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작 영애의 은밀한 유혹 --> -‘형언할 수 없는 강대한 힘이 당신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고……? 성장을 방해한다니? 다시 눌러봐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레벨업을 막는 경우가 어딨어? 방금 죽어서 그런 건가? 왜? 대체 왜?!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다시 태어나서 개운해진 내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는다.
도움말을 아무리 뒤져봐도 이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한 번 정도 죽어도 되기에 일부러 레벨업을 안 하고 버텼다지만, 이젠 정말 죽으면 안 되는데 레벨업을 못 한다. 지금만 안 되는 거겠지? 정말 그래야 하는데…….
“눈 떴으면 일어나지 뭐 하고 있어?!”
페로렌의 카랑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나는 상체를 천천히 일으킨다. 그녀의 못마땅한 듯한 표정을 보아하니 이번 결투에 결과에 대해서 한소리 들을 것 같다. 한 소리뿐 아니라 몇 소리 정도 듣겠지…….
내 소원 물 건너간 건 불 보듯 뻔하고…….
잠시 후 문을 열로 미란델과 미엘로나가 들어온다. 이제 나의 패배에 대가를 페로렌이 대신 치를 시간이 온 모양이다. 그래도 최후의 자존심은 지켜준답시고 다른 이들 없는 장소에서 사과하는 것 같다. 괜히 미안해서 못 보겠다.
미란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기에서 지셨으니 무릎을 꿇고 정식으로 사과하세요. 미엘로나 영애.”
이제 그녀가 사과할……. 응? 미엘로나? 그쪽을 바라보자, 미엘로나 영애가 분한 얼굴로 무릎을 꿇기 시작한다. 내가 진 게 아니었어? 그럼 날 보면서 지은 그 못마땅한 듯한 표정은 그냥 천성이었냐?
“미안해요……. 페로렌 영애. 내가 폭언했던 것. 정식으로 사과할게요.”
“사과가 영 미적지근 한데요?”
페로렌이 구두를 벗더니 미엘로나에게 자신의 발등을 내민다.
“사과의 의미로 발등에 입술이라도 맞춰보시지 그래요?”
이야 독하다. 미엘로나는 못된 새엄마처럼 눈을 치켜뜨고 페로렌을 무섭게 쳐다본다. 귀족의 영애로서 차마 그런 짓까지 할 순 없는 모양이다. 그런 그녀를 보며 페로렌은 피식 웃음 흘리고는 구두를 다시 신는다.
페로렌도 말로만 굴욕을 줄 뿐 실제로 시킬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일을 계기로 깨달은 게 있다면 앞으로 그 입 함부로 놀리지 말아 주세요. 미엘로나 영애. 두 번 다시 이런 치욕 겪고 싶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럼, 이쯤에서 당신의 사과 받아들일게요.”
“그럼, 페로렌 영애가 사과를 받아드렸으니 약속대로 사교모임에서는 제외…….”
미란델이 상황을 정리하려는데, 페로렌이 그녀의 말을 막는다.
“아니요. 미란델 영애. 그녀를 사교 모임에서 제하지 마세요. 저는 누구처럼 한 사람 따돌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미엘로나 영애? 모임에 나올 수 있으면 계속 나오세요. 우리 모두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요?”
복수 한번 제대로 하는구나. 저런 말을 한다 해도 그녀가 과연 모임에 나올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미엘로나는 주먹을 꽉 쥐고 떨다가 결국 분을 못 이겨 문밖으로 뛰쳐나간다.
“오늘은 날이 늦었으니, 두 사람 모두 자고 가. 곧 식사 준비할 테니까 그때까지 얘기라도 나누고 있어.”
미란델은 페로렌과 나를 위해 자리를 비켜준다.
“이겼네요? 아가씨 표정 보고 진 줄 알았는데…….”
“내 표정이 뭐 어쨌다는 거야?”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를 쏘아보는 눈빛이 살의로 바뀌기 전에 입을 막는다. 더 이상 죽으면 안 되기에…….
“잘했어.”
“네?”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칭찬. 작게 말했지만 분명히 들렸다. 그러나 희소가치가 높은 그 한 단어를 다시 듣기 위해 못 들은 척 되묻는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랬을 텐데?”
“아, 죄송합니다.”
“잘했어. 잘 싸웠어. 내 수행원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니까. 들뜰 생각하지 마.”
“명심하겠습니다. 아가씨”
칭찬을 듣기 위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그만큼 듣기 힘든 페로렌의 칭찬이기에 참아주겠다.
