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61화 (61/147)

<-- 죽어가는 창관 살리기 -->                               그들이 떠나고 나서 프리지아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들어와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금방이라도 불을 지를 것 같던 그랑즈가 그냥 떠난 게 믿어지지 않는 탓이겠지.

그렇지만 나도 그녀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랑즈를 쫓아낸 셀리안의 능력을 말로 표현하기가 모호했으니까.

그랑즈를 가게에서 쫓아내는 데 큰 도움을 준 셀리안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유리구슬을 건넸다. 이것은 얼마 전 나에게서 뺏어 간 그 마법구다.

그녀는 그랑즈가 자신의 가게에 와서 벌인 일들을 털어놓으며 나에게 그랑즈를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그걸 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그녀가 생각을 바꿔 큰 결심을 했으니, 나도 그녀의 뜻에 동참해줄 생각이다.

상황이 어떻게 변했든 간에 그랑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앞으로 퀘스트가 완료되기 3일 전. 이제는 그놈이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실행할 때다.

*

역시나 퀘스트를 하루 남겨둔 시점에서 그랑즈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하수인을 우르르 몰고 오기보다는 3명의 사내만 이끌고 왔다.

“너는 그 여자가 보이면 바로 잡아들이고, 마법 영창해. 블레스.”

로브를 입고 스태프를 든, 누가 봐도 마법사 같은 인물이 앞으로 나서서 마나를 집중시킨다. 나는 그놈이 가게를 완전히 박살 내기 전에 그의 앞으로 나선다.

“그만하는 게 좋을 걸 그랑즈.”

“흐흐, 네까짓 게 뭔데 내가 하려는 일에 이래라 저래라야? 네가 이 가게 주인이라도 돼?”

“내가 원래 남 생각은 잘 안 하는 사람인데, 널 위해서 하는 소리야. 지금 하려는 거 당장 그만두고 돌아가. 지금 중요한 손님이 와 계시니까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그가 어이없다는 듯 홍소를 터뜨린다.

“중요한 손님 따위 알 게 뭐야? 아직도 모르나 본데……. 지금은 네놈들이 나를 제대로 열 받게 했다는 걸 신경 써야 할 때야. 이젠 프리지아가 무릎 꿇고 빌어도 날 말릴 수 없을걸?! 블레스. 시작해.”

그랑즈의 명에 따라 마법사는 스태프 앞에 모았던 많은 양의 마나를 응축시킨다. 마나는 곧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하나의 삼각 형태로 변화한다.

금방이라도 날아들 마법 공격에 대비하며 나는 그대로 서 있다. 곧 내 뒤로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조금 전 그 말했던 중요한 손님이 가게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흐아아압!!”

블레스가 마법을 발사할 무렵. 그랑즈는 내 뒤에서 모습을 보이는 인물을 보고 재빨리 그를 말린다.

“안돼! 블레스! 멈춰!!!”

그러나 마법은 이미 발현된 뒤다. 나는 블레스가 발현시킨 마법을 온몸으로 막으며 피해를 견뎌낸다.

-‘722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데도 꽤 아프다. 더군다나 목걸이를 걸고 있는 상체에 오는 열기만 막아질 뿐 팔다리는 뜨거움을 그대로 느낀다. 이거 차라리 손에 들고 사용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그랑즈는 내 뒤에서 나타난 인물을 보고 당황해서는 블레스를 뒤로 물린다.

“아, 아버지가 여긴 어떻게……? 아직, 안 떠나셨어요?”

백작은 원래 3일 전에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백작이 떠나기 전 나는 백작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가 저지른 일이 담긴 마법구를 놓고 그를 협박했다.

처음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태연하게 발뺌하더니, 이쪽에서도 의회에 이 마법 구슬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니 결국 내 요구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자신이 쌓아온 신망을 잃는 것 보다, 내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 훨씬 쉬웠을 테니 말이다.

백작은 그랑즈의 앞으로 가서 뺨을 세게 쳤다. 어찌나 세게 때리는지 그랑즈의 몸체가 휘청거린다.

“고개 들어라.”

“아, 아버지……!”

짝-! 백작은 변명조차 듣지 않고 그의 뺨을 재차 후린다. 자신이 협박을 당한 것도 모두 그랑즈의 철부지 행동 때문이기에 그에 대한 분이 담긴 매질로 보인다.

뺨을 수차례나 맞은 그랑즈의 볼이 시뻘게져서는 갈 곳을 잃은 시선이 마구 흔들린다.

“덜떨어진 놈! 내 명령을 한 번 어긴 것도 모자라서! 끝까지 내 얼굴에 먹칠을 해?! 너 같은 자식은 내 아들로 남을 필요가 없다.”

