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40화 (40/147)

<-- 하늘을 나는 배 -->                               선장이 페로렌의 입을 가린 천을 잡아 끌렀다. 천 뒤에 가려진 페로렌의 미모에 드러나자 그걸 본 선장은 까끌까끌한 수염을 문지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호! 이거 봐라. 제대로 내 취향인데 그래?! 제대로 보니 더 매력적이야!”

“저리 꺼지지 못해?!”

“뭐 가슴이 조금 작긴 하지만, 부드러울 것 같아서 좋군. 어디 한번 느낌 좀 볼까?”

선장은 백태 가득 낀 지저분한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페로렌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페로렌이 그의 사타구니를 거세게 걷어참으로써 그 행위는 즉시 중단되었다.

“커억!”

“더러운 게 감히 누굴 건드리려고?!”

“으윽! 이 빌어먹을 년이! 어딜 걷어차는 거야!”

여자한테 맞았다는 사실에 화가 치솟은 선장은 평소 쌓아온 더러운 행실을 페로렌에게 드러냈다.

“꺄악!”

짝-! 소리가 날 정도로 뺨을 세게 맞은 페로렌은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페로렌의 여린 피부는 금세 벌겋게 부어올랐다.

“그, 그만두시오! 그래도 일국의 공주인데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오!!”

“큭큭……. 일국의 공주라……. 그 공주를 네놈들이 팔려고 했던 건 괜찮고?”

“그, 그건…….”

해적 선장은 말을 잇지 못하는 드웍프를 독살스러운 눈으로 쏘아보더니 부하의 허리춤에 비끄러맨 칼을 성큼 뽑아 드웍프의 입에 쑤셔 넣었다.

“카윽?! 으윽……!”

“그건, 뭐? 응? …왜 대답을 못 해?!”

드웍프는 자칫 목숨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큭큭, 장단 좀 맞춰주니까, 너 누굴 등신으로 아는 거야? 이 나라 국왕은 자식이 3명뿐인데. 다섯 번째 공주라고? 감히 누구 앞에서 거짓부렁을 까는 거야?!”

선장이 드웍프의 입안에 넣은 칼을 깔짝거리며 비열한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 속엔 지옥의 악함을 심장에 이식받은 듯한 독악함이 깃들어 있었다.

네놈들은 주제도 모르고 우리 배에 기어오른 죄로 오늘 여기서 다 죽을 거야. 아, 물론…….”

선장은 악의를 응축시킨 검은 눈동자로 페로렌을 쳐다보았다.

“저년은 성기가 찢어지도록 성노예로 굴려 쓰다 노예 시장에 팔아넘길 거고. 괜찮은 건 남겨 둬야지, 안 그래?”

선장은 기분 나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페로렌과 드웍프는 그가 하는 말에 심장이 벌컥 내려앉았다. 드웍프는 뒤늦게 상대를 잘 못 골랐다는 생각이 후회하기 시작했다.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악인들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 탓이었다.

‘형님 언제 오십니까……! 정말 큰일 났다고요!’

드웍프는 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언제부턴가 뭘의 모습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선장도 곧 깨닫고는 부하에게 그의 행방을 물었다.

“근데, 이 녀석들이랑 같이 있던 한 놈은 어디 갔어?”

“아까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을 찾던데, 같이 데려간 간 무르슈도 안 오고 있습니다.”

“뭐?! 이런 멍청한 새끼가! 그럼 빨리 가서 찾지 않고 뭐 하고 있는 거야!!!”

선장은 스스로 판단할 줄 모르는 부하의 뒤통수를 세게 쳐대며 뭘을 찾아오라고 닦달했다. 그러나 애써 그들이 뭘을 찾으러 갈 필요는 없었다.

콰자작-!

“크악……!”

곧바로 1층 선실 부근의 벽이 박살 나며 뭘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 * *

“형님!

“크윽……!”

어우, 이게 무슨 일이냐. 하늘이 뒤집히는구나. 선실 부근에서 나를 날려버린 녀석이 터벅터벅 걸어 나온다.

조심스럽게 올라온다고 했는데 결국 들키고 말았다.

체구가 작길래 만만하게 보고 기습을 날렸는데, 온몸에 버프를 잔뜩 두르더니 나를 날려버릴 정도의 힘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참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나저나 여긴 상황이 왜 이래? 드웍프는 잡혀있고 페로렌은 쓰러져 있고. 왼쪽 뺨은 또 왜 저렇게 빨간 건데?

“뭐야? 구르덴 무슨 일이야?”

“선장님! 저놈이 우리 배의 코어를 가져간 것 같습니다!

“뭐야?! 이놈들이 이제 보니 작정하고 접근한 거였구나! 네놈들 뭐 하고 있어?! 저년 빼고는 모두 잡아서 죽여!”

