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성에서 생긴 일 --> 바글거리는 정문과 달리 옆으로 난 작은 쪽문은 한산하다. 저기는 뭐지? 두 명의 병사가 지키면서 간혹 한두 명씩 통과시키는데, VIP 전용문이라도 되는 건가?
나는 그 앞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창을 겨누며 소리친다.
“멈춰라! 왕성 방문객은 좌측의 정문으로 돌아가라!”
“여기는 무슨 문인가요?”
“왕성의 관계자 전용이다! 계속 알짱거리면 강제 집행하겠다!”
결국 반강제로 쫓겨났다.
무섭게 구네…….
왕성의 관계자 전용이라……. 누가 들어가는지 알아보니 시녀, 하수인, 기사단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로 들락거린다.
저 사람 중 하나로 변장해서 들어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신분 검사를 철저히 하는 바람에 그건 조금 힘들어 보인다.
적당한 방법이 뭐 없을까? 어……?
그때, 한편에서 3, 40명의 사람이 문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아 기사 견습생들인가! 들어와, 들어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열심히 성장해서 이 나라의 밑거름이 되도록 해라.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잘 지도해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기사 견습생……? 저들은 왜 신분증 검사를 안 하지? 저 복장 때문에 그런가? 하기야 복장이 신분이란 말이 있으니까…….
“우리도 이제 문지기 신세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건가?
“그래도 저 애들 제대로 훈련받고 하려면 1년은 더 기다려야 할걸?”
저거면, 시도해볼 만하겠어……. 좋아…….
*
나는 그 길로 하연이에게 달려가 기사단이 갑옷 안에 입는 활동복을 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엔 무리한 부탁이 아닐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흔쾌히 만들어주었다. 1시간 만에 나온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품질이 뛰어나다.
심지어 원래 기사들이 입는 활동복보다 좋아 보이는 수준이다.
“오빠 잘 어울려!”
“와……. 흠잡을 데가 없네……. 고마워 하연아.”
“그건 어디에 쓰게?”
“아, 나중에 말해줄게. 오빠 퀘스트 때문에 들러야 할 곳이 있거든……?”
“응. 난 옷 좀 만들다가 미실트 글공부시키고 있을게.”
미실트 공부시키는데 재미라도 들렸나 보다. 저런 말 하니까 꼭 애 엄마 같네.
*
“후우……”
긴장된 한숨을 내쉬며 왕성 쪽문을 바라보고 있다. 아까 병사들에게 얼굴을 보여서 어떻게 할지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교대했는지 지금은 다른 얼굴들이 서 있다.
그럼, 가자.
“멈춰라! 웬 놈이냐?”
“저……. 저 여기 견습 기사인데요……?”
오늘 컨셉은 고문관 컨셉이다. 찌질함의 극한을 보여주겠다.
“견습 기사라면 소집이 한 시간 전인데 지금 왔다고?”
“아, 저 실수로 늦잠을 자가지고…….”
“늦잠……?”
“기사증 제시해 봐.”
기사증? 그런 게 있었어? 어……. 망했는데……? 아, 아니야 침착해. 컨셉만 잘 유지하면 들어갈 수 있어. 나는 온몸을 뒤적거리는 시늉을 하면서 머리를 벅벅 긁는다.
“아……. 죄송해요. 급하게 나오느라 집에 놓고 온 것 같습니다.”
“돌아가라, 너 같은 놈은 기사가 되면 그건 우리 기사단의 수치다.”
바로 입장 거부라니……. 아까 걔는 웃으면서 들여보내 주던데 얘는 왜 이렇게 빡빡해? 내가 컨셉을 잘못 잡았나? 이러면 안 되는데……. 그렇다면 비장의 무기 사용하는 수밖에……
“아! 선생님 제발요……! 저 잘리면 어머니한테 죽어요! 기사 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는데 저 얼굴 어떻게 들고 다니라고요!”
“이거 못 놔? 얻어터지고 싶지 않으면 당장 놔 이 자식아!”
문지기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자 귀찮다는 듯 발을 거칠게 휘두른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단단히 붙잡는다.
“어우 씨! 이 자식 이거, 왜 이렇게 힘이 세?!”
그때, 왕성 안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문지기의 행동을 중지시킨다.
“거기 뭐야?”
“아, 단장님! 견습 기사라는데 기본이 안 된 녀석이라, 돌려보내는 중이었습니다.”
단장이라고 불린 사내는, 뭔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문지기에게 명령한다.