“그렇게 웃지 마! 바보 같으니까, 못 봐주겠네. 진짜.”
내 꽃 미모에 이 웃음은 살인적이라고 당신 하인들이 그랬는데?! 페로렌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것 같다. 성격도, 사람 보는 눈도 참 특이해. 그러니까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지. 평생 솔로로 살아라!
마음속으로 그렇게 독설을 퍼부으며 이제 곧 마지막이 될 바보 같은 웃음을 그녀에게 보란 듯이 흘린다.
*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눕는다. 저녁 식사 때는 도를렌 백작과 도를렌 백작 부인, 미란델 영애와 페로렌. 끝으로 나까지 이렇게 5명이 식사를 했다.
일개 수행원이 권위 있는 귀족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결투의 막바지쯤 참관하러 온 백작이 나를 흥미롭게 본 듯하여 특별히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게 되었다.
먹으면서 느낀 건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 페로렌이 눈치를 작작 줘야 말이지……. 무슨 말만 하려면 옆구리를 꼬집고 쥐어짜는 페로렌 때문에 눈물 젖은 식사를 해야만 했다.
도중에 백작 부인이 왜 우냐고 묻기에 주방장 요리 솜씨에 감격하여서 그렇다고 둘러댔다. 왠지 모르겠지만, 감수성이 풍부하다며 칭찬도 받았다.
“아, 편하다.”
넓은 방. 하룻밤 천만 원짜리 초호화 스위트룸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넓고 깔끔하다. 거기에 4명은 누워 잘 수 있을 법한 폭신한 최고급 침대에 누워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그동안 좁고 딱딱한 맨바닥에서만 잠을 청하다가 처음으로 이런 곳에 누우니 세상 천국 같다. 눈만 감으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똑똑-
금방 잠이 들려는데,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페로렌인가? 곧 문이 열리고, 부드럽고 하늘하늘한 실크 재질의 잠옷을 걸친 한 여성이 들어온다.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지만, 이 시간에 여기 있으면 안 될 사람 같은데……?
“혹시, 내가 깨운 건 아니죠?”
“아, 예! 아닙니다. 레이디 미란델. 근데, 여긴 어쩐 일로……?”
“그냥 대화 좀 하고 싶어서요. 그러면 안 되나요?”
대화를? 이 시간에? 그런 차림으로? 내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녀는 내 침대에 다가와 걸터앉는다.
“아니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럼 좋네요.”
가깝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그녀에게 들킬 것만 같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나를 유혹하려는 느낌인데……. 상대가 백작의 딸인 만큼 아무래도 신중해진다. 잘못 건드렸다가 목 날아가는 게 순식간이다 보니…….
“오늘 결투 잘 봤어요. 나무막대기 하나로 정말 잘 싸우시던데요?”
“하하, 감사합니다.”
분명 다른 목적이 있어서 온 것일 텐데……. 그러한 내 예상이 맞았다는 듯 그녀가 곧 화두를 돌린다.
“사실 그쪽한테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혹시……. 관심이 있나 해서요.”
그녀가 매끈하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간질이더니 내 상의의 단추를 하나둘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녀의 야릇한 손길에 내 몸은 전율을 느낀다. 그러나 애써 태연히 반응한다.
“어떤 제안이기에 이런 시간에 하시는 거죠?”
“글쎄요? 짐작 가는 게 있지 않나요? 지금 그쪽이 생각하는 건 뭐죠?”
내가 진짜 생각하는 걸 입 밖으로 내뱉었다간 그녀가 까무러칠까 봐 꾹 참는다. 내가 머뭇거리자, 그녀가 남자의 마음을 녹이는 듯한 웃음을 낸다.
“후웃, 당신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요. 내 수행원이 되는 건 어때요?”
“그 말씀은 저더러 페로렌 아가씨를 버리고 당신을 모시라는 말인가요?
“네, 그래요.”
미란델에게서 이런 제안을 받게 될 줄이야.
“이 제안은 당신이 그녀를 배신하는 것 아닌가요?”
“배신이요? 음……. 애초에 그런 건 신뢰가 있는 관계에서나 가능한 거겠죠?”
뜻밖이다. 그녀의 말은 페로렌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 아닌가?!
“당신과 페로렌 아가씨는 오랜 친구라고 알고 있는데…….”
