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만 셀의 사나이 --> 족장님이 이 마법을 쓸 때는 즉시 발동에 원거리 사용이었는데, 내가 배우고 나니 각인 완성까지 10분의 시간이 소요된단다. 그 와중에 공격받거나 대상과 멀어지면 취소까지 되고?
기본 마력이나 마법 재능인지 뭔지 때문에 효과가 변한 것 같은데, 최소 써먹을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세상에 ‘제가 당신 몸에 각인을 새길 테니 저에게 10분만 주세요.’ 하면 ‘네, 물론이죠. 저는 가만히 있을 테니 절 말 잘 듣는 노예로 만들어주세요.’ 하는 인간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그래도 ‘히든 마법 기술’인 걸 위안으로 삼자.
히든 기술. 도움말에 나와 있는 대로라면 얻는 방법이 까다롭고 완전히 똑같은 기술을 다른 사람이 습득하긴 어렵다고 한다. 일반 기술보다 자질 개화가 다양하게 된다고 하니 기술 개화 효과를 믿어 보는 수밖에…….
그나저나 자질 개화도 일단 사용을 해야 일어나는 건데, 이걸 어떻게 써먹는담……?
* * *
“분명히 저 도시 부근에 있을 거야.”
“확실해?”
“그럼! 날 못 믿어? 분명 이 근처에서 목걸이의 힘이 감지 됐다고.”
오랜 고민 끝에 ‘뭘’을 찾아 페로렌에게 넘기기로 한 브랙탄과 그의 15형제는 뭘이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샤울로드 도시 부근에 다다랐다.
그들은 뭘이 걸고 있던 노예의 증표에서 감지 되는 힘을 이용해 이곳까지 왔지만, 막스핀 본인이 아니었기에 자세한 위치까지 알기는 어려웠다.
“어디 숨었냐 이 쥐새끼 같은 놈.”
“어디 숨었냐 이 말린 새우 같은 놈.
“어디 숨었냐 이 오줌 지린 팬티 같은 놈.
인상이 좋지 않은 15명이 떡꼬치처럼 다닥다닥 붙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사람들은 그들을 스멀스멀 피하고 있었다. 그때, 15형제 중 한 명이 뭔가를 발견한 듯 브랙탄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저기 봐, 그놈 옷이랑 목걸이 아니야?”
형제가 발견한 사람의 인상착의는 뭘과 똑같았다. 그러나 브랙탄은 그를 발견하고도 멈칫했다. 정확히는 그가 아니라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저건 분명히 막스핀님의 증표가 맞는데 대체 왜……?”
“그냥 잡아다가 심문하면 되지 뭘 고민하는 거야?”
“자, 잠깐 멈춰!”
형제가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자 브랙탄은 서둘러 그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그녀의 목에 작게 새겨진 4개의 검은 달 문신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함부로 접근하면 안 돼! 저 여자, 투레스탄 천계 감옥 4층을 지키는 사도야.”
투레스탄 천계 감옥. 까마득할 정도의 오랜 과거 에네제른 제국에서는 한 흑마법사 단체로 인해 지옥과 통하는 문이 열린 적 있었다. 당시 지옥문에서는 1000명의 마족과 4마리의 대악마가 현세로 튀어나와 에네제른 제국 주민의 절반을 몰살시켰다.
보다 못한 에네제른의 교황은 665명의 성직자를 불러모아 희생을 자원 받고, 그들의 신성력으로 하나의 신을 불러 냈다. 주신 투레스탄. 신들의 신이라 불리는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생각하는 모든 건 현실이 되는 위대한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투레스탄의 현신과 동시에 지옥문이 닫혔고, 그가 권능을 행하자 모든 마족은 한순간에 멸살했다. 그러나 단, 4명의 대악마는 권능에 저항하여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투레스탄의 권능은 분명 강력했지만, 그만큼 큰 힘이 소모됐다. 희생된 성직자들의 신성력은 웬만한 신들조차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쳤음에도, 투레스탄의 권능을 완벽하게 소화할 만큼의 양은 아니었다.
결국 대악마를 처치할 수 없었던 투레스탄은, 하나의 첨탑을 건설하고 그 안에 4명의 대악마들을 영원히 봉인하는 방법을 택했다.
목적을 달성한 투레스탄이 본래의 세계로 귀환하자, 대악마가 봉인된 첨탑에서는 마기가 가득 흘러나왔다. 첨탑의 강력한 봉인 덕분에 밖으로 새어 나오진 않았지만, 그 마기에 이끌린 원혼들이 마물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첨탑은 마물의 소굴이 되었다. 마물들이 첨탑의 봉인을 해제할 것을 걱정한 교황은, 대악마가 갇혀있는 방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도록 수호대를 결성했다. 강력한 마기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강인하며 대악마를 노리는 침입자로부터 방을 지켜낼 투레스탄의 12 사도.
