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52화 (52/147)

<-- 죽어가는 창관 살리기 -->                               “여체 분석이라……. 고마워 잘 쓸게.”

“고맙긴 우리 사이에……. 남자 것도 있는데, 흥미 있으면 줄까?”

“아니야 됐어.”

흥미 있을 리가 있나. 내 기술 창에 남체 분석이라는 기술이 들어오는 순간, 캐릭터 자체가 검은 기운을 물씬 풍길 것 같은 느낌이 강렬하게 든다.

그때 창관 입구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자 상당히 익숙한 얼굴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 반가운 얼굴은 아니다. 그건 프리지아 또한 마찬가지인지 그녀의 표정도 금세 차갑게 식어간다.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 나의 프리지아! 잘 지냈어?”

“그랑즈…….”

그는 셀리안의 레스토랑에서 난동 부리던 그랑즈였다. 이놈은 가만 보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것을 찾아다니는 것 같다.

“그나저나, 여긴 왜 파리 새끼 한 마리가 안 보이는 거지? 매춘부는 다들 어디 간 거야?”

그랑즈는 주변을 거닐며 억지로 트집이라도 잡고 싶은 듯 가게 장식들을 괜스레 툭툭 건든다.

“뻔뻔하게 잘도 찾아오네……. 누구 때문에 가게가 이 지경이 됐는데.”

“응? 누구야? 누구? 누구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거야? 말만 해 내가 혼내 줄 테니까.”

그랑즈는 그녀의 말에 짐짓 놀란 듯이 되묻는다. 확신컨대 저 장난스러운 몸짓과 표정에는, 모든 걸 자신이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모른 척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프리지아도 그러한 행동에 기가 차는 눈치다.

“하아……. 내가 당신 같은 인간이랑 무슨 말을 해. 당장 내 가게에서 나가.”

“그러지 말고 프리지아. 나한테 와서 내 가게를 운영하면서 함께 살자니까? 이런 볼품 없는 가게를 누가 찾아준다고? 고집도 좋지만, 상황에 따라서 버릴 줄도 알아야 진정한 행복을 찾는 거라고.”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가지고 프리지아를 설득하던 그가, 내 존재를 이제 알아본 듯 물어온다.

“아, 그러고 보니 그쪽은 손님인가? 망해가는 가게에 뭐 얻을 게 있다고……. 그쪽도 차라리 우리 가게로 오지? 끝내주는 미녀들이 넘치거든?”

“이 남자, 당신이 상관할 사람 아니니까 신경 꺼.”

프리지아의 반응을 눈치껏 살피던 그랑즈가 나를 향해 싸늘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표정만 보면 귀신도 패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아……. 이봐 너. 설마하니 그럴 리 없겠지만, 경고하는데……. 프리지아에게 껄떡대다가 귀한 목숨 잃게 되는 수 있어. 목숨 보전하고 싶으면 프리지아랑 지극히 공적인 대화만 하도록 해. 알겠어?”

놈은 잘 모르겠지만, 오늘만 벌써 두 번째다. 놈에게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은 것 말이다.

그는 이곳저곳을 조금 더 두리번거리더니 볼 장 다 봤다는 듯,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뭐 그럼. 아직 버틸만한 것 같으니 다음에 오지. 다음에 왔을 땐 부디 좋은 선택 하길 바랄게.”

건들건들 가게를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프리지아는 짙은 한숨을 내쉰다. 답답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자의 한숨이다. 이 가게가 이렇게 된 이유는 안 봐도 뻔하다.

“저놈 때문이야? 가게가 힘들어진 게?”

프리지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 밝아 보이기만 하던 프리지아가 조금은 우울한 표정이다. 내 품에 안겼을 때의 그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녀도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남자를 찾아다녔던 것 같다.

“한때 우리 가게도 엄청 잘 나갔어……”

그녀는 말 못 할 속내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프리지아의 가게는 한때 옆 건물의 창관을 방불케 할 만큼 엄청난 문전성시를 이루는 유명 창관이었다.

프리지아의 창관은 원래 그녀의 언니가 운영했고, 프리지아는 이곳의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언니가 귀족에게 청혼받고 가게 운영에 손을 떼면서 프리지아가 뒤를 이어받아 운영을 맡게 되었다.

그녀는 비록 가게 운영이 처음이긴 했지만, 그동안 언니 옆에서 보고 배운 탓에 큰 무리 없이 가게 매출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손님으로 찾아온 그랑즈라는 사내는 프리지아의 아름다운 미모에 반해 그녀를 지목하고 잠자리를 가지려 했다. 하지만 여주인은 손님과 잠자리를 하지 않는 게 이 가게의 철칙이었다.

