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83화 (83/147)

<-- 아이셀 업그레이드 -->                               방에 들어갔더니 그녀가 나에게 아이셀을 건넨다.

“어? 벌써 끝났어요?”

이번에는 하루도 채 안 걸린 것 같은데 아이셀 업그레이드가 끝난 모양이다.

“조율은 미리 해놨고 소질만 끌어냈을 뿐이니까 오래 걸릴 건 아니었어. 조금 차가우니까 조심해.”

그녀 말대로 아이셀은 냉동실에 넣어둔 쇠붙이처럼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소질을 끌어낼 때 발생하는 열 때문에 아이셀이 불안정했는데, 서리한 덕분에 안정화 작업은 무사히 끝냈어.”

그럼 뭐가 바뀌었는지 볼까……?

[아이셀]

요구 레벨 제한 1 *아이셀 착용 시 레벨업 할 수 없습니다.

희소성: ???

〈소질〉

-여신의 방패-

더 이상 잠재로 건강이 증가하지 않는 대신에, 피해 종류에 상관없이 사용자의 잠재 능력 20배에 해당하는 수치만큼의 피해를 목걸이가 전부 흡수합니다. 해당 능력은 방어 무시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여신의 거울-

여신의 방패로 1회 누적한 피해를 방출할 수 있습니다.

엥……?! 페로렌이 2차 조율을 끝내고 난 뒤 여신의 방패 효과가 변했다. 기존에 있던 소질도 변할 수가 있는 건가 싶었지만, 페로렌은 조율 과정에서 소질이 변하는 건 당연한 거라며 나를 다그친다.

잠재능력의 무려 20배만큼이나 피해 막는 건 좋지만, 덕분에 잠재가 건강으로 가지 않는다니……. 앞으로 아이셀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 같다.

원래 잠재 1당 체력 20이 늘었으니……. 최종적으로 막을 수 있는 피해는 이전과 똑같다. 대신 여신의 거울이라는 능력이 생기면서 막은 피해만큼 적에게 되돌릴 수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지는 시험 해봐야겠는데…….

*

그러므로 드웍프를 불렀다.

“그러니까 저보고 형님을 한 대 쳐보라는 거죠?”

“그래……. 나를 싫어하는 마음을 한껏 담아서 때려봐.”

“에이, 제가 형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저는 그런 거 잘 못해요…….”

그러면서 손가락은 왜 그리 정성껏 푸는 거냐……?

“그럼 갑니다. 형님. 하아아아아!!!”

어깨까지 전부 풀어 내린 드웍프가 허리의 회전력을 이용해서 펀치를 날린다.

“푸헉!”

뻐억-! 턱주가리가 돌아가며 뇌를 울리는 통증에 바닥에 철퍼덕 엎어진다.

-‘21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드웍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넘어진 나에게 다가와 복부를 퍽-! 퍽-! 발로 찬다.

“죽어!”

-‘11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죽어!”

-‘105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크윽……! 이 새끼가 진짜……!

*

“죄송합니다. 형님. 순간 이성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얼굴에 피멍이 든 채 퉁퉁 부은 드웍프가 잘못을 고한다. 최대 체력을 올려놓지 않았으면 어이없게 천국 구경할 뻔했어……. 쟤는 복종도가 90이 넘는데도 왜 저 모양인 걸까? 하여간 이상한 녀석이야…….

그나저나 왜 피해가 그냥 들어오는 걸까?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그랬지. 목걸이를 차고 있는데도 피해가 전부 들어오는 것 같았어. 그렇다면…….

“그래서, 이번엔 정확히 목걸이를 치라는 말씀이시죠……?”

“그래. 아까처럼 이상한 흐름 타면 죽는다.”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드웍프는 다시 자세를 잡고 공격한다. 이번에는 내 요구대로 정확히 목걸이만을 공격한다.

퉁-!

-‘199의 피해를 흡수했습니다.’

어……?! 목걸이가 북을 치듯 작게 울리더니, 피해가 완벽하게 막힌다.

“너 세게 친 거 맞아?”

“네, 그럼요. 형님. 진짜 하나도 안 아프세요?”

“다시 해봐.”

두 대, 세 대를 쳐도 똑같다. 드웍프가 보내는 힘이 완전히 차단되며 미약한 진동만이 느껴질 뿐이다. 그럼 방출은 어떻게 하는 거지? 그때…….

“우억-!”

파앙-! 목걸이의 보석으로부터 작은 폭약이 터지듯 충격파가 일더니 드웍프를 멀찍이 날려버렸다. 힘을 방출하고 싶다는 의지를 읽으면 자동으로 터지는 것 같다.

