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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사기단-11화 (11/147)

<-- 내겐 너무 버거운 그녀 -->                               둠페일은 몸을 일으킨다. 그는 고통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띤다.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만한 녀석을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정말 재밌군! 음? 이건 뭐야? 방해하지 마라!”

일어난 둠페일은 자신의 밑에 깔린 투펭의 목을 성가신 듯 쥐어 들고 그대로 움켜쥔다. 그리고는 바닥에 서너 차례 강하게 내리친다.

“끅! 크억! 컥!”

저건 좀 아프겠는데…….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투펭을 들어 열린 문 바깥으로 던진다. 저렇게 쉽게 죽는 걸 보니 죽일까 말까 고민했던 내가 바보 같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올로 조종할 줄 모르는데……. 어차피 달리 방법이 없다. 일단 타자.

내가 우올로에 앉자. 그녀가 나를 노리고 달려든다. 아니, 왜 또 나야? 내가 그 정도로 잘못한 거야? 진정한 적을 앞에 두고도 집요하게 날 쫓을 만큼?

그래, 맞긴 하지……. 내가 잘못하긴 했어. 그렇지만 저 괴물 같은 둠페일이 나 때문에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잖아!

그녀의 매서운 발차기가 내 머리통을 정확히 노리고 날아든다. 우올로에 올라타 있어서 피하기도 힘든데!

“어디 한눈을 파는 거냐!”

투쾅-! 그녀가 둠페일의 주먹에 맞고 멀찌감치 나가떨어진다. 둠페일 날 살렸다. 나를 죽이려는 두 괴물 같은 존재가 나를 한 번씩 살리다니 참 아이러니하구나. 이럴 게 아니지. 이 틈에 빨리 시동을 걸자.

근데 보니까 시동이 아니다. 앞뒤 상하좌우 자유롭게 움직이는 손잡이가 수직으로 놓여있고 원형의 수정구가 중앙에 박혀있다. 어떻게 하는 거지? 아까 투펭이 이런 식으로 두드렸던 것 같은데.

“오!”

수정구를 톡톡 두드리자 우올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손잡이에 손을 뻗자 안정감 있게 잡히며 우올로가 둥실 떠오른다. 브레이크는 손잡이 앞에 달린 거 같은데 출발은 뭐로 하지? 출발도 손잡이로 하는 건가?

“으아아아!!”

손잡이를 이리저리 움직이자 미친 듯이 회전한다. 그 순간 발에 거치적거리는 페달을 밟자 우올로가 급히 출발한다. 문제는 그 방향이 여인을 눕혀 놓고 주먹질하는 둠페일의 등 쪽이라는 게 문제다.

“크억!!”

나는 우올로와 함께 둠페일을 벽에 들이 받아버렸다. 송구스럽지만 덕분에 출발 방법은 알았으니, 빨리 내려서 갈아타자.

내가 다른 우올로로 갈아타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그녀가 재빨리 일어나서 내게 달려온다. 하지만 너무 늦으셨습니다!

“간다!!!”

우올로가 급발진하며, 이 지옥 같은 전장을 빠져나간다.

“워허우!!!”

발진과 동시에 수직으로 하강하는데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짜릿한 느낌이다. 근데 잠깐 웬 그림자가…….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우기에 공중을 봤더니, 여인이 바로 머리 위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이런 미친?!!”

타앙! 그녀가 올라타자 우올로가 크게 휘청하며 좌측으로 뒤집힌다.

“떨어져! 떨어진다고!!”

나는 손잡이를 잡고 서둘러 안정을 찾았다. 그렇지만 이 여인은 여전히 날 죽이려고 안달이다. 그녀가 뒤에서 내 목을 조른다.

“케엑……! 잠까안……. 이러다… 둘 다 죽…….”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손잡이를 민다. 그러자 우올로가 수직으로 하강한다.

화악-!

그리고 손잡이를 당기자 다시 급격하게 상승한다.

수웅-!

우올로의 급격한 방향 변화에 자세가 불안정했던 그녀는 결국 손을 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떨어지지 않게 팔로 우올로 뒷좌석 손잡이를 잡고 두 다리로 내 목을 조여든다. 손보다 더욱 강력한 힘에 눈앞이 금세 아른거린다. 최대한 버텨야 한다. 추락 시 안전을 위해 그나마 땅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바로 의식을 잃었다. 그와 동시에 구름을 뚫고 끝을 모르는 바닥으로 추락해간다.

*

-‘죽음을 1회 견뎌냈습니다.’