하아……. 결국, 들통났구나. 싸움을 최대한 피하려고 했는데, 나에게 진정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인가.

놈들이 움직인다. 적은 12명. 이걸 전부 상대하는 건 어림없는 소리다. 어차피 코어는 얻었으니, 페로렌과 드웍프를 데리고 도망가야겠다.

우선은 탈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게 드웍프니까…….

“드웍프! 페로렌 데리고 우올로로 뛰어!”

그 말과 동시에 나는 드웍프를 붙잡고 있는 해적에게 달려가 뒤통수에 일격을 날린다. 팔을 붙잡고 있던 한 놈이 쓰러지자 드웍프는 반대편 팔을 붙든 해적을 힘껏 밀어내고 쓰러진 페로렌을 어깨에 둘러업는다.

“도망 못 가게 잡아!”

“어딜!”

“컥!”

드웍프의 뒤를 쫓는 해적의 목젖을 지팡이로 세게 올려치자 관성작용으로 반 바퀴 굴러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그 사이 드웍프는 우올로의 난간대를 밟고 우리 쪽 우올로로 건너뛴다.

“형님! 됐어요. 건너오세요!”

드웍프가 안전히 올라탔으니 나도 준비하자. 그런데, 막상 건너가려다 보니 뭔가 허전하다. 내 보석 어디 갔지? 분명 손에 쥐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아까 갑판으로 튕겨 나오면서, 손에서 놓친 것 같다.

“잠깐만! 기다려!”

“형님 빨리요! 놈들이 올라오려고 해요!”

어딨지? 어디 갔지? 아! 저깄다.

저주받은 보석이 우올로 뱃머리 부근에서 스파크를 찌릿찌릿 튀기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나는 드웍프에게 코어를 꺼내 던져준다.

“그거 일단 갖고! 놈들이 건너 타지 못하게 조금만 떨어져 있어!”

드웍프에게 지시하면서 떨어진 보석을 향해 달린다.

하나의 해적이 칼을 꺼내 안면을 향해 휘두른다. 지팡이로 놈의 칼날을 쳐내며 손목을 강타하자 고통스러워하며 칼을 놓친다.

아직 기품 능력치가 없어서 피해를 2배로 입히는 기술은 발휘되지 않지만, 기존에 쓰던 무기보다 훨씬 강력하기에 피해는 꽤 클 것이다.

나를 향해 휘둘려지는 여섯 개의 칼날을 가까스로 피해가며 보석을 주워든다.

“찾았다! 드웍프! 여기…….”

그런데……. 어쩐 일인지 드웍프가 탄 우올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조금만 떨어지라고 했는데 어디 간 거야 얘?

“드웍프!!”

설마……. 설마 아니겠지.

“죽어라!”

“닥쳐봐 좀!”

달려드는 해적의 무릎을 작살내고 연이어 이마를 박살 낸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드웍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아……. 얘 진짜로 내뺀 거야? 진짜로?! 와 이러……! 하!

이 새끼를 진짜 죽이든가 해야지. 진짜 인간말종이었네. 이거 완전!

“다 놓쳤으니! 저놈이라도 생포해!”

“후우…….”

이대로라면 별수 없다. 나는 지팡이를 들어 허공에 점 하나를 찍는다. 공격권을 발동시키고 놈들과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다 덤벼. 너희들 다 죽이고 드웍프 잡으러 가야 하니까.”

[퀘스트 발생! - 천상천하 유아독존] [난이도: 어려움]

〈내용〉

홀로 해적선 무리에 뛰어든 당신! 톨로픈 상공에 출몰하는 마드로프 해적단을 처치하고 톨로픈 마을 술집 주인장에게 그의 해적기를 가져다주세요.

〈목표〉

마드로프 해적단 우두머리 머리를 처치하세요.

〈보상〉

명성 100 획득 / 경험치 획득 / 잠재 3 획득 / 500,000셀 획득

한 번에 세 명이 달려든다. 다 덤비라고 진짜 한 번에 덤비다니……. 어리석긴. 일 대 다의 싸움에서는 한꺼번에 달려들면 불리한 부분이 있다.

자기들끼리 칼을 휘두르다가 뒤엉키는 지금처럼 말이다.

휘익-! 챙!

“어어!”

동료가 휘두르는 칼에 주춤하는 해적의 어깨를 수직으로 내려친다. 그러자.

“크아아악!!”

어깨가 부서지며 단번에 내려앉는다. 치명타로 들어간 것 같긴 하지만 전에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뼈가 단숨에 박살 나는 걸 보면 역시 새로운 무기의 효과가 큰 듯하다.

그 옆의 해적이 내 배를 찌르려고 들어온다. 공격권이 좁긴 하지만 이런 공격쯤 피할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

수욱-! 그의 내지른 팔을 수직으로 팍-! 내려치고 지팡이를 빠르게 돌려 그의 턱을 세게 올려친다.

