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112화 (111/147)

<-- 밑바닥의 진실 -->

“네 말이 사실이야? 그동안 매번 자리를 비운 것도 이 일 때문이었냐?”

물으니 드웍프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

래피드가 김민철? 드웍프 입에서 하연이 동생 남자친구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처음 들었을 때는 동명이인인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아까부터 거슬렸던 그 손목의 문신.

어디서 봤나 했더니 김민철 손목에 있던 문신이었다. 그뿐 아니라 말투나 목소리도 떠올려보면 그 인간이 확실한 것 같다.

정작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그가 김민철이라서 문제가 될 건 어디에도 없으니까 단, 그가 하는 행동들이 상식 밖의 수준이라는 게 문제다.

“네 누나는 지금 어디 잡혀 있는데?”

드웍프는 모른다며 고개를 젓는다. 드웍프의 본명은 송민성. 현재 김민철한테 누나가 감금당한 상태라고 한다. 그 증거로 나에게 동영상을 하나 전달해줬는데, 김민철이 한 여성을 가둬놓고 낄낄거리며 송민성을 협박하는 영상이었다.

보고 있자니 치가 떨렸다.

드웍프는 김민철에게 무려 3800만 원이라는 거액의 빚이 있다고 했다. 드웍프의 말로는 누나가 빌렸다고는 하는데 그 말을 믿을 수 없나 보다. 솔직히 나도 그렇다. 그만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하연이 동생한테 돈을 빌린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렇지만 경찰에 신고 없이 꾸역꾸역 갚아 나가는 이유는 그가 검은 조직과 연계되어 있고, 잘못하다간 인질로 잡힌 누나가 잘못될까 봐 그렇다고 한다.

내 돈도 최근 김민철의 독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훔친 거고…….

내 돈을 훔친 건 괘씸하지만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드웍프를 마냥 탓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잘못은 드웍프가 아닌 드웍프를 이렇게까지 몰고 간 그 자식이 한 거니까. 나도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넘어갈 아량은 있다.

생각해보니 애초에 그 개자식이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하연이 동생을 만났다는 거지?

갑자기 그놈한테 얽혀 있는 여자가 한둘이 아닐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한다.

“형님. 절대로 이쪽 사업에 뛰어드시면 안 돼요. 제 말 명심하셔야 해요.”

드웍프가 당부한다. 납치에 감금에, 이쪽 사업도 마냥 깨끗한 사업은 아닌 모양이다. 아까 이 건물 3층에서 본 장면. 여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그 이상했던 장면 말이다. 처음엔 그게 뭔가 싶었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의문이 풀리기 시작한다.

놈들은 단순 게임 속에서만 성매매를 알선하는 게 아니었다. 이놈들은 게임 속 유저를 실제로 납치해서 파는 인신매매단 짓거리도 하고 있었다. 남자든 여자든 어느 쪽도 수요가 있기에 가리지 않나 보다.

놈들은 별도의 개조 프로그램을 써서 유저와 NPC를 구분할 줄 알고, 더 나아가 캐릭터가 아닌 유저의 실제 외모까지 판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연이가 나한테 했던 외모 공개 시스템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이다.

“무서운 놈들이네…….”

정확히 어떤 변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지까진 모르지만, 드웍프 말로는 성인 게임 실행 시 인증하는 신분증 정보까지 알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바이러스 코드라는 것이고.

바이러스 코드가 심어진 유저의 신상정보는 모두 놈들의 손아귀로 들어가게 되고, 놈들은 그 정보를 이용해서 유저들을 납치하고 성매매 수단으로 이용해 온 것이다.

드웍프는 강압에 못 이겨 그런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을 왔다고 털어놓았다.

“유저한테 심어 놓는다는 코드, 혹시 나한테도 심었냐?”

“아니요! 절대요! ……그게. 사실 심으려고는 했는데… 이상하게 형님은 안 먹혀서…….”

“안 먹혀?”

“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바이러스가 먹히지 않는 유저는 형님이 유일했어요.”

드웍프는 코드가 숨겨진 퀘스트나 거래 등으로 바이러스를 심는다고 한다. 그가 준 퀘스트나 거래를 수락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 방법이 나에게는 통하지 않은 듯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통하지 않는다면 나로선 좋은 일이지.

“나한테 저지른 일은 내가 묻고 넘어간다 치고, 너는 어떻게 할래?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아니에요! 그러지 마세요! 형님이 위험해져요.”

“김민철 그 새끼는 나도 마음에 안 들었고. 어차피 나한텐 바이러스도 안 심어진다며? 그럼 놈들이 나에 대해 알아낼 방법은 없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잖아요. 전 형님이 다치는 거 원치 않아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플로어에 오지 않으셨으면 한 건데…….”

