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8화 (8/147)

<-- 수상한 동업 -->                               -‘당신은 막스핀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이제 노예 전용 기술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제 노예 전용 상태 창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노예 전용 기술 ‘준비된 자세’를 깨달았습니다.’

-‘특별 능력 ‘연민’을 발견하였습니다. (‘처음 노예가 된’ 것으로 인해)

이게 다 뭐야? 목걸이를 착용하자마자 별의별 이상한 것들이 떠오른다.

[막스핀의 노예]

이름: 뭘 / 명성: 25

호칭: 미부여

노예 등급: F

몸 상태 : 피곤

수행도: 0

억압도: 0

해방의 날까지 30일

노예 전용 상태 창도 있을 줄이야. 연민은 뭐지?

[연민]

모두가 당신을 불쌍하고 안타깝게 여깁니다. 적 대상이 선제공격할 확률이 낮아집니다. 퀘스트 보상이 드물게 좋아집니다. 아이템 구매 시 때때로 가격 할인을 받습니다. 노예의 경우 연민이 높을수록 체벌 확률이 낮아지고 보상 확률이 높아집니다.

효과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하필 이름이 연민이냐고! 안 그래도 느끼고 있는데, 나 자신이 점점 불쌍한 캐릭터가 되는 것 같단 말이야. 크흑…….

준비된 자세는 또 뭐야……?

[준비된 자세]

노예 전용. 주인의 말을 경청하기 쉬워집니다. 주인의 말을 경청할 경우 수행도가 5 증가합니다. 주인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할 경우 적용되는 수행도가 30% 추가 상승합니다. 또한…….

또한은 무슨 또한이야. 닫아! 감히 날 노예 취급하다니……! 이건 내가 갈 길이 아니야. 나는 날개를 펴기 위해 잠시 고치가 된 것뿐이라고. 금방 탈출해주마. 탈출해서 노예의 증표인지 뭔지 당장 벗어버리…….

“끄아아어어억!!!”

목에 걸린 증표를 벗어내려고 시늉하자 물속에서 전기충격기로 수염을 미는 듯한 충격이 전신의 혈관을 튀기고 지나간다.

“그거 벗으려고 했어요? 그러지 마시지. 깜빡하고 말씀 안 드렸는데, 보호 마법이 걸려 있어서 벗으려고 하면 전기 와요. 전 안 맞아봐서 모르겠는데, 노예들이 무지 아파하더라고요?”

제발 그런 건… 빨리 좀 말하라고…….

“그래도 체력은 안 닳으니까 고통받는 거 좋아하시면 계속하세요.”

이게 누굴 놀리나……. 두고 보자 앞으로 복수 리스트라도 작성해놔야겠어. 지금은 인내를 갖자.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아니! 무 대신 지금 생각나는 몇 명의 머리를 썰어버리기 전까진 절대 포기 안 해!

*

“우와……!”

마차 10대가 일렬로 가도 될 법한 넓은 다리를 지나며 숨기지 못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부유하는 대륙. 지금까지 도시에만 있던 터라 그것이 말하는 바를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 광경을 직접 보니 차마 입을 다물 수 없다.

다리 좌우 편으로 끝없이 펼쳐진 하늘 바다. 다리 밑으로는 구름이 지나고, 바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다. 만약 마차가 이탈해 다리 밑으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시체도 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러나 이 두근거림은 무서워서가 아닌 이 환상적인 경관에 매료된 심장이 감탄하며 내는 것이다. 세계 어느 랜드마크를 본다 해도 이처럼 멋진 장면이 또 있을까?

다리를 건너 마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하늘을 나는 배 ‘우올로’의 정박장이다. 마차에서 내린 막스핀을 따라가며 호기심 어린 아이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그곳엔 20척이 조금 넘는 우올로들이 정박해 있는데, 크기가 전부 제각각이다. 한두 명 탈 수 있을법한 2m 정도의 초소형 배부터 20, 30m는 돼 보이는 제법 큰 배까지. 배의 선원들이 각자 자신의 배에서 짐을 내리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때……!

부아앙-!!! 선착장 전체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3척의 배가 들어오는데…….

“우와……!!!”

내 입을 강제로 꿰매지 않는 한 도저히 다물 수가 없었다. 한눈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배다. 저런 게 하늘을 날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든다.

“페타 등급 우올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배. 진짜 엄청나죠? 뱃머리부터 후미까지 전장만 거의 200m에 달하는데, 아마 저거 사려면 1조는 넘게 줘야 할걸요? 유저중에선 아직 보유한 사람도 없을 거예요.”

막스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저 거대한 우올로에 완전히 압도된 나는 이 게임을 지속해나갈 원동력을 찾고야 말았다.

