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90화 (89/147)

<-- 검은 초대장 -->                               “으음…… 뭘… 니임…….”

꿈속에서도 내 이름을 부르는 셀리안을 두고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알몸으로 누워있는 그녀가 감기 걸리지 않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갑판으로 나왔다.

“어우……. 간만에 허리 좀 놀렸더니 꽤 힘드네.”

밤늦도록 이어진 그녀와의 행위를 마치고 나니 셀리안의 복종도는 어느덧 100%를 찍었다.

〈셀리안의 은총〉

완성도가 높은 음악을 들으면 잠재가 10이 상승하며 3시간 동안 경험치 성장률이 50% 상승합니다. 한 곡당 1회만 적용됩니다. 곡의 연주자가 같을 경우 한 달에 한 번만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경험치는 나에게 별로 효과가 없지만, 잠재가 오르는 것은 좋다.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한다. 서리한을 팔아서 수중에는 5억이 넘게 있다. 프리지아 가게에서 들어온 금액도 무려 4천만 셀이 넘다 보니 1억 셀을 현금화했음에도 넉넉하다.

길드라……. 길드를 만들면 이점이 뭐가 있더라……?

찾아보니 길드원끼리 소통할 수 있는 전용아이템 지급, 길드 보유 시 평판증가, 전용 퀘스트, 길드 추가 경험치, 길드 전용 창고, 길드 전용 건물 보유 가능 등. 다양한 기능이 많다.

그렇지만 나한테 쓸모가 있으려나……? 3억이나 들어가니까 길드 만드는 건 일단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하아……. 바람 좋다.”

우올로는 시원한 밤바람을 가르며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하연이한테는 에드 하이리스에 있는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으나, 그렇게 하면 영영 오해를 풀지 못한 채 나쁜 놈으로 남을 것이기에 적당한 핑계를 대면서 끌고 다닐 생각이다.

한 번 나쁜 놈으로 찍힌 이상 좋은 놈이 될 때까지는 나쁜 놈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래……. 이게 하연이의 마음을 떠볼 좋은 기회기도 하니까.

“아이! 아이!”

“아이! 깜짝이야!!”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즈 덕분에 심장이 차갑게 식어버릴 뻔했다. 얘는 맨날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야?

“아이……?”

“아이즈……. 후우……. 무사했구나. 괜찮아?”

“아이!”

내 목숨을 건져준 녀석이니 화를 낼 생각은 없다. 그저 살아있다는 데에 안도감이 들 뿐이다.

“어디서 갑자기 나온 거야?”

아이즈가 얼음 가루를 뿌려서 자기가 어디 있었는지 말해준다.

“내 몸속에 있었다고?”

“아이!”

“쿠억……!”

증명하듯 내 입속으로 들어온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여러 번 느껴봐도 이 느낌은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기다란 소시지를 씹지 않고 삼키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몸이 차가워지면서 다시 한번 손끝에 서리가 낀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아이즈가 내 몸에 들어오면 얼음 저항력이 꽤 높아진다. 이런 걸 보면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지만, 이 녀석이 내 몸에 오래 있으면 손발의 감각이 사라져서 영영 못쓰게 될 것만 같아서 두렵다.

차라리 얼음 마법 능력이 같은 게 생겨서 얼음 빔 같은 것도 막 나가고 그러면…….

파지지직-!!

“뭐야……?”

진짜 생겼잖아?! 내 손바닥 위에 눈 서리가 소용돌이치더니 손을 뻗은 방향으로 얼음 빔 비스름한 게 나갔다. 얼음 빔이 스친 곳을 직접 만져보니 정말 꽁꽁 얼었다.

엄청나잖아, 이거?!

“아이즈 너 좀 대단한데? 콜록, 콜록……!”

여전히 기침은 나오지만, 이런 거라면 유용하게 쓸 수 있겠어.

우르릉-! 휘우웅-! 갑자기 날씨가 급변한다. 누가 봐도 불길한 일이 밀어닥칠 것을 암시하듯 뜬금없이 천둥과 바람이 강하게 휘몰아친다.

갑자기 왜 이래? 여기 있다가 벼락 맞을까 두렵다. 빨리 들어가자.

그때, 신이 내 말에 응답이라도 하려는 듯 거짓말처럼 내 앞에 번개가 콰아앙-! 내리친다. 엄청난 굉음에 귀가 찌르르 울린다.

“응?”

문득 거대한 그림자가 보여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우올로……?

안 그래도 어두운 밤하늘을 의문의 우올로 함대가 가리기 시작한다. 저게 뭘까 대체……? 곧이어 함대로부터 확성기를 통해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음색이 흘러나온다.