“커극!”

그의 신체가 공중에 붕 떠 바닥에 철퍼덕 엎어진다. 턱뼈가 부러진 듯 바닥에 누워 고통스럽게 발을 버둥거리며 비명을 내지른다.

숨 쉴 틈 주지 않고 다음 해적이 검을 내려친다. 나는 양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내려치는 검을 역으로 세게 밀어친다.

깡-! 반동으로 검이 살짝 튈 때 그의 좌측으로 보폭을 좁혀 관자놀이를 강타한다. 머리를 울리는 충격에 그는 마네킹처럼 뻣뻣해져서 그대로 엎어진다.

그래. 이 정도면 할 만하다.

나는 지팡이를 뱅글뱅글 돌리며 해적들을 도발한다.

“나 아직 안 죽었는데. 거기 계속 서 있기만 할래?”

해적들이 눈앞에서 쓰러져 나간 동료를 보며 잠시 주춤거리지만, 곧 선장의 사나운 눈초리에 기합을 외치며 용감하게 달려든다.

“이야아얍!”

검을 내리치며 다가오는 해적의 무릎을 지팡이로 툭-! 찌르자 몸을 휘청거린다. 중심을 잡지 못하는 그의 왼뺨을 지팡이의 끝으로 강타하니, 볼 가의 혈관이 빠자작 터져나가며 지옥의 망령과도 같은 비명을 내지른다.

“꺼허어어윽!!!”

내 뒤쪽에서 달려들며 검을 내지르는 해적의 몸 안쪽을 파고들어 공격 자세를 흐트러뜨린다. 어깨로 팍-! 밀고 뒷걸음질 치는 그의 발목에 지팡이를 걸어 넘어뜨린다. 그리고 공간을 찢어놓을 기세로 강하게 내리치며 그대로 마무리하는데……!

빠악-!!

“아아아아아악!!! 아아흐흐흑! 으어엉!!!”

어어우……! 거긴 의도 했던 곳이 아닌데……. 녀석이 급소를 제대로 맞고 눈깔이 번쩍 뒤집히더니 발광하기 시작한다. 같은 남자로서 미안할 따름이다.

다른 해적들은 동료의 고통에 분노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든다.

“흐압!”

앞에 오는 해적의 명치를 노리고 찌른다.

“커윽!”

뒤이어 오는 해적의 목을 손잡이로 휘감고 반동으로 넘겨 바닥에 쾅-! 내리찍는다.

“으윽!”

“이 자식!”

틱-!

이어서 몰아치는 칼날은 지팡이를 역수로 잡아 막아 낸다. 공격이 막혀 당황하는 그의 얼굴에 지팡이를 길게 뻗어 후려친다. 파악-!

“끄악!”

선장의 성화에 못 이겨 연이어 달려드는 5인의 해적 두개골을 차례로 뭉개놓고 나니 악인들의 검붉은 피가 지팡이 표면에 엉겨 붙어 비릿한 냄새를 진동시킨다.

“후우…….”

열심히 상대하고는 있지만 계속해서 몰려드는 해적들에 나도 지쳐가고 있다. 분명 열 명을 조금 넘는 숫자였는데, 어디 숨어 있던 녀석들이 개미 떼처럼 기어 나오는 건지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 비켜! 놈을 산산조각내겠어!”

그때 사포를 갈아 마신 듯 거친 목소리와 함께 전면에서 위협적인 빛무리를 몸에 두르고 있는 존재가 다가온다. 구르덴이라고 했던가? 아까 나를 벽 너머로 날려버린 버프 쟁이다.

아까는 버프가 끝난 듯하더니 어느새 또 버프를 두르고 달려든다.

만만하게는 생겼지만, 이놈은 확실히 위험하다. 만약 이 녀석을 피하려다 공격권이 깨져버리면 내 승산은 더욱 희박해진다. 그러나 내 승산을 더욱 떨어뜨리는 연이어 들려온다.

“선장님! 코어를 도난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포스티온 부선장께서 오고 계신답니다.!”

“그래? 마침 잘 됐군. 포스티온이 오면 도망간 놈들까지 해서 전부 잡아드려!”

지원까지 온다는 건가? 내 세상은 왜 이렇게 미쳐 돌아가는 거야 진짜.

좌절에 시달리는 내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구르텐이 주먹을 내지른다. 그의 손엔 날이 선 손톱만 한 칼날이 촘촘히 박힌 너클이 끼워져 있다.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떨어져 나갈 만큼 흉악하게 생긴 물건이다.

무기도 꼭 본인 외모처럼 생긴 것만 써요.

후욱-!

그의 너클이 머리카락을 스치자 내 소중한 머리털이 일부 잘려나간다. 그가 손을 못 놀리도록 단단해 보이는 주먹을 노려 지팡이를 내지른다. 그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