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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개새끼. 곱게 죽는 걸 본 적이 없어요."
혀를 차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꽤나 거슬리는 존재가 소환 된 것이 아닌가. 저것을 소환한다고 사용 가능한 MP가 바닥났을 펠프스를 찾아야했다.
-전투천사 발키리가 이곳을 성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어둠에 속한 모든 존재의 능력치가 대폭 감소합니다.
-성역에 입장하셨습니다. 분당 500의 피해를 입으며 30분 뒤에도 성역에서 빠져나가지 않을 시 그 자리에서 사망합니다.
"또 시작이군."
제 눈 앞에 떠오른 메세지는 현재 상황을 잘 알려줬다. 펠프스 놈은 아직 살아있고, 놈이 소환한 천사는 이전의 그 놈처럼 성역을 선포했다.
제한시간 30분. 말이 30분이지 숨어버린 펠프스를 찾아 죽이고 성역 밖으로 도망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었다.
"이제 어쩔거야?"
"이젠 대놓고 반말이네."
이 버르장머리 없는 꼬맹이가. 가볍게 으르렁거리기가 무섭게 움찔하는 주제에 쏘아보는 눈초리는 멀쩡하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유천이 본드래곤을 돌려보냈다. 건물 속으로 다시 들어가 놈을 찾아야 할 텐데 저걸 타고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뒤져라!"
"네손에? 차라리 자살을 하고 말지."
땅에 발을 붙이기가 무섭게 달려드는 유저 하나를 손쉽게 쓰러트린 유천이 코웃음을 쳤다.
-아직이다.
거대한 덩치를 허공에 띄운채 멍하니 있던 천사가 고개를 돌려 유천을 보며 말했다. 천사의 손가락이 한번 까딱이자 무수히 많은 빛의 창이 유천을 노리고 쏘아졌다.
"그걸론 부족하지!"
대뜸 성의 창문 하나를 깨고 나타난 레지스가 외쳤다. 유천의 앞을 막아선 꼴이 영락없이 유천을 대신해 공격을 받아낼 법한 자세였으나 곧 땅을 뒤흔들며 나타난 흙의 거인이 쏟아지는 빛의 무더기를 걷어냈다.
"저쪽이다! 저기에 마법사가 있다!"
어지간히 난리를 피운 모양이군. 유천이 중얼거렸다. 마법사가 있다는 소리에 싸우던 성기사와 사제들마저 등을 돌리고 이쪽으로 달려오지 않는가.
-빛의 사도들에게 축복 있으리.
순식간에 유천의 표정이 썩었다. 전에는 보지 못한 패턴인데다, 방금 전 쓰러트린 전사놈이 다시 몸을 일으켜 달려들지 않는가.
"황탑! 총사령관을 지원한다!"
"적탑! 다가오는 적을 배제해라!"
"청탑! 날아오는 적의 공격을 막습니다!"
"백탑! 피해를 입은 이들을 뒤로 물려라!"
유능한 부하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야. 유천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누구처럼 시킬 것도 없이 알아서 다 하질 않는가. 가볍게 손짓한 유천이 레지스의 외형을 저와 똑같이 변신시키고 로브를 눌러쓴 채 전장을 이탈했다.
"내가, 찌질한 펠프스 놈이라면 말이지."
어떻게 했을까? 고개를 갸웃하는 유천을 보며 크리스티나가 생각했다. 현 교황을 보고 찌질하다 하는 건 대륙 전역을 뒤져도 이 미친 해골 말고는 없으리라고.
"아마 성 안에……."
"아니, 여기 있을걸."
대뜸 유천이 등을 돌려 검을 휘두르자,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검을 맞받아치며 펠프스가 나타났다. 찌질하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펠프스가 유천을 보며 외쳤다.
"이벤트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날 죽이지 못할거라면 도망치는 게 좋을걸?"
낄낄 웃으며 검을 휘둘러대는 펠프스의 검을 슬쩍 피한 유천이 펠프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유천이 펠프스의 가습 갑옷 위에 손을 얹었다.
