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79화 (79/147)

<-- 눈의 정령 아이즈 -->                               한참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페로렌의 모습에 데모즈가 물었다.

“페로렌, 혹시 어디 아파요?”

“네?”

“오늘따라 말수도 적고 얼굴도 붉은 것 같은데…….”

“아, 아니에요…….”

“어디 좀 봐요.”

데모즈가 가까이 다가와서는 페로렌의 이마에 손을 대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열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오늘은 쉬는 게 좋겠어요.”

*

페로렌을 별장 앞까지 배웅한 데모즈는 그녀를 갑자기 끌어안았다.

“페로렌……. 나 당신과 함께하는 요즘이 너무 행복해요. 나한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여인은 당신이 처음이에요. 앞으로도 당신이 내 곁에 함께해줬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페로렌.”

몸을 꼭 감싸 안고 사랑을 고백하는 데모즈의 말에 페로렌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좋아해야 할까?

-‘원하시던 꿈을 이루는 거니까 좋아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슬퍼해야 할까?

-‘슬퍼요? 아가씨가 원하던 일이잖아요 이건.’

“시끄러워! 제발 그만해!!!”

자꾸 귀찮게 귓가에 맴도는 뭘의 목소리에 페로렌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러나 데모즈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화를 내는 페로렌의 모습으로 비칠 뿐이었다.

“페, 페로렌……?”

“헉……! 죄, 죄송해요. 머리가 아파서……. 저, 먼저 들어갈게요. 죄송해요. 데모즈 공.”

사사건건이 마음 안에서 훼방 놓는 뭘 때문에 페로렌은 결국 아무런 표정도 짓지 못한 채 자신의 별장으로 들어섰다.

* * *

“으으…….”

뼈가 시릴 만큼 차가운 한기가 폐부를 타고 들어온다. 몸에 진흙이라도 바른 듯 감각이 무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죽고 다시 태어난 건가? 아니면 죽지 않은 건가……?

눈을 뜨면 어딘지 모르게 하얀빛만 가득하다. 무언가 얼굴을 덮고 있다. 손을 들어 얼굴 가리고 있던 차가운 부스러기들을 털어내자 낯익은 천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즈를 잡던 그 장소다. 죽진 않은 모양이다.

“하아……. 다행이다.”

얼음 가루였던 건가. 고개를 돌려보니 온몸 가득 수북한 얼음가루에 푹 파묻혀 있었다. 배 위로 문득 차가움이 느껴져서 손을 가져가 보니 정체 모를 작은 생명체가 만져진다. 얼음장같이 차갑다.

그것을 조심히 끌어안고 상체를 일으켜서 확인해보니, 요정처럼 생긴 작은 아이의 모습이다. 이게 뭘까……? 다른 유저 펫 같은 건가? 아까 보니까 타오르는 늑대 같은 것도 있더구먼…….

이게 왜 내 배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기 전에 주변을 돌아보니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눈밭이 보인다.

아이즈 덕분인지 지옥 불은 붙지 않은 듯하다.

이상한 생명체를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자, 퀘스트 완료 창이 떠오른다.

[퀘스트 완료! - 얼어붙는 공포]

〈보상〉

-‘브랜드 명성이 200 증가하였습니다.’

-‘잠재가 5 증가하였습니다.’(현재: 132)’

-‘경험치가 877.1%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52레벨 업 가능)

-‘체력 성장 포션을 획득하였습니다.’

-‘마력 성장 포션을 획득하였습니다.’

-‘히든기술 ‘각인’의 3단계 자질이 개화하였습니다.’

-‘히든기술 ‘각인’이 2차‘진성각인’으로 진화합니다. 각인 대상의 복종도가 80%가 넘으면 특수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체력, 마력 성장 포션. 각각 체력과 마력 최대치를 올려주는 포션이다. 체력포션은 200 마력포션은 100을 상승시켜주는 아주 용한 아이템이다. 거래는 불가능한 것 같으니 이 자리에서 먹어치우자.

-‘체력이 향상한 것을 느낍니다. (현재 순수 체력: 330)’

-‘마력이 향상한 것을 느낍니다. (현재 순수 마력: 110)’

기본 체력이 적어서 그런가, 어째 먹어도 별 티가 안 나는 것 같냐…….

그나저나 이번 각인은 뭐가 바뀌었으려나, 먼저 3단계 자질이…….

-‘각인 시전 시 격차로 인한 실패확률이 감소하였습니다.’

얼마나 쓸만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둠페일 같은 상대를 다시 만난다면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각인이 ‘진성각인’이라는 이름으로 진화하면서 각인 전용 기술을 배웠는데, 효과는 다음과 같다.