페타 등급 우올로. 저건 반드시 타봐야겠어.

*

“우와!

“아까부터 같은 감탄사만 하시네. 그만 놀라고 어서 올라오시죠?”

조금 전에 본 페타 등급 우올로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규모지만 그럼에도 꽤 근사한 우올로다.

“이거 그쪽 거예요?”

“명색이 길드 마스터인데 길드 운영하려면 하려면 이 정돈 기본이죠.”

“근데, 이런 건 얼마쯤 해요?”

“5천에 샀죠.”

“5… 5천?”

누군 20만 셀로 무기 하나 사는데도 벌벌대는 와중에. 5천이라니…….

게임 오픈한지 얼마 안 됐는데 길드 본거지이며 마차며, 우올로까지…….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돈을 빨리 모은 거지? 그런 내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그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한다.

“현질 좀 했죠.”

아, 그런 거였군. 역시 최고의 아이템은 현금이야. 오픈한지 얼마 안 돼서 거래 비율이 안 좋을 텐데 돈도 많은가 봐…….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얘기를 좀 하죠.”

막스핀과 함께 우올로 안쪽의 회의실로 들어가서, 그리고 막스핀이 하는 사업에 대해, 그리고 내가 하게 될 일에 대해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 * *

나르갈론드 왕국, 도르윈 출신의 둠페일. 속칭 불타는 야수. 그는 호전적이기로 유명한 오크 30마리를 맨손으로 찢어 놓았으며, 트롤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힘을 가졌다. 더불어 콜로세움 15번 출전에 전승을 거둔 명실공히 나르갈론드 왕궁 최강의 싸움꾼 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 그의 모습은 평소 보이던 최강의 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크으!! 이 자식들!!”

“진정하라고, 이 코끼리 같은 아저씨야.”

“다 죽여버리겠어!!”

둠페일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을 향해 성난 야수처럼 돌진했다. 그러나 곧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을 거칠게 굴렀다.

“와 이거 사람 맞냐? 드래곤도 꼼짝 못 한다는 마취약을 한 통 다 먹였는데도, 저항하네. 이거 이러다 마취 풀리는 거 아니야?”

“불길한 소리 하지 마라. 자그마치 1,000만 셀짜리 약인데 아무러면 효과가 없겠냐? 그래도 인간이야. 봐 지금도 쉽게 못 일어나잖아.”

둠페일은 비틀비틀 상체를 일으키며 분함에 바닥을 강하게 내려쳤다. 그 힘에 돌바닥이 움푹 팰 정도였다.

혼자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팬이라며 접근한 그들은 둠페일의 술에 몰래 약을 탔다. 평소였으면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이 주는 술을 받아먹진 않겠지만, 바로 어제 콜로세움에서 통산 15번의 우승을 거머쥔 뒤 기분이 좋아서 마시기 시작한 술을 조금 전까지 들이붓다 보니 정신없이 받아 마신 듯했다.

“크으으!!”

“뭐야, 또 일어나?!”

“아니야, 기다려…….”

“크으…….”

일어나는가 싶던 둠페일이 이윽고 의식을 잃었다. 그의 전신이 흙바닥에 턱-! 쓰러지며 흙먼지를 불러일으켰다.

“봤지? 안 먹힐 리가 없다니까!”

“너 솔직히 말해 봐. 이거 안 먹혔으면 어쩔뻔했냐?”

“안 먹힐 수가 없는데 뒷일을 왜 생각해?”

“말해 뭐하겠냐.”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그들에겐 가장 큰 난관이 남아있었다.

“근데… 저 괴물을 어떻게 옮기지……?”

* * *

“어우! 이게 무슨! 팔자야!”

-‘수행도가 50 상승했습니다.’

-‘특별 능력 근성이 1 올랐습니다. (현재 근성2)’

눈앞엔 20명가량의 잠든 남정네들이 줄줄이 알몸으로 잠들어있다. 그리고 나는 바가지로 물을 퍼가면서 그들의 몸을 닦아주고 있다. 물론 가랑이 사이까지 정성스럽게 말이다.

“그렇게 오래 닦았는데도, 이제 절반 끝났다니.”

내가 어쩌다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 전으로 거슬러가 막스핀이 말한 그 사업의 내용을 돌이켜보자면…….

*

“바로 귀족들의 성적 취향을 만족시켜줄 강력한 노예들을 잡아서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거예요. 일반인들에게 파는 노예는 비싸 봤자 거기서 거기에요. 하지만 귀족들이 구매하려고 안달 난 노예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하나만 제대로 건져도 지금 이만한 우올로 한대는 그냥 사고도 남을걸요?”

