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68화 (68/147)

<-- 콜로세움의 챔피언 -->                               “16승 3무 4패 현재 11연승을 달리고 있는 강철의 사나이 투잔트 출신의 그레이입니다!”

“하아아아!!!”

오늘의 적은 상당히 야성적인 인간이네. 나보다 체구는 작은 편이지만 주먹이 유독 큰 걸 보니 혹시나 조심해야겠어.

다음은! 1승 0무 0패! 출신 불명! 멜시엘 자작 부인의 야심 찬 전투 병기! 바로 어제! 단 한 방으로 밀레븐을 혼절시킨 뮬린입니다!”

결투 시작을 기다리며 손을 풀고 있는데, 그가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나를 도발한다. 저런 하찮은 도발 따위에 말려들 생각은 없다.

“결투 시작!”

“죽어라!!!”

달려드는 그를 향해 나도 같이 달려든다. 그리고 온 힘을 모아! 명치를 강하게 올려친다!!

“커어어어억!!!”

그의 몸이 붕 뜨더니 바닥에 포댓자루 떨어지듯 퍽-! 하고 떨어진다. 그는 숨을 못 쉬겠는지 헉헉거리다가 구토를 하면서 의식을 잃는다.

“후우…….”

감히 나를 상대로 하찮은 도발 따위를 하다니, 그런 인간들은 분노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와아아아아아!!!”

“아아아! 이게 정말 무슨 일인가요! 두 번이나! 무려 두 번이나! 단 한방으로 상대를 처리합니다! 정말이지 싸움의 천재가 나타났습니다.”

“나이스 형님! 돈 벌었다!!!”

“뭘 님 멋있어요!”

나는 나를 기다려주는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준다. 처음에는 다들 걱정하는 눈치더니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놓였는지 이제는 웃는 모습도 보여준다.

오늘도 대기실 옆방에서는 멜시엘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어김없이 팬티 실종의 모습으로 치마를 걷어 올린다.

“빨아.”

그리고 역시나 한쪽만 즐거운 관계.

“하끄으으으으읏!!! 하읏! 아흐으읏!!!”

그녀의 꽃잎에서 뿜어지는 양을 보면 정말 감탄이 나온다. 물을 많이 마시는 건가?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양이 나올 수 있는 거지? 뭐……. 내 쪽도 만만치는 않기는 하다만…….

다음 날.

“와아아아아아!!!”

“오늘도! 오늘도! 한방으로 보내버리는…….”

“빨아.”

다음 날.

“와아아아아아!!!”

“이제는 당연해 보입니다! 최고의 신예가 나타났…….”

“빨아.”

*

그렇게 6일간 매일 같은 생활의 반복……. 적들에게 한 대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거머쥔 덕에 어느덧 마지막 결투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 가지 잘못 생각했던 게 연승을 하면 기존에 얻는 명성 100에서 승리할 때마다 20씩 추가되는 시스템이 있었다.

즉, 나는 5일만 승리했으면 될 것을 괜히 2일을 더 소비한 셈이다. 그래도 이미 내기를 7일로 잡아뒀으니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싸움이 어렵진 않으니까 다행이다. 내 마지막 결투는 오늘 하루 쉬고 내일이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라고 해서 딱히 긴장되거나 그런 건 없다. 적들이 병아리 수준이라 긴장하려야 할 수가 없으니까. 빨리 이곳을 나가서 셀리안과 뒹굴고 싶다. 매일 같이 멜시엘 혼자만 즐기고 끝나는 성관계에 신물이 날 지경이니까.

“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둘!”

멜시엘 저택 한편에 마련된 훈련장은 노예들이 훈련하기 적합하게 설비가 마련되어있다. 그곳에는 총 9명의 싸움꾼 노예들이 있었는데. 저마다 미친 듯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백만 스물셋! 크하아…….”

123번의 팔굽혀펴기. 얼마 전 2, 30개도 겨우 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확실히 몸 상태 천상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즉시 체감된다.

내일이 마지막 결투지만 훈련은 게을리할 수 없다. 멜시엘이 저택 위에서 지켜보다가 감시관을 시켜 매질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뚫어지라 지켜보고 있다. 마치 자기가 키우는 애완동물이 뭘 하나 구경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아……. 힘들어…….”

“너! 누워서 쉬지 말고 빨리 훈련해!”

“더는 못해! 이 빌어먹을! 결투는 한 번도 못 뛰었는데 지옥 같은 훈련만 몇 달 째야!”

