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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431화 (43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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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검이 내리그어진다. 사선으로 내려오는 검이 보인다. 왼손에 꼬나쥔 핏빛 검이 위협적인 파공성과 함께 공기를 베어 올린다.

쩡-!

굉음이 지천을 뒤흔들었다. 단지 검과 검이 부딪혔다고 보기 힘든 결과물이었다. 펠프스는 얼얼한 제 손목을 한번 쳐다보고는 유천을 응시했다. 핏빛 검신이 소리 굽쇠마냥 진동을 울리고 있었다. 펠프스의 입이 호선을 그렸다.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허세만 늘었군."

지금의 유천에게는 고통이란 감각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인식될 뿐. 펠프스와 달리 이 해골 몸뚱아리는 신경조차 죄다 썩어문드러졌다. 대신 압도적인 정보량이 고통을 대신한다.

'저 새끼가 이렇게 강할 리가 없는데.'

투덜거리며 검신에 손을 얹어 진동을 진정시킨 유천이 딱딱거리며 검을 들어올렸다. 펠프스가 달려들면서 스킬을 발동시킨다.

"소닉 러쉬!"

강한 기술도 아니고 치명적인 기술도 아니다. 단지 속도만이 장점인 쾌검. 부족한 힘을 조금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두 손으로 움켜쥔 검이 유천을 향해 쇄도했다.

무식하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유천이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유천이 서있던 자리를 그대로 베는 펠프스의 낯짝을 향해 유천이 오른손을 뻗었다.

"바인딩."

다리를 타고 오르는 얼음을 어렵지 않게 깬 펠프스의 앞에 다가온 유천이 검을 휘둘렀다. 고개를 숙여 검을 피하는 펠프스를 보며 유천은 무릎을 들어올렸다. 빡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가는 펠프스의 코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마저도 잠깐일뿐, 성바퀴라 불리는 이명만큼 뛰어난 회복력이 코의 피를 멎게했다.

"그대로 잠이나 자라고!"

이어서 뒤로 자빠진 펠프스의 얼굴을 향해 발차기를 날린 유천은 누운채로 검을 휘두르는 도중 펠프스의 저항에 뒤로 펄쩍 물러났다. 유천이 한숨을 쉬었다. 어중간한 놈들은 환영 마법만 보여줘도 될 것을 저 놈은 떡칠한 마법 저항으로 무시해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몸을 일으키는 펠프스를 향해 불덩이를 집어던진 유천이 모습을 감췄다. 검을 휘둘러 불덩이를 가른 펠프스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유천이 마법을 발동시킨 들 했다. 죄다 똑같이 생긴 해골 다섯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귀찮게 구는군."

펠프스가 혀를 차고는 허리춤에서 두번째 칼을 뽑았다. 왼손에는 아까 전까지 사용하던 보랏빛 기운이 도는 철검을. 오른손에 원래 다루던 백색검을 든 펠프스가 정면의 유천을 오른손의 검으로 찔렀다.

첫번째 유천이 반항한번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어서 양쪽에서 유천이 검을 휘둘렀다. 하나는 머리를, 하나는 다리를 노린 공격이었다.어렵사리 머리쪽의 공격을 왼쪽의 검으로 막은 펠프스가 발을 휘둘렀다. 빈 공간을 베는 유천의 두개골에 백은의 부츠가 작렬했다. 터져나가는 두개골을 보지도 않은 채 오른쪽의 유천에게 오른손의 검을 휘두른 펠프스가 숨을 골랐다.

"잔재주 하나는 훌륭해."

"그건 내가 할 말이지."

펠프스의 도발에 남은 유천 둘이 대답했다. 그러기가 무섭게 펠프스의 다리 밑에서 얼음 가시가 솟아났다. 팽이마냥 몸을 돌려 가시를 피해낸 펠프스의 등 뒤에서 나타난 검은 가시가 펠프스의 어깨를 뚫었다.

"광휘."

입술을 달싹이자마자 유천 둘을 겨눈 펠프스의 검끝에서 광선이 뿜어졌다. 미간에 구멍이 난 유천 둘이 재가 되어 바람에 날아갔다.