*

이게 바로 그 내용이다. 정말 인간들 돈 되는 쪽으로 잔머리 굴리는 속도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이야기가 잠시 딴 곳으로 샜는데, 결과적으로 말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느냐면 약해서 그렇단다. 일 시킬 걸 여러 가지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레벨 1에 할만한 게 없단다.

아니 그러면 차라리 자유롭게 풀어줘서 레벨업이라도 제대로 하게 해주던지!

세상에 노예 닦아주는 노예라니. 노예보다 더 낮은 위치가 있는 줄은 또 몰랐네.

물론 이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노예일을 하면, 조금이지만 경험치와 잠재도 꾸준히 오르는 것 같고 각종 상태 이상과 운이 좋다면 죽음까지도 면할 수 있는 근성이라는 특별 능력도 얻을 수 있으니까.

기본 체력이 낮은 나에게는 단비 같은 능력이다. 지금 내 정보를 살펴보자면 이렇다.

이름: 뭘 / 레벨: 1 (9레벨업 가능) / 몸 상태: 건강함, 약간 배고픔

공격력: 15 / 방어력: 1

직업: 부랑자

체력: 20 마력: 10

힘: 1 / 민첩: 1 / 지력: 1 / 건강: 1

카리스마: 1 / 연민: 1 / 근성: 2

잠재: 42

현재 9까지 레벨업 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였지만 아직 안 올리고 있다. 레벨이 낮을수록 잠재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고 하는 선원들의 얘기를 얼핏 들었기에 혹시나 해서 미루는 중이다.

물론 확인된 바는 없지만, 아직 죽을 일도 없고 하니까 효율은 뽑을 수 있을 때 뽑는 게 좋다.

그러고 보니 특별 능력치 성장은 더딘 편이라 들었는데, 노예일 하면서 금방 2를 찍은 걸 보면 근성은 노예이기에 더 잘 오르는 것 같다.

그렇지만 능력치 오르는 건 둘째 치더라도 이런 노동을 게임에서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다.

“세상! 팔자! 만큼! 게임! 팔자도! 더럽네……! 아오. 씨! 안 해!”

짜증이 치밀어서 노예들의 몸을 닦던 수세미를 바닥에 내던진다. 하지만 곧 들어오는 길드원들의 모습에 다시 열심히 하는 척한다.

“어이 다 했어?”

“네, 거의 다했습니다. 어휴 다 끝났다.”

-‘수행도가 50 상승했습니다.’

시체처럼 누워있는 한 명의 노예 씻기기가 끝나자 이마의 땀을 닦으며 힘든 척을 한다. 아니 근데 척이 아니라 진짜 힘든데……?

그런데도 놈은 자꾸만 나를 채근한다.

“빨리빨리 끝내! 얘들 깨면 네가 다 감당할래?”

아오! 그럼 네가 하시던지! 라고 소리쳐 주고 싶으나 불필요하게 싸움 날까 참는다. 절대 무서워서 그러는 건 아니다. 생각해보면 선원이 30명이나 타 있는데 왜 이걸 나 혼자 하고 있는 거야?

그때, 다 씻긴 사내를 데려가려 유심히 살피던 길드원 하나가 내 뒤통수를 후려친다.

“아 나 이런 멍청한 새끼가……. 야 이 새끼야!”

그 행동에 두개골에서 뇌를 울릴 정도의 큰 소리가 나며 고개가 절로 숙어진다.

“여기 아직도 더럽잖아!”

“아이 씨! 그거 점이거든요!”

“그래? 근데 잠깐, 아이 씨?”

내 머리채를 그가 내 머리채를 콱 쥐어 잡는다.

“이 노예 새끼가 뒤지려고.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따위 말투 해 봐. 주둥이를 갈아서 새들 먹이로 던져버리려니까.”

안 돼! 참아! 자신을 급히 절제시킨 뒤 눈을 감고 심호흡한다.

“앞으로 조심해. 시간 없으니까 나머지 빨리 닦아!”

그가 씻긴 노예를 들고 어기적어기적 나간다.

잘 참았다. 순간 눈이 돌아서 하마터면 앞뒤 안 재고 달려들 뻔했다. 사람이 한순간 회까닥한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구나. 또 한 번 일 치를뻔했다.

너 잘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조금만 더 참자! 우올로 위에선 탈출하기 힘드니 빠져나갈 기회가 보일 때까지만 참는 거다.

저놈 이름이 투펭이라고 했지? 내가 나갈 때 네놈 목은 반드시 따고 갈 테니. 지금은 어떤 취급을 당해도 참아주마.

“후우……. 음?”

화를 다스리며 노예의 몸이나 계속 닦으려는데, 언뜻 두껍고 울퉁불퉁한 근육들 사이에서 여성스럽게 잘록하고 균형 잡힌 몸 하나가 시선을 잡는다. 호기심에 그 노예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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