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18화 (18/147)

<-- 코볼트 마을 습격사건 -->                               “그 청년. 그래, 두벤 마을의 촌장은 내 딸을 독살하고 이 저주받은 보석을 탐하다가 죽음을 맞이했어. 신들의 저주가 그의 몸에 퍼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그걸 본 촌장의 아들은 복수 하고 싶은 마음에 자네 같은 모험가를 불러들였을 거고…….”

족장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착잡한 마음에 그의 호흡마저 떨리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자네가 오늘 마을에서 봤다던 그 아이는… 아마 내 딸아이의 남편일 거야. 내 딸이 죽고 나서… 그 아이도 상심이 많이 컸던 모양이야……. 집을 뛰쳐나가서는 인간들을 모두 죽이겠다며 소리쳤지. 한데 그 착한 아이가 정말로 그런 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 이렇게 된 데에는 내 책임이 크구나…….”

그가 푸념하듯 늘어놓는 말이 왜 그리도 무겁게만 들리는지 모르겠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소름 끼쳤다.

이미 지나간 일들은 어쩔 수 없다지만, 촌장의 아들이란 사람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했고, 마을사람들에겐 거짓 정보를 퍼뜨려 더 큰 피바람을 불러일으킬 행동을 자행하고 있었다.

퍼엉! 펑!

그때, 바깥에서부터 큰 소리가 들려온다. 새로운 파티가 족장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듯하다. 족장도 나도 그 소리를 인지하고 있다. 그는 나를 보며 진지하게 부탁한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내 딸의 장례의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네가 도와주면 좋겠어. 그 뒤엔 우린 이곳을 떠날 거야.”

나는 족장을 보며 묻는다.

“내가 당신을 말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만약 내 말을 못 믿겠다면…….”

“내 말에 자신의 그는 스태프를 내민다. 이 스태프로 날 찔러죽이도록 해.”

그의 눈엔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다. 오직 초연함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제 내 마력은 거의 한계야. 언제까지 오는 인간들을 막을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어. 차라리 내 딸 옆에서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준 인간에게 죽는다면… 편히 눈감을 수 있겠지…….”

〈목표〉

1.두벤 마을에서 코볼트 무리에 대한 정보를 찾으세요.

2.코볼트 족장을 찾으세요.

3-1.코볼트 족장을 처치하세요. (신규)

3-2.코볼트 족장을 보호하세요. (신규)

족장의 말이 모두 진실일 거란 보장은 없다. 진실이란 밝혀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의 말이 진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나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다. 그게 내 방식이니까.

스태프를 받지 않은 채. 그를 향해 말한다.

“가시죠. 부족원들 지켜야죠.”

코볼트 족장은 말없이 웃는다.

코볼트 족장은 오래전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이것이 비록 잘못된 선택이라 해도, 이 선택으로 인해 내 심장이 흥분하고 있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련다.

“아자! 기합 넣고 가자!!!”

*

“졸개만 3마리 짼 데, 족장은 어딨는 거야?”

“여깄다! 이놈아!!”

-챙!!

화끈한 내려치기 한 방에 한 사내가 칼을 들어 막으며 그대로 주저앉는다. 이번에 온 파티는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다.

“너 이 새끼야 뭐 하는 짓이야! 공헌도 내기에 질 거 같으니까 PK라도 뜨자는 거야?”

나와 내기했던 바로 그 인간들이다.

그룹장과 날 뒷담깐 남자는 칼을 든 걸 보니 전사계열이고, 여자와 껄렁거리는 신규멤버는 마법사 같다.

곧 싸워야 할 적들과의 그림을 혼자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4대 1의 싸움. 그렇지만 믿는 구석이 있기에 쉽게 지지 않는다.

“너 이게 PK로 보여?”

내 물음에 내 뒷담화하던 남자가 몸을 일으키더니 갸웃거린다.

“병신아! 이게 PK 아니면 뭐냐?!”

이 세계에선 정해진 장소가 아니거나, 특별한 상황이 아닐 경우 PK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모든 경비원의 표적이 될 수 있으며, 도망갈 경우 매우 강력한 기사단에게 수시로 쫓기는 경험을 할 수가 있으니까.

그건 유저가 아닌 NPC를 살해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당방위가 아닌 한 시민과의 전투는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당방위가 아닐 경우다. 지금 같은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지지.

“PK인지 아닌지는 네가 판단해!”

“뭐 하는 거야 쟤?”

“우리가 도와줘도 되는 거예요?”

“저, 저도 잘…….”

난 한 놈만 팬다. 가장 재수 없던 그 인간에게 달려들어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른다. 옆에 있던 동료들은 PK에 대한 경고가 뜰까 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 기회이니 빨리 한 놈부터 끝내야겠다.

“죽어!!”