프리지아는 당연히 거절했고, 그랑즈는 뜻대로 되지 않으니 언제나처럼 난동을 부렸다. 첫날은 어떻게든 넘겼지만, 그랑즈는 그 이후로도 계속 찾아와서 난동 부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아차린 프리지아의 언니가 결혼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상황을 수습하고 나섰다. 동생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던 탓이었다.

그녀의 언니는 창관을 운영하면서 정계에 많은 인맥이 있었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그랑즈의 아버지인 몬드리 백작에게 이 사실이 흘러가도록 유도했다.

그 이후, 그랑즈는 자신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아버지의 명에 따라 다시는 프리지아의 창관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포기할 줄만 알았던 그랑즈는 더욱 간사한 방법을 동원해서 프리지아를 괴롭혔다.

프리지아의 창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올 거리에 커다란 창관을 떡하니 세운 것이다. 그녀의 가게를 망하게 하자는 심산으로 말이다. 그랑즈는 그렇게 하면 프리지아가 자신에게 올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방법은 어리석게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프리지아의 창관은 단골 위주의 운영 방식이라 매출 폭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탓이었다.

더군다나 프리지아의 교육법으로 제대로 훈련받은 A급 이상의 여성들이 넘쳐나는 이곳인데, 기껏해야 B나 C급 정도의 노예로 수두룩한 그랑즈의 창관이 사람들의 눈에 찰리가 없었다.

결국, 그랑즈의 창관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처참히 망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랑즈의 비열함은 위기 상황일수록 더 크게 발휘됐다. 그랑즈가 프리지아 창관의 여급들을 협박과 돈으로 매수하여 하나둘 빼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행태는 결국 주요 여급들의 단골까지 빼앗아가는 결과로 이어졌고, 그러한 악순환이 계속되자 프리지아의 창관은 지금처럼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손님은커녕 근무할 아이들도 없어서 망하기 직전이야…….”

“그 인간은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든다 싶더니……. 그냥 태생이 그런 인간이었구먼?”

“무슨 그런 악마 같은 놈이 있어?”

프리지아를 싫어하는 페로렌도 그녀의 이야기에는 안타까운 시선을 내비친다.

“형님! 그런 놈은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기꾼이 그런 소리 하니까 적응 안 되긴 하지만, 드웍프 말에는 나도 같은 생각이다.

[퀘스트 발생! – 죽어가는 창관 살리기][난이도: 매우 어려움]

몬드리호프의 유명하던 프리지아의 창관은 최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당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프리지아의 창관은 1달 이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녀를 도와 위기의 창관을 구해주세요.

*이 퀘스트는 1달의 제한 시간이 주어집니다.

〈목표〉

1.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세요.

└ A급 이상의 상급 여급을 확보하세요. (0/5)

└ B급 이상의 중급 여급을 확보하세요. (1/20)

*추가 목표 - A+급 이상의 최상급 여급을 확보하세요. (0/1)

2. 프리지아의 창관 고객을 유치하세요.

└일일 고객 80명을 달성하세요. (0/80)

*추가 목표 - 일일 고객 150명을 달성하세요. (0/150)

3. 창관의 랭크를 B 이상으로 끌어올리세요. (현재 D)

〈보상〉

브랜드 명성 2500 획득 / 잠재 10 획득 / 특별 능력치 장착공간 1 확장 / 프리지아의 창관 지분 획득

새롭게 생성된 퀘스트를 보며 프리지아를 바라본다. 최초로 나타난 매우 어려움 퀘스트 그런 만큼 보상이 다양하게 지급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리지아의 창관 지분 획득.

가게 지분 관련 내용을 도움말로 살펴보니 가게를 매입하거나 운영하는 가게에 지분이 있다면, 정해진 날짜에 일정 금액만큼을 수금할 수 있는 모양이다.

보통 가게를 구하거나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선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번 퀘스트만 완료하면 그걸 공짜로 준다는 말이다. 이건 분명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반드시 깨고 말겠어.

“내가 도와줄게. 프리지아.”

“이야 역시 형님. 강단 있는 사나이라니까요. 그럼요! 어려울 땐 도와야죠.”

“너 미쳤어? 이 망해가는 창관을 네가 무슨 수로 살려?”