지금 하는 말은 거짓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그냥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걸지 모르겠지만, 고등학생밖에 안 됐는데 하필이면 그런 악질적인 놈들이랑 얽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안쓰럽다.

“증거를 모으자.”

“예……?”

“협박엔 협박으로 응수하는 거야. 기업이든 사업이든 몸집이 커지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게 뭔지 알아? …바로 내부자야.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게, 운영자로서는 가장 두려운 일이거든?”

우리 회사가 그런 식으로 망하고 있었기에 잘 알고 있다.

“잘 봐. 여기 널린 게 놈들의 악행 자료야. 우리가 바로 놈들이 두려워할 그 내부자들이고. 이런 자료들을 모아서 한 번에 터뜨리면 여기 쫄딱 망하게 할 수 있어. 경찰, 사이버 수사대, 하다못해 게임사 측에다가만 넘겨도 분명 조치를 취할 거야.”

“하지만 그러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저희 누나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사용하지 않더라도 반격할 수 있는 힘을 기르라는 거야. 김민철이 네 누나를 데리고 있다고 했지? 하지만, 그놈도 결국 조직의 부속품 중 하나라며? 네가 조직에 타격 입힐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김민철이 널 함부로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건 너무……. 무모한 것 같아요. 형님. …그냥,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형님은 이곳에 발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진짜인지 확인되지도 않은 빚을 혼자서 다 갚겠다고? 그런 미련한 짓을 왜 자처하냐는 말이야.”

드웍프는 시선을 떨군다. 그동안 당해온 게 많아서인지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검은 조직을 상대로 싸우라는 것 자체가 무모한 소리이긴 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돈을 갚는다고 해서 김민철이 드웍프의 누나를 풀어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놈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드웍프를 괴롭히고 굴려 먹으려 할 것이다. 그게 쓰레기라는 놈들의 본성이니까.

조직과 싸워서 이길 거라는 보장은 솔직히 없다. 위험할 수도 있고……. 그렇지만 최소한 김민철과는 싸워서 이길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아, 하여간 꼰대 새끼가 말은 겁나게 많아요. 조용히 리스트만 받아갈 것이지 뭔 놈 사설을 30분 넘게 늘어놔?”

우리의 대화가 끝나고 김민철이 불만을 토로하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민성이 우리 형씨 지루하지 않게 말동무 잘 해드렸냐?”

“네. 형님…….”

김민철은 드웍프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내 앞에 앉는다.

“그래서, 제 제안은 어떻게 생각 좀 해보셨습니까?”

“하겠습니다.”

“오, 시원스러워서 좋네.”

내 발언에 김민철은 물론 드웍프까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나는 놀라는 드웍프에게 의지 전달로 말을 걸었다.

-‘내가 할게. 드웍프. 아니, 민성이랬나?’

-‘하지만 형님……!’

-‘증거 모으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넌 의심 사지 않도록 지금까지 하던 대로 행동해.’

나를 많이 걱정하는 눈치지만, 말려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는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기다려봐요. 길드 초대장 보낼 테니까.”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나는 이미 여왕벌을 납치해서 판매까지 한 이력이 있다. 내가 한 일을 수습하는 셈 치고, 김민철 이 자식을 박살 내고 악행을 일삼는 이 파렴치한 조직을 게임에서 쫓아낼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정체가 안 들킬 거라는 가정하에 자신하는 거지만…….

*

길드에 가입했다. 예상했던 대로 김민철은 일시금으로 준다던 10억 셀은 주지 않았다. 온갖 핑계를 다 갖다 대더라.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안 주니까 놈에 대한 복수심이 더욱 이글거린다. 탈탈 털어주겠어! 김민철…….

그나저나 페로렌은 좀 괜찮나……?

우올로에 돌아오자마자 들려온 소식은 페로렌이 쓰러졌다는 말이었다. 페로렌의 방문 앞을 지날 때, 셀리안이 그녀의 방에서 나왔다.

“셀리안, 아가씨 상태는요?”

“지금은 안정된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예요. 아가씨는 제가 돌볼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이즈도 열심히 도와주고 있고요.”

“아이! 아이!”

귀여운 아이즈를 쓰다듬었다.

“아가씨 깨어나면 말씀드릴게요.”

“고마워요. 셀리안. 그리고 아이즈 너도.”

“아이!”

안정됐다는 말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셀을 만지다가 쓰러졌다는데 최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싶네……. 그래도 자기가 하겠다는데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럴 땐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자.

*

나는 벤지 길드의 정보를 어떻게 모을지 생각하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방안에 들어서니 하연이가 침대에 웬 남성 의류 하나를 펼쳐놓고 있다.

“어? 하연아 접속했네?”

