감에 이성을 놓은 채 집중한다. 가벼운 호흡이 미실트의 내 뺨을 간질인다.
미실트는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던 사랑스러움을 드러내며 입술을 거듭 요구해 온다.
“응, 츗-! 헤릅……. 읍음……. 쪽. 쪽. 쪽.”
처음으로 정수기 역할이 아닌 미실트가 사랑하는 남자로서의 입맞춤. 감정의 교류가 오가니 그녀와의 키스는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격정적이다.
“으응……. 뭘…….”
입술을 떼놓고 살며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르고 했던 행위들을 셀리안과 하연이의 교육으로 인해 하나씩 알게 되자, 사춘기 소녀처럼 볼을 붉힌다.
“이거……. 달라…….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도 기분 좋지……?”
고개를 끄덕인다. 기분이 좋다는 게 표정에서부터 느껴진다.
“원래 키스라는 게 그런 거야.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클수록 키스도 더 기분 좋은 거야.”
“키스……. 기분 좋은 것……. 응……. 계속…….”
미실트는 기분 좋은 키스를 또 하자며 조른다. 그러나 애피타이저는 이쯤에서 중단하고 메인 요리를 맛보게 해줄 차례다.
“키스보다 더 기분 좋은 거 할래?”
“키스보다… 좋은 것……? 응……. 해.”
키스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지 오래 생각 안 하고 즉시 대답한다.
미실트 볼에 얹었던 손을 내려 미실트의 옷을 조심스레 잡는다. 리본으로 묶여있는 옷이라 끌러 내리기만 하면 벗겨지는 옷인데 막상 벗기려니 망설여진다.
그동안 미실트와 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곳에 손만 대면 무섭기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는데……. 혹시나 또 돌변하기라도 하면…….
이미 은총도 받았는데 괜한 걱정이겠지……?
“미실트. 우리가 지금 하려는 거……. 항상 미실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 아래에 손을 대야 하는데 괜찮을까……?”
그래도 두려워서 의견을 묻는다. 미실트는 잠깐 생각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뭘……. 가족……. 만져도……. 괜찮아…….”
“그래, 가족 우린 가족이니까. 그래도 이건 가족 중에서도 남편한테만 허락해야 하는 거야. 지금은 내가 미실트의 남편 역할이니까 다른 남자한텐 절대 보여주면 안 돼?”
“응. 소중한 곳……. 뭘 한테만 보여…….”
이제야 마음 놓고 미실트의 옷을 벗긴다. 부드러운 재질의 잠옷 리본을 풀자 사르륵- 흘러내리며 아름다운 몸이 드러난다. 그중에서 시선이 가는 곳이라 하면 역시나 풍만하다 못해 넘치는 유방.
이렇게 큰데도 처짐 없이 이쁜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다려온 메인은 따로 있기 때문에 그곳으로 손을 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