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주받은 보석의 비밀 --> “우리 할아버지 장신구엔 특별한 기운이 있거든? 그리고 난 그 힘을 느낄 수 있어. 언제부턴가 너한테서 그 힘이 느껴지더라? 귀걸이는 없는 것 같고……. 목걸이만 찾은 거야?”
목걸이에서 무슨 힘이 느껴지길래…….
“아 그게…….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죠…….”
“변명 안 해도 돼.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안심이니까. 사실 귀걸이는 우리 할아버지가 만든 목걸이 모양이랑 어울리게 내가 만든 거야. 그래서 귀걸이는 힘들게 찾을 필요 없어.”
그래서 페로렌이 그동안 나를 안 내보낸 거였구나? 여태까지 다 알고 있으면서 나를 가지고 놀았던 거였어. 진작 말해줬더라면 그렇게까지 마음 졸일 일 따윈 없었을 텐데.
내가 목걸이를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넘어가 준다면 나로선 환영이긴 한데, 목걸이에 달려있던 보석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렇게 자비롭지는 않겠지?
그렇지만 어차피 돌려줘야 하니까 목욕이라도 끝내고 사실을 밝히자. 목욕이라도 편하게 해야지…….
그렇게 마음먹고 있는데, 그녀의 입에서 이어나오는 말이 내 수명을 조금은 더 연장한다.
“당분간은 그거 네가 가지고 있어. 너한테 있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으니까.”
“아, 예. 그러죠. 뭐…….
그녀가 멍하니 있던 내 팔꿈치를 꾹 찌른다.
“네?! 왜 그러시죠?”
“왜 이렇게 놀래?”
그냥 부르는 건데, 이 몸이 지은 죄가 많아서 깜짝깜짝 놀란다.
“나 비누칠…….”
“아, 네.”
욕조에서 나온 뒤 비누를 손에 묻혀 그녀의 등을 조밀하게 닦아 내린다. 다른 건 몰라도 피부 하난 진짜 좋은 것 같다. 살결이 너무 매끄러워서 진짜 인형 같아 보인다. 작은 뾰루지 한번 나 본 적 없는 천연의 피부라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않을까?
“등에서 발은 좀 치우지?”
“응? 아 죄송합니다.”
손은 괜찮은가 본데, 발은 역시 더럽게 느껴지나 보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처음엔 손 닿는 것만 해도 기겁을 하던 사이였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페로렌이 발이라고 오해한 소중이를 옆으로 살짝 치워 놓는다.
차라리 발로 알고 있는 게 속 편하겠지…….
이제 앞을 닦아야 하는데, 그녀가 돌아보면 내 거대한 소중이를 보고 충격받을 수 있으니, 이대로 닦아줘야겠다.
“앗?! 뭐, 뭐 하는 거야?!”
“앞에도 닦아 드리려고요.”
나는 뒤에서부터 너무 닿지 않게 거리를 두며 그녀를 끌어안는 모양새로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아음…….”
그녀는 양손을 한껏 말아 쥔 채 긴장한 모습으로 등을 꼿꼿이 편다. 긴장하고 있다는 게, 등 뒤에서 느껴질 정도다. 남자의 손길이 닿는 게 그녀로서도 사뭇 긴장되긴 하나 보다.
“아아응……! 그, 그만해! 앞엔 그냥 내가 할래.”
푸딩같이 섬세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을 닦아 내리자 묘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소리가 부끄러웠는지 그녀가 내 손을 잡아 내린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이 재밌어서 그만두고 싶진 않다.
“이왕 하는 김에 마무리는 해야죠.
그녀가 다시 제지하기 전에 빠르게 가슴을 훑기 시작한다.
“아앗! 아! 그만해!”
상체를 움찔움찔 떨며 힘없이 가슴을 가린다. 어째 저번보다 더 민감한 느낌이다.
“아? 뭐 해?! 아윽! 하지 마!”
“이렇게 해야 조금 더 닦기 편할 것 같아서요.
나는 그녀를 홱 들어 바닥에 엎드리게 해놓고, 전신을 훑어 내린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을 닦아 나간다.
그녀는 간지러운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모양인지 신체를 이쪽저쪽으로 비튼다.
“어허, 움직이지 마세요.”
“아아! 하지 말라니까아!”
나는 그녀의 토실하게 오른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때리며 그녀의 움직임을 경고한다.
“움직이면 또 맞아요.”
“아파!”
“그럴 리가 있나요. 살살 쳤는데.”
“아프다구! 이거 놔! 진짜 가만 안 둬!”
그녀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한 채 농밀한 비누칠을 계속해나간다. 그러다 마주하게 된 무모 지대의 깊숙한 골짜기에서 내 손은 거침없는 행진을 멈춘다.
