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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용감하기도 하지. 쪽수도 딸리는 주제에 겁도 없이 내 땅에 기어들어왔구나."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대화와 함께 NPC들은 볼 수 없는 채팅 시스템이 유천의 눈 앞에 떠올랐다. 유천이 되도 않는 겁을 주는 펠프스를 비웃었다.
"쪽수가 딸리긴 왜 딸려. 내 능력이 뭔지는 벌써 잊었나?"
-조까
둘의 채팅에 주위에 있던 신성제국 소속의 유저들이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NPC들은 저 둘의 대화가 그렇게 웃긴 것인가 떠올렸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개그 코드라며 고개를 저으며 다시 펠프스와 유천을 바라봤다.
"그래. 그렇게 나온다는 건가?"
이를 갈며 대답하는 펠프스를 보며 성벽 위에서 병사들이 중얼거렸다.
"이번 전쟁에서는 언데드를 쓰지 않겠다며?"
"멍청아, 전제조건을 기억해봐."
옆에 있던 십인장 나이론이 병사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제 부하라지만 저 놈은 생각이 너무 부족해. 다른 놈들 반만 좀 닮아봐라. 연신 부하의 머리통을 후려갈기던 나이론이 갑자기 들린 굉음에 고개를 돌렸다.
"겨우 이걸로 뭐하자는 거냐?"
"뭐긴 뭐야, 인사지."
대뜸 갑자기 자신을 향해 떨어진 거대한 얼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는 펠프스나 그걸 인사라며 어깨를 으쓱하는 유천을 보며 병사는 저게 싸우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저건 만담이지 않은가.
"어이, 너희들. 아까 그거 봤지?"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못 봤을 리가 없다. 유천이 연신 입꼬리를 씰룩이며 하늘을 가리키자 펠프스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죽으라고 보냈던 황녀를 살려놓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다. 함께 보냈던 네크로맨서들은 죄다 죽었다고 들었는데, 제일 중요한 황녀를 죽이지 않았을 줄이야.
"방금 보여준 것이 사실인가?"
펠프스의 우측에 서 있던 기사가 투구의 바이저를 올리고 질문했다. 들고 있던 활을 아래로 향한 것으로 보아 싸울 의지가 벌써부터 사라진 듯 했다. 유천이 펠프스를 향해 보란듯이 웃으며 성벽 위를 가리켰다. 구경 중인 병사들의 사이에서 유독 긴 금발이 멀리서도 기사의 눈에 들어왔다.
"아아, 살아계셨군. 다행이야. 그 망나니의 딸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다니. 여신께서 나를 보살피시는군."
눈 깜짝할 사이에 활을 들어올려 성벽을 향해 겨누는 행동에 유천이 기겁했다. 전대 교황이 얼마나 저 기사를 못살게 굴었기에 그 착하다 소문난 그 딸마저 죽이려 드는가. 시위가 없던 활이 기사의 오른손이 닿자마자 빛나는 은색의 활 시위가 생겨나더니 불꽃마냥 타오르는 화살이 메여졌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시위를 놓자마자 유천의 눈 앞에서 화살이 사라졌다.
"미친 새끼."
유천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저 성에 누가 있는 줄 알고 저딴 걸 쏴. 구경을 하던 크리스티나의 코 앞에서 멈춘 화살을 붙잡은 라이헤르가 걸쭉한 욕설과 함께 화살을 부러트렸다.
바람이 살랑 불었다. 건조하고 차가운 북쪽 대륙의 바람이 아니였다. 봄날의 그것과 같은 향긋한 꽃내음을 풍기며 불어온 바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순간 기사의 미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취미 한번 고약하군."
죽기 전에 꽃냄새나 맡고 가라는건가. 친절하기시도 하지. 제가 했다며 제 어깨에도 미치지 않는 크리스티나의 앞에서 자랑하는 철부지 용을 쳐다본 유천이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뻗었다. 죽은 기사의 시체가 공중으로 뜨는가 싶더니 땅 속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사람 하나가 통째로 빠져도 티가 나지 않을 만큼 들어간 후에야 멈춘 시체는 온 몸의 뼈가 부서진듯 사지가 꺾이지 않을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저 꼬맹이한테 볼 일이 남은 놈 있나?"
"나 꼬맹이 아니라구요!"
유천의 질문에 제 앞에 있던 라이헤르를 밀치며 크리스티나가 빼액 외쳤다. 시끄럽다며 귀를 막은 유천이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어딜봐서."
"이거 놔! 저거 내가 오늘 죽여버릴거야!"
용케 그것을 들은 것인지 발광을 하며 유천을 가리키는 크리스티나를 보며 한숨을 내쉰 유천이 손을 뻗어 자신들을 바라보는 펠프스와 그 부하들을 가리켰다. 순식간에 살갗이 썩어문들어지며 그 속의 해골이 드러났다.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유천이 기괴스럽게 웃었다.
"여신님께 말씀은 올렸나? 곧 찾아간다고. 한맺힌 망자는 지금 일어나 그대들의 주인을 맞으라!"
유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 속에서 온갖 것이 튀어나왔다. 녹슬고 부서진 병장기를 든 병사와 기사를 시작으로 쟁기 따위를 든 농부와 아낙네까지. 그 중엔 작은 아이들마저 존재했다. 하나같이 해골이거나 살이 흉하게 썩어들어간 모습에 악취까지 풍기자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언데드들의 숫자는 펠프스가 이끌고 온 유저와 NPC들과 비교해도 그 수가 많으면 배는 많았지 적지는 않았다.
"신성한 땅에 언데드 따위를 일으키다니!"
"죽어라!"