그랑즈가 오만하던 자세를 낮춰 백작 앞에 무릎 꿇는다.

“아,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모습 보이지 않겠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그때도 분명 같은 소리를 했을 거다. 넌 이미 한 번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네가 했던 악행들 그에 상응하는 처분을 내릴 때까지 지하 감옥에서 썩어라. 이놈을 데려가라!”

백작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비병이 나타나 그랑즈를 연행해 데려간다.

비록 협박으로 인한 거긴 하지만 자식을 대하는 태도마저 가차 없는 모습을 보니, 지금의 위치까지 그냥 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경비병에게 잡혀 끌려가는 그랑즈에게 손을 흔들며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

5! 4! 3! 2! 1!

[퀘스트 완수! – 죽어가는 창관 살리기][난이도: 매우 어려움]

당신은 몬드리호프의 프리지아 창관을 살리는 데 일조하여 프리지아의 호의를 얻었습니다. 이제 프리지아의 창관은 몬드리호프내에서 가장 큰 창관으로 성장할 발판이 만들어졌습니다.

〈보상〉

-‘브랜드 명성이 2500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4125)’

-‘잠재가 10 증가하였습니다.(현재: 116)’

-‘특별 능력치를 1개 더 장착할 수 있습니다.

-‘프리지아의 창관 지분 50%를 획득했습니다. 한 달마다 일정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추가목표 달성 보상〉

-‘브랜드 명성이 1000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4125)’

-‘잠재가 5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116)’

한 달을 넘게 이어온 퀘스트가 드디어 마무리됐다. 그랑즈만 아니었어도 훨씬 빠르게 깼을 퀘스트였는데, 그 망할 자식 덕분에 시간 낭비를 얼마나 한 건지……. 어쩌면 퀘스트 구성에 그랑즈라는 복병이 포함되어있어서 난이도가 높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발견한 놀라운 사실. 그동안 프리지아와 생활하면서 그녀의 복종도를 100%로 만들었는데, 두 가지의 특수 기술이 생겼다.

먼저 복종도를 70% 달성했을 때 생겨난 효과.

-‘일주일에 한 번 해당 캐릭터와 성관계 시 잠재 1 획득.’

이것은 아마 직업이 노예 상인이기에 나타난 기술인 것 같다.

두 번째는 복종도 100%를 찍었을 때 나타난 효과다. 기술 창에 캐릭터 버프란이 하나 생기면서 새로운 능력이 생겼는데, 이게 상당히 좋아 보인다.

〈프리지아의 은총〉

성관계를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여인과 첫 성관계를 맺을 경우, 잠재 10이 상승하며 임의의 특수 능력치 1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한 캐릭터당 1회만 적용됩니다.

잠재 10과 올리기 어려운 특수능력치를 공짜로 찍게 해주는 아주 좋은 기술이다. 물론 지금까지 게임을 하며 많은 관계를 해봤지만, 처녀와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이쪽 세상도 상당히 보기가 힘들어서 얼마나 많은 처녀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지고 있으면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페로렌이라면, 아직 처녀일 것 같긴 한데……. 능력치 올리겠다고 들이댔다가 내 소중이를 가위로 잘라버릴 것 같으니 건들지 않는 게 좋겠지?

그리고 막상 페로렌이 처녀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또 충격적일 것 같단 말이지…….

뭐, 아무튼 최종적으로 복종도가 높아서 얻는 이점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10% 이하 각인 해제 위험 증가.

30% 명령 효과 강화.

50% 각인 전용 기술 개방.

70% 일주일에 한 번 성관계 시 잠재 1 획득. (일주일에 최대 30명분까지 잠재 획득 가능)

100% 달성 시 캐릭터 전용 버프 획득.

50%의‘각인 기술 개방’은 프리지아에게 했던 귓속말 같은 기술이 또 있는 모양이다. 이건 차근차근 알아봐야겠다.

오늘 알아낸 것들을 이용하면, 앞으로 잠재가 무럭무럭 성장해서 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셀과 엄청난 시너지를 이룰 테니 상당히 기대된다.

*

퀘스트를 마치고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프리지아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자기야……. 정말 고마워. 덕분에 창관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 됐어.”

“고맙긴 뭘.”

“여행하다가 힘들면 언제든 돌아와서 쉬어. 마음 같아선 나도 자기 따라가고 싶은데……. 가게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아쉽다.”

프리지아가 나를 끌어안으며 고마움의 인사를 건넨다. 나도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가슴에 맞닿는 풍만함을 한껏 느끼며…….

“적당히들 하지……?”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건만…….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페로렌이 눈치를 준다. 프리지아는 페로렌을 쳐다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꼬마 아가씨. 내가 자기 남자한테 꼬리치니까 싫어?”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입 다물지 못해?”