“응?”
미끌미끌? 젖은 건지 비눗물인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반응이 조금 수상하다.
“아, 아니야! 비눗물이야! 그만해! 그만!”
누가 뭐랬나? 저렇게 당황해서는 더욱 의심스러울 뿐이다.
그녀는 기어이 내 손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를 씻겨 주겠다며 나를 엎드리게 했다. 정확히는 그녀가 씻겨 주겠다고 했을 때 내가 재빨리 엎드렸다.
그녀를 씻겨주는 동안 소중이가 분노했기 때문에 분노가 수그러들 때까지만이라도 엎드려 있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오판이었다. 더러운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페로렌이 내 몸을 씻겨준다는 사실에 묘한 흥분이 치솟아서 소중이에 뼈라도 자란 듯 발기가 풀리질 않고 있다.
“그래도, 남자치곤 피부가 더럽진 않네. 이제 뒤집어.”
“예?!”
“하아……. 그 정도로 안 들리면 신관한테 가서 진단이라도 받아보면 어때? 몸 뒤집으라고.
내가 설마 진짜 안 들려서 그러겠냐? 뒤집기 곤란한 상황이니까 그렇지…….
“앞은……. 제가 하면 안 됩니까?”
“아, 그러셔……? 내 손으로 이런 거 처음 해보는 건데 그걸 거절하겠다고? 정말 거절할 자신이 있어?”
그 말도 사실이긴 한데……. 이런 젠장……. 곤란한데 내가 했던 짓을 그대로 돌려받게 될 줄이야. 그렇다면 정면 돌파다.
“아가씨야말로 제 물건을 보고 견딜 자신 있습니까?”
“물건……? 힉!”
그녀는 차마 생각을 못 하고 있던 건지 물건이라는 말에 헛바람을 집어먹는다. 그러나 물러서기는 또 싫은지 기어이 하겠다며 말을 꺼낸다.
“그, 그럼 물론이지. 그까짓게 뭐라고. 난, 괜찮아.”
괜찮다면서 목소리에 불필요한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진짜죠? 진짜 괜찮다고 했습니다. 미리 마음의 준비 해두세요. 그럼 갑니다!”
몸을 홱 돌리려는 순간!
“잠깐! 잠깐만……!”
“왜요? 포기하시게요?”
“포기는 무슨! 눈, 감아……!”
눈? 눈을 왜 감으라는 거지?
“나도 눈 감을 테니까 빨리 눈감아!”
아, 그런 식으로 하시겠다? 뜻대로 해드리죠. 아가씨. 결국, 그녀도 자신이 없긴 했나 보다. 그녀가 눈을 감자 나 또한 눈을 감고 그대로 신체를 돌린다.
“어, 어디가 얼굴이야?”
“제 손, 이쪽에 있어요. 잡아봐요.”
“꺄앗! 갑자기 어딜 건드는 거야!”
“커윽! 바, 방금 아가씨가 내려친 곳이 명치예요. 으윽…….”
마지못해 몸을 대주면서도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네…….
그녀는 내 손을 따라 얼굴부터 어깨 가슴 차례로 문질러 내리다. 손이 배꼽 부근에 다다를 때쯤 문득 손을 멈춘다. 아마 그녀의 손에 부딪힌 소중이를 인지한 모양이다.
어디 한번 어떻게 나올지 볼까? 과연 그녀가 씻겨 줄 것인가?
“너……. 눈 감고 있지?”
“네. 착실하게 감고 있습니다.”
“절 때 눈 뜨면 안 돼. 나도 절 때 안뜰 거니까.”
“물론이죠. 약속이니까.”
그녀는 무슨 일인지 한참을 가만히 있다. 살짝 실눈을 떠서 그녀가 뭐 하는지 보는데…….
“크흡…….”
“누, 눈 절대 뜨지 마.”
“네.”
무심코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실눈을 뜨고 지켜본 그녀는 눈을 감고 있지도 않았을뿐더러, 내 소중이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뒤 그녀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내 소중이의 크기를 재보더니 자신의 배꼽에서 국부까지 손바닥을 대보며 소중이의 높이와 비교해보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몰래 감상하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그녀는 허탈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하아, 다 끝났어 눈 떠.”
그녀는 그 말과 함께 일어나서 욕조로 돌아간다.
“어? 왜요? 다 안 해주셨는데?”
“다 끝났다고! 거기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
나는 그녀의 귀여운 반응에 피식 웃음 지으며 묵묵히 목욕을 끝마쳤다.
