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로세움의 챔피언 --> 나를 사줄 만한 귀족을 물색하기 위해 싸움꾼 전용 노예시장에 들렀다. 페로렌이나, 셀리안한테 부탁해서 그녀들의 노예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스템상 동료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 관계가 파기되지 않는 이상은 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다.
노예시장에는 역시나 꽤 많은 사람이 있다.
그와 중에 유독 눈에 띄는 한 여인을 발견했다. 얼굴 가리개로 하관을 가리고 있어서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드러난 눈매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대부분 남자인 이곳에 여자가 직접 와서 경매에 참여한다니……. 그녀는 익숙한지 그런 사소한 것에는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하아……. 이상하게 요즘 신흥부자들이 많이 생겼단 말이야……? 저 노예도 꽤 잘 싸우게 생겼었는데.”
그녀는 조금 전 경매에서 놓친 싸움꾼을 보며 아쉬워하는 기색이다.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으니, 자신을 위해 싸워줄 남자를 찾는 모양이다. 접근해볼까?
그녀의 옆 좌석에 앉아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나를 한 차례 곁눈질하더니 내 인사를 완전히 무시한 채 다음 경매에 집중한다.
날 이렇게 무시한 여자는 페로렌 이후로 네가 처음이야……. 민망함을 무릅쓰고 다시 말을 건넨다.
“싸움꾼 구하시나 봐요? 제가 괜찮은 싸움꾼 하나 알고 있는데 소개해드릴까요?”
그녀가 나를 쳐다본다. 괜찮은 싸움꾼이라는 말에 혹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넌 누구 밑에서 일해? 밀테인? 제라프? 네가 누구 밑에서 일하든 좋은 메시지가 되겠네. 혹시라도 살아나면 가서 전해, 날 방해하고 싶거든 직접 와서 하라고.”
영문 모를 상황에 갑자기 끼어든 것처럼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끝나자 덩치의 사내가 내 어깨를 붙잡는다. 그리고 그에게 옷깃을 잡힌 채 나는 그대로 끌려간다.
5분 뒤.
“후우……. 당신 하수인들 꽤 과격하네요.”
나는 옷매무시를 정돈하며 다시 그녀 옆에 앉는다. 그녀는 돌아온 나를 보더니 당황한 눈치다.
“내 애들 어떻게 한 거야?”
“피곤한 것 같아서 조금 재워 뒀어요.”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해코지라도 해서 이번 콜로세움에 참전 못 시키게 하려고? 흥! 어디 할 테면 해보라지.”
대체 이 여자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해할 수 있는 소리를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저기요.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전 아까 당신이 말한 인간들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아무 관련도 없습니다만……?
“…그러면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아까도 말했다시피 싸움꾼을 찾는 것 같아서 소개해드리려고요. 날렵하고, 힘도 세고 국교기사단 정도는 가뿐하게 물리치는 수준의 강인함까지 지녔죠.”
미심쩍은 눈으로 날 쳐다보면서 의심의 시선은 끝까지 거두지 않는다.
“그게 누구지?”
그녀의 물음에 손가락으로 나 자신을 가리키자 시간 낭비했다는 듯 손을 내젓는다.
“그런 거라면 이미 구했으니까 다른 사람 알아봐.”
그녀가 생각하기엔 내가 너무 나약해 보이나 보다. 하기야 아까 때려눕힌 그녀의 하수인을 보니 보디빌더 같은 체형이긴 하더라.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확실히 뭔가 조금 부족해 보이긴 하지……. 그래도 남자는 실속 아닌가?
그녀를 설득하려고 애써보지만, 경매에 대한 흥까지 식어버렸는지 자리를 뜬다.
이러면 안 되는데……. 솔직히 다른 사람을 알아봐도 상관은 없지만, 이왕이라면 이쁜 여성의 노예가 되고 싶다. 비록 며칠뿐이지만 말이다. 그녀에게 내 능력을 선보이는 수밖에…….
*
“나더러 이 멸치 같은 놈을 쓰러뜨리라고? 흥, 흐흐흐……. 무시도 정도껏이지.”
“네 능력을 보여달라는 거야. 날 위해 잘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앞으로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줄 게 음식, 돈, 여자. 네가 원하는 건 뭐든 쥐여줄 수 있어.”
“뭐든 말이지?”
근육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사내가 여인의 말을 듣고 씩 웃더니 내 앞으로 나선다.
능력을 보여줄 생각이긴 했는데, 이렇게 무섭게 생긴 양반한테 보여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
더군다나 그녀가 원하는 싸움꾼 특성상 무기도 못 쓰게 하니 야단났군. 그래 한번 해보자……. 잠재가 있으니까 어떻게 든 될 거야.