음? 아직 안 죽었잖아? 그나저나 여긴……. 숨이 안 쉬어지는 걸 보니 물속이로군. 크억! 숨 막혀! 죽겠다!

“푸하!!”

서둘러 헤엄쳐서 움직여 물속을 빠져나온다. 아직 안 죽었다는 사실에 감탄하다가 죽을 뻔했다. 와 근데 물도 있었구나. 부유 대륙이라기에 그런 건 없는 줄 알았는데, 바다인지 그냥 넓은 호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물이 있었다. 하기야 시장엔 생선도 팔았으니까…….

아무튼 우올로가 물 위로 떨어지는 덕분에 간신히 살았다. 우올로는 바다 위에 처참한 모양새로 떠 있다. 공짜 우올로 하나 얻나 싶었는데. 아쉽게 됐구나.

근데 여긴 대체 어디야? 지도를 켜보니 처음 출발했던 에드 하이리스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다. 같은 나라 땅이긴 하지만, 그래도 거리가 상당하다. 근방에 가까운 도시가 하나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방문하지 않은 곳이라 정보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저 도시에 들러야겠다. 저 도시에 들러서 새로…….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지금이 노예 생활을 완전히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나를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혼자 외딴곳에 떨어져서 모든 걸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래. 기회는 지금뿐이다.

나는 걸고 있는 목걸이에 손을 가져간다. 이 노예의 증표만 벗으면 난 자유가 될 수 있다. 근데 막상 잡긴 했지만 떨린다. 몰아칠 고통을 견뎌 내야 한다. 어차피 피해는 안 입으니까 버티기만 하면 돼.

두 번의 심호흡 후……. 벗는다!

“까가가가가각!!!”

목걸이를 잡는 순간, 거인의 양손으로 내 심장을 잡고 눌러 짜는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져나갈 것만 같다. 온몸이 물에 젖어있던 터라 그 고통은 더욱 생생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노예 신세를 벗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멀어지는 의식을 부여잡으며 끝내 목걸이를 벗어낸다.

“카하악……!”

바닥에 대자로 뻗어 거친 숨을 한껏 몰아쉰다. 그 와중에 기절하지 않았던 게 천만다행이다. 목걸이를 완전히 벗기 전에 기절해서 놓아버리면 이 끔찍한 고통을 또 느껴야 했을 테니까.

“이 지긋지긋한 노예 생활 따위……!”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누운 채로 노예의 증표를 바다 쪽으로 높게 던진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해방감이 느껴진다.

“나는 자유다!”

딱-!

“응?”

높게 던졌던 목걸이가 어딘가에 부딪히며 딱딱한 소리를 낸다. 바다나 모래에 떨어져서 나는 소리 같진 않다. 확인하기 위해 상체를 일으킨다. 그런데…….

“헉……!”

그녀다. 이름도 모르는데, 나를 죽이려고 날고 있는 우올로에서 뛰어내린 그녀 말이다. 그녀는 내가 던진 목걸이에 머리를 맞았는지 물 위에 해초처럼 쓰러져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녀가 내 목걸이를 쥐고 물속에서 걸어 나온다. 그 모습이 우아한 인어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운 늪의 마녀를 연상시킨다.

“아 진짜,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제 죄라면 위에 있던 놈들 명령에 따라 그쪽 몸을 씻겨드린 죄 밖에 없다고요!”

전부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전적으로 내가 불리하니 약간의 조미료를 친다. 그러나 내가 친 조미료가 입에 맞지 않는지 그녀가 말없이 다가온다. 내 음식점에서 과격한 컴플레인을 거는 사람은 사양이라고……!

도망가기 위해 몸을 부랴부랴 몸을 일으키는데, 다가오는 그녀의 상태가 어딘지 이상하다.

“저기요? 괜찮아요?”

다른 곳도 심하게 다쳤지만, 복부에 유독 큰 출혈을 동반한 채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리고 있다. 나를 향해 계속 다가오던 그녀가 결국, 몇 걸음 오다가 다시금 풀썩 쓰러진다.

그 순간.

[퀘스트 완수 – 스핀호 노예 탈출 대작전!]

당신은 막스핀호에서 홀로 무사히 탈출함으로써 자신을 지켰습니다. 그래요. 남은 이들이 어떻게 되건 말건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죠!