내 결정에 갈채를 보내는 드웍프와 달리 페로렌은 펄쩍 뛰며 소리친다. 확실히 자금이 있다면 쉽게 풀릴 수 있을 퀘스트지만, 저 인원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자금 사정 때문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 같긴 하다.

더군다나 일일 고객수까지 충족해야 하니…….

그렇지만 거절하기엔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너무도 크다. 거기에 감동해서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프리지아의 눈망울을 보고 어찌 거절을 고할 수 있겠는가?

“자기……. 저, 정말……? 정말… 날 도와줄 거야?”

“좋은 책도 받았는데 모른 척할 순 없잖아.”

프리지아의 눈이 감격에 젖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된다.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그녀도 꽤 힘들었나 보다. 특히나 언니가 열심히 키워 놓은 걸 자신이 말아먹었다고 생각하니 그 상심이 더욱 클 수밖에…….

그녀가 곧 내 품에 안겨 온다.

“자기이……! 고마워.”

-‘프리지아의의 호감이 3 상승했습니다. (현재 75+++)’

“자기는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멋진 남자야. 흐윽……. 쪽.”

그녀가 훌쩍이며 나에게 입을 맞춰온다. 희로애락을 애정표현으로 하는 여자라니……. 볼수록 멋진 여자라니까?

“츄웃……. 내 방으로 갈래? 자기?”

“은근슬쩍 붙어서 뭐 하는 짓이야? 당장 그만 못 둬?!”

프리지아의 방을 구경하고 싶은 욕망은 페로렌이라는 벽에 완전히 가로막혀 차단되고 말았다.

역시 떼놓고 오는 게 맞았어…….

*

일단 퀘스트를 풀어나갈 방향을 정하기 위해 프리지아와 회의를 시작했다. 페로렌과 드웍프는 창관의 영업 기밀 문제로 어쩔 수 가까운 여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일단 가장 먼저 부족한 게 창관의 꽃이란 말이지?”

“응. 그랑즈 한테 우리 꽃송이들을 전부 빼앗겨서 고객들이 한 명도 오질 않으니까…….”

창관의 여급들을 프리지아는 꽃송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일단 프리지아의 창관 정보를 대략 살펴보면 이렇다.

[프리지아의 창관]

랭크: D

총책임자: 프리지아

관리자: 라니타

직원: 2명

〈일별 통계〉

순이익: 0셀

고객: 0명

VIP: 0명

고객평가: 0점

직원은 프리지아와 카운터에 앉아있는 여급 하나. 지금은 유일하게 남은 직원이므로 회의실에서 같이 의논 중이다.

원래는 일반 여급인 듯하나 지금은 카운터 직원조차 없어서 대신 앉아있는 듯하다.

말을 들어보니 유일하게 매수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은 진정한 의리녀라는데, 매출이 없다 보니 인건비도 안 받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꾸준히 나와 자리를 지켜주다니……. 세상에 이렇게 멋진 여성이 있나?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창관은 진작 문 닫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프리지아도 그녀에게 고마워서 관리직을 맡긴 듯하다. 손님도 없는 시점에서 관리인이라는 직급 자체가 의미는 없다지만……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는데, 우선 랭크를 올리려면 ‘고객평가’와 ‘순이익’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고객 평가가 5점 만점을 유지하면서 하루 순이익이 일정 금액을 넘겨야 랭크가 오르는데.

1억 이상은 S,

5천은 A,

2천은 B,

1천은 C,

이하 D,

이런 식으로 되는 것 같다. 현재는 B랭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므로 하루 순이익이 2천만 셀 이상 되어야 한다. 하루 순이익이 2천이면……. 현실에서는 거의 중소기업 CEO 수준인데. 뭐 게임이니까 이해하겠다.

듣자 하니 잘 나갈 땐, 하루 5천은 가뿐했다고 하는데……. 노예 살 돈을 지원해주지 않는 걸 보면, 그동안 벌어둔 돈은 언니라는 사람이 꽁꽁 싸매고 튀었나 보다.

프리지아에게 좋은 언니일진 몰라도 나한텐 퀘스트의 난이도를 높여 놓은 주범일 뿐이다.

아무튼, 그래서 첫 번째 목표는 역시나 인력부터 충원해야 할 듯하다

“자기가 괜찮은 인력을 물색해서 데려와 주면, 필요한 기교는 나랑 여기 있는 라니타가 맡아서 교육할게. 다만, 꽃송이들 수준을 높이려면 아이들이 남자에 대한 적응이 필요한데…….”

그녀가 나를 보며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별수 없다는 듯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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