종교를 향한 믿음 앞에 무력차는 무의미했다.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사 여럿이 욕설과 함께 유천을 향해 검을 빼어들고 달려들었다. 그 뒤에서 사제들이 기도를 외우기 시작했고, 성기사들은 저마다 검과 메이스를 꼬나쥐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과 그 언데드들은 미동조차 않았다.
"용감하기도 하지. 쪽수가 그렇게나 딸리는 주제에 잘도 내가 지배하는 이 땅에 기어들어오다니."
펠프스가 건넨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무엇이 그렇게도 웃긴지 허리까지 꺾어가며 웃어대는 유천의 코 앞까지 온 성기사 하나가 공중으로 펄쩍 뛰더니 유천의 목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병신. 허리가 비어버렸잖아."
그 자리에서 웃음을 그친 유천이 고개를 돌렸다. 말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180도 회전한 유천의 눈과 마주한 성기사가 깜짝 놀라 멈칫한 사이 유천의 옆에 부복하고 있던 해골 기사가 녹슨 검을 휘둘렀다. 공중에서 깔끔하게 허리를 베여 상반신과 하반신이 잘린 성기사가 비명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
-신성제국 소속의 교황 직속 성기사 NPC[하이트](이)가 사망했습니다. 전쟁 기여도가 500포인트 상승합니다.
"이건 쓰지도 못하겠군,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나버리면 어쩔 도리가 없잖아."
[죄송합니다. 주군]
"됐어. 사과받자고 한 말도 아닌데."
고개를 다시 돌린 유천이 제 앞에 엎드린 해골 기사를 일으키며 말했다. 갑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유천의 손이 기사의 녹슨 갑옷을 툭툭 친 순간, 검은 불꽃이 치솟으며 해골 기사의 갑옷의 녹이 사라졌다. 칠흑의 검은 갑옷과 양쪽으로 뿔이난 검은색 투구가 갑자기 생겨나자, 당황한 해골 기사의 검 또한 검은 불꽃을 피할 수 없었다. 연기조차 나지 않는 검은 불꽃이 검의 녹을 잡아먹었다. 갑옷과 마찬가지로 칠흑색 검신을 빛내며 검은 불꽃을 두른 검이 제 손에 쥐어지자 기사는 유천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주군께 영원의 충성을!]
"그래그래. 이제 저기 귀찮은 놈들 정리좀 해봐라."
몸을 일으킨 기사가 달려나가는 것을 보며 유천이 성기사의 시체를 발로 걷어찼다. 처음 유천에게 덤벼든 성기사와 기사, 병사, 사제들 대부분이 그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시체로 만들어진 길을 걸으며 유천이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아까 전 땅에 처박혔던 기사를 포함해 이 자리에서 죽은 모든 신성제국의 소속의 기사, 병사, 사제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할 지 안다는 듯 주위의 생명을 향해 달려갔다.
다리가 없는 기사는 팔을 뻗어 땅을 기어가며 제 옆에 있던 사제의 발목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피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 장면에 기함을 하며 성기사가 사제의 발목을 문 언데드 기사를 걷어찼다. 공중에 떠오른 기사의 양팔을 잘라내고 멀리 걷어찬 기사가 등을 돌려 안부를 물었다.
"사제님, 괜찮으십니까……?"
질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기사의 드러난 목을 있는 힘껏 사제가 깨물었다. 비명과 함께 기사가 쓰러졌다. 피로써 피를 지우는 잔혹도가 사방에 그려졌다. 펠프스를 위시한 성기사들이 사제들을 둥글게 감싸며 다가오는 언데드를 베어넘겼지만, 그 밖에 있는 병사와 기사, 사제들은 언데드들을 피할 길이 없었다.
"자, 이제 누가 불리하지?"
죽은 시체들을 손짓 한번으로 일으키며 해골이 턱을 딱딱 부딪히며 질문했다.
* * *
"사과를 해야 되는데……."
상황이 정 반대가 되어버렸다. 제 눈치를 보며 말을 걸기 위해 별 짓을 다하던 유천은 완전히 토라져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유정 또한 저런 유천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잘 좀 하지라는 말만 남긴 체 학교로 가버린 유정을 보며 한숨을 쉰 채린이 거실 구석을 바라봤다.
캡슐 속의 유천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것이 슬펐다. 저기서 나와도 유천이 더는 제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슬펐다. 고개를 돌린 채린의 눈에 제 휴대전화가 들어왔다.
[언니, 우리 오빠 방송 나와요.]
유정의 문자였다. 무슨 방송인지 묻기도 전에 텔레비전이 켜졌다. 유정이 조작한 것이리라. 불이 들어온 화면 속에는 핏빛 광경의 중앙에서 해골이 시체들의 중심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누나, 언제 올거에요?]
현성의 문자였다. 모처럼의 이벤트인데 참가하지 않는 쪽이 이상하다며 전부터 현수와 함께 꼬드기기에 알겠다고 했더니 문자로 독촉까지 해댄다. 텔레비전 속의 유천을 한번 바라본 채린이 유정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캡슐의 커버가 열려있었다.
"내 행동이 그렇게 눈에 훤한가."
혀를 차며 채린이 캡슐에 몸을 뉘였다. 시야가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유천과의 일은 저쪽에서 풀어도 되리라. 일단 대화만 시작된다면 오해를 풀 수 있다 생각하며 채린이 입을 열었다.
"게임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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셤공 안하고 논 것 치고는 잘 나왔긔. 89.9 잔망스런 0.1점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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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트린//인정함니다
제이스 올드윈//그렇게 해쓰요!
TetsuRyu//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파이팅
가이오가//주륵...정겨운 장면이란게 시커먼 남정네 둘이서 나누는 인사라는게 슬플 따름
은or//요리조리 잘 찍은 보람이 있었슴다
시루누이//형 다음 휴가 언제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