〈보상〉

명성 50 획득 / 잠재 5 획득 / 경험치 276.2% 획득

-‘명성이 50 증가 하였습니다. (현재 명성: 75)’

-‘잠재가 5 증가 하였습니다. (현재 잠재: 47)’

-‘경험치가 276.2%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12레벨 업 가능)’

-‘타고난 재능 기술 ‘위험을 보는 눈’을 깨달았습니다. (‘위험한 전투 극복’으로 인해)’

-‘타고난 재능 기술 ‘위험을 듣는 귀’를 깨달았습니다. (‘위험한 전투 극복’으로 인해)’

-‘기술 ‘훔치기’ 1단계 자질이 개화되었습니다.’

-‘타고난 재능 기술 ‘위험을 보는 눈’ 1단계 자질이 개화되었습니다.’

-‘타고난 재능 기술 ‘위험을 보는 눈’ 2단계 자질이 개화되었습니다.’

-‘타고난 재능 기술 ‘위험을 듣는 귀’ 1단계 자질이 개화되었습니다.’

-‘타고난 재능 기술 ‘위험을 듣는 귀’ 2단계 자질이 개화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 창과 함께 다발적인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이게 다 뭐람? 내용은 나중에 다시 확인하기로 하고 쓰러진 그녀에게 눈길을 돌린다.

“이봐요?”

이럴 땐, 그녀가 깨어나기 전에 도망가는 게 가장 좋겠지?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내 발걸음은 쓰러진 그녀를 향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연약한 여자한테 약하다니까? 뭐 연약하다는 말에 어폐가 있지만서도…….

“워…….”

가까이서 보니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그녀의 복부에 우올로가 부서지면서 생긴 잔해가 깊숙이 박혀 있다. 뿐만 아니라 둠페일과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도 보기보다 심각한 것 같다.

나는 그녀를 조심스레 돌려 눕히고, 내 인벤토리에서 힐링포션 하나를 꺼내 든다.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병이지만 그 효과는 아까 확실히 느꼈다.

의식이 가물가물한 그녀의 입에 조금씩 흘려 넣자 그녀가 눈썹을 조금씩 찡그린다. 마실 때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생각보다 오묘해서 그런 것 같다.

마치 쪼그라든 몸에 바람을 불어넣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맛은 새콤달콤해서 그리 나쁘지 않다.

아 그리고 이건 나중에 안 사실인데, 힐링포션 아주 비싸더라. 훗날 그것을 깨닫고 땅을 치며 아낄 걸 하고 후회했다.

초반에 지급되는 건 거래 불가능이긴 해도 잘만 이용했으면 병상의 병약한 공주라도 찾아서 팔자를 필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으으윽!”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멍이 빠지면서 상처가 아물고 그녀의 몸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곧 그녀 몸에 박혀 있던 우올로 잔해가 스스로 빠져나온다. 직접 보니 꽤 신기하다.

“음…….”

그녀가 눈을 뜬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던 그녀가 내 존재를 인지하고는 눈빛이 변한다.

원수를 보는 눈빛이 이러면 이랬지. 결코, 생명의 은인을 대하는 눈빛은 아니다.

“제, 제가 그쪽 구했거든요?! 저 때리시면 안 돼요!”

진짜 내가 말하고도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 강한데 어쩌겠는가? 근데, 내 말을 알아듣기는 하는 거야? 그녀의 눈빛을 보아하니 왠지 느낌이 안 좋다.

불안한 마음에 조심히 몸을 일으켜 그녀와의 거리를 벌린다. 그녀도 따라 일어나며 나를 계속 주시한다.

“적…….”

그녀의 입에서 저 소리가 나올 땐 항상 같은 일이 반복되곤 했지.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녀가 나를 향해 달려든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얼마 못 가서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녀가 배를 부여잡고 웅크린다. 회복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녀의 입에서 예상외의 단어가 튀어나온다.

“밥.”

밥? 배고프다는 건가? 잠시 후 그녀의 고개 숙인 얼굴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저건 분명…….

“저, 저기요?! 울어요?!”

“밥…….”

설마 배가 고파서 우는 건가? 대체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 엄청난 공격을 받고도 끄떡없던 인간이 단지 배가 고파서 운다고? 설마 아니겠지 생각하면서도 그녀가 우는 다른 이유를 마땅히 떠올릴 수가 없다.

“밥…….”

그녀가 애처로운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세상에……. 내가 저 무서운 여자한테 보호 본능을 다 느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그런 표정으로 나를 본다 한들 어쩌겠는가?

“나도 지금 먹을 게 없는……. 아!”

빵이 있다! 아까 우올로에서 한 입 뜯어먹고 넣어둔 더럽게 맛없는 빵 말이다. 어차피 다신 먹을 생각 없으니까 이거라도 건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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