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9화 (9/147)

<-- 내겐 너무 버거운 그녀 -->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여자다. 그것도 상당히 매력적인 미모를 가진. 연한 구릿빛 피부와 잘 익은 사과처럼 뻘건 입술이 대조되며 건강미의 조화를 이룬다.

진한 선을 그리는 쇄골, 누워있어서 가늠은 어렵지만 퍼지는 정도만 봐도 육중한 가슴. 군살 없이 잔 근육 잡힌 잘록한 허리에서 이어지는 매끄러운 골반 라인은 그야말로 선의 명장이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큼 예술적이다.

특히나 탄탄하게 발달한 고관절 근육과 옹골진 허벅지는 그녀의 아름다움과 건강미를 살려주는 최고 정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사람도 싸움꾼이라 잡혀 온 건가? 피부 곳곳에 난 자잘한 흉터로 봐서는 확실히 그런 것 같지만, 분명히 아까운 외모다.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이 육감적인 몸매는 더더욱…….

그녀의 농염하게 쭉 뻗은 몸을 보고 있자니 내 소중이가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르려 한다. 정신 차리고 노예 일이나 시작하자. 앞에 닦을 노예들이 많지만, 순서쯤은 바꿔도 상관없겠지.

나는 수세미를 들고 그녀의 옆에 꿇어앉는다. 침이 꿀꺽 삼켜진다. 먼저 물을 뿌리고 비누칠부터 해야겠지? 앞에 노예들한텐 한 번도 안 쓴 비누지만, 이제부터 깨끗이 할 생각이다.

목에 이 문신은 뭐지? 그녀를 씻기려고 보니 목에 고양이가 반달 모양으로 할퀸 것 같은 작은 문신이 4개 연달아 그어져 있다. 심플한데 이쁜 문신이네. 그렇지만 씻기는데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자.

꾸적꾸적 비눗물을 칠한 손으로 그녀의 목부터 가슴까지 어루만진다. 그녀의 가슴을 닦아주다 보니 탄력적이고 묵직한 중량이 손 한가득 들어온다.

“와…….”

난생처음 만져보는 크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양손으로도 전부 감쌀 수 없다니……. 이 가는 허리에서 어떻게 이런 가슴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이 탄력과 부드러움은 또 어떤가? 만지는 대로 모양이 변했다가 손을 떼면 즉시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녀의 퍼진 가슴을 모았다가 폈다가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놀다 보니, 조금 더 깊이 씻겨주고 싶은 욕망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 얼굴도 닦아 줘야지…….”

누구 들으라는 듯 조용히 혼자 조용히 중얼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입으로 핥기 시작한다. 그동안의 분노, 울분, 울화로 쌓인 스트레스가 나의 내면에 잠재된 변태적 욕망을 끌어낸다.

이미 독악한 그 감정이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머릿속에 들어차서, 내보낼 방법 따윈 스스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녀의 입술을 핥으며, 손가락으론 그녀의 풍만한 가슴 언덕 꼭대기에 떨어진 작은 열매 하나를 살살 건드린다. 저항할 수도 저항할 의지도 없는 그녀의 몸을 게걸스레 만져대며, 이어질 다음 행위를 머릿속에 그린다.

붕긋하게 오른 그녀의 가슴 언덕에서 오목하게 들어간 배꼽 오아시스로, 오목한 배꼽 오아시스에서 골 깊은 비밀의 숲을 향한 여정. 내 손은 거칠게 뻗은 수풀을 문질러 잠재우고 그것이 숨기고 있는 비밀의 문에 조심스레 다가간다.

수풀이 거칠게 자란 주변 환경과는 달리 윤택이 흐르는 그곳. 가볍게 손을 딛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움에 푹 파묻힐 것만 같다.

꼭 닫힌 비밀의 문 틈새를 비집고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자, 강력한 흡착력이 느껴진다. 작정하고 깊숙이 들어간다면 다시는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들려오는 환상적인 연주 소리와 문틈 사이에 촉촉이 발린 달콤한 꿀은, 긴 여행으로 지친 심신을 격정적으로 유혹한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들어가야겠다는 심정이 가슴 한가득 스며 퍼진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 바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나를 옥죄는 이 죄악한 복장을 당장이라도 풀어헤쳐 굶주린 자유를 만끽할 준비를 한다. 그때…….

“거기 너!”

“헉!”

그 순간 들려온 한 길드원의 말에 집 나갔던 이성이 급히 돌아오면서 내 행동을 즉시 멈춰 세운다.

“하던 일 잠깐 멈추고 나와 봐!”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다행히 못 본 것 같다. 이번엔 나 자신도 제어하지 못할 만큼 정신이 나갔다. 아무래도 이 게임이 날 점점 이상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 같단 말이야?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그렇게 마음속 깊이 남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갑판으로 올라간다.