나는 그의 복부를 발로 밀어 차고 점프해서 어깨를 내리긋는다.

“끄악!”

깡-! 소리와 함께 그의 철제 갑옷 일부가 찌그러지며 내피가 드러난다.

“이 씨!”

그가 칼을 휘두르지만, 이렇게 느려서야 맞아주기도 부끄럽다. 그의 공격을 숙여서 피한 뒤 종아리를 강하게 찬다. 퍽-! 한 번 더! 퍽-! 두 번을 연속으로 때리자 그가 무릎 꿇는다. 이제 회심의 가로 베기다!

퍽-!

“커억!”

-‘15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회전과 동시에 그의 목을 베려는 순간, 그의 손에서 파장이 나와 나를 강하게 밀어낸다. 또 체력 1에서 시작하네. 망할…….

그래도 이것으로 거의 확실해졌다. 풀피에서는 한 방에 죽을 것 같으면 잠재 효과는 거의 발동된다는 거.

“후후…….”

“왜 웃어? 이 미친 새끼야. 실성했냐?”

거 인간 입 한번 더럽다. 노예로 만들면 비눗물 1L부터 원샷 시켜야겠다.

“네가 너무 약해서 웃음 밖에 안 나오니까 웃지.”

“지랄하네.”

그가 일어나서 파장과 무기를 동시에 내지른다. 파장은 피해 주고 무기는 맞아주며 반격을 시도한다.

-‘323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나의 폐부에 그의 칼날이 서늘하게 박혀 든다. 그러나 나도 그의 어깨에 깊은 타격을 입혔다. 이제 놈은 마음껏 칼을 놀리기 힘들 것이다.

“아윽! 이 새끼 왜…….”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었음에도 여전히 멀쩡해 보이는 내 모습에 녀석이 당황한다.

“저 사람 상처가 아물어요!”

내 피는 어느새 20. 다시 풀피가 되어있다. 우리 멋진 코볼트 족장님께서 체력 재생 버프를 걸어 주셨다.

비록 10분 지속이지만 퍼센트로 차오르는 것이 아닌 1초당 50씩 차오른다. 그렇기에 잠재와 이 버프만 있으면 난 거의 좀비나 다름없지.

건강 1당 체력 상승치는 20. 내 잠재가 47이니까 이것이 모두 건강에 적용된다면 기본 체력까지 총 960이 된다. 그러니까 한방에 내 잠재력을 뛰어넘는 정도의 공격이 아니면, 1초마다 풀피가 되니까 거의 죽지 않는단 말씀!

조금 전 323의 피해가 들어왔으니 싸워볼 만하다. 칼을 돌리다가 그를 향해 돌격 후 내리친다. 그가 칼을 들어 막는다. 그 틈에 나는 칼을 내리고 그의 안면에 힘껏 주먹을 날린다.

“끄악!”

치명타가 들어갔는지 제대로 나자빠진다.

“야! 손맛 죽이는데? 칼로 베는 것보다 훨씬 낫네!”

나는 쓰러진 그에게 다가간다. 그가 아까처럼 손을 뻗는다. 충격파라도 날릴 생각인가?

“어딜!”

뚜두둑-! 그의 손에 깍지끼고 비틀어 꺾는다.

“끄아아악!!”

참고로 이거 게임이지만, 통증은 견딜 만하면서도 아픈 느낌이다. 어느 정도라고 딱 집어 말할 수 없다. 게임 플레이하는 사람과 기분에 따라 강도가 따라 다르다는데, 딱 적절한 수준이기에 통증에 불쾌감을 느끼진 않는다. 그래도 결론은 아프긴 하다는 거.

나는 깍지를 빼지 않은 채로 놈의 광대를 죽을힘으로 내리친다.

“악! 악! 아악!! 도와줘요! 이거 PK 아니에요!”

“유저와! 유저가! 싸우는데! PK가! 아닐 수! 있나!”

놈이 뒤늦게 사실을 알아챈 듯 도움을 요청하지만, 내 말에 동료들은 혼란스러운 듯하다.

“뭐야?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악! 진짜 PK 아니에요!”

껄렁거리는 사내가 뒤에서 조용히 주문을 외운다. 슬슬 놈들도 움직일 모양이다.

“이얍!!”

빠각! 깍지를 풀고 양손을 내려쳐 마지막으로 한방 더 먹이고, 옆으로 굴러서 자리를 벗어난다. 그 즉시 화려한 불길이 내가 있던 자리를 태우고 지나간다.

“진짜 전투 경고 안 뜨네? 진짜 안 떠요. 어떻게 한 거지?”

“그거 궁금해할 상황이 아닐 텐데?”

이번엔 껄렁이에게 칼을 들고 달려간다. 마법사에게는 근접 공격이 제격이지.

그때.

“하이얏!”