“흐음……. 지금 왕께서 시찰 돌고 계시니까 일단 들여보내. 너, 그 아이 갑옷 차려 입혀서 훈련장으로 보내고, 너는 따로 병영 앞에서 기다려. 알겠지?”
“문 지키는 건 한 명으로 괜찮습니까?”
“원칙은 안 되지만 급하니까 어쩔 수 없다. 빨리 움직여.”
“예, 알겠습니다.”
*
뜻밖의 행운으로 간신히 왕성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봐, 거기서 대충 너한테 맞는 갑옷 차려입고, 아까 말해준 곳 있지? 거기로 가서 견습기사단장님을 찾아. 만약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새면 너도나도 죽는 거야 알겠어?”
“예 예.”
“대답 한 번만 해라. 진짜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은 바쁘니까 참는다.”
갔나? 돌아보니 그는 잽싸게 사라진 뒤였다. 쟤도 참 더운데 고생이다. 그나저나 이게 기사 갑옷인가? 입는 법도 참 복잡하네. 어차피 안 입을 거지만.
대충 걸치던 기사 갑옷을 던져놓고 기사 활동복을 탈의한다. 이제 하연이가 만들어준 멋들어진 복장으로 돌아가서 성내를 활보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거기!”
기척 없이 뒤에서 들려온 한 여성의 목소리에 나는 활동복을 도로 입고 기사 투구를 재빨리 머리에 썼다.
“자네는 뭐지?”
한 여인이 옆에서 다가온다. 언뜻 보기에도 갑옷이 으리으리한 게 꽤 높은 직책인가 본데……. 문지기가 말했던 견습기사 단장인가? 여자라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자네는 뭐냐고 물었을 텐데?”
화가 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랬더니…….
와 이쁘다……. 아, 이게 아니지…….
“아……. 저! 견습기사……. 입니다.”
“기사증 제시해 봐.”
아, 그놈의 기사증 진짜…….
“노, 놓고 왔습니다.”
“기사증을 놓고 와? 기사증은 기사의 이름이다! 이름을 놓고 다닌다는 게 말이 되나 병사! 어디 소속으로 배정받았지?”
어디 소속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저……. 잘 모르겠습니다.”
“소속을 몰라……? 자네 이름이 뭐야?”
“마, 마시스 후르트 카프테일입니다!”
“그런 가문은 처음 들어보는데? 어디 출신이지?”
집요하게 물어오는 그녀의 말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내가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녀도 나의 이상한 부분을 눈치챘는지 검을 빼 든다.
“투구를 벗어라. 병사.”
매서운 눈빛, 얼핏 섹시해 보일 순 있겠지만 지금은 나를 긴장시키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어쩌면 좋지……? 여기서 얼굴을 보이고 내가 왕궁의 침입자로 낙인찍히면, 기사단에 쫓기는 신세가 될 텐데……. 그렇게 되면 퀘스트가 물 건너가는 건 물론이고, 레마테리어 왕국에 다신 발도 못 붙이게 될 거다.
어떻게 든 벗어나야 한다.
그래 지금은 특별능력치를 올려서 도박을 걸어볼 때다.
카리스마: 5 /근성: 4 / 의지: 2 / 기품 : 2
현재 내 특별 능력치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말빨이 가장 잘 먹힐 수 있는 능력치는 바로 ‘카리스마’다. 몇몇 특별 능력치는 5부터 그 효과가 폭증하는데, 최근 카리스마가 5를 찍으면서 그 효과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음식점에 뭘 먹으러 들어가면 서비스가 잘 나오고, 잡템을 사도 깎았으면 깎았지 바가지 쓰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카리스마는 각인에도 영향을 주다 보니 카리스마가 높아지면 굴복이 더욱 잘 올라간다.
현재 3개까지 올릴 수 있으니, 이걸 카리스마에 전부 투자해서 8을 찍는다면, 이 상황을 벗어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경고다. 투구를 벗어라. 병사!”
“죄송하지만 벗을 수 없습니다.”
“뭐……?”
“이걸 벗었다간 제 미모에 반하실 게 뻔하니까요.”
“미친 건가 병사?”
미친 소리긴 하네……. 그렇지만 지금 카리스마 8이라면 충분히 진심으로 믿게 만들 수 있다. 자신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만약, 제 말이 진심이면 어쩌실 겁니까? 제 말이 진짜라면……!”
깡-!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칼이 휘둘러지며 투구 중간이 쩍- 갈라진다.
“커윽……!”