피해의 양을 물어보니 200 정도 닳았다고 한다. 딱 녀석이 나를 공격했던 만큼의 피해다. 근데, 충격파의 범위로 볼 때 기껏해야 1m 남짓이라 근접한 적을 대상으로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

“아가씨 빨리 다음 재료 알려줘요!”

“네가 알아서 찾으라니까?! 하나하나 다 말해주길 바라는 거야?”

아이셀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말에 페로렌의 방에서 떼를 쓰는 중이다.

분명히 아이셀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서 물어보면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말을 안 한다. 이것도 뭐 퀘스트인가? 힌트는 자기 방에 있는 서적에서 찾을 수 있다는 데……. 페로렌 방에 책이 좀 많아야지…….

얼굴이 빨개지는 걸 보면 미노타우로스의 고환 같은 건 아니겠지 설마……? 매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는 하지만은…….

“아, 그러지 말고 그냥 말해줘요! 저걸 언제 다 찾아봐? 갑자기 또 어디 도망가요?”

“몰라, 나 화장실 갈 거니까! 알아서 찾아!”

“안 돼! 말해주기 전까진 못 가!”

“흥! 어디……. 꺄악?!”

달아나려는 페로렌에게 몸을 날려 허리를 붙잡았다. 그런데 그녀가 넘어지면서 잡은 문고리가 그대로 작살나는 바람에 방에 갇혀버렸다.

“뭐 하는 짓이야?! 멍청아!!!”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태세전환을 시행한다. 우리 아버지께선 말씀하셨지 언제나 위기는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고.

셀리안이나 드웍프에게 귓속말을 하면 방에서 나갈 순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왜? 페로렌을 곤란하게 할 생각이거든?

나는 일부러 드웍프와 셀리안에게 귓속말을 해서 이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한다. 혹시나 페로렌이 그들에게 부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문 고장 났잖아!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아, 이거 못 나가게 생겼네. …아가씨 제가 문 열 방법을 알고 있는데…….”

“그럼 빨리 열지 않고 뭐 하는 거야?”

“아이셀 재료 알려주면, 나도 나갈 방법 알려드릴게요.”

그녀가 독이 오른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마음대로 해! 필요 없으니까!”

“나도 그러면, 아가씨 말대로 서적이나 아주 느긋이 찾아봐야겠네요.”

화장실이 급한 것 같던데 어디 한번 버틸 테면 버텨보시지.

*

젠장, 생각보다 잘 버티잖아……? 벌써 밤늦은 시간인데, 그녀는 태연히 잠자리를 준비한다.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니 굉장히 당혹스럽구나. 화장실이 급한 게 아니었나……?

“하아암…….”

그녀가 포기하기를 기다리며 30권도 넘는 책을 훑어봤지만, 나오라는 아이셀 내용은 안 나오고 하품만 연이어 나온다. 안 되겠다. 오늘은 포기하고 자야겠다. 내일이든 모레든 못 버티겠으면 말해주겠지. 뭐…….

응……? 웬 수첩이? 나는 페로렌이 옷을 갈아입으며 떨어뜨린 듯한 작은 수첩을 향해 몰래 손을 뻗는다. 혹시나 그곳에 아이셀과 관련된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탓이다.

* * *

‘페로렌 얼굴이 빨개진 이유가 그거였나…….’

아이셀의 다음 재료는 역시나 수첩에 적혀있었다. 재료도 알아냈고 이제 드웍프를 불러서 나갈까 생각했는데, 페로렌이 침대 위에서 나를 부른다.

“뭘……. 거기 딱딱할 테니까 여기서 자도 돼. 침대… 넓으니까…….”

아직은 툭툭거리긴 해도 그때의 고백 이후는 확실히 살가워진 느낌은 있다. 작은 애정 이벤트로 보이니 받아줄까?

“나, 궁금한 게 있어…….”

“뭔데요?”

“뭘은 만약 나한테 고백받으면 어떻게 할 거야?”

“고백 벌써 했잖아요……?”

“아! 그건 아니라니까?!”

정식으로 고백이라도 할 생각인가? 예전에 그녀의 수행원으로 생활할 때도 한 번 비슷한 질문을 했었지. 그녀를 바라보니 나를 향해 몸을 돌리고 있었다.

“음……. 아가씨 같은 사람한테 고백받으면…….”

“아니 나 같은 사람 말고…….”

페로렌은 곧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마주친다.

“나한테… 제대로 고백받는다면 받아들일 수 있어……?”

확실하게 하고 싶은 건가?