그들은 무척이나 강력했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교황과 일부 측근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매번 12명의 인원이 4개 층으로 나누어진 대악마의 방을 번갈아 가며 수호하지만, 때때로 새로운 얼굴로 바뀌고는 했다. 바뀌기 전의 사도들은 어디로 가는지 철저히 비밀리에 붙여졌다.
하지만, 지금 투레스탄의 전 12 사도 중 하나를 보고 있는 브랙탄은 그들이 대부분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사도로 활약하지 못하는 그들을 사들여서 비싸게 파는 게 브랙탄의 주된 임무였으니까.
“자격을 박탈당한 투레스탄의 사도라…….”
브랙탄은 그녀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녀 목의 문신은 원래 하얀색이지만, 사도직을 박탈당함으로써 검은색으로 변한 것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브랙탄이 곧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맞아. 저 여자 분명, 보스의 이송 목록에 있던 여자야. 근데 왜……?”
여기서 브랙탄이 궁금한 건 왜 그녀가 이곳에서 뭘의 증표와 목걸이를 들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막스핀은 사업의 일환으로 강인한 싸움꾼들을 몰래 납치해오거나 큰 금액을 들여서 구매했다. 그런데 그들을 데려오는 배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몇 명의 노예와 뭘이 탈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여기 있는 걸 보면 그녀가 뭘과 함께 탈출한 노예 중 하나라는 건데, 그녀가 뭘의 옷을 입고 그의 증표를 들고 있는 장면은 어떻게 연관 지어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일단 저 여자는 위험하니 놔두고, 뭘이 근처에 있을지 모르니 샅샅이 뒤져보자고.”
그의 15 형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뭘을 찾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 * *
“끄으으으아! 하아……!”
찌푸듯할 때 기지개는 최고의 피로회복제지. 드디어 도착했다. 내 마음의 평화 샤울로드. 우올로에서 내린 나는 퀘스트 완료를 위해 의뢰소로 향한다.
“구구구”
“응……?”
의뢰소를 향해 걷는 도중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나에게 편지를 건네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오륜의적님께서 전서구를 보냈습니다.’
오륜의적 나와 내기했던 팀원의 그룹장이다. 뭐라고 보냈는지 한번 볼까?
-‘안녕하세요. 뭘님. 근황이 궁금하실 것 같아서 전해드려요.’
냄비뚜껑수집가 - 비눗물 3잔 마심.
앨리알로하 - 빨래집게 얼굴에 19개 얼굴에 부착.
파랑드님은 요즘 접속을 안 하고 계세요.
그리고 오늘은 8개 집 화장실 청소 끝냈고 4개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 하나 있었다. 그 팀 중에 가장 골때리는 사람이 바로 그룹장이라는 거 말이다. 샤울로드로 오기 전에 그들이 잘하고 있는지 확인 겸 들렀었는데, 그룹장이 역할 수행을 아주 완벽히 제대로 하고 있더라.
사사건건 태클 걸고 지적하고, 나보다 그들에게 더 원한을 가진 사람 같더구나. 나는 그룹장만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나왔다. 말만 안 했지 그동안 쌓인 게 참 많았나 보다.
“썩 꺼지지 못해?! 여기가 무슨 적선하는 곳인 줄 알아?”
퀘스트를 완료하기 용병 길드에 다다르니 안에서 큰 소리가 난다. 곧 안쪽에서 거지꼴을 한 소녀가 고론에게 쫓겨나온다.
“다신 오지 마라! 내 참! 기분 잡치는군!”
고론 저 양반 성격 좋다더니, 아무리 거지라지만 그래도 애인데 너무하지 않나? 기왕 쫓아낼 거 먹을 거라도 주고 좀 쫓아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서 있는데, 그 소녀가 나에게 다가온다.
“어?! 거기에 내 물건 있어!”
“뭐?”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잠시 후 소녀가 내 인벤토리에서 저주받은 보석을 꺼내 간다.
“뭐야? 뭐 어떻게? 야! 야! 그거 위험해!
인벤토리 물건을 어떻게 빼간 건지 묻는 건 둘째 치고, 일단 보석을 빼앗아야 한다. 소녀는 그 물건이 뭔지도 모른 채 볼에 비비더니 급기야는 입을 가져다 댄다.
“으응, 기분 좋아…….
“뭐하는 거야? 이리 내! 너 이거 만지다가 죽을 수도 있어!”