“5초 내로 뭉개주지.”
그가 달려오니 나도 준비해볼까?
“엥……?!”
어떻게든 될 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바닥에 목이 부러진 채 시체가 돼버린 사내를 보니 오히려 당혹스럽다. 그의 주먹을 피하면서 턱에 주먹을 냅다 꽂았을 뿐인데, 단 한방으로 그가 세상을 하직했다.
내가 이 정도로 강했던가?
그녀도 꽤 놀란 듯한 눈치다.
“그래……. 솔직히 조금 놀랐어. 너도 무기에나 의존하는 약골일 거라 생각했거든? 이제 너한테 조금 흥미가 생기네.”
일이 어떻게 풀렸든 간에 원래 예정대로 흘러가니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
계획했던 대로 나는 그녀의 노예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멜시엘과 내기를 해서 확실한 탈출구를 세워놨다. 콜로세움에서 7번의 승리를 거머쥐면 나오기로 말이다. 만약 7번 중 한 번이라도 질 경우 그녀가 무슨 선택을 하든 뜻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다소 무모할 수도 있는 내기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내기를 받지 않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번에 참가하는 콜로세움은 레벨 30 때 참가할 수 있는 콜로세움과는 규정이 약간 달랐다. 30 때 참가할 수 있는 콜로세움은 유저만 있는 반면 이쪽은 유저와 NPC 모두 섞여 있다.
또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제한되며, 방어구도 최소한의 것으로 제한한다. 검투사 경기를 생각했지만, 실상은 맨몸으로 싸우는 UFC나 다름없는 경기다.
여기서 한가지 나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점이 있었는데, 캐릭터 레벨 수준을 어느 정도 반영하여 경기가 잡힌다는 것이다.
뜨거운 환호. 빽빽하게 들어선 관중. 마주 선 나와 상대를 향해 돈을 거는 사람들.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기껏 해봐야 몇 명 모아놓고 치르는 경기인 줄 알았는데 2, 3천 명은 될 법한 사람들이 모여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나는 지름 10m의 작은 경기장에 서서 많은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얼굴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기에 하관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긴장된다. 상대에 대한 긴장보다는 상황에 대한 긴장이 심화하고 있다. 큰일 났네, 당혹스러워서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와.
곧 사회자의 말이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8승 1무 3패 초반 3연패의 부진을 극복하고 현재 8연승 무서운 기세로 순위를 올리고 있는 소모로의 작은 마을 출신의 밀레븐입니다!”
마법 확성기라도 이용하는 것인지. 육성으로 말하는데도 경기장 전체가 울린다. 그의 말에 사람들의 열광은 뜨거운 물이라도 끼얹은 듯 더욱 열렬해진다.
“다음은! 전적 없음! 출신 불명! 멜시엘 자작 부인의 야심 찬 전투 병기! 뮬린입니다!”
전투 병기라니……. 쪽팔리게 전투 병기가 뭐야. 사람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확실히 이름이 덜 알려져서 그런가 상대보다는 환호가 작다. 그래도 그중에서 확실히 들려오는 목소리는 있었다.
“형님! 파이팅!”
“힘내세요!”
드웍프, 셀리안, 페로렌이 경기를 보러 와줬다. 이게 뭐라고 감격스러운지……. 내가 웬만해선 눈물이 안 나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오네.
“저 형님한테 돈 걸었어요! 꼭 이겨야 돼요!”
드웍프 쟤는 꼭 한마디씩 덧붙여서 기운을 빠지게 한다니까…….
“그럼 결투 시작!”
사회자의 말과 함께 그가 달려든다. 와……. 근데 이거 너무 한데?
“하압!!! 커억!!”
큰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들던 그가 내 주먹에 맞고 바닥에 철퍼덕 쓰러지더니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가 쓰러지자 경기장에 나돌던 환호가 싹 사라지더니 한순간 침묵이 감돈다.
이거, 심각할 정도로 수준이 안 맞는다. 유사한 레벨대로 상대가 잡힌다더니 한 손으로도 이길 수준이다.
사회자도 너무 빠르게 끝난 경기에 멍하니 있더니 확실히 끝난 걸 확인하고는 다시 말문을 연다.
“끄……. 끝났습니다!!! 멜시엘 자작 부인의 싸움꾼 뮬린이 승리를 가져갑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미칠 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와아아아아!!!”
“나이스 형님!!!”