여성의 하이톤 목소리와 함께 빛으로 이루어진 창이 옆에서 날아오더니 내 행동을 방해한다. 그리고 이어서 딱-!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끓어오르는 위력적인 화염이 눈앞에 다가온다.

“헉!”

상태 이상에 걸리면 생명력 재생된다고 한들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 상태 이상이라도 면해야 돼! 최대한 몸을 웅크리며 피해를 줄이려고 하는 순간……!

-‘4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푸화아-! 불길이 갑자기 생겨난 얼음벽에 부딪히며, 내가 입을 피해를 대폭 경감시킨다.

“얼음?”

“내 땅에서 썩 꺼져라. 이놈들!!”

“족장님!!”

이렇게 반가울 수가……. 사실 처음부터 그와 같이 오려고 했지만, 딸의 장례 의식 준비가 남았다며 먼저 가달라고 하기에 혼자 온 것이었다.

“뭐야? 유저 맞아? 왜 코볼트랑……?”

족장을 부르는 내 말투에 그들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근데 조금 더 놀라야 할걸? 코볼트 족장이 스태프를 휘두르자 공중에서 수많은 고드름이 생성되며 곧 땅을 향해 쏟아져 내린다.

사사삭-! 송곳보다 날카로운 얼음 덩어리들이 쏟아져 내리자, 그들은 제 나름대로 방어태세에 들어간다. 그러나 워낙 많이 쏟아지는 탓에 막기 힘겨워 보인다.

여자 마법사는 막다가 마력이 바닥나서 단숨에 행동 불능에 빠지고. 껄렁이도 겨우 막아내고는 있지만 제법 힘겨운 듯하다.

나는 떨어지는 고드름을 피해내며 껄렁이에게 다가가 그 몸뚱어리에 칼을 박아넣는다.

“크억!”

칼을 내지르는 순간 나를 발견한 그가 몸을 뒤튼 탓에 공격이 약간 빗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꽤 큰 피해를 줬다. 공격력이 높았으면 한방에 행동불능으로 만들 수 있을 만한 공격인데 아쉽다.

그에게 이어서 연계 공격을 날리려는 찰나, 뒤로부터 강인한 기운이 밀려오는 게 느껴진다.

나는 서둘러 몸을 뺐지만, 그럼에도 허리를 깊게 베인다.

“크앗!”

-‘755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정통으로 맞은 것도 아니지만 무려 755의 피해라니……. 나는 공격을 날린 대상을 쳐다봤다. 그룹장이다.

“유저랑 싸우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겠네요.”

첫인상부터 강해 보이긴 하더라니, 이 정도로 셀 줄은 몰랐다. 그와의 거리가 꽤 있음에도, 날린 참격 하나에 큰 피해를 보았다.

“파랑드 님! 큰 마법 준비해주세요!”

“네.”

그룹장이 소리치자 껄렁이가 대답한다. 껄렁이 아이디가 파랑드인가보다. 그가 마법을 준비하는데도, 막으러 가기가 겁난다. 잘못하다가 그룹장에게 한 방 맞고 세상을 하직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러나 우리 편엔 강인한 코볼트 족장님이 계신다. 코볼트 족장이 바닥을 두 차례 두드리자, 나를 뒷담화하던 사내에게 마법을 걸어 우리 편으로 만든다. 그러고 보니 쟨 여태까지 누워있었네?

그는 일어나서 파랑드를 향해 달려간다.

“파랑드 님 저 믿고 주문 계속 외워요!”

족장의 마법에 걸린 사내가 파랑드를 향해 검을 곧게 내지른다. 그는 당황하면서도 그룹장의 말대로 주문을 멈추지 않는다.

검의 날 끝이 피부에 닿기 직전, 그룹장이 참격을 날려 그의 양팔을 단칼에 썰어낸다. 양팔이 잘렸음에도 그 재수 없는 인간은 비명 하나 내지르지 않는다.

역시 우리 코볼트 족장님의 꼭두각시 마법은 정말이지 감탄 나온다니까? 그렇지만 내내 감탄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그룹장이 나를 향해 위력적인 참격을 날리고 있으니까.

“흐앗!”

참격을 간신히 피해내며, 파랑드에게 다가갈 기회를 엿보지만, 도저히 틈이 생기지 않는다. 참격의 속도도 속도지만 범위가 상당해서 내 진입 타이밍을 완전히 차단한다.

“젠장……. 꽤 잘 싸우네. 저 인간…….”

내가 그룹장에 막혀 주춤하는 동안 파랑드의 주문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다.

파랑드는 껄렁거리는 태도와 달리 상당한 마법 수준을 지닌 것 같다. 그가 주문을 지속할수록 그의 바로 앞 바닥이 물처럼 끓어오르며 출렁이기 시작한다. 족장 역시 주문을 외우며, 그의 공격에 맞서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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