“흥! 말이 많군. 병사. 아니, 침입자라고 해야 하나?”
투구가 깨지면서 망치로 머리를 때린 듯한 울림이 느껴진다. 골머리를 느껴지는 충격에 무릎이 저절로 꿇어진다. 최소 말이라도 하게 해주지……. 인생은 역시나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고개를 들어라, 네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주지.”
카리스마가 안 먹히니 이제 어쩌지? 정말 큰일 났는데…….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
나는 지팡이를 조용히 꺼내 든다. 그리고 그녀가 방심하는 틈을 타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내 공격에 반응하는 그녀의 움직임은 제법 빨랐지만, 나를 상대하기엔 어림없는 속도다.
“크흣?! 으… 큿!”
넘어진 그녀 위로 재빨리 올라타서 목을 쥐고 지팡이로 얼굴을 겨눈다.
“미안하지만, 내 얼굴을 본 이상 당신 그냥 못 보내.”
“역시……. 침입자 였……. 크윽… 나한테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나?”
이 여자에게 일단 각인을 새겨야겠다. 외모도 뛰어나고 기사 단장급이라면 꽤 돈이 될 것이다. 근데 하나 걸리는 게 기사 단장치고는 너무 약한 거 아닌가 싶네……. 국력이 약해서 그런가?
그때 한쪽에서 몇 명의 병사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그들을 피해 기사단 옷이 걸려있던 환복장 안으로 몸을 피신한다.
“으읍-!”
그녀가 기사단을 부르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고 얌전히 기다린다. 그들이 가자 조심스럽게 손을 뗀다. 각인은 이미 걸고 있다,
“타국의 첩자냐? 날, 대체 어쩔 생각이지?”
나를 노려보는 눈동자가 청명하게 빛난다. 홍채 색이 참 예쁘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설마 날 과격하게 때려눕히고 112조각으로 토막 내서 산에 내다 버릴 생각인가?”
무슨 그런 잔인한 말씀을…….
“아니, 그럴 생각은…….”
“그게 아니라고? 그럼 설마……! 이 단단한 갑옷을 벗기고 내 안에 깊숙이 박아 넣으면서 힘들게 지켜 온 처녀막을 사정없이 유린하고 찢어놓을 놓을 생각인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러다가 결국 왕과 모든 국민들 앞에 내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서 강간한 뒤 끝내, 차디찬 강물에 던져버릴 생각인가?! 난 아무도 없는 곳으로 흘러 물귀신과 함께 죽어갈 운명이구나……. 아흐으으윽……!”
이런 미친 여자가 진짜 왜 이래……?! 약간 정신병 있는 것 같은데, 이 여자로 결정해도 괜찮은 건가? 지금이라도 각인 취소할까……?
그녀는 갑자기 갑옷을 풀러 내린다.
“흑! 그래! 할 테면 해봐라 이 더러운 괴한……!”
그러더니 내의를 스스로 거칠게 풀러 내고는 풍만한 가슴을 내 앞에 드러낸다. 꽤 큼직한데…….
“그 더러운 손길로 내 몸을 만지고 쥐어짤 생각이겠지……!”
그런 말을 하더니 내 손을 자기 가슴으로 끌고 간다.
“어? 이봐, 뭐 하는……?”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자기 가슴을 마구 주물럭거리며 신음성을 터뜨린다.
“이, 이렇게 할 건가?! 크흐윽……! 하아앗…! 하응! 당신 절대…. 같은 악당한테……! 굴복하지 흐-읏……! 않아! 아-앙!”
이 여자 뭐야 무서워……. 굴복이고 뭐고,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녀는 스스로 하의를 벗더니 내 손을 잡고 자신의 팬티를 강제로 찢어버린다.
“꺄하-읏! 이렇게 내 팬티를 찢은 다음에! 그다음은 뭐지? 기다란 손가락으로 내 순결한 그곳을 격렬하게 비벼댈 생각인가?! 이렇게? 꺄윽! 하앗……!”
내 손가락을 자기 꽃잎에 사이에 넣더니 스스로 허리를 흔들며 비벼댄다. 그녀는 가벼운 절정을 느꼈는지 내 몸에 기대 허벅지를 떨더니, 내 얼굴을 붙잡는다.
“흐으응…! 하아……. 내 입술만큼은……! 절대로! 네놈에게 줄 수……!! 응! 츄웃-! 후읍-! 츕!”
내 볼을 붙잡고 끌어당기더니 입술을 맞추고는 격렬히 빨아들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