* * *

“이걸 어쩐다…….”

막스핀의 부하이자 15형제의 리더인 브랙탄은, 죄수 거래를 주로 하는 간수 페코 씨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돈을 받고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액수는 자그마치 1,000만 셀. 그 정도 금액은 상태 좋은 노예 100명을 막스핀에게 받쳐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왜 페코 씨가 그에게 이런 큰 금액을 쥐여주고, 또 그는 어떤 고민을 왜 하는 것일까?

사실 어제 페코 씨가 브랙탄에게 찾아와서 돈과 함께 이런 말을 건넸다.

“어제 페로렌 아가씨의 보좌관이 오셔서 전에 데려갔던 죄수 중에, 뭘이라는 이름의 죄수를 돌려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부탁 어렵다는 건 압니다만, 한 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브랙탄은 페코의 간절한 부탁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페로렌. 그 아가씨였다.

준남작의 손녀로서 일개 평민과 다를 바 없는 그녀의 부탁은 거절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그녀의 할아버지가 페론드 준남작이기 때문에 얘기가 달라졌다.

페론드 준남작. 신기를 만들어낸다고 일컬어지던 그는 바리안드 대륙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세공사이자, 소질 부여가였다. 그에겐 어마어마한 인맥이 있었는데 포를리안 왕국의 황태자부터, 하타르 왕국의 엘레오스 추기경, 대현자 티레스까지.

지금은 죽고 없는 사람이지만, 만약 본인이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의 공작 이상의 작위까지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브랙탄이 고민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 대단한 인물이 너무나 아끼는 손녀이기 때문에 만약 거절하게 된다면, 자신과 형제들에게 어떤 불이익이 닥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브랙탄의 고민에 형제들이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괜히 지레 겁먹는 거 아닐까? 페론드 준남작이 손녀를 아껴서 그 얼굴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면서. 그렇게 숨어 사는 아가씨가 거절한다고 보복할 수나 있겠어?”

“글쎄, 도를렌 백작가의 영애랑 놀러 다닌다는 소문이 자주 도는 걸 봐선 아주 숨어 사는 것 같진 않은 모양이던데…….”

형제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브랙탄의 고민은 갈수록 심화했다. 이미 자신의 보스인 막스핀에게 뭘에 대해나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봤지만, 그를 내어줄 수 없단 말을 들은 참이었다.

한번 거절했는데 다시 또 말을 꺼내자니 존경하는 보스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고, 뭘을 데려오라는 제안을 거절하자니 혹시나 불어닥칠 보복이 마음에 걸렸다.

“별수 없지.”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브랙탄은 결심을 내린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의 15 형제들도 따라나섰다.

* * *

“에이 씨 진짜!”

노예의 삶이란 건 원래 이렇게 개떡 같은 일의 연속인 건가? 끊었던 욕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피우지 않는 담배도 생각나게 만든다. 잘 생겼던 얼굴조차 못생겨지게 만든다. 사실 마지막 한 말은 그냥 물타기처럼 한 소리다.

그렇지만 그만큼 속 끓는 일 투성이라는 거다.

힘 수치도 낮은 나한테 몸집이 거의 두 배 만한 인간을 혼자 끌게 시키다니. 내가 최대한 양보해서 막스핀의 노예면 노예지. 왜 그 졸개들까지 나를 부려먹는 거냐고!

“아오! 무거워!”

나는 기절한 사내를 짊어지고 우올로 지하 감옥까지 내려와 팽개치다시피 눕혔다. 갑판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무려 5분이 걸렸다. 걸어서 30초면 올 거리를 말이다. 대체 둠페일인지 뭐시기인지. 뭘 먹고 인간이 이렇게 큰 거야?

감옥 문을 잠그고 나자 길드원 하나가 내려와서 두툼한 빵 하나를 던지며 나에게 소리친다.

“이봐! 다 옮겼으면 밥 먹고, 그놈부터 씻겨. 노예들 다 씻기면 불러.”

뭐? 아니, 어차피 씻길 거였으면 감옥엔 왜 넣으래? 씻기는 장소가 멀진 않다. 바로 문 하나 건너 방이니까. 근데 두 번 일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

“아 몰라, 덩치 넌 그냥 나중에 씻자.”

다시 문 열기도 귀찮다. 나는 맛대가리 없는 빵을 조금 뜯어 먹고는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진짜 더럽게 맛없다. 그냥 밀가루를 구운 맛이다. 이딴 거 먹을 시간에 빨리 일 끝내고 탈출 방법이나 생각하는 게 낫겠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예들이 줄지어 누워있는 장소로 몸을 옮긴다.

“어? 뭐지?”

이곳에 들어와서 노예들을 찬찬히 살피는데 어딘가 휑한 느낌이 든다. 노예가 누워있어야 할 자리 하나가 비어있다. 조금 전 씻기던 여인의 자리다.

