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51화 (51/147)

<-- 죽어가는 창관 살리기 -->                               나는 그랑즈에게 다가간다. 그는 내 얼굴을 꼬나보더니 아니꼬운 듯한 말투로 지껄인다.

“후우, 너 내가 누군지 알고 내 하수인들을 때려눕힌 거야? 이거 뭐 하는 놈이야?”

그가 내 얼굴을 보려 모자에 손을 뻗는다. 그 순간 지팡이 손잡이로 그의 뒷 무릎을 홱 당긴다.

“어헉?!”

무게 중심이 흐트러진 그는 한순간 무릎 꿇는다.

“네가 누군지는 알 바 아니고, 네 행동이 무릎 꿇고 사과할 만한 행동이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이게 감히 누구를……!”

그가 몸을 일으키려 한다. 나는 그가 일어나지 못하게 허벅지를 밟는다.

“크윽!”

손잡이 끝으로 그의 명치를 퍽! 치자 숨쉬기 힘든 통증에 그가 웅크린 채 배를 부여잡는다.

“으윽……!”

“잠깐 그러고 있어. 거기 두 분! 조금만 이쪽으로…….”

나는 셀리안과 그녀의 아버지를 그랑즈의 머리 방향으로 오게 한 뒤 그의 등에 앉아 체중으로 짓누른다. 그 모습이 꼭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양새와 닮았다.

나는 훔치기 기술을 이용해 그의 뒷주머니에서 30만 셀을 훔쳐낸다. 제압 상태라 그런지 실패는 없었다. 아니, 근데 돈을 얼마나 들고 다니길래 그냥 꺼냈는데 30만 셀이 나오는 거야?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호응을 유도하며 훔친 돈을 앞의 부녀에게 전달한다.

“여러분들! 이 녀석이 지금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거 보고 계시죠? 큰 용기를 내준 이 사람에게 박수 한 번 줍시다!”

물론 박수 소리는 없다. 그래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들이 손뼉을 쳤다가 이후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를 일이니까.

그가 일어나려고 꿈틀거릴 때마다 날뛰는 말을 조련하듯 이곳저곳을 지팡이로 툭툭 때린다. 그는 지팡이에 맞고 고통에 몸부림친다.

“크으윽! 이 새끼 너는 반드시 찾아내서 죽여버릴 거야! 죽인 다음엔 모든 사람의 본보기로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광장에 내 걸어버릴 거야! 감히 나한테 이딴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랑즈가 내 밑에 깔려 악다구니를 지껄이는 와중에 멀리서 도시 경비대가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다가온다. 누군가 신고를 한 모양이다.

“넌 이제 죽었어! 경비! 이 자식 빨리 잡아!”

그랑즈의 말투에 난 설마 그들이 나를 잡으려나 싶었지만, 다행스럽게 그건 아니었다. 그들은 그랑즈와 그의 하수인들을 체포했다. 그랑즈는 당황한 얼굴로 소리친다.

“뭐야?! 지금 너희 뭐 하는 거야!”

“그랑즈님, 백작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이 이상의 소란은 백작님께서도 원치 않으실 겁니다.”

“뭐? 아버지가 오셨어? 하아……. 이런 씨. 알았으니까 이거 놔!”

경비병에게서 풀려난 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내게 손가락질한다.

“너! 내가 반드시 찾아낸다.”

“어멋! 소녀 무서워 죽겠어요.”

협박성 경고 따위 무서워할 소냐? 어차피 놈은 내 얼굴을 못 봤고, 내 트레이드마크인 지팡이도 꽁꽁 감아 놨으니 짐작하기는 어려울 터.

그러므로 그랑즈 녀석이 아무리 무서운 말로 나를 협박한들, 그것은 내게 단순 협박 그 이상으로 들리지 않는 말씀!

그럼…….

“잘 가.”

여성스럽게 손가락을 흔들어주면서 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

코스요리가 푸짐하게 놓인 레스토랑 테이블 앞에서 페로렌이 나를 별난 사람 보듯 쳐다본다.

“정말 너라는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왜요. 또?”

페로렌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아마 조금 전 일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나도 페로렌 같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으니 피차일반 일반 아니겠는가?

식사를 마치자 가게 안쪽에서 한 여인이 디저트를 가지고 나온다. 아까 전 그 소녀 셀리안이다. 그녀는 나와 페로렌 앞에 디저트를 내려놓으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웃을 때의 눈 모양이 정말 매력적인 여인이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근데 이런 걸 정말 공짜로 받아도 되는 건지…….”

“그럼요. 저와 아버지를 구해 주셨잖아요. 돈도 대신 받아주시고……. 그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요?”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내가 먹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저렇게 이쁜 여인이 날 바라봐주는 건 좋지만,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으니 살짝 부담스럽다.

페로렌도 뭔가 싶은 표정으로 나와 그녀의 얼굴을 한 번씩 번갈아 보며 디저트를 음미하고 있다.