"헬 플레어!"

본 드래곤에 올라탄 유천이 펠프스의 머리 위에서 백색의 구를 던졌다. 유천의 손에서 떠나기가 무섭게 땅 위의 얼음과 눈이 녹으며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폭발음이 터지기가 무섭게 거대한 거인의 발이 수증기의 중심을 밟았다. 수증기의 중심에서 솟아난 빛기둥이 골렘을 뒤로 밀어내더니 공중의 본 드래곤의 한쪽 날개에 적중했다. 날개 잃은 본 드래곤이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 * *

"저게 둘이서 벌이는 싸움이야?"

"아까 우리보다 배는 화려하네."

다섯의 분신과 싸우는 펠프스와 그 틈에 가디언을 불러내 공격을 시도하는 유천을 본 유저 둘이 중얼거렸다. 짧은 시간에 검을 사방으로 휘둘러 분신을 처리한 펠프스나 그 와중에 작열하는 백색구를 집어 던지고도 사방의 마법진을다루는 유천의 모습은 그들과는 수준부터가 달랐다.

"우선 저기서 버티고 있는 신성제국의 졸개부터 처리한다."

싸움의 틈바구니에 끼어들 실력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적의 수족을 차근차근 끝에서부터 잘라나간다. 검이 허공에 실선을 풀어 나갈 때마다 사제 혹은 병사들이 쓰러진다. 이걸로 내일부터는 펠프스 측의 유저가 꽤 줄어들기를 바라며 현성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성기사 유저의 팔 두짝이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는다. 허우적 거리는 유저의 목을 쳐낸 현성이 검의 피를 털었다. 멀리서 붉은 전격이 쪼개지는 것이 보였다. 저걸 순식간에 날리는 놈이나, 그걸 쪼개는 놈이나 둘 다 정상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어때. 이제 좀 포기할 생각이 생겼나, 해골머리?"

"글쎄, 너는 어때 돌대가리?"

순백의 검과 진홍의 검이 맞부딪히며 코등이 싸움에 들어갔다. 유천을 힘으로 밀어 붙이며 펠프스가 조소했으나. 유천의 오른쪽 무릎이 비어있는 펠프스의 옆구리에 직격했다.

"이 새끼가……!"

저 멀리 날아가는 몸을 오른손에 쥔 검으로 땅을 찍어 멈춘 펠프스가 피가래를 뱉으며 으르렁거렸다.

"내가 칼쟁이 상대로 칼을 휘둘러야겠냐?"

뒤로 펄쩍 뛰는 유천을 본 드래곤이 받아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거대한 전신을 검은색으로 물들인 거인이 펠프스를 짓밟는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그대. 끝이 없는 시련이 그대의 등에 지워지리라. 아틀라스의 고행."

시동어가 외쳐진 순간 펠프스의 몸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거인에 비하면 갓 태어난 신생아보다 작을 펠프스의 왼쪽 반신 위에 커다란 발바닥이 떨어진다. 발악이라도 하듯 오른손에 쥔 검이 보라빛을 발하며 휘둘러졌다. 유천이 고소하다는 듯 깔깔 웃었다.

"적 사령관으로서의 예우가 있는데 내 손으로 직접 죽여드리지."

전장에 나타난 검은 거인에게 모든 시선이 고정된 가운데, 유천이 웃었다. 손에든 검을 땅에 질질 끌며 유천이 펠프스를 향해 다가갔다.

"안됩니다, 성하! 더러운 마물이여. 차라리 나를 죽여라!"

"까고있네. 그렇게 죽고 싶으면 뒤지던가."

유천의 손짓에 성기사의 몸을 거인의 또 다른 발이 짓밟았다. 발 밑으로 퍼진 엄청난 양의 피가 성기사의 죽음을 알렸다.

"난 누구와 달리 굉장히 관대해. 선택지를 주지. 첫번째, 깔끔하게 목이 잘려 죽는 것. 이 경우는 내가 네 시체로 언데드를 만들어서 네가 다시 게임에 들어올 때까지 네 나라 안을 활보할 생각이야."