소녀에게서 보석을 재빨리 낚아챈다. 그러자 소녀가 잔뜩 찡그린 얼굴로 보석을 향해 손을 뻗는다. 나는 소녀가 잡지 못하도록 손을 들어 올린다.
“돌려줘! 그거 내 거야!”
“이게 왜 네 거야?”
“내 거니까!”
아니, 이건 내 거다. 코볼트 족장에게 정당하게 지급 받은 내 보석이라고! 그렇지만 이 소녀는 난데없이 나타나서는 보석이 자기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이 씨……. 헉!”
소녀가 날 보며 씩씩거리더니 곧 한쪽에서 무언갈 발견하고는 급히 도망친다. 소녀가 쳐다본 방향을 보자 내 체중에 3배는 나갈 법한 아줌마 한 명이 쿵쿵 뛰어오고 있다.
“테미! 어딨니? 테미!”
그 소녀의 이름이 테미인가보다. 저 사람이 엄마 같진 않은데……. 고아원에서 탈출이라도 한 건가? 참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라니까…….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 소녀는 이 보석을 만졌는데, 어떻게 멀쩡한 거지? 애들은 순수해서 괜찮은 건가? 잘 모르겠다. 퀘스트나 마무리하자.
*
“이야! 이 어려운 걸 혼자서 완수하다니 정말 감탄 나오는구먼! 여기 보상일세! 오늘은 그걸로 한 잔 건하게 마시겠구먼. 그래!”
[단체 퀘스트 완수 – 갑자기 찾아온 악의 무리][난이도: 어려움][경쟁]
당신은 두벤 마을의 사건을 해결하고 영웅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언제라도 그들에게 환영받을 것입니다.
〈경쟁 참여 보상〉
명성 100 획득 / 2,000,000셀 / 경험치 529.4% 획득 / 영웅 공적치 100 획득
〈경쟁 승리 보상〉
명성 300 획득 / 4,000,000셀 / 경험치 1149.5% 획득 / 영웅 공적치 100 획득
-‘명성이 400 증가 하였습니다. (현재 명성: 475)’
-‘소지금 6,000,000셀을 획득하였습니다.
-‘영웅 공적치가 200 증가 하였습니다. (현재 영웅 공적치: 200)’
-‘경험치가 1,678.9%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29레벨 업 가능)’
-‘특별 능력 ‘통찰’을 깨달았습니다. (‘퀘스트를 특별한 방법으로 완수한 것’으로 인해)
세상에 보상 후한 것 좀 봐. 단체 퀘스트를 혼자서 깰 수만 있다면 이것만큼 좋은 게 또 어딨으리? 어머니, 아버지. 부자가 된 기분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요? 당분간은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겠구나. 으음, 이 돈 냄새 좋아 좋아.
새로운 특별 능력도 얻었다. 통찰이라……. 어디 볼까?
[통찰]
당신은 사물을 바라보는 제3의 눈을 가졌습니다. 퀘스트의 숨겨진 해결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상의 약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름 쓸만해 보인다. 숨겨진 루트나 약점 파악 등. 높게 성장시킨다면 꽤 유용하겠다. 이쯤에서 캐릭터 정보 좀 보자.
이름: 뭘 / 레벨: 1(29레벨 업 가능) / 몸 상태: 건강함, 약간 굶주림.
공격력: 15 / 방어력: 0
직업: 부랑자
체력: 20 마력: 10
힘: 1 / 민첩: 1 / 지력: 1 / 건강: 1
카리스마: 1 / 연민: 1 / 근성: 2
능력치 저장소: 1개
잠재: 50
명성: 475
영웅 공적치: 200
레벨 업을 안 해서 크게 바뀐 건 없구나……. 30까진 올릴 수 있긴 한데, 레벨 1로 어디까지 가나 보고 싶은 쓸데없는 도전 욕구가 치민다. 한번 죽기 전까지만 레벨 1로 버텨볼까 싶다.
잠재는 전보다 3 올랐다. 퀘스트 깨면서 별로 안 싸운 거치고는 3이면 꽤 오른 것 같다. 그리고 특별 능력 3개가 초과하면서 새로 얻은 ‘통찰’은 능력치 저장소로 보내졌는데, 연민을 빼고 통찰을 넣는 게 낫겠지?
힘: 1 / 민첩: 1 / 지력: 1 / 건강: 1
카리스마: 1 / 근성: 2 / 통찰: 1
능력치 저장소: 1개 (6일 23시간 59분)
좋아, 이렇게 하면 충분하겠지.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특별 능력치를 바꾸지 못한다. 일주일 안에 더 좋은 능력치가 나오거나 연민이 필요한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좋아 그럼! 옷부터 사고, 기분 좋게 한잔 때리러 가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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