드디어 소란이 일기 시작하나 보다. 나야 천상의 영향으로 잠깐 쉬면 금방 회복된다지만, 이들은 몸을 혹사하고 나면 회복 기간이 꽤 길게 필요할 터다. 그런데도 밤낮 쉬는 시간 없이 훈련만 시켜대니 폭발할 수밖에…….

“뮬린은 들어온 첫날부터 결투에 출전시켜줬으면서! 우리는 왜 안 시켜주는데?!”

“그걸 말이라고 해? 네놈들은 약해 빠졌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계급장 떼고 한판 붙든가!”

“이 새끼가 어디서 눈을 부라리고!”

울끈불끈한 남정네들이 근육질 가슴을 내밀며 자기 잘났다고 서로 밀쳐대는데 왜 이렇게 보기가 흉한지 모르겠다. 근육남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을…….

아래서 일어나는 소란에 멜시엘이 2층 창문을 열고 멈추라고 소리친다. 그리고는 이들에게 말한다.

“너희도 기회를 얻고 싶어?”

“우리가 뮬린보다 훨씬 오래됐고! 잘 싸울 자신 있다고요!”

“재밌겠네. 그럼 해봐. 뮬린이랑 싸워서 이겨. 그러면 너희를 결투에 출전시켜준다고 약속할 게.”

멜시엘은 난간에 턱을 괸 채 손가락을 볼을 두드리고 있다. 그녀의 얼굴 가리개가 바람에 팔랑거린다.

“정말입니까? 좋아요! 약속 꼭 지키십시오!”

감독관이랑 싸우게 시킬 줄 알았더니 왜 갑자기 또 나야……. 콜로세움 적들과는 달리 이들은 레벨이 몇인지 모르겠다. 나한테 맞춰진 적이 아니기 때문에 내 원래 레벨보다 높을 수도 있는데…….

그러나 지금도 걱정스러운 나에게 멜시엘은 더욱 큰 시련을 내린다.

“너희 한 명씩 말고. 전부 다 덤벼. 그래야 내가 왜 너희를 안 내보내는지 알게 될 거야. 준비됐으면 바로 시작해.”

아니, 저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듣고 있던 9명의 싸움꾼도 당황한 듯 나를 본다. 그러나 곧, 눈에 살의를 띄우고는 덤벼들기 시작한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상체를 헐벗은 남정네들이 단체로 달려든다. 이대로면 진짜 싸울 수밖에 없잖아! 그들의 공격을 물 흐르듯 피해내며 걸음을 뒤로 무른다. 후웅-! 코앞을 스쳐 가는 주먹. 확실히 콜로세움 적들보다 빠르다.

나는 제자리에서 주먹을 내지른다.

-‘[공격권]이 발동됩니다.’

발로그 지팡이술의 파생기인 공격권. 이 기술은 지팡이가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 다 들어와!”

“흐아!!!”

적이 내지르는 주먹을 주먹으로 그대로 맞받는다. 나도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일단 힘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을 해보려는 거다.

-‘149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파악-! 그의 손목이 비틀어지면서 비명을 지른다. 공격권의 효과로 치명타와 치명 피해, 관절 피해가 상당히 증가했기에 고통이 클 것이다.

나도 피해를 보긴 했지만 149면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야.

“흐앗!”

다가오는 적의 무릎을 밟고 뛰어올라 턱을 돌려찬다.

그들은 그동안 경기 출전을 못 했던 서러움을 풀기라도 하려는 듯 사자처럼 포효하며 달려든다.

왼쪽의 적을 정강이로 세게 차서 넘어뜨린 뒤 오른쪽 적에게 주먹을 꽂는다.

“후읏!”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와중에 내 몸은 그 자리에서 서커스 하듯 화려하게 움직인다. 천상의 효과 덕인지 확실히 몸이 민첩하고 날렵해졌다.

어떻게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면 몸이 그대로 움직여진다. 이대로라면 한때 날 괴롭혔던 큰 가슴의 여인처럼 3회전 발차기도 가능하겠다.

후웅-! 파악-!

“큭!”

이게 진짜 될 줄이야……. 태권도의 화려한 3회전 발차기를 사전 동작 없이 그냥 성공시켰다.

그 이후에도 연속 쇄도하는 적들을 차례로 눕히고 나서 주변을 돌아본다.

“으으윽…….

싸움꾼들이 바닥에 누워 앓는 소리를 낸다. 9명의 적을 쓰러뜨렸음에도 힘든 느낌은 없다. 예전이라면 숨을 헐떡거렸겠지만, 호흡도 편하고 근육도 덜 아프다.