손가락을 세개 펼치고서 웃으며 유천이 말했다. 그러나 첫번째 조건에서 펠프스의 오만한 성격과 자존심을 잘 아는 유저들이 고개를 저었다. 데스 패널티는 둘째고 이벤트와 제 자존심을 생각해서도 저 선택지는 고르지 않으리라. 마찬가지로 펠프스는 거인의 발 아래에 깔린 채 코웃음을 치고는 손에 쥔 칼을 한번 더 휘둘렀다. 당연하지만 닿지 않았다.

"두번째, 고통을 음미하며 죽는 것. 너도 알다시피 난 마법사라서 힘이 아주 약해. 너처럼 건장한 사내새끼를 단숨에 죽이는 건 불가능하지. 그래서 네 목에 톱질을 할 생각이야. "

이 대목에서는 이미 무기와 신성력을 빼앗기고 봉인당한 채 제압된 사제나 성기사, 그리고 유천을 지원하러 온 두 마탑과 유저들 전원이 벙 찐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 교황이랑 칼부림을 벌이던 해골이 힘이 약하다니?

덧붙여 NPC라면 모를까 싱크로율의 조절로 고통을 전혀느끼지 않는 정도로 떨어트릴 수 있는 유저들은 별로 무서운 선택지는 아니였다. 다만 보기에 심히 좋지 않을뿐. 그러나 죽음이 확실한 이상 이 선택지도 고를 리가 없다. 엄지와 검지를 접은 유천이 중지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 새낀 언제 철이 들까?"

한숨을 내쉬는 현성의 머리 위에서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폭포가 되어 현성의 머리를 강타했다. 현성의 몸은 문자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셋째, 네 죄를 네 부하와 국민이 보는 앞에서 말해. 그렇게 된다면 너그러운 내가 널 한번쯤 살려주지 못할 것도 없지. 어때.간단한 선택지지? 3초를 세지. 그 안에 대답해."

아마 이게 유천이 노리던 선택지가 분명하리라. 유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NPC의 퀘스트나 사냥터에서 따분한 시간을 보내던 그들이었다. 괜히 쓸데없이 랭킹에 든 탓에 랭킹이 떨어질 때마다 그것으로 시비를 거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 재밌는 걸 벌써 끝내고 싶을 리가 없지!'

무엇보다 전쟁 이벤트는 경험치를 많이 준다. 막말로 유천이 하는 짓을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경험치가 들어온다. 아직 이벤트가 끝나지 않아 정산이 안되어 알지 못할 뿐. 벌써부터 유천 측의 전공은 놀랍기 그지 없었다. 시작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성 세개를 점령했다. 피해자는 전무. 반면 신성제국은 일부 유저가 대열을 이탈해 벨리튼 공국의 성벽 바깥에서 깔짝거리다 경비병 NPC의 눈에 띄어 죽은 이들 말고는 없었다.

'이대로 성 몇개는 더 날로 먹을 기횐데 이걸로 만족할리가 없지.'

멀찍이서 유천을 지켜보며 노우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유천의 전력이 생각 이상으로 높았던 나머지 제 작전은 세운 보람도 없이 대부분이 그대로 묻혔다. 심지어 데리고 다니던 꼬마가 성녀일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했었다.

'제발 대가리 좀 숙이고 구걸해라.'

공짜로 경험치도 얻고 압도적인 힘으로만 적을 뭉개는 유천에게 착실히 세워진 작전이 얼마나 적은 힘으로 적을 제압하는지. 그 효율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절대 여기서 판이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귀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저거……그거 맞죠?"

"아마……맞을거야."

"저 또라이 새끼. 처음부터 살려줄 생각도 없었던 주제에, 선택지는 개뿔이."

이전부터 유천이 수차례나 이와 같은 방법으로 타인을 대하는 것을 지켜본 셋이었다. 유천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제 손바닥 보듯이 할 수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 세명이리라.

"아, 안돼!"

노우의 비명어린 고함이 전장을 울렸다. 그 고함을 듣기 전부터 펠프스는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이미 수차례나 유천의 앞에서 같은 꼴을 당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발악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무심하게도 유천은 그 순간 발을 떼며 입을 열었다.

