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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433화 (43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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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유천이 눈을 뜬 것은 해가 중천에 떠오른 뒤였다. 이불 속에서 한 손만 꺼내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린 유천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런 유천의 품 속으로 채린이 꼬물거리며 안겨왔다.

"추워."

봄이라고는 하나 아직 아침은 쌀쌀하다. 더군다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이불만 덮었는데 춥지 않을리가 없었다.

"옷 입을래?"

유천이 채린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질문했다. 채린은 유천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고 도리도리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작은 웃음을 터트린 유천은 채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을 청했다.

"조금만 더 자자."

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카락이 가슴팍을 간질이자 유처는 또 작게 웃고는 채린의 머리를 껴안고 잠을 청했다.

*          *          *

"이 성은 버리고 후퇴한다! 사제와 기사들은 나를 따라라!"

너저분한 갑옷을 걸치고 먼지를 뒤집어 쓴 펠프스가 마찬가지로 성한 곳 하나 없는 갑옷을 걸친 대규모의 부대가 성채 안으로 들어가 외쳤다. 급히 해자를 올린 경비병들은 해자를 올리기가 무섭게 달려와 성문을 두드리는 벨리튼 공국의 대부대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피가 묻지 않은 검이 하나도 없었다. 한 마법사의 로브와 스태프 끄트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며 머리가 새하얘진 경비병의 귀에 펠프스의 말이 울렸다.

"성을 버려라!"

한 경비병이 크게 외치며 성벽 아래의 펠프스의 뒤를 따랐다. 처음이 어렵다. 한 명이 성벽을 이탈하자 남은 이들은 그를 따라 우르르 몰려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도중 성의 주민들을 이끌고 온 병사 하나가 마차에 올라타 도망을 치고 있는 성주를 향해 외쳤다.

"성주님! 성 안의 주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버려라! 놔두면 저 놈들의 노리개가 되어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고함을 지르는 성주의 이마에 화살이 꽂혔다. 대화를 나누던 이가 죽자 당황한 병사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하늘을 본 순간, 그는 도망치는 것을 포기했다.

"아싸! 나 방금 성주 맞춤!"

"축하여, 공헌도 존나 받겠네."

"아오, 왜 난 졸병밖에 안 맞는건데! 사제라도 좀 맞아라!"

녹탑의 지원을 받아 공중에 떠 있거나 테이밍한 몬스터의 위에서 궁수들이 활을 쏘고 있던 것이었다. 그 수가 가히 백을 넘기는 듯해 병사의 안색은 더욱 초라해졌다.

"어이, 이리로."

주민들을 챙기자던 병사의 외침을 들은 것일까. 검은색의 무거운 장갑을 두른 기사가 그를 향해 손짓했다. 신기하게도 도망치는 성주와 다른 병사, 기사, 사제들을 쫓아온 적은 수의 언데드도, 화살 세례와 마법도 그와 주민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신기하다는 눈초라로 자신을 보는 병사를 향해 급하다며 숲 안쪽으로 끌고 온 기사가 투구를 벗었다.

"흐엑!"

투구 속에서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해골을 보며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다. 따라온 주민들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칠 자세를 갖출 때, 해골이 턱을 움직였다.

"성으로 돌아가라."

"에?"

금방이라도 언데드의 저녁 식사가 될 줄 알았던 병사와 주민들은 제 귀를 의심했다. 자신들의 성을 공격해 쫓아낸 것은 언제고 이제 와서 돌아가라니?

"우리 군은 성을 차지할 생각이 없다. 하물며 성의 주민들을 해칠 생각도 없지. 우리의 공격 대상은 너흴 보호할 생각도 없이 도망친 펠프스와 그 부하들이다."

너희도 봤지? 보호고 나발이고 성으로 오자마자 전력이 될 수 있는 이들만 챙기고 도망가는 거? 이어진 해골의 말에 주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해도 당신을 어떻게 믿습니까?"