관중들의 입에서 내 이름이 터져 나온다. 열성적인 환호에 내 가슴마저 뜨거워진다. 천재 싸움꾼 뮬린. 내 가명 두 글자가 수많은 관중의 가슴에 임팩트 있게 새겨진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
첫 번째 싸움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손에 감은 붕대를 풀고 있자.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이봐 뮬린. 첫 번째 경기 잘 봤어. 제법이던데? 지금 멜시엘 님께서 옆방에서 기다리셔. 가봐.”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하는 걸로 보아 멜시엘의 싸움 노예 중 한 명인 것 같다.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옆 방으로 향한다.
*
옆방으로 들어가자 멜시엘이가 탁자 위에 올라 다리를 꼰 채 앉아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얼굴 가리개를 하고 있다. 노예가 된 이후에도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얼핏 보기엔 상당히 이쁜 외모인데 왜 가리는 걸까? 외모 품평으로 생각이 딴 곳으로 새고 있을 때 그녀의 목소리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제법이었어. 상대도 요즘 흐름이 좋은 편이었는데, 그걸 단 한 방에 끊어 놓을 줄이야.”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웃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때 보여준 게 단순히 우연은 아닌 모양이지?”
그녀는 손가락 하나를 펴서 까닥거린다.
“이쪽으로 와.”
앞으로 다가가자 그녀는 의자에 앉아 나를 올려본다. 그러더니 치마를 걷어 올린 채 나에게 딱 한 마디 던진다.
“빨아.”
“예?”
당혹스러움에 재차 묻지만, 그녀는 두 번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시선으로 자신의 떡 벌린 다리 사이를 가리킬 뿐이다. ‘빨라고’ 말이다.
머리로는 혼란스러우면서도 일단 노예니까 하라는 대로 한다. 그래……. 나는 노예니까. 그래서 하는 거야…….
그녀는 왜 팬티를 안 입고 있었는가에 대한 사소한 문제 따위는 집어치우고 그녀의 음부를 혀로 핥기 시작한다.
“쭈읍……. 쪽…….”
“흐음……. 지금 뭐 하는 거지? 더 세게 빨지 못해?”
그녀가 내 머리채를 탁 잡아채고는 자신의 음부에 더욱 강하게 짓누른다.
“이렇게 와서 더 세게 빨란 말이야! 싸움에서 이긴 건 우연이었어? 이렇게 약해서 다음은 어떻게 싸울래? 그냥 잡일이나 시켜줄까?!”
뭐야, 이 여자……? 살짝 돌았는데……? 처음엔 별생각 없었는데 이제 보니 완전 내 취향이었어. 과격한 걸 좋아하는 멜시엘의 신선한 반응을 즐기며 그녀의 요구대로 행한다.
“쮸웁-!! 쯉! 쯉!”
“하아아!! 아아! 그래에…. 으음……! 그거야! 하아으……! 더 세게 해! 더, 흐읏!”
농염하게 익은 소음순을 뿔쩍뿔쩍 빨아대자, 당장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은 신음을 내지른다.
“하아아…! 손 이리 줘! 흐으! 오른손!”
그녀는 내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고 막 주무르기 시작한다.
“이 손으로……. 거친 남자를 때려눕혔어. 흐응……! 하웁읍…. 헤릅! 츄압…!”
내 오른손은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가더니 핥고 빨고 씹고를 반복하며, 야릇한 촉감을 들깨운다.
“후릅! 헤룹! 헤룹! 하읏! 맛있어! 네 손 너무 맛있어. 너도 맛있니?”
“쯉! 쮸읍! 맛있어요. 쪽!!”
“하아윽!! 그래! 하아…. 쌀 것 같아……! 너무 흥분돼! 흐으…!”
그녀는 내 손가락을 약간은 아플 정도로 곱씹으며, 허리를 털기 시작한다.
“흐읏! 호오읏!! 아으! 흐윽! 혀를 깊게 넣어! 그래! 더 빨리 세게!!!””
그녀는 내 머리채를 붙잡고 본인의 꽃잎을 더 강하게 문질러온다. 곧 그녀의 아래에서 세찬 물총이 쭉쭉 뿜어져 나온다.
“끄후으으으으으읏!!! 하아아윽!! 아아앙! 아읏! 흐오읏!!! 하아아아……!”
그녀의 물총으로 인해 내 얼굴은 흠뻑 젖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의 분출이었다. 방의 천장까지 치솟을 만큼 수압이 가히 파괴적이다. 그녀의 물총을 바로 앞에서 맞은 볼이 얼얼할 정도니 말 다 했지.
“하아아아……. 하아……. 이것도 제법 잘하는구나……. 좋았어……. 수고했어……. 이제 돌아가서… 다음 경기 준비하자.”
그녀는 잘했다는 듯이 내 볼을 두드린다. 뭐야 끝내는 거야……? 혼자만 만족하고 끝이라니, 정열적인 건 마음에 들지만 자기만 생각하는 건 별로 마음에 안 드는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