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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427화 (427/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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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회의를 마치고 나온 유천을 보며 옆에서 현성이 제 투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투구 속의 해골이 섬뜩한 푸른빛 안광을 내보이며 주위를 둘러보자 거리의 양쪽에서 창문이 닫히고 가림막이 쳐졌다.

"다른 병사들은 저런 집에 잘도 들어갔구만."

"돈이면 죽은 사람도 부린다잖아. 뭣하면 우리도 해볼까?"

현성의 불평에 현수가 단검을 공중으로 던졌다 받으며 대답했다. 제 주머니 속을 단검의 끝으로 쿡 찌르자 짤랑거리는 금화의 소리가 거리에 울렸다. 살짜쿵 건드린 소리답지 않게 크게 울린 소리에 닫힌 창문이 열렸다.

"봤지?"

저 잘했냐는 표정의 현수를 손으로 밀치며 유천이 성의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서 빛무리와 함께 사라진 유천이 얼마가지 않아 다시 돌아왔을 때 유천이 광장에 내려놓은 것은 마차 세개였다. 저마다 안쪽에 마법까지 사용해 보급품을 있는대로 쑤셔넣은 그것을 광장 바닥에 흩뿌린 유천이 인상을 찌푸리며 옆의 둘을 바라봤다.

"이거 끝날 때까지 오늘은 잠 못 자는걸로 알아라."

한숨을 푹푹 쉬며 인벤토리에서 가방 한무더기를 꺼낸 유천이 보급품을 조금씩 챙겨 우겨넣는 것을 보며 현수와 현성이 고개를 저었다. 저 놈이 저런 소리를 했다는 건 진짜 잠을 재우지 않겠다는 경고가 분명했다. 투덜거리며 현수와 현성 또한 자리에 주저앉아 가방에 손을 뻗었다.

*          *          *

캡슐을 나왔을 때, 해는 산 너머로 떨어져 날이 어두워진 다음이었다.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현관을 향하는 도중 저에게 먹으라며 토스트를 건네는 유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준 뒤 계단을 올랐다.

"어?"

때마침 도착한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토스트를 입에 물고 눈을 동그랗게 뜬 유천이 저를 바라보는 것을 보며 채린이 닫힘 버튼이 나갈세라 두드렸다.

"……."

내가 그렇게 보기 싫었나? 유천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축 쳐진 채로 유천이 등을 돌렸다.

'얘는 왜 여기 있는거야!'

아침 일찍부터 이어진 촬영에 녹초가 된 채로 돌아왔던 채린이 기겁을 하며 생각했다. 화장은 안 떴나? 머리는? 다크서클은 왜 여기까지 내려온거야! 옷은 또 왜 이래! 엘리베이터 속의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옷매를 다듬던 채린이 마음을 다듬고 문을 열려던 때, 엘레베이터가 내려갔다.

"어라, 안녕하세요. 채린씨죠?"

"어, 저기……누구셨죠?"

채린은 저를 아는 채 하는 사내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본 얼굴이기는 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양해를 구하며 질문하자 사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인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에……?"

"유천이 녀석이 맨날 채린씨 자랑해서. 저는 똑똑히 기억하거든요."

아, 생각났다. 그 금발 여자랑 같이 다니던 남자. 채린이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 사내, 정현이 말을 이었다. 자신과 소피아가 유천이 병문안을 올때마다 얼마나 칭찬 세례를 들었어야 했는지, 병문안까지 와서 채린의 방송을 본다는 둥 유천의 험담을 나누는 동안 조용히 있던 채린이 정현에게 질문했다.

"걔네 둘은 무슨 사이에요?"

"음. 뭐라고 설명하지? 남매 같은 사이에요. 소피아한테는 걔가 우리보다 더 소중할 걸요. 우리 가족 중엔 소피아보다 어린 녀석도 없어서 유천이가 처음 생긴 동생이에요. 유천이한테는 소피아가 생명의 은인인 데다가 이것 저것 챙겨주는 귀찮은 누나겠지만."

말하면서도 즐겁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리는 정현을 보며 채린이 생각했다. 저 혼자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면서 착각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던 채린이 정현에게 물었다.

"그런데 무슨 목적으로 오신 거에요?"

아직까지 엘리베이터 층도 누르지 않았다며 부단을 떨며 제 층을 누른 채린이 질문하자 정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유천이랑 소피아랑 싸웠나봐요. 소피아가 전에 유천이 대학교 위장입학 했을 때 쓰던 집 압수 끝났으니까 거기서 지내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아, 도착했다. 대답을 마친 정현이 서둘러 벗어나는 것을 보며 채린이 닫힘 버튼을 눌렀다. 아직 저 위에 유천이 있으면 사과부터 하고 오해를 풀자고. 미안하다는 말 부터 전할 생각에 각오를 다진 채린이 열린 엘레베이터 밖으로 나왔을 때는 복도에 아무도 있지 않았다.

"그럼, 나 가볼게."

"언니, 오빠 나중에 또 놀러와요."

"응. 유천이한테 말 좀 전해줘."

챙겨온 휠체어에 소피아를 앉힌 채 현관을 나서는 정현에게 인사를 하며 돌아선 유정이 한숨을 쉬며 거실의 캡슐을 발로 찼다. 물론 게임 속에 들어간 유천은 미동도 않았다.

날이 밝았다. 자고 일어난 유정은 언제부터 잤는지는 몰라도 제 방에서 세상 모르게 잠든 유천을 보고는 식탁 위에 빵 하나만 던져둔 채 학교로 향했다.