"셋."

2초 후면 펠프스가 치욕을 당하던지, 이 이벤트도 끝이라는 결과가 나오는군. 모든 유저들의 머릿 속에 그 말이 스치는 사이 유천의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둘."

"네가 하나를 빼먹은 것 같군. 너답지 않은 실수야."

점차 강해지는 유천의 마법과 거인의 압력에 고개를 숙인채 반항조차 포기한 펠프스가 고개를 들었다. 유천이 그를 비웃으며 질문했다.

"내가 뭘 빼먹었다는 거지?"

"네번째,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빌어.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나도 네놈을 살려주지 못할것도 없지."

"지랄은. 하나."

손가락이 모두 접혔다. 유천이 들어올린 검을 펠프스를 향해 겨눈 채 한 발을 내딛은 순간.

"미친! 이게 무슨 일이야!"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유천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늘 입고 다니던 검은 로브의 갑주가 함께 떨어졌다. 잘려나간 천과 함께 앙상한 뼈마디가 땅에 댕그러니 떨어졌다.

"거 봐. 내가 실수했다고 했지?"

갑작스레 공중으로 들어올려진 거인의 발 사이로 빠져나온 펠프스가 갑주에 묻은 흙을 털며 말했다. 그 옆에서 노인이 허리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거, 이 놈도 그렇고 저 놈도 그렇고 노인공경 모르는 건 매한가지구먼."

펠프스가 뻐근하다는 듯 팔을 두어번 크게 돌렸다. 그리곤 오른손으로 검이 사이한 빛을 발하며 유천을 향해 휘둘렀다. 허공에 보랏빛 잔상을 남기며 그어진 검은 노인의 술수로 그 자리에 고정된 유천의 전신을 그대로 쪼갰다.

"오늘 내가 만든 검이 자넬 두번이나 구했군. 대가는 확실히 치뤄야겠어."

"아아. 저 놈의 시체는 넘겨주지. 약속해."

남아있다면 말이지. 낄낄거리며 두 남자가 등을 돌렸다. 첫 승리에 도취한 펠프스는 메세지를 볼 생각을 안했고. 새로운 경지를 볼 생각에 들뜬 노인은 상식을 잊고 말았다.

언데드(Undead). 죽음을 거부하고 생을 갈망하는 망자들. 오롯한 생명을 가지지 못했기에 생명을 탐한다. 그 중에서도 마법의 끝을 탐하기 위해 마족에게 영혼을 넘긴 리치는 마력으로 영혼을 묶은 핵. 라이프 베슬이 깨지기 전까지는 무한히 부활한다. 타 언데드가 성기사나 사제의 신성력으로 퇴치될 시 그대로 소멸하는 반면. 핵이 사라지지 않은 리치는 무슨 짓을 해도 다시 나타난다.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지?"

히죽거리며 유천의 소속 유저들을 처리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노인과 펠프스는 뒤에서 들려온 음성에 놀라서 펄쩍 뛰었다. 반으로 찢긴 로브는 이제 쓸 수 없는 넝마가 되었지만 그 주변에 뒹굴고 있을 뼈는 그 자리에 없었다. 노인의 척추를 그대로 꿰뚫은 채 노인의 가슴 앞에서 튀어나와 덜렁거렸다.

"자, 아까하던 말. 다시 해볼까? 네번째 선택지가 있었다고 했었나?"

============================ 작품 후기 ============================

시험 문제 객관식에서 6번 나오는거 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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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트린//리니지 ㅋㅋㅋㅋㅋ

가이오가//사실 제 몸이 심각한 연비불량이라 쳐먹어도 살이 안붙네여 ㄲ

제이스 올드윈//전사 랭킹 1위말고는 별다른 설명이 없길래 그냥 냅다 추가했슴다 애초에 뭐가 되든 간에 해골뼈다구한테 다 묻힘..주륵

TetsuRyu//근데 내가하면 무기터짐. 어째서....

researchers//코멘트 감사합니당

은or//ㅋㅋㅋㅋㅋㅋ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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