*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녘. 홀로 눈을 떠 소파에 몸을 기대앉아 인벤토리를 연다. 창가로 은은히 퍼져 들어오는 차가운 은빛 아래, 나는 내 생명을 구해준 보석을 꺼내 든다.
손에 들린 이 보석. 코볼트 족장조차 언제 어디서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이 보석은 대체 정체가 뭘까?
“힘을 흡수하다니…….”
우주를 담고 있는 듯 그 빛깔이 수시로 명멸하며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베일로 감춰진 이 보석……. 아이템 정보를 보아도 전부 물음표로만 표시될 뿐이다.
“으음, 뭘……. 그거 뭐야……?”
“어? 깼어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어느새 잠에서 깬 페로렌이 침대 위에서 묻는다.
“그거… 보석 아니야?”
보석 전문가답게 보석이라면 냄새도 기가 막히게 맡는다. 그녀가 내 보석에 홀린 듯 다가오더니 흥미를 보인다.
“그거 무슨 보석이었어? 나 좀 보여줘.”
“이거 위험한 거라 안 돼요.”
“위험해?”
“네, 아마도 위험할 거예요.”
정확히는 위험한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어쩔 땐 사람을 증발시킬 정도로 위험했다가도 또 어쩔 땐 개미 한 마리 못 죽일 정도로 안전하니 말이다.
“무슨 보석이길래……. 그냥 보는 것도 안되는 거야?”
“그러면 만지지 말고 보기만 해요. 위험하니까 절대 만지면 안 됩니다.”
“알았으니까. 보여봐.”
나는 페로렌에게 보석을 꺼내서 보여준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그녀 잠이 확 깬 얼굴로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어……? 이……. 이거……. 이 보석……! 자, 잠깐만!”
그녀는 자신의 짐을 뒤져 하나의 책을 찾더니 빠르게 훑기 시작한다. 대체 무슨 보석이길래 보석광조차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확실해……. 이거 아이셀이잖아!
“아이셀……? 그게 뭔데요?”
페로렌은 진정 되지 않는 모습으로 보석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태초의 여신 그레이아가 행할 수 있는 최고의 권능.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 아이셀은 전 우주를 통틀어 모든 보호 마법 중 가장 강력한 최상위 보호 마법이라 전해진다. 이는 눈물방울의 보석의 모양으로 그 빛깔이 매번 다양하게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이게 보호 마법이라고요?”
“전설로만 전해지던 보석이라, 더 자세한 내용은 안 쓰여 있는 것 같아. 세상에…….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이걸 찾아다니려고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대체 어디서 이걸 얻은 거야?”
“그냥 어디서 좀……. 구했어요.”
효과가 엄청나다 싶더니 최상위 보호 마법이라니 우연찮게 퀘스트 하나를 깨서 해서 얻은 이 보석이 그런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뭘 우리 할아버지 목걸이 좀 줘 봐.”
“모, 목걸이요? 갑자기 그건 왜…….”
일 났다. 목걸이에 박혀있던 보석이 사라진 걸 알면 분명 화낼 텐데……. 어차피 한소리 들을 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나는 그녀의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꺼내며, 조심스레 사실을 고한다.
“여기요……. 사실 거기 박혀 있던 보석은…….”
그러나 그녀는 나의 고해성사가 끝나기도 전에 홱 가져간다. 보석이 사라졌는데 막상 신경도 안 쓰는 눈치다. 또 괜히 혼자 마음 졸인 건가……? 혹시 모르니 그냥 아무 말 말자.
“목걸이에 여기 홈 보이지? 아이셀의 모양과 딱 맞아떨어져. 이건 우리 할아버지가 아이셀을 찾게 되면 만들려고 하셨던 목걸이야. 할아버지께서는 이 목걸이가 아이셀과 하나가 되면 신조차 함부로 파괴할 수 없는 아티팩트가 만들어질 거라고 하셨어.”
그 정도로 강력한 물건이라고?
“그럼, 바로 합치면 되겠네요!”
“아니……. 단순히 합치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합치고 나서도 세밀한 조율이 필요해……. 혹시, 아이셀 나한테 맡겨 줄 수 있어? 내가 꼭 한번 완성해보고 싶어.”
“하지만 이거 위험한데…….”
“아이셀 자체에는 목숨을 위협할 만 한 특별한 힘이 없어. 다만 아이셀이 흡수해 온 힘들이 무서울 뿐이지.”
확실히 아이셀은 코어에서 나오는 전기를 한차례 흡수하더니 그걸 다시 엄청난 힘으로 방출하기 시작했다. 아이셀에 아까처럼 스파크가 튀진 않지만, 정말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괜찮을 거야.”
나는 그녀에게 선뜻 아이셀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