나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 별빛이라도 들어있는 듯 맑게 반짝인다. 그 청아한 아름다움에 심취해 그녀에게 어떤 대답을 건네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아, 혹시 오해하지는 마. 고백하려는 거 아니니까. 네가 평균적인 남자의 눈이라고 생각했을 때 어떤가 해서……. 요즘 같은 마음으로는 정말 평생 결혼도 못 하게 될 것 같아서……. 그게 두려워서 자꾸 확인하게 돼. 고백받는 거 말고, 언젠가 내가 진짜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내가 고백한다면 받아줄 남자가 있을까……?”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시선을 내린다. 다시 한번 떠올려봐도 그녀는 내 취향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랑스러움은 도저히 취향 차이로 걸러낼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대답하기 힘들면 안 해도 돼. 내가 성격도 못됐고, 어른스러운 매력도 없고, 입도 거칠고, 가슴도 작고 그렇지만……. 그냥 혹시나, 혹시나 해서…….”

“거절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어……?"

“평소 같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고백받으면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요?”

페로렌의 눈이 갑자기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한다. 왠지 모르게 감동받은 눈빛이다.

“저, 정말이야?”

“아니요. 거짓말이에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아가씨는 제 취향 아니에요.”

“아 뭐야! 이 씨!”

그녀가 열 받아서 내 팔뚝을 힘껏 친다. 그렇지만 너무 연약해서 아프지도 않다.

“그렇지만 유혹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저 한번 유혹해 볼래요?”

“유혹을……?

“그래요.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그녀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을 가다듬는다. 그리고는 유혹 비스름한 걸 시작한다.

“당신이 만약……. 나를 선택해준다면, 나와 즐길 수 있는 걸 조금 맛보여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자신의 잠옷을 살짝 들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푸흡……. 푸하하핫!”

“왜 웃어?!”

너무 못해서 차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대체 어디서 저런 유혹을 배운 거야? 생각해보니까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어디였지. 어디 영화에서 나왔던 장면인가……?

“아, 미안해요. 갑자기 웃긴 생각이 나서……. 절대 아가씨 보고 웃은 거 아닙니다.”

“하, 너 제정신이야? 내가 유혹하는데 감히 다른 생각을 했다고?”

그녀는 기가 차서 웃더니 표정을 굳히고 내 위에 올라탄다.

“뭐에요? 갑자기?”

“나한테… 빠져들게 해줄게.”

페로렌은 자신의 손으로 내 손을 덥석 잡는다. 그러더니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간다.

이걸 어떻게 반응해주지……? 주무르기라도 해야 하나……. 어떤 반응이 좋을까 떠올리는 중 그녀의 표정이 기분 한껏 상한 듯 바뀐다.

“가, 가슴을 만지게 해줬는데 어떻게 아무런 반응이 없어? 너 남자 맞아?”

“가슴을 만지게 해줘야 반응을 하죠.”

말의 의미를 알아챘는지 발끈한다.

“하아……. 됐어. 안 해! 너 같은 거한테 내가 뭘 바라겠어.”

그녀가 토라져서는 침대에 누우려 한다. 장난은 이쯤 해둘까? 내 몸에서 내려가려는 페로렌을 확 뒤집어 아래로 향하게 한다.

“꺅?! 무슨 짓이야 이게?”

“아가씨는 아가씨다운 게 가장 매력적이에요. 남들 따라 할 생각 말고 아가씨처럼 행동해요.”

“나처럼……?”

“그래요, 아가씨처럼……. 그럼 유혹에 성공하셨으니 다음 단계를 밟으셔야죠?”

“뭐 하려는 거야 지금?”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페로렌을 두고 그녀가 떨어뜨린 수첩의 한 부분을 펼쳐서 보여준다.

“너 내 수첩은 언제……?”

“아이셀 재료. 여신 그레이아의 힘을 조율하기 위해선 처녀의 피가 필요하다. 다음 재료가 이거 맞죠?”

“네, 네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야 멍청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잠깐……. 혹시…….

“아가씨 설마, 데몬인지 데모즌지 그 자식이랑 잤어요?!”

“뭐?!”

“그 자식이랑! 그거……. 했냐고요?!”

“아……. 안 했어……!”

설마 하는 마음에 페로렌의 정보창을 열어보는데 다행히 〈성기교〉 관련 항목이 보이지 않는다. 확실하진 않지만, 성관계를 한 적이 없으면 〈성기교〉 항목이 안 보이는 것 같다. 고로, 페로렌도 아직은 처녀라는 거다.

왠지 다행이다…….

“키스는요?”

“몰라……!”

이건 또 왜 모른데? 갑자기 열이 확 오르네. 침묵을 고수하겠다면 내게는 스스로 입을 열게 하는 기술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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