멀뚱히 서 있는 그녀에게 무슨 말이라도 건넬까 싶었는데, 문득 그녀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작은 바이올린에 시선이 꽂힌다.

“악기 연주할 줄 아시나 봐요?”

물어보자 멍하니 쳐다보던 그녀가 허겁지겁 대답한다.

“아? 저요?! 아, 네! 조금 할 줄 알아요. 원하시면 들려드릴까요?”

“어우, 그럼 좋죠.”

“음……. 어떤 곡이 좋을까……. 아! 지금 기분을 곡으로 들려 드릴게요.”

그녀가 길게 뻗은 손가락을 바이올린의 선위에 살며시 얹는다.

곧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가게 안에 사랑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왜 사랑의 음악이냐고?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냥 듣는 것만으로 그런 생각이 든다.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몽롱해진다. 시야가 좁아지면서 아름답게 바이올린을 켜는 그녀 모습만이 시각 잔상 효과처럼 다가온다.

연주에 심취한 듯한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슬며시 바라본다. 그 눈길에 빠져들 것만 같다. 그녀가 가진 사랑스러움이 내 마음의 심리적 갈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녀와 말하고 싶다.

그녀와 함께 걷고 싶다.

그녀와 손을 맞잡고 싶다.

그녀와 결혼을 꿈꾸고 싶다.

지금 순간 간절해지는 이 기분을 그녀에게 당장이라도 전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뜨거워지는 열정이 심장을 녹여버릴 것만 같다.

“저기…….”

“셀리안!”

입을 열려는 순간 그녀의 아버지가 달려온다.

“앗?! 아버지.”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아버지의 말에 그녀는 곡 연주를 멈춘다.

“너, 또!”

그 순간 좁아졌던 시야가 돌아오면서 정신이 맑아진 느낌이 든다. 조금 전까지 최면이라도 걸린 듯 빠져들던 그 기분은 뭐였지?

“악보대로만 연주하라니까.”

“아……. 하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그녀는 멋쩍은 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방금 그 느낌은 뭐였을까? 셀리안의 아버지는 왜 그녀의 연주를 막는 걸까? 확실한 건 평범한 연주가 아니었어…….

우리는 이후, 셀리안의 아버지와 아까 있던 일에 대해 대화를 조금 나눈 뒤, 조금 전 그 오묘했던 느낌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방금 음식점 그 여자가 너 마음에 두는 것 같던데?”

“응? 아……. 글쎄……. 그런가?”

안 그래도 조금 전 따라와서 머뭇거리더니 괜찮으면 나중에라도 가게에 다시 들려달라고 하더라, 다음에 제대로 된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며 말이다.

껄떡거리기 딱 좋은 기회였으나, 페로렌이 있어서 차마 작업 걸 시간은 없었다. 신에게 12분의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각인이라도 새겨놓았을 것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프리지아의 창관으로 향한다.

이 도시는 특이하게 많은 창관이 도시 한 가운데 있다. 보통 풍속이 문란한 향락가는 도시 외곽 쪽으로 빠지는 게 정상인데, 이곳은 반대이다 보니 도시를 둘러보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이곳을 방문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지나오면서 매우 큰 창관 하나를 봤는데 관광객이나 돈 많아 보이는 귀족들이 거의 줄을 서다시피 하고 있었다. 지금껏 어떤 창관도 줄 서서 사람을 받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놀랍기만 하다. 그만큼 이 도시의 향락 문화가 크다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조금 걸으면서 프리지아의 창관에 당도했다. 프리지아는 가게 입구에서 건물 간판을 확인하고 있었다.

“어? 앗! 자기이-!”

-‘프리지아의 호감이 2 상승했습니다. (72+)’

프리지아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소녀 팬 같은 모습으로 매달려 온다.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상승하다니……. 프리지아에게 각인 건지 얼마 안 됐는데도 벌써 복종이 45% 가 넘었다.

50%가 넘으면 무슨 기술을 쓸 수 있다던데 올려서 조만간 올려서 한번 보던가 해야겠다.

“정말 나 보러 와 준거야? 이건 보답.”

프리지아가 내 목을 끌어안고 기분 좋은 키스를 선사한다. 아아 프리지아. 당신이 이러니까 내가 당신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겠소?

그러나 페로렌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노발대발 나와 프리지아 사이를 떼놓으려 한다.

“지금 뭣들 하는 거야!”

-‘페로렌의 호감이 1 하락했습니다. (69-)’

이럴 수가……. 어떻게 올려놓은 호감인데, 그게 깎여 나가나? 나를 좋아해서 질투 때문에 떨어지는 거라면 이해하겠는데, 페로렌은 그런 낌새도 없잖아?

“당장 떨어지지 못해?!”

“츄웁……. 쮸읏! 음…? 어머? 누가 우리 사랑을 훼방 놓나 했더니 귀여운 꼬마 아가씨였네?”