"죽이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펠프스의 갑옷이 검게 썩어들어가더니 터져나갔다. 덜렁거리는 견갑과 건틀릿이 꼴사납게 흔들렸다. 훤히 들어난 펠프스의 가슴에 유천이 검을 찔러넣었다.
푸욱-
"자, 이제 어떻지?"
여전히 피가 줄줄이 흐르는 오른팔에 이어, 가슴팍도 바람구멍이 만들어졌다. 폭포수마냥 샘솟는 핏줄기를 보며 유천이 웃는 순간, 펠프스가 히죽 웃었다.
"저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난 죽지 않아."
지금의 난 신의 사도다. 껄껄 웃어대며 외치는 펠프스를 보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저 나이를 먹고도 중2병이 걸리는건가.
"역시 무서운 병이야."
제 어깨를 감싸안은채 유천이 부르르 떨었다. 저 병에는 약도 없다는데. 중얼거리며 유천이 손을 뻗어 펠프스의 안면을 향해 불꽃을 쏘았다. 그러나 그 정도는 별것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베어낸 펠프스가 유천과 동떨어진 자리에서 검을 휘둘렀다.
쾅!
펠프스의 검격은 닿지도 않았거늘, 굉음과 함께 유천이 서 있던 자리의 땅거죽이 터져나갔다. 혀를차며 유천이 제 거대한 소환수들을 꺼내들었다. 검은 거인이 주인의 발 밑에서 튀어나와 천사의 날개죽지를 잡고 뒹굴었고 온갖 혐오스러운 것을 주렁주렁 달고서 튀어나온 괴물이 성역을 더럽혔다.
"넌 나랑 놀아야지?"
발키리가 나가떨어지기 무섭게 도망치려는 펠프스를 흘깃 쳐다본 유천이 블링크로 그의 뒤를 점하고서 어깨를 짚었다. 볼썽사납게 흔들리던 견갑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붙지 마!"
"그거, 네가 할 소리인가?"
검사가 마법사를 상대로 거리를 내주려한다니, 이 무슨 기담인가. 팔을 휘저으며 유천을 밀쳐낸 펠프스가 서둘러 등을 돌려 달아났다.
"참 우습네."
우리 아빠를 죽였다는 놈이 그 자리를 꿰어차고선 한다는 짓이 저 것밖에 안돼? 주먹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어대는 크리스티나를 보며 유천이 웃었다.
"그게 아니야. 그냥 내가 저 새끼보다 더 센거야."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달려서 펠프스의 뒤를 쫓는 유천을 보며 크리스티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 장면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지 않은가.
"성자의 광휘!"
"……!"
유천이 뛰어 들어간 수풀에서 들려온 소리에 크리스티나가 큰 충격을 받은 양 표정을 굳혔다. 함정이야!
"콜 언데드."
빛무리가 유천을 덮치기가 무섭게 땅에서 솟아난 언데드들이 유천을 감쌌다. 일어난 망자의 대부분이 다시 재가 되어 사라졌지만, 유천은 멀쩡했다. 도망을 멈춘 펠프스의 행동을 비웃기 위해 펠프스를 찾던 유천이 얼굴을 굳혔다.
"늦었어 새꺄."
-제네시스.
거대한 나무가지 사이로 빛이 스며들지 못해 언제나 어두웠던 숲은. 이순간 신의 축복을 받은 태초의 망치로 그 어느때보다 밝게 빛났다. 한짝밖에 남지 않은 제 팔로 유천을 껴안고서 펠프스가 외쳤다.
"뒤져라!"
이 같잖은 펠프스의 포옹을 구속이라 생각한 모양인지, 블링크나 텔레포트도 사용되지 않는다. 천사가 선포한 성역이 어지간히 넓었는지 아직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체력을 보고 유천이 결심했다.