"믿는게 신상에 좋을 걸."

그럴 리 없지만 병사는 해골이 웃는 것처럼 느꼈다. 해골이 겁먹은 주민들을 달레는 사이 나무 위에서 소녀 한명이 뛰어내렸다.

"언데드의 말이 믿기 힘들다면, 제 말을 믿어보세요."

언데드에 이어 어린 소녀까지 그런 말을 해오자 병사는 당황했다. 저 소녀는 언데드가 무섭지도 않은가? 그 생각이 미칠 즈음 병사는 소녀를 알아보았다.

"황녀님?"

"제 이름을 걸고 장담해요. 벨리튼 공국의 그 어떤 기사, 언데드, 마법사, 병사도 그대들을 공격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제서야 병사와 주민들의 머리에 전날의 전투가 떠올랐다. 흑마법사와 교황의 싸움 이전에 크리스가 하늘에 띄운 영상을 보지 못한 이는 이 자리에 없었다. 황녀를 제 눈으로 확인한 이상 교황이 팔아넘긴 황녀를 구하여 여태껏 보호했다는 흑마법사의 주장을 더이상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성의 대표는 네가 맡아라. 맘에 안들거나 반항하는 놈이 있으면 이걸 쓰도록."

검을 든 해골. 현성이 턱을 딱딱 부딪히며 작은 자루에서 보석을 꺼내 건네줬다. 아, 그거 잘못 깨트리면 여기서 터지니까 조심해. 경고랍시고 덧붙이는 현성의 말에 병사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꼭 이렇게 해야 돼?"

"의문을 갖지 않게 하려면 먼저 우리한테서 공포를 느껴야 해요. 그래야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테니까. 더군다나 지금은 그 사람도 없으니까. 조금만 더 도와주세요."

병사와 주민을 두고 떠나기가 무섭게 폴리모프를 이용해 현실의 제 모습이 된 현성이 투덜거렸으나 크리스티나는 현성을 타이르며 어깨를 두드렸다.

"한 놈은 소매치기, 한 놈은 연애질에, 한 놈은 인형으로 전쟁놀이 하는데 미쳤지. 내 친구라는 새끼들은 왜 이 모양이지?"

엄마, 아들이 인생을 헛살았나봐요. 시큰해진 눈가를 손가락으로 훔친 현성을 시큰둥한 눈으로 본 크리스티나가 죽은 병사들의 주머니를 털던 현수를 불렀다. 입꼬리가 찢어질 듯 크게 올라간 채로 다가오던 현수는 곧 절망했다.

[내 친구놈들 중 이삭줍기가 취미인 놈이 하나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걔한테서 다 뺏어. 아니, 그냥 터는 족족 뺏어.]

"신 유천 개새끼이이!"

현수는 분노했다. 제 돈을 털리는 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자기듀 공짜로 먹는 돈이 아닌가. 원래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유천의 말대로 움직였다는 사실에는 차오르는 분노를 멈출 길이 없었다.

갑자기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욕을 지껄여대는 현수의 손에서 돈주머니를 뺏은 뒤 현성에게 일부를 건넸다.

"이걸로 부대원들한테 포상이나 좀 내려요. 주는 것도 하나 없으면서 되게 부려먹네."

'너는요?'

고개를 저으며 돈주머니를 제 손에 올리는 꼬마숙녀를 보며 울컥한 현성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적어도 자신들은 대가는 주고 굴린다. 유저들은 경험치와 골드를 포함한 전쟁 보상을. 벨리튼 공국의 이들에게는 나라의 위험을 앞장서서 제거하는데다가 영토까지 늘려준다. 대가라면 이미 지나치게 지급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시키는 것을 어쩌겠는가. 병사를 시켜 성내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오라 시키며 현성이 깊은 한숨을 뱉었다.

"제자 하나는 존나 잘키웠네. 개새끼."