-‘각인 대상을 지정하여 30분간 현 장소로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각인 대상을 지정하여 시전자가 대상의 장소로 30분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전투 등의 긴급 상황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상당히 좋아 보인다. 복종도 80이라는 기본조건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활용법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사용할지는 고민 좀 해봐야겠다.

나는 품에 안았던 요정 같은 생명체를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다들 눈 속에 파묻혀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30초 후 던전 입구로 자동 송환됩니다.’

뭘 해야 할지 몰랐던 내 눈앞에 입구로 송환된다는 시스템 창이 떠오른다. 잠깐 기다리면 되겠구나.

이후 30초를 기다리자 입구로의 송환과 함께 던전 클리어에 관한 결과 창이 떠오른다.

-‘그란트 월 아이즈의 안식처를 클리어했습니다.’

[결과]

〈최종 피해 누적 순위〉 1위

〈최종 획득 경험치〉 530.5%

〈최종습득 아이템〉

초월 아이즈의 파편 380개

타오르는 서리한 2개

-‘경험치가 530.5%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57레벨 업 가능)

결과 창을 보고 나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우리가 누적 순위 1위잖아?! 그 많던 사람 중에 딜 누적순위 1위라니……. 그 덕분인지 최종습득 아이템에서 타오르는 서리한을 무려 두 개나 먹었다.

서리한이 두 개면 이게 얼마야……? 무려……. 10억…….

“와하하핰!!!”

갑자기 미친놈처럼 웃는 나를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소리 내서 웃는 타입은 아니지만, 반사적으로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렇지만 남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런 상황에서 안 웃는 건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이 게임의 10억 셀이면 현 시가로 무려 1,000만 원이다. 1,000만 원!

몇 개월간 열심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단 한 순간에 만진 것이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사람인지 귀신인지. 진품인지 짝퉁인지 그딴 거 알 게 뭐야? 지금 이 순간만큼 이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련다. 아, 너무 행복해……. 내 입, 안 찢어졌나 몰라.

“야, 우리 마지막에 그거 뭐였냐?”

“누가 마법 쓴 거 아니야?”

“그렇게 센 마법이 있다고? 랭킹 1위도 그렇게 셀 것 같진 않은데. 그거 알아? 우리 심지어 2페이즈도 안 나왔어.”

“그 아이즈 몸에 갇혔던 사람이 뭐 한 거 아니야?”

“새로운 클리어 방법이라도 나온 건가? 이거 좀 충격인데……?”

한껏 행복을 만끽하던 와중 옆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게 무려 1페이즈였단다.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레이드는 3페이즈까지 있다고 했는데 1페이즈에서 초월 아이즈를 한방에 녹여버릴 만큼 헬파이어 구슬이 강력했다는 건가…….

그나저나 이 사람들은 어딜 간 거야?

“형님!!! 저 타오르는 서리한 먹었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는 드웍프를 보니, 양반은 못되겠구나 싶다.

드웍프는 근래 들어 가장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에르에니는 잔뜩 울상 지은 채 머리 위에 먹구름을 띄우고 있었다.

“나는 왜 안 나와. 흑흑……. 주사위도 안 돌리고 이게 뭐양…….”

파티의 경우 최종 아이템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설정할 수 있는데, 파티장인 내가 그 설정을 따로 바꾸지 않아서 에르에니는 서리한을 먹지 못한 듯하다.

그 때문에 내가 두 개나 먹은 건가…….

구경만 할 심산으로 들어왔는데 설마 진짜 깰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드랍률 설정 같은 건 신경도 안 썼다. 에르에니도 그래서 아무 말 안 했던 것 같고…….

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과 악의 선택지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난다.

〈선택지〉

1. 에르에니에게 사실을 고하고 서리한 하나를 양보한다.

2. 에르에니에게 서리한 먹은 걸 비밀로 하면서 입을 꾹 다문다.

그래도 열심히 했는데, 양보할까? …아니야, 솔직히 버프만 걸고 뒤에서 놀고만 있었잖아? 오히려 자꾸 죽는 바람에 나만 고생했지.

흐음……. 어쩌지……. 그래, 그게 좋겠어.

“난, 사실 한 개 이상 먹었는데…….”

“뭐? 진짜야?!”

“와……. 형님 미쳤……. 역시 될 놈은 되는구나.”

그 비싼 아이템을 몇 개 먹었다는 말에 에르에니가 눈을 빛내더니 나에게 다가온다.