“꼬마? 몸이나 파는 창녀 주제 누구더러 꼬마라는 거야?!”

“으… 음……. 꼬마 아가씨. 아무리 마음씨 넓기로 소문난 나라도 그런 말은 상처받을 수 있거든……? 가려서 해주지 않을래?”

하아……. 또 시작됐다. 일이 커지기 전에 말려야겠다.

“그만, 그만……! 난 순수하게 볼일이 있어서 여기 온 거니까 둘 다 그만합시다. 프리지아 저번에 뭐 알려준다고 했지?”

“그럼, 순수하게 방에 가서 따로 얘기할까 자기?”

프리지아가 손끝으로 내 목을 간질이며 윙크한다. 그 유혹에 넘어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가는데 페로렌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다.

“너희는 무슨 짐승이야? 시도 때도 없이 발정 났어?”

“하아……. 도대체 왜 이렇게 방해하는 거야? 듣자 하니 우리 자기랑 아무 관계도 아닌 것 같던데……. 혹시 우리 자기 좋아해?”

“좋아……? 하! 내가 미쳤어? 이런 수준 떨어지는 애를? 그냥 내 주변이 창녀 하나 때문에 더러워지는 게 싫을 뿐이야!”

“창녀 때문에 더러워져……? 지금 말 다 했어?!”

하아……. 또 시작이다. 역시 페로렌을 두고 오는 게 정답이었나?

*

소란을 겨우겨우 잠재우고 나서야 우리는 프리지아의 창관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페로렌은 화가 나서 안 들어오겠다고 하더니, 즉시 방으로 날 끌고 가려는 프리지아의 모습에 생각을 바꾼 듯하다. 지금은 프리지아가 손이라도 대면 물어뜯을 기세로 눈을 부라리고 있다.

“형님, 이런 말씀 드리긴 좀 그렇지만, 근데 뭔가 많이 부족하네요.”

“우왓?! 뭐야? 너 언제 왔어?!”

“방금요.”

어느샌가 내 옆에는 드웍프가 창관의 내부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하여간 스스로 잘도 찾아온다니까……? 드웍프 때문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가 했던 말을 되새겨본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뭔가 많이 비어 보이긴 한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창관임에도 손님은 없고, 직원이라고 보이는 건 카운터에 앉아있는 여인 한 명뿐이다. 지나오면서 봤던 창관과는 상당히 비교된다.

프리지아 본인도 그걸 아는지 쑥스러운 듯한 웃음을 짓는다.

“조금 조촐하지? 요즘 가게 사정이 나빠져서…….”

운영이 어렵다더니 정말 그런 듯하다. 그녀는 우리를 잠깐 서서 기다리게 하더니 안쪽 방에서 어떤 책 하나를 들고나온다. 그녀가 건넨 책을 받아든다.

표지에는 프리지아의 여체 분석이라고 쓰여 있다. 이게 무슨 책이지?

책을 펼치자 기술을 획득했다는 시스템 문구가 떠오른다.

-‘히든 기술‘프리지아의 여체 분석’을 습득했습니다. (프리지아의 여체분석을 읽은 것’으로 인하여)

-‘히든 기술 ‘프리지아의 여체 분석’ 1단계 자질이 개화되었습니다.’

-‘히든 기술 ‘프리지아의 여체 분석’ 2단계 자질이 개화되었습니다.’

-‘히든 기술 ‘각인’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합니다.’

[프리지아의 여체 분석]

히든 기술. 성관계 시 여성에게 성 관련 내용을 가르칠 때 더욱 빠르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성기교 습득률이 100% 추가 향상됩니다.  *대상이 여성인 경우에만 효과가 발동됩니다.

〈자질〉 2단계 개화 중

-대상이 선호하는 성적 행위를 알아내기 쉬워집니다.

-대상이 느끼는 부위를 알아내기 쉬워집니다.

“내가 직접 공부하고 쓴 교본이야. 노예들을 훈련시킨다면 제법 도움이 될 거야.”

이건 순수 성행위 관련된 기술인가 보네. 이런 것도 있었구나. 별의별 게 다 있구나. 덕분에 각인 시너지 효과도 생겼다.

[각인]

〈시너지〉

-입맞춤으로 각인의 흔적이 즉시 새겨집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없음)(프리지아의 여체 분석과 시너지)

-대상이 강한 쾌감을 얻는 경우 하루 동안 각인이 진해입니다. 복종도 상승 폭이 커집니다. (프리지아의 여체 분석과 시너지)

입맞춤으로 재사용 대기 시간 없는 각인이라니?! 기존에는 각인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무조건 하루의 재사용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시너지를 이용하면 각인을 남발하고 다녀도 무방할 듯하다. 아직 노예를 훈련시켜본 적 없지만, 이거라면 확실히 노예를 훈련시킬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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