“발견했다. 킹킹! 저놈이 우리 가보를 훔쳤다. 킹킹!”

킹킹이라면……. 아이즈를 만나러 갔을 때 그 상인 녀석이 아닌가?!

“놈을 죽이고 가보를 되찾자 딩딩!

“죽이자 핑핑!!”

가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가보를 훔쳤다는 거야? 설마 헬파이어 구슬을 말하는 건가? 킹킹이 말하는 물건이 정확히 뭔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들의 포격이 시작됐다.

쾅-! 쾅-!

-‘우올로가 47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올로가 62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베리어가 파괴되었습니다.’

-‘30초간 이동속도가 30% 상승합니다.’

“으악!!”

“어우! 형님! 이게 무슨 소란이에요?!”

“무슨 일이야? 뭘?”

갑작스러운 포격에 우올로 선체가 크게 요동치며 안에 있던 드웍프를 비롯한 동료들이 갑판으로 뛰쳐나왔다. 언제 온 거야 얘는? 일단…….

“다들 들어가!”

문을 닫고 재빨리 사령실로 향한다.

“우올로 다 부서지게 생겼네!”

“형님! 갑자기 뭔데요? 무슨 상황인데요?!”

“드웍프 네가 훔친 헬파이어 구슬 찾으러 온 것 같은데……!”

콰앙-!!

-‘우올로가 42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크으윽!!”

묵직한 철포가 갑판을 강하게 때린다. 드웍프와 말하는 그 잠깐 사이에도 쉴새 없이 몰아치는 포탄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나는 재빨리 조종을 위한 마법 수정에 손을 얹는다. 자동이동 시스템을 해제한 뒤 드웍프를 부른다.

“드웍프! 이것 좀 맡아!”

드웍프가 마법 수정을 잡자마자 나는 무기 조종석으로 뛰어간다. 쿠웅-!! 선체가 또 한 번 흔들리며, 배의 외벽 일부가 떨어져 나간다.

-‘우올로가 59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은 내구도 850. 빠르게 깎여가는 우올로의 내구도를 보며 식은땀을 닦는다. 셀리안과 페로렌. 선체의 큰 흔들림에 어느새 위협을 느낀 일레이나 마저도 사령실에 들어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드웍프! 놈들하고 높이 좀 맞춰!”

내 말에 드웍프는 우올로를 위로 급히 띄워 올린다. 선체가 45도 높이로 상승함에도 선체 내부는 마법으로 인해 꽤 안정적인 느낌으로 기울어진다.

“어디 한번 해보자 이것들아!”

나는 우올로에 달린 헬리쉬300을 이용해서 4척의 함대 중 가장 바깥에 떨어져 있는 함대를 표적으로 삼는다.

푸화악-!!

화염방사기가 뿜어져 나갈 때의 위협적인 소리와 함께 팽이처럼 회전하는 불덩어리가 적의 우올로를 그대로 강타한다.

“그렇지!”

콰아악-! 퍼엉-! 적들의 갑판 정중앙이 커다란 구멍이 뚫리면서 그 안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그 뒤에 지옥의 악마를 불러들이는 듯한 불길이 활활 치솟기 시작한다.

우올로에 타 있는 적들이 성급히 붙은 불을 끄려고 안간힘이다. 그러나 헬리쉬로 인해 한번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게 바로 신형 우올로의 참맛이다! 괜히 공격형 우올로가 아니라고!

“주변을 돌면서 공격에 안 맞게 시간 좀 벌어!”

헬리쉬300이 강력하긴 하지만, 그만큼 쿨타임이 긴 편이기에 그동안은 주의해야 한다.

콰앙-! 파지지짓-!! 우올로에 난데없이 번개가 내리친다. 킹킹의 함선에 달린 무기가 번개를 불러들이는 것 같다.

-‘우올로가 5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동속도 상승효과가 끝났습니다.’

-‘전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일시적으로 이동속도가 20% 감소합니다.’

베리어 파괴 시 30초간 얻었던 이동속도 증가 효과가 사라지고 전기로 인해 느려지는 효과까지 총 50%의 이동속도가 한순간 감소했다. 왠지 엄청 느려진 느낌이다. 그렇지만 공격형 함선이기에 여전히 적들보다는 빠르다.

일단 무기부터 노리는 게 낫겠어.

킹킹의 함선에 달린 타원형의 철 막대기 저게 아마 무기인 듯 보인다. 나는 그곳을 향해 목표를 지정하고, 적정 속도와 각도를 조절한다.

푸화악-! 헬리쉬 300이 발사되고 영락없이 부서질 거라고 생각했던 무기는 킹킹 함선의 보호막에 막혀 사라지고 말았다.