“어, 오빠!”

“그건 무슨 옷이야?”

“플로어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옷에서 힌트를 얻어서 만들어 봤어. 오빠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한 번 입어 봐!”

굉장히 어둡고 중후한 멋이 있는 복장이다.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플로어의 지배자가 입는 옷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오, 엄청 편해……!”

직접 입어보니 가죽과 스판덱스를 적절히 섞어서 활동하기 상당히 편하다. 그뿐만 아니라 공격에 취약한 부위는 철 장식으로 땜질을 해놔서 튼튼해 보이기까지 한다.

“마음에 들어 보여서 다행이다.”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야……. 지금까지 입었던 옷 중에 제일 좋아.”

하연이가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뭐가 마음에 안 들겠냐마는 이 옷은 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는 흔적이 곳곳에 보여서 더욱 마음에 든다.

“참, 하연아. 저번에 김민철이 네 동생한테 돈 빌려 갔다는 건 어떻게 됐어?”

“아, 그거? 헤어졌다고 말은 하는데……. 그것 때문에 요즘 동생이랑 사이가 별로 안 좋아. 나 때문에 헤어졌다는 식으로 말을 하니까 내 얼굴을 보려고도 안 해…….”

“상처는 받아도 잘 헤어진 거라고 생각해. 내 친구 중에 김민철을 아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인간 깡패인가 봐. 질 나쁜 조직이랑 얽혀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슬프겠지만 빨리 헤어진 게 나중을 위해서 차라리 잘된 거야.”

깡패였다는 말에 입을 벌리고 놀라는 하연이. 전혀 몰랐는지 꽤 충격받은 눈치다.

“하란이는 어쩌다가 그런 사람을……. 그래도 오빠 말이 사실이면 정말 다행이다.”

“그렇지…….”

혹시나 걱정할지 모르니 김민철이 여기에 있다는 건 말 안 하는 게 좋겠지?

“근데 하연아…….”

“어 왜?”

“간만에 우리 둘이 이렇게 오붓하게 있는데…….”

하연이는 내 말에 눈을 예리하게 뜨더니 살며시 미소 띤다.

“흐음……. 그래서……?”

하연이 얘 봐라? 다 알면서 떠보는 건가? 나를 조련하는 솜씨가 많이 늘었네. 나는 하연이의 손을 잡았다.

“그래서가 아니고……. 우리 스킨십 안 한 지 꽤 됐잖아…….”

“우리가 맨날 하는 건 스킨십 아니야……?”

“에이, 그건 스킨십의 범주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나……? 연인끼리는 조금 진한 스킨십이 있어야 애정도 샘솟고 그러는 건데…….”

허리를 감싸며 가까워지자 하연이는 나를 살짝 밀어낸다. 그러나 싫어서 밀어낸다기보다 한번 튕겨보려는 심산인 것 같다. 처음엔 안 그러더니 이거 분명 임채린이 가르친 것 같은데…….

멀어지지 못하게 꼭 끌어안으니 마지 못한 척 몸을 안겨 온다.

“으응… 진짜…… 나 미실트 공부시켜줄 시간인데…….”

“끝나고 하면 되지.”

“오빠랑 하고 나면 나 기운 없는 거 알면서…….”

그러면서도 입술에 슬며시 침을 바른다. 키스할 준비를 마친 하연이의 머리카락을 뒤로 살짝 넘기며 살며시 입을 맞춘다.

“응, 츄웃……. 쪽.”

*

의자에 앉아 하연이의 봉사를 받으니 왕이 된 기분이 따로 없구나.

“츄웁, 헤레읍……. 오빠… 이거 어때……?”

하연이는 혀끝으로 귀두 뒷부분을 간질이며 내 반응을 살핀다. 작은 혀가 귀엽게 달라붙는 그 느낌에 자연스럽게 호흡이 새어 나온다.

“허어으……. 좋아.”

“오빠. 소리 내는 거 너무 귀여워……! 보고 있으면 막 더 괴롭혀 주고 싶어. 쮸웁……!”

얘도 은근 사디스트 기질이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여왕님 버전의 하연이도 싫진 않지만…….

슬슬 서로의 전희를 마치고 하연이와 침대에 나란히 마주 누웠다. 게임 캐릭터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몸이야 정말…….

“아! 하으으윽……! 아……. 오빠 캐릭터는 너무 크게 해놔서 너무 아파…….”

“남자들은 큰 것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다 보니…….”

가까스로 하연이 안에 넣고 나니 눈물이 살짝 고여 있다. 하연이와 게임에서 관계를 맺을 때는 항상 아파서 눈물을 흘린다. 사실 조금 미안하다……. 나도 이럴 줄 모르고 무작정 크게 해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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