그 사이 누가 들어와서 데려간 건가? 그 순간, 갑자기 뒤로부터 느껴지는 살기에 무심코 몸을 숙인다.

곧 하나의 다리가, 머리 위를 후웅-! 소리를 내며 지나치더니 우올로 내부 벽면을 그대로 작살낸다.

콰득-!

“뭐! 뭐야!”

벽이 부서지기 무섭게 나는 앞으로 굴러 거리를 벌리고 나를 공격한 것의 정체를 살폈다. 조금 전 씻기던 그녀다. 굉장히 독한 마취약을 먹고 잠들었다면서 어떻게 깨어난 거야?

일단 진정시켜야 한다. 방금 기습을 받으면서 확실히 느낀 게 있다. 맞았으면 그동안 쌓인 잠재 능력이 발휘되더라도 죽었을 거란 사실.

“이, 이봐요! 진정해요.”

“적……. 죽여.”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적? 말투는 왜 저래?

그녀의 말을 생각할 틈 같은 건 없다. 눈앞에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회전을 가미한 발차기가 날아든다.

“어우! 잠깐만요!”

간신히 상체를 뒤로 빼며 피했지만, 3회전 발차기의 위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파직-!!

세상에……. 그 파괴력이 어찌나 뛰어난지 때린 벽면이 그대로 부서지며 반대편이 보인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나를 노리는 공격을 감행한다. 그녀의 강력한 발길은 닿는 곳마다 그 흔적을 깊이 남긴다.

이 힘은 대체 뭔데?!

“으악!”

콰직-! 그녀의 빠르고 강력한 공격을 겨우겨우 피해내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알몸의 여자가 달려드는 건 언제든 환영이라지만, 이런 식은 절대로 아니다.

“이봐요! 전 악당이 아니에요! 악당은 위에 있어요! 으앗!”

형체를 분간하기도 힘들 정도의 빠른 뒤돌려차기가 정수리를 훑고 지난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니 마음만 다급해져만 간다.

“저도 잡혀 온 노예라고요!”

내 말에 공격하기 위해 발을 든 자세에서 그대로 멈춘다. 그녀의 굳게 닫힌 중요 부위가 훤히 보인다. 남자기에 시선이 그쪽으로 자연스레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녀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보다.

그녀가 곧 입을 연다.

“적……. 나.”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입과 몸을 더듬는 시늉을 한다.

“아…….”

그쪽이 말하는 게 아까 그 일에 대해서라면 제가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으악!”

그녀의 다시 발이 움직이며 내 얼굴 바로 앞을 스쳐 간다. 단순한 발차기가 아니라 묵직한 철퇴를 눈앞에서 휘두르는 것 같다. 이대로면 언제든 죽겠다.

다시 한번 밀고 들어오는 발차기에 급히 장도를 빼 들고 방어 자세를 취한다. 그녀의 휘몰아치는 발차기가 장도를 그대로 강타한다.

파악!!!

“커헉!”

-‘859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죽음을 1회 견뎌냈습니다.’

뭐야?! 이 터무니없는 피해는? 장비도 없이 날린 공격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근성 능력이 아니었으면 진작 죽었을 거다.

위험하니 바로 물약을 꺼내 마신다. 체력이 50%까지 천천히 회복되고 있다. 기본 체력이 낮아서 조금 아깝긴 하지만 낮은 확률로라도 잠재가 발휘되려면 체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이대로면 안 되겠어. 강행돌파다. 이번엔 내 쪽에서 그녀에게 달려든다. 수직으로 치켜 오른 다리가 내 머리를 찍어누르기 위해 빠른 속도로 하강한다.

그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고 계속 주시하다가…….

“흣!”

자세를 낮추고 그녀 발보다 반 박자 빠르게 몸을 굴리며, 공격을 회피한다. 그리고 그녀가 재차 공격을 준비하는 틈을 타 감옥 문으로 줄행랑친다.

“허억!”

그곳에서 벗어나자마자 문을 닫고 그대로 잠근다.

“허어, 휴……. 살았다…….

나무로 된 벽은 쉽게 부서질지 몰라도 이 문은 철제로 돼 있어서 부술 수 없을 터다.

분명 그래야 맞는 건데…….

쾅-! 큰 소리와 함께 철제문이 세차게 흔들리며 그녀의 발뒤꿈치 모양이 선명하게 찍힌다. 쾅-! 두 번의 가격으로 철문이 찢어져 그녀의 신체 일부가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다리야 저건?! 철문이 완전히 찢기기 전에 갑판으로 올라가 상황 알려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를 옮기려는데…….

콰직-! 바로 앞 감옥 부근에서 벽이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잠들어있던 야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내 앞길엔 좌절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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