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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428화 (428/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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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나이론 십인장. 진짜 이게 효과는 있는 겁니까?"

"군인은 까라면 까는거야 임마. 이번엔 저쪽 나무 뒤에가서 신명나게 질러봐."

유천의 명령으로 숲 안에서 뿔뿔이 흩어진 병사들 중 하나가 저와 함께 있는 십인장에게 질문했다. 어깨를 으쓱하며 나무 하나를 가리킨 나이론은 곧 제 근처의 병사와 함께 칼부림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칼부림이었다. 서로 목을 노리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든 칼을 있는 힘껏 부딪히는 것이었다.

숲 곳곳에서 이와 같은 모습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데일 성에서 빠져나온 병사들과 맞닥뜨린 병사들도 적지 않았으나, 그 병사들은 유천이 건네준 마법 스크롤에 의해 비명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몸을 뉘였다.

피융-!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들이 숲에 들어오고 삼십분이 조금 넘었을까, 성 방향에서 하늘 위로 쏘아지는 푸른 불꽃을 보며 십인장들이 제 주변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기행을 그만두고 성으로 향했다. 숲 밖으로 나온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함락된 데일 성의 모습이었다. 성문은 활짝 열린 채 방치되어있었고, 창을 든 경비병 둘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으며 성벽 위에는 궁수와 병사들이 널려있었다. 신성제국을 상징하는 흰색 깃발은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를 매운 검은 바탕의 붉은 방패가 병사들을 반기고 있었다.

"여어, 고생했다. 혹시 숲에서 다치거나 죽은 머저리는 없겠지?"

그렇게나 챙겨줬는데? 눈을 찡긋하는 유천에게 병사들은 환호로 답했다. 자신들이 숲 속에서 바보짓을 하게 만들기는 했으나 희생자 하나 없이 세번째 성을 완벽히 제 손에 넣은 상관에게 환호성 한 번쯤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병사들의 틈에서 힐튼이 유천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너희를 위한 잔치를 열었다. 저녁의 본전이 시작되기 전에 마음껏 즐기도록. 술은 마시지 않는 걸 추천한다."

"총사령관 만세!"

병사들과 하급 지휘관의 마음을 사기란 이렇게도 쉬웠다.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자신들을 챙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만 했을 뿐인데, 환호와 함께 충성을 맹세한다는 둥의 고함을 질러대는 모습을 보며 쓰게 웃은 유천이 몸을 틀었다.

"크리스님은 음식을 안 드세요?"

그토록 손대지 말라고 했건만 병사들 목의 음식과 숨겨둔 술까지 꺼내 마셔대는 라이헤르와 발록의 곁에서 크리스티나가 유천에게 다가와 음식을 내밀며 물었다.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유천이 웃었다.

"넌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건낸 접시 위의 고기를 한 입에 삼키며 웃은 유천의 눈과 마주친 크리스티나가 그제서야 아! 하고 감탄성을 뱉었다. 유천이 자신을 놀린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인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훽 돌린 채 쿵쾅거리며 발록들에게 가는 모습을 보며 유천이 기분 좋게 웃었다. 누구라도 이렇게 놀리니 기분이 풀리는 듯했다.

"자네의 계획은 무엇인가?"

배를 잡고 웃어대는 유천의 어깨를 굳세게 움켜쥔 힐튼이 질문했다. 힐튼의 굳은 표정을 본 유천이 마찬가지로 표정을 굳히며 힐튼의 양 어깨를 마주 쥐었다. 있는 힘껏 힐튼의 어깨를 움켜쥔 유천이 입을 열었다.

"지금 이 군의 총사령관은 나야, 영감. 내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든 날 믿어. 그게 지금 당신의 역할이라고. 지금은 물론이고 난 앞으로도 너희 공국의 전군을 살려 보내기 위해 온 힘을 다 할테니까."

말을 끝내자마자 손에 힘을 풀어버리고 몸을 돌리는 유천의 행동에 힐튼이 입을 열었으나 순식간에 형상이 무너져내리며 유천의 모습이 사라지는 통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다시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속을 알 수 없는 놈 같으니."

"꿈이 지나치게 커."

"같이 다니는 우리도 모르는 걸 얼마나 봤다고 알려고 들어?"

힐튼의 한숨소리에 라이헤르와 발록의 비웃음이 더해졌다. 발끈한 힐튼이 입을 열려는 찰나 발록과 라이헤르의 스산한 음성이 힐튼의 귀를 찔렀다.

"그러니까 허튼 짓 하지마."

"제 명에 죽고 싶으면."

하나는 지상 최고의 생물이라 일컬어지는 드래곤, 다른 하나는 싸움에 미친 마족 발록이 진심으로 하는 말에 힐튼이라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하나만 하더라도 전력을 다해도 이길까 말까 하는 상대가 둘 씩이나 협박을 해대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힐튼이라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뭐, 그렇잖아도 설명해줄 것 같은데 기다려."

옆에 있던 럼주를 오크통 째로 들이마시며 발록이 하늘을 향해 고갯짓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유천이 그 곳에 있었다.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한 영상에 등장한 유천의 모습은 누구나 알기 쉽도록 하기 위함인지, 앙상한 해골의 머리였다. 몸은 로브로 가린 채 유천은 제 옆의 꼬마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마찬가지로 로브를 뒤집어쓴 상태였다.

[이 꼬맹이가 누군지 알겠나?]

"알게 뭐야! 이 더러운 언데드가!"