"동생이란 년은 오빠가 이 시간까지 자는데 깨우지도 않고 가나."

깨우면 깨우는 대로 투정했겠지만. 식탁 위에 뒹굴고 있는 빵을 집어먹으며 텔레비전을 킨 유천은 뉴스와 게임 소식을 잠깐 살피고는 캡슐 안에 들어갔다. 해가 뜨기 직전에 잠자리에 들었던 유천은 그 전까지 사냥터에서 몬스터건 유저건 씨 하나 남기지 않고 쓸고 다녔다. 그 덕택에 레벨까지 오른 유천은 근방에서 또 명성이 오르고 말았다.

"저 분이 우리 성의 골칫거리인 설인 부족을 간밤에 다 쓸어버렸대!"

"야, 모르는 소리 말아라. 저 인간이 어제 군대를 몰고와서 우리 성 병사들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거 못봤어? 어제 죽은 병사들 중에 우리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아?"

"그래서, 그 군대가 우리들한테 털 끝 하나 건드렸냐?"

지나가는 유천을 보며 주민들이 속삭였다. 주위의 몬스터 군락을 처리한 만큼 성의 거주민들에게 있어 만만치 않은 명성이 올랐으나, 그간 쌓인 악명에는 턱 없이 모자랐기에 성의 곳곳에서 유천을 주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거주민 군은 모두 소집했나?"

광장에 모인 병사들을 보며 유천이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백인장과 십인장들을 본 유천이 인벤토리에서 가방들을 꺼냈다. 어제 밤 내내 현성과 현수를 들들 볶아 만든 개인별 보급품이었다.

"한 놈들씩 나와서 이거 가져가."

난데없는 보급품을 개인별로 나누는 유천의 기행에 병사들이 당황했으나, 어쩌겠는가 그들은 철저한 읍의 입장인 것을. 보급품의 배급이 끝나고 유천이 십인장과 백인장에게 종이 뭉치를 건네줬다.

"어제 밤에 말한 대로 간다. 너희들이 끼지 않는 별동대는?"

"없습니다."

"그럼. 이따 보자고. 죽은 놈은 결코 편안하게 안 보내줄테니까 사지 멀쩡히 달고 돌아와라."

유천의 격려에 지휘관들이 경례를 올리며 나가고, 로브를 푹 눌러쓴 세 명이 유천에게 다가왔다. 제지하는 병사를 한손으로 제치며 다가온 선두의 꼬마가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죠?"

"기다려봐, 넌 구경만 하면 되니까. 오늘은 너희 셋 다 나 따라오고."

광장에 남은 가방을 제 인벤토리에 한꺼번에 쑤셔넣은 유천이 셋을 데리고 성을 나섰다. 그 뒤를 따라 수백의 NPC 병사들이 완전군장을 한 채로 성을 나섰다.

*          *          *

"아론, 이 개새끼야. 적군이 어디에 있다고 지랄이야? 여기 카밀라는 저 놈들이 차지한 크라운보다 성하가 계시는 데일에 가까운 곳이라고."

"내가 봤다니까! 벨리튼 공국의 검은색 깃발!"

"미친 놈이, 아직도 꿈 꾸고 있네? 있으면 어디 찾아봐라. 그 씹어먹을 이교도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다툼을 벌이던 둘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화염탄이 터졌다. 교전의 시작을 알리는 첫 사망자였다. 곧 사방에서 불덩이와 얼음 덩어리, 바람의 칼날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공격은 곧 멈췄고, 분노에 가득찬 함성과 함께 카밀라의 굳센 성문이 열렸다. 눈에 불을 켜고서 달려나가는 병사들을 나무 위에서 지켜보며 유천이 씨익 웃었다.

"으아악!"

병사들이 달려나간 숲 속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비명소리를 뒤로하고 유천이 열린 성문으로 당당히 들어섰다. 해자를 넘어 성문 앞에 선 유천에게 경비병 둘이 창 끝을 일행의 선두인 유천에게 내밀며 외쳤다.

"신분을 밝혀라!"

"너희가 바라마지 않는 여신의 품에 너희를 보내주실 분이란다."

난 오늘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아. 알아서 해봐. 유천이 덧붙인 순간 둘의 갑옷 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순식간에 달아오르는 갑옷을 벗지도 못한 채 경비병 둘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불어온 바람에 로브가 벗겨지고, 성벽 위에 남은 순찰조의 눈에 들어온 유천의 모습은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시뻘건 불꽃을 품은 해골의 모습이었다.

"벨리튼 공국의 기습이다! 흑마법사 크리스가……!"

아쉽게도 순찰조의 전원은 그 소식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없었다. 전원 그 자리에서 머리가 터진 채로 즉사했기 때문이었다.

"꼭 정해진 시간에만 전쟁을 해야 하나?"

웃으며 유천이 성 안으로 발을 옮겼다. 곧 유천의 손 끝에서 하늘을 향해 푸른 불꽃이 쏘아졌다. 공략을 알리는 신호였다. 다른 뜻으로는, 성 바깥으로 나온 병사들의 지옥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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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tsuRyu//ㅋㅋㅋ 요샌 노리기 쉬워여 여기 첫코..

제이스 올드윈//먼치킨의 숙명

은or//그 대사의 원인은 사실 거의 한달은 기본으로 걸쳐서 글을 올린 제게 잘못이 있습니다..죄송해여 코멘트 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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