“오랜 친구……. 맞아요. 페로렌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어요. 하지만 당신도 알겠죠?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선 무겁기만 한 짐들은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그녀가 말하는 동안 내 상의 단추는 어느새 하나만 남고 전부 풀려있었다.
“뭐, 지금까지는 세계 최고 세공사의 손녀라는 후광 때문에 페로렌을 곁에 뒀지만, 이제 그 후광마저도 시들해져 가고 있으니까요……. 나도 이제 인맥을 가꾸고 신경 써야 할 나이거든요?”
당사자가 아닌데도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든다. 페로렌은 그녀를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미란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내 제안…….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다면 나와 즐길 수 있는 걸, 조금… 맛보여 드릴게요.”
그녀가 내 가슴 섶을 완전히 풀어헤치고는, 손으로 지그시 눌러온다.
“어머, 탄탄하기도 해라……. 헤에……. 츄웁…….”
그녀가 석산꽃처럼 붉게 핀 입술을 내 가슴에 맞춘다. 부드럽고 오묘한 촉감이 야릇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그 기분은 내 안에 몰래 숨어있던 이심을 드러나게 하고 있다.
페로렌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 하나로, 그녀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는 대략 파악했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자적 성향이 강한 사람. 그리고 나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을 딱 싫어한다.
그녀의 행태는 지켜보는 제삼자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기분이 나쁠진대 왜 이놈의 몸뚱이는 눈치도, 줏대도 없이 매 순간 치미는 감정에 충실한 거냐는 말이다.
지금 남을 욕할 게 아니었다. 그녀보다 더 이기적인 게 바로 내 다리 사이에 덜렁거리며 달려 있으니까. 이럴 때만큼은 두뇌가 아닌 아랫도리가 내 신체에 명령을 내린다. 마음껏 흥분하며 날뛰라고 말이다.
그녀가 내 이기심 가득 품은 아랫도리로 손을 이끌어 온다. 그러더니…….
“어? 뭐에요?”
“뭐가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내 바지를 한참 끌어 내린다. 그 순간 잔뜩 성난 소중이가 발사체처럼 튀어 오른다. 그녀 얼굴이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턱에 맞고 혼절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녀는 내 소중이를 영접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 이게 진짜……?”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그녀가 어떤 남자를 만나왔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건 처음 봤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러니까……. 이게 막대기 하나로 기사단을 물리친 남자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거죠?”
그녀가 침을 꿀꺽 삼키며 한 손으로 전부 감싸지지 않는 소중이의 기둥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어루만진다.
“당신…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었네요? 이걸 보니 당신을 더 갖고 싶어졌어……. 츄웁, 하웁…….”
그녀는 거대한 소중이에 입술을 한 차례 맞추더니 곧 입을 크게 벌려 그 끝을 삼키기 시작한다. 그녀는 소중이를 물고 고개를 상하로 움직인다.
“쿠웁… 아웁… 꾸쥽… 츄웁……. 으웁…….”
그러나 입을 몇 차례 놀리더니 소중이를 입에서 뗀다.
“파하……! 세상에……. 턱이 아파서 못 하겠어.”
평생 잘사는 집에서 부드러운 고기만 씹으며 살아오니까 턱 근육이 약하지…….
“이런 거 안 해주셔도, 말씀하신 제안에 대한 답은 생각해서 내드리겠습니다.”
“쉿. 대답은 내가 하라고 할 때.”
평소 페로렌의 말투처럼 강압적이지만, 이렇게 매혹적인 투로 말하니 자진해서 들어주고 싶구나. 그녀가 나를 밀어 눕히고는 일어서서 나를 가늘게 뜬눈으로 내려본다.
그 눈빛이 어찌나 색정적으로 보이는지 소중이가 주체 못 하고 발딱거린다. 그녀는 곧 자신의 중요한 부위를 숨기고 있는 실크 쪼가리를 천천히 내린다.
골반을 요염하게 흔들며 실크 쪼가리를 완전히 벗어 내 위로 던진다. 손으로 쥐자 그녀의 신체가 얼마나 달아올랐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진다.
달빛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그녀의 볼록한 둔덕이 더욱 고혹적으로 느껴진다. 그녀는 주저앉아 내 소중이의 기둥을 혀로 정성스레 쭉쭉 핥아 타액을 잔뜩 바르더니 그 위에 걸터앉는다.
그녀의 비밀스러운 장소가 소중이 기둥에 점착력 있게 짝 달라붙는다. 그리고는 기둥 위에서 자신의 국부를 문질러 부드럽게 미끄러뜨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