“저기, 뭘……. 파티원 3명에 그거 한 개씩 있으면 딱 좋겠다. 그치이?”

조금 놀려줄까……?

“그게 뭐가 좋은 건데요?”

“그, 크흠……. 돌려 말하는 건 싫으니까 그래. 내가 그냥 달란 말은 안 할 게 원하는 걸 말해봐!”

“아, 이거 달라고요? 이걸 주면 원하는 걸 해준다는 말씀인 거예요?”

말 대신 고개만 냅다 끄덕인다.

“원하는 거라……. 으음, 그런 거 딱히 없긴 한데……”

원하는 걸 갑자기 해준다면야……. 나로서는 사양할 필요가 전혀 없지.

내 눈빛을 미리 읽은 드웍프는 조용히 자리를 피한다. 하여간 눈치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드는 녀석이야. 굳이 귓속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 위치를 아는 녀석이랄까? 나중에 어른 되면 사회생활 진짜 잘하겠다. 쟤는…….

“내가, 그걸 대가로 돈을 주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고. 내 버프를 원할 때마다 해주는 건 어때?”

“에이, 뭐 굳이 그런 걸 귀찮게요……. 차라리 이 자리에서 당장 받을 수 있는 게 좋지 않아요?”

“그치? 버프는 좀 그랬지? 그러면 이 자리에서 당장 해줄 만한 게……. 아! 내 귀엽고 사랑스러운 입술로 볼 뽀뽀?”

“살짝 끌리긴 하지만, 제가 볼이 조금 민감해서 내키진 않네요. 다른 거 없어요?”

“그래. 민감한 부위는 꺼려질 수 있겠다. 그건 안 될 일이지. 음……. 후우……. 잠깐 따라와 볼래?”

나의 밀고 당기기 기술에 놀아나던 그녀는 마지못해 결심했는지 나를 이끌고 인적 없는 장소로 향한다.

“내가 특별히 진짜 인심 썼다. 가슴 정도는… 만지게 해줄게.”

그러더니 외투를 살짝 열어 가슴을 슬쩍 내민다. 제법 끌리는 제안이지만 그런 정도로 넘어갈 순 없지.

“그런 살 지방 덩어리 만져서 뭐해요?”

“뭐? 살 지방 덩어리? 어떻게 그런 말을……. 야 너 혹시 고자야?”

고자라니……. 이런 소리까지 듣게 될 줄이야. 자존심에 살짝 금을 그어 놓네. 나 같은 상남자한테 감히 고자라는 소릴 해?

“그게 아니라 인심 좀 더 써보라는 의미죠. 단순히 만지는 정도로 이 값진 물건을요……? 턱도 없어요. 더 진한 거라면 모를까…….”

내 말의 의미를 눈치챘는지 나를 슬며시 노려본다.

“야 이 변태야! 그 이상은 나도 안 돼! 혼전 순결 주의라 남친이랑도 하고 싶은 거 꾹꾹 참고 있구만, 너랑 하겠냐?!”

요즘 같은 세상에 혼전 순결주의자가 있을 줄이야. 잠깐……. 그러면 이분도 처녀라는 소리잖아? 이거 능력치 올리기 딱 좋은 날이네.

“그럼 순결만 지키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죠?”

내 음흉한 마음은 타오르는 서리한처럼 열렬히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 * *

“아악! 하아아…. 앙, 앗! 아! 하아……! 스읍! 하아……!”

그녀의 꽃잎을 왕복해나가자 달아오른 입김이 하얗게 뿜어진다. 이미 그녀의 뒷구멍에는 눈처럼 새하얀 나의 씨들이 가득 차 찔끔 흘러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뒤쪽으로 하자는 제안에 변태 같은 플레이에 내성이 없던 그녀는 극구 거부했지만, 어차피 게임이고 순결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꼬드김에 조금만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조금 정도로 성이 찰 소냐?

그녀의 뒷문을 2차례 공략한 이후 바로 앞문 개통식을 거행했다. 처녀라 해도 내가 주는 쾌락에 한번 맛을 들이면 거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꽤 흥분한 덕인지 삽입 시 피는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질구조가 내 거대한 물건을 제법 잘 받아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찔꺽-! 찔꺽-! 찔꺽-!

“어때요? 꽤 괜찮지 않아요?”

“하아……! 아! 읏! 하아. 으응! 몰라. 느낌 이상해 흣. 추운데…! 막, 흐읏-! 몸이 더워져.”

그녀의 달아오른 몸을 벽에 소복이 쌓인 눈으로 문질러 식힌다. 그 차가운 느낌에 가녀린 비명을 살짝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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