그렇지만……. 단 한 방 허용했음에도 1밖에 안 남은 체력을 보니 신경이 쓰인다. 이제 슬슬 체력이나 방어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땐가.

내 최대 체력은 20이지만 잠재가 발동하면 그보다 훨씬 높은 피해를 견뎌 낼 수 있다. 그러나 내 최대 체력 20을 웃도는 피해를 입으면 다시 원래 체력으로 돌아갈 때는 남은 체력이 1로 고정된다.

그리고 남은 체력이 1이면 잠재발동이 안 된다. 그건 천상의 몸 상태를 지녀도 마찬가지다.

반면 내 기본 체력이 적의 공격에 죽지 않을 만큼 높아진다면, 잠재로 늘어난 피가 먼저 깎이고, 그걸 넘어서는 피해가 들어오면 그때부터 기본 체력이 깎이는 것이다.

즉, 기본 체력을 높여 놓으면 매 순간 잠재점수만큼의 다시 차오르는 방어막을 얻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금까지는 잠재도 낮았고 대부분 풀피에서만 발동했던 잠재라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었는데, 이제는 ‘천상’ 덕분에 체력이 1만 아니면 무조건 잠재가 발동하기 때문에 체력은 높을수록 좋을 것 같다.

“베제트 걔들 데려가서 치료해. 그리고 뮬린 넌, 잠깐 올라와.”

멜시엘은 흡족한 눈치로 감독관을 불러 쓰러진 싸움꾼들의 치료를 명명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부름에 따라 방으로 올라간다.

*

어제 멜시엘의 방으로 올라가 항상 그랬듯 그녀를 만족시킨 뒤 마지막 결투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원래는 10승을 달성한 뒤부터 챔피언을 상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콜로세움의 VIP인 멜시엘의 부탁에 따라, 관계자의 특별 권한으로 내 마지막 경기는 특별히 챔피언 전으로 치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사람들도 그렇고 상대도 그걸 원했으니 허락해준 듯싶다. 나도 마지막 경기 챔피언으로 장식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받아들였는데……. 그것이 큰 실수였다는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6승 0무 0패! 출신 불명! 멜시엘 자작 부인의 야심 찬 전투 병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은 한방의 사나이 최강 신예! 뮬린입니다!”

“와아아아아!!”

경기장이 떠내려가라 함성이 울려 퍼지지만 내 귓가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내 앞에 서 있는 상대의 짐승 같은 숨소리만 들릴 뿐이다.

“다음은! 우리들의 챔피언! 32승 0무 0패의 압도적인 전적! 속칭 불타는 야수! 이미 여러 아레나를 제패한 것도 모자라, 이곳 에드 하이리스 콜로세움의 챔피언으로 군림하고 있는 나르갈론드 왕국 도르윈 출신의-!”

사회자의 말이 계속될수록 사람들의 열광이 더욱 고조된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듣고 싶지 않았던 세 글자가 나타난다.

“둠! 페!! 일!!!”

“와아아아아아아!!!”

“멋지다! 둠페일!”

하아, 생김새만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이름도 같았네. 아니야, 어쩌면 생김새랑 이름만 같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

그 두 개가 같으면 그냥 같은 사람인 거지 이 멍청아……. 크흐흑…….

하늘이시여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하늘이시여! 병 주고 약 주더니, 왜 약을 주고 나서는 다시 병을 주시는 겁니까! 이 병신아아아!!!

관중석에서 나를 지켜보는 멜시엘의 눈빛에 조소가 담겨있다. 나를 계략에 빠뜨리다니……. 내가 마지막 결투에서 승리하면 나가겠다고 하니까 일부러 지게 할 생각이었던 거야. 지금 보니 챔피언전은 레벨 제한도 없는 것 같은데…….

이번 결투에서 지면 꼼짝없이 멜시엘의 노예로 남아야 할 텐데, 정말 큰 일이다.

“뭘 님! 힘내세요!!!”

“형님 열심히 싸우세요!”

그래, 나약해지지 말자. 나를 응원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대부분의 사람이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강해졌으니까. 이길 수 있어.

“형님! 근데 전 이번에 둠페일한테 전 재산 걸었어요! 둠페일 이겨라! 와아아아아!!!”

하…! 저 색……. 하아, 멘탈 관리하자. 어이없어서 웃음도 안 나오네. 내가 드웍프 너 때문에라도 반드시 이긴다. 아주 너 쫄딱 망하게 해줄 거야 내가.

“자, 그럼! 최강의 남자를 가리는 챔피언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결투……! 시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