"이거로 네가 이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제가 찾던 보석을 손에 움켜쥔 유천이 으르렁거렸다. 어디 네 마음대로 해보라는 펠프스의 비웃음과 함께 빛의 망치가 유천을 후려쳤다.
그 어떤 굉음도, 소음도 울리지 않았다. 단지 거대한 빛기둥이 솟았을 뿐이었다. 거대한 나무를 수십개나 넘어트리고서 솟은 빛기둥이 스러졌을 때, 싸우던 유저들과 마법사들은 짐작했다. 저 빛기둥 안에 누가 있는지.
-크워어어!
두고 볼 것도 없이 천사와 뒤엉켜 싸우던 거인과 괴물이 괴성을 지르며 사라지지 않는가. 그 주인에게 무언가 일이 생겼다는 것은 두고 볼 필요도 없이 뻔한 일이었다.
털썩-
거대한 망치에 정통으로 맞은 펠프스가 저 멀리 날아가고, 유천의 상반신이 통째로 날아갔다. 멍하니 자취만 남긴 채 저 혼자 서 있던 하반신이 쓰러지며 가루가 되어 흩어지자 숲 속 곳곳에 숨어있던 유저들이 안도의 한숨을 뱉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를 샅샅히 살펴라! 놈이 부활하는 그 순간이 놈을 죽일 기회다!"
펠프스가 한숨을 내쉬는 사제들을 질타했다. 펠프스의 고함에 성기사와 사제들이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제네시스의 여파와 나무들이 넘어진 덕에 빛이 정통으로 닫는 이 곳에선 보이지 않을 것이 없는 듯 했다.
"저기다!"
유천이 쓰러진 곳 주변을 살피던 사제가 크게 외쳤다. 유천의 하반신이 쓰러진 자리에 둥그런 구슬이 주위에 흩날리는 먼지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다 죽……."
먼지들이 뭉쳐 해골의 형상을 띄우기가 무섭게 펠프스가 뒹구는 유천의 검으로 구슬을 찍었다. 겨우 뭉친 먼지들이 흩어져 해골의 형상을 무너트렸다.
-[천재(天災]크리스가 사망했습니다.]
"놈이 죽었다!"
펠프스가 크게 외치며 붉은 검을 하늘 높이 들고선 외쳤다. 사제와 성기사들이 소리높여 서로의 승리를 축하하고, 그들에게 둘러쌓인 마법사들과 유저들이 제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 도망을 준비할 때 현수가 현성의 목덜미를 잡았다.
"넌 도망 안치냐?"
"난 도망쳐도 시간 안에 못튀어."
"2분안에 무슨 수로 수도에서 나가냐? 저 놈도 없는데."
쓸만한 이동수단이 죽었다며 투덜거리는 현성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현수가 그래도 도망가다 죽으면 내가 네 장비라도 챙겨주겠다며 현성의 갑옷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갔다.
"뭐하러 가. 갈 필요도 없겠네."
꺼낸 인형들을 정리해 제 아공간에 정리해넣은 강혁이 웃으며 풀숲에 주저앉았다. 도망치던 유저들이 그를 미친 듯 쳐다보며 서둘러 빠져나갈 때, 강혁이 웃으며 도망가는 유저들에게 질문했다.
"우리가 전쟁에서 졌다는 메세지 본 사람?"
그 누구도 이에 대답하지 못했다. 강혁이 실실 웃는 사이 펠프스의 발 밑에서 먼지에 묻힌 작은 보석이 빛을 발했다.
-[Animate Dead.]
도망가고는 유저들과 그를 쫓는 유저들의 눈 앞에 붉은 메세지가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꺼진 불도 다시 보듯이 죽은 리치도 재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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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메치//축하드림니다 노리기 어려운거 아니니까 다음도 노려보세여
은or//자도 자도 졸려여 주륵
제이스 올드윈//야근은 안하는데 애매하게 자서 더 졸리네요 ㅋㅋ
신작 질렀슴니다. 노잼이겠지만 관심있으신 분은 월하야상곡 보세여. 두 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