현성 또한 유천을 향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해 타인을 갈굴 제자를 키우다니. 영악한 새끼. 이글거리는 눈으로 하늘을 보는 현성을 뒤로하고 크리스티나는 돈주머니를 챙겼다.

"이걸 어디에다 쓴담?"

히히 웃으며 걸어가는 소녀의 뒤로 라이헤르와 발록이 나타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언니들한테 쓸 돈은 없니?"

"에……그게 그러니까아……."

유천에게 잘 배웠다고는 하나, 아직 유천의 뒤를 따라가려면 멀었다.

"그 정도가 딱이야."

발록이 중얼거렸다. 그 놈만큼 약아빠진 크리스티나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징글징글할만큼 약아빠진 유천처럼 되어버린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          *          *

"어라?"

잠결에 몸을 뒤척이던 유천은 제 품안에 채린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몸을 일으켰다. 다 띄이지 않은 눈을 비비적 거리며 유천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채린을 찾았다. 때마침 문이 살짝 열리고 앞치마를 두른 채린이 들어왔다. 유천의 드러난 상채를 바라보던 채린이 얼굴을 붉히며 씻고 나오라 외치고는 문을 쾅 닫았다.

"아……이거 때문인가."

채린이 문을 닫고 느릿느릿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간 유천은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쇄골 위에 자리잡은 붉은 흔적을 보며 키득인 유천이 수도꼭지를 돌렸다. 차가운 물이 몸에 닿자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아!"

등쪽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감각에 유천이 신음했다. 깜빢했는데, 어제 채린이 얌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유천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마저 샤워를 마쳤다. 등쪽에 물이 닿을 때마다 상처가 따끔거렸으나, 유천에겐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식탁에 마주 앉아 유천이 말했다. 저를 보고 웃음 짓는 채린의 얼굴을 흘끔 쳐다보곤 밥을 한숟갈 떠넘기고, 다시 채린의 얼굴을 쳐다보기를 반복하자 채린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이뻐서."

채린의 물음에 실 없이 웃으며 답한 유천은 또 밥을 한숟갈 떠넘기고서 채린의 얼굴을 쳐다봤다. 유천이 밥 한공기를 다 먹는데는 거의 한시간이 걸렸다.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 채린의 옆에서 그릇을 행구며 유천이 물었다. 채린이 고개를 잠깐 갸웃거리더니 시간이 될 것 같다며 대답하자 유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결심하듯 굳은 표정을 짓는 유천을 보며 채린은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오늘은 시간이 좀 늦었으니, 내일 회사에서 보자. 네 할아버지가 찾는다. - 아빠]

유천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의 액정 위로 글자가 떠올라있었다. 설거지가 끝나고 문자를 확인한 유천이 알겠노라 답장을 보냈다. 도대체 자신을 왜 갑자기 찾는 것인지 몰랐으나 부른다니 찾아가기는 할 생각이었다. 그 뒤 게임에 접속한 유천은 당황했다. 강혁에게 부탁하기는 했으나, 하루에 성을 네 채나 점령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수와 현성이 어째서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탓이었다. 그러나 감정을 표정에 드러낼 유천이 아니었다. 호흡을 크게 들이마신 유천은 옆에서 자신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채린에게 한번 웃어주고는 현수와 현성을 향해 말했다.

"뭘 꼬라봐?"

현수와 현성의 발 아래에서 붉은 마법진이 불꽃을 토했다.

============================ 작품 후기 ============================

으어어어 일 힘들다. 근데 저처럼 순수한 남학생이 어딨다고 노블을 언급하시는지 모르겠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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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 올드윈//ㅋㅋㅋㅋㅋ셋까지는 아직이에여

저주하는자//마의 공식

TetsuRyu//댓츠 노노

가이오가//헿 다른데 가서 체질 말하면 맞고 다님니다. 부들부들. 채린이랑 유천이 귀엽게 봐줘서 감사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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