저 녀석도 베리어가 있구나. 베리어는 가격이 꽤 나가는 편이라 탑재하지 않은 우올로도 많았다. 그렇지만 역시 많은 물건을 보유한 만물상의 킹킹답게 베리어 정도는 기본으로 가진 듯하다

쾅! 쾅!

-‘우올로가 47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올로가 58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으으! 형님 놈들이 너무 잘 맞춰요!”

계속 움직여봐도 집요하게 맞춰오는 놈들의 공세에 드웍프가 심각한 얼굴로 소리친다.

남은 내구도는 695. 어느덧 30%가 넘게 체력이 감소한 상태다.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드웍프 여기 와서 무기 맡아!”

나는 드웍프와 자리를 바꿔서 우올로의 조종대를 잡았다. 가로로 쭉 늘어선 킹킹의 함대……. 그렇다면 다수의 적선을 일직선으로 두면서 공격 각도를 좁혀 나간다.

후우웅-! 우올로의 가속을 이용해 급히 하강한 뒤 가장 바깥쪽 불타는 함대를 중심으로 크게 선회한다.

퍼엉-! 적선에서 포탄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오지만, 자기편 우올로에 막혀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어느 정도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어.

“드웍프 무기 장전되는 대로 공격해! 불타는 것부터 노려!”

“예, 형님!”

푸화악-! 헬리쉬 300이 화가 난 용처럼 불을 뿜으며, 적선에 적중한다. 이미 한 번 공격당한 적의 우올로는 이어지는 두 번째 공격으로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활활 타오른다.

“잘했어 드웍프!”

적들이 타들어 가는 우올로를 버리고 옆의 우올로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한 번 흔들어볼까?

“충돌한다! 다들 꽉 잡아!”

나는 적의 우올로를 향해 쾌속 전진한다. 쿠웅-! 붙어있던 적의 우올로 두 대가 연달아 크게 흔들리며 적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타오르는 배를 버리고 넘어가던 적 선원 대부분은 끝없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선체의 앞부분에 충각을 별도로 달지는 않았지만, 이동속도를 중시하는 전투형 우올로 답게 단순히 부딪히기만 해도 꽤나 큰 충격을 준다.

갑작스레 밀어붙인 공격에 적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게 시야에 들어온다. 지금이 기회다. 재빨리 후진한 뒤 2차 돌격을 준비한다.

“가자!!”

쿠웅-! 타오르는 배의 불이 바로 옆 함선에 옮겨붙으며 피해를 확산시킨다.

“거리 벌릴 테니까 무기 바로 발사해!”

우올로를 후진하자마자 헬리쉬 300이 지옥의 화마를 내뿜는다. 푸화악-! 이미 불이 옮겨붙은 두 대의 우올로는 나란히 불길에 삼켜져 재사용할 수도 없는 잿가루로 변해 추락한다.

“킹킹! 화났다. 킹킹! 가보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내 가족을 죽였다. 킹킹!! 복수한다. 킹킹!!”

킹킹의 함선에서 분노에 찬 확성기 소리가 들려온다.

그럼 나라고 가만히 앉아 죽음을 맞을 수 있나? 먼저 공격해오니까 반격한 거지……. 물론 시작은 헬파이어 구슬을 훔친 드웍프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덕분에 서리한을 먹었으니 나도 할 말은 없다.

아마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드웍프가 안 훔쳤어도 내가 훔쳤을 거다.

콰앙-!

-‘우올로가 46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올로가 51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더욱 거칠게 몰아붙이는 킹킹의 함대. 두 대가 추락한 이후, 한결 맞추기 쉬워진 탓에 쏘는 족족 우리 갑판을 때려 부순다.

콰아아앙-!

-‘우올로가 63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선장실이 파손되었습니다.’

“헉! 내 방!!!”

사령실 바로 옆에 포탄이 떨어졌다. 바로 내 방이 있는 곳이다. 이 망할 자식이……. 내가 어떻게 꾸며놓은 방인데……!

쿠웅-!

“크윽!”

-‘우올로가 103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 대의 우올로가 옆구리를 그대로 들이받자 충격이 꽤 크게 울린다.

“뭘! 적들이 이쪽으로 직접 건너오고 있어!”

“아, 이런 젠장……! 페로렌! 이리 와서 이거 기울어지지 않게만 잡아줘!”

“나, 이거 못 하는데?!”

“거기 가운데 선에 맞춰서 균형만 맞추면 돼!”

“아, 알았어!”

재빨리 뛰쳐나가 적 함선에서 넘어오는 고블린 비슷한 것들을 막기 위해 준비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