하늘에 떠오른 유천의 형상이 한 질문에 욕설과 함께 돌이 날아왔다. 날아가다 못해 떨어져 잔치를 즐기던 애꿎은 병사들의 위에 떨어진 돌들을 뒤로하고 유천이 웃으며 꼬마의 후드를 뒤로 넘겼다. 찰랑거리는 금발이 그 위로 흘러내렸다. 지켜보고 있던 힐튼과 병사들, 성의 주민들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전 황제의 유일한 혈육. 유천의 손에 죽었다고 알려진 황녀였다.

"이런 개만도 못한 새끼!"

"죽은 이의 넋을 기리지는 못할 망정. 시체를 모욕하다니!"

분노한 것은 비단 시민만이 아니었다. 전 황제가 제 나라에는 신경을 안 썼어도, 그 딸까지 그러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직접 대륙 전체를 돌아다니며 구휼미를 나눠주기도 하고, 어려운 이들의 사정을 듣고 도와주기 까지 했을 만큼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방금 전까지 유천을 찬양하던 병사들마저 식기를 들고 유천을 향해 욕을 날리기 바빴다.

[요 꼬맹이가 언데드로 보이는 너희 눈은 정상이냐?]

[아!]

작은 바늘을 꺼내 크리스티나의 손 끝을 쿡 찌른 유천이 질문했다. 짧은 비명과 함께 선명한 핏방울이 성난 민중의 눈 앞에 들어왔다. 제 황녀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성의 주민들이 안심하기도 잠시, 유천의 손에 잡혀 어떤 꼴을 당했을지 모를 황녀에 대한 동정심이 치솟았다.

[여기서 봐도 너희가 할 말이 뭔지는 알겠는데, 난 이 꼬맹이한테 손도 안댔어. 내 취향도 아니고.]

[그게 무슨 소리에요!]

빼액 고함을 지르며 유천에게 외치는 황녀를 보며 보던 이들은 죄다 당황했다. 저게 어딜 봐서 서로를 죽이려 하는 원수의 모습인가. 그보다는 오히려 오라비의 장난에 이도저도 못하는 동생의 모습으로밖에 안보이는 그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미리 말해두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무의미한 살인이다. 내가 뭐 좋다고 이런 꼬맹이를 죽여?]

"전대 성하를 시해한 네놈이 그 딸이라고 그러지 못할까!"

유천의 물음에 분노한 성의 주민이 외쳤다. 아까 전 잔치를 준비하라 할 때까지 겁을 먹어서 굽신거리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꼴에 제 나라라고 애착을 가지는 모양이지. 유천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내가 정말 너희 왕을 죽였다면 말이지. 내가 언제 내 입으로 너희 교황을 죽였다고 했나? 내가 정말 죽였다면 자랑이라도 했겠지. 이 내 손에 신성제국의 교황이 죽었노라! 하고.]

웃으며 건넨 유천의 말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유천이 교황의 성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성이 박살이 났고, 교황은 죽었기에 유천의 범행으로 생각한 것이 당연했을 뿐. 그 간단한 의문을 상기시킨 유천이 제 머리를 손으로 두들기며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 때 교황이랑 같이 있던 건 나랑 펠프스 그 놈이었지 참!]

그 말을 끝으로 성 위의 환영이 사라졌다. 미리 유천이 알려둔 탓에 그 환영은 비단 유천이 지금 있는 데일 성에서만 보인 것이 아니었다. 처음 점령한 로덴 성에서는 유저들의 마법사가 띄운 환영이, 이어서 점령한 크라운에서는 마탑의 마법사들이 띄운 환영이 성의 주민 전원에게 보여졌다. 곧 그들은 커다란 의문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해당한 교황, 그는 누구에게 살해당한 것인가?

환영을 종료한 유천이 옆의 크리스티나에게 수고했다며 머리를 쓰다듬고는 치료마법으로 바늘에 찔린 손의 상처를 치료했다. 흔적도 남지 않은 그 손가락을 바라보며 크리스티나가 중얼거렸다.

"이런다고 뭐가 바뀌기는 할까요?"

"몰라. 그건 네 나라 국민이 직접 정할 일이지. 내가 말한 걸 거짓말이라고 우기건, 진실을 깨닫건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잖아?"

유천이 제 대답에 울상을 짓는 꼬마 아가씨를 보며 크게 웃었다. 근래 들어 가장 큰 웃음이었다. 다시 살이 붙은 제 손으로 힘껏 크리스티나의 머리를 누른 유천이 그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지금은 웃어. 나중에 결과를 알고 울어도 안 늦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크리스티나를 보며 작게 웃은 유천이 몸을 일으켰다. 왼쪽 상단의 시야에서 시계가 오후 7시가 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검은 로브를 여민 유천이 입을 열었다.

"구경이나 하고 있어."

어느새 다가온 발록과 라이헤르를 향해 크리스티나를 밀친 유천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힐튼을 위시한 병사들이 발록과 라이헤르를 향해 달려왔으나 들을 수 있었던 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성이나 지키고 있으라는 말이었다.

"이 개자식!"

성 밖에서 나타난 유천을 펠프스가 거친 욕설로 환영했다. 유천은 그에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으로 화답했다.

============================ 작품 후기 ============================

헿 오늘 시험인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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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 올드윈//ㅋㅋㅋ그러게요

TetsuRyu//글쎄여 맨날 휑하니 비어있어서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데..ㅋㅋ

은or//넹 감사합니다 ㅋㅋ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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