“나도 우리 자기를 사랑하지만, 꼬마 아가씨도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참아줄게.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지 몰라? 시도 해 봐.”

“시끄러워! 그건 오해한 거라고 했잖아!”

뭘 시도하라는 거야? 며칠간 한방에서 머무는 동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전보다 친해진 것 같아서 보기는 좋다만, 내가 모르는 뭔가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찝찝하다.

“뭘! 나 이 여자랑 더 이상 같이 못 있겠으니까. 빨리 나가!

“어! 알았어. 조금만 천천히!

페로렌의 성화에 못 이겨 떠밀리다시피 가게를 나선다.

*

나는 어느샌가 나타난 드웍프와 왠지 모르게 꽁해 있는 페로렌, 둘과 함께 앞으로의 목표를 세웠다.

개인적으로는 돈을 더 벌어서 우올로 큰 걸 한대 사고 싶었지만, 드웍프는 강해지는 게 최우선이라며 페로렌의 의견을 따라 아이셀 업그레이드를 하자고 강하게 밀어붙이더라.

평소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애가 위험을 몇 번 겪더니, 역시 안전만 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나 보다. 그러면서 지는 왜 강해질 생각을 안 하는데……?

뭐, 어쨌든 간에 다수의 의견을 따라 다음 목표는, 아이셀을 강화하는 쪽으로 굳혀졌다. 아직 희귀도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목걸이지만, 첫 번째 소질만 봐도 엄청나다는 걸 알겠으니 최고의 사기템을 제작해서 모두가 우러러볼 수 있는 그런 남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페로렌의 말로는 아이셀을 강화하기 위해선 특별한 재료 몇 개가 필요하다는데, 그중 하나가 그란트월 산 정상에 있는 던전의 얼음 요정을 잡아 나오는 결정이 필요하단다.

그럼 그곳으로 출발하기 전에 잠깐 들러야 할 곳이 있으니 그곳부터 가볼까?

*

몬드리호프 도시의 중앙 광장. 평소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이곳이지만 오늘따라 그 많은 이목이 한 곳에 집중되었다.

“이 자식들이 구경났어?! 당장 꺼지지 못해?!”

“꼴 좋다. 그렇게 난동을 부리고 다니더니 쯧쯧…….”

“저대로 죽어버리라지…….”

“방금 어떤 자식이야! 나 욕한 새끼! 목소리 다 들었어! 너 찾아내서 내가 반드시 후회하게 해줄 거야!”

그랑즈는 마을 중앙 광장 높은 판자 위에 행위 예술의 한 장면처럼 걸려있다. 앞으로 그랑즈는 한 달간 약간의 물과 쌀 한 줌씩만 먹으면서 저대로 걸려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 이 도시에서 영영 쫓겨나 작은 마을로 아무것도 없이 홀로 떨어질 거라고 한다. 역시 백작이라 그런지 일 처리는 확실하게 하는구나.

그랑즈 주변에는 타인이 해코지하지 못하도록 주변에 두 명의 경비병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를 향해 날아드는 욕설과 음식 찌꺼기까지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다.

팍-! 어디선가 벽돌 마냥 딱딱한 빵 덩이가 날아와서 그랑즈의 미간을 강타한다.

“으으!! 어떤 새끼야! 어떤 새끼가 던진 거야!”

아직 걸려있는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팔팔하게 날뛴다. 지나가던 몇몇 유저들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마을 이벤트인가 싶어서 쓸모없는 잡템을 한두 번씩 던져보고는 아무 일 없자 제 갈 길을 간다. 그럴수록 그랑즈는 더욱 심하게 날뛸 뿐이다. 꼴 좋구나.

“형님도 뭐 하나 던지시죠? 당한 게 많잖아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누가 얼굴 먼저 맞추나 내기할까? 10만 셀 내기 어때?”

“형님 쪼잔하게 10만 셀을 누구 코에 붙여요? 100만 셀 가시죠.”

“돈도 없는 게……. 지면 말 바꿀 거잖아 너. 알았어. 일단 해. 페로렌 너도 낄래?

“유치하기는……. 난 됐어.”

드웍프의 제안에 따라 그랑즈에게 던질 만한 물건을 찾던 때, 무척 반가운 얼굴이 나를 부른다.

“뭘 님. 안녕하세요?”

그랑즈를 이 꼴로 만들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인물.

“저번에 그 여자네.”

“셀리안!”

페로렌도 나도 그녀를 단번에 알아봤다. 셀리안은 장바구니를 든 채 빠져들 것 같은 눈웃음을 띄우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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