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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421화 (42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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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운영자의 말과 동시에 그들을 둘러싼 방의 흰 벽면이 온통 시커먼 글자로 빽빽하게 둘러 쌓이기 시작했다.

[오, 진짜 교황이네? 저 앞에 앉은 게 크리스인가?]

[예상한 거랑 다르게 해골이 아닌걸요?]

[누군진 몰라도 교황 옆에 앉은 여자 개이쁨!]

"이게 뭐야?"

벽을 가득 메우는 문자의 행렬을 보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다만 그것은 유천 뿐만이 아닌지라 펠프스는 멍하니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글을 읽기 바쁘고 레이는 순진한 표정을 보이며 신기하다는 듯 벽의 글자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신기하죠? 이번에 저희 쪽에서 유저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얻으며 쌍방향 통신으로 인터뷰를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어서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실실 웃으며 벽을 가리키는 운영자를 보며 유천이 눈을 살짝 흘겼다. 채린의 태도로 보아 어느정도는 알고 있던 모양인데 귀뜸도 안해주다니. 그만큼 미운털이 박혔나 생각한 유천이 씁쓸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인터뷰 주제는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인터뷰란 모름지기 대상이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던가. 요즈음 이 만큼의 대규모의 유저들의 공통된 관심사라 한다면 자신들에게 바로 와닿는 주제가 아닐 수가 없었다.

"당연히 두 분의 전쟁 얘기가 아닐까요?"

명색이 MC가 출연 패널과 보조 MC인 운영자에 묻힐까보냐. 채린은 제가 걸친 로브를 단정히 하고서 입을 열었다. 동시에 유천과 펠프스의 머리 위로 글자가 떠올랐다.

[{레벨, 퀘스트 완료 횟수, 대륙 내 NPC 비호감도, 업적 완료 횟수, 던전 클리어 횟수 랭킹 1위} '천제' 펠프스]

VS

[{레벨, 퀘스트 완료 횟수, 대륙 내 NPC 비호감도, 랭킹 2위} {PvP PK, NPC살해, 대량학살, 랭킹 1위} '천재' 크리스]

하늘이 내린 제왕과 하늘이 내린 재앙. 쓸데 없이 화려한 둘의 이름 옆에 비교적 초라한 글자가 떠올랐다.

[{레벨 랭킹 132위}'성녀'레이]

[MC채린]

앞서 나온 둘에 비하면 초라하기 지없는 둘의 머리 위로 떠오른 글자 대신 운영자의 머리 위로 앞서 나온 둘보다 더 화려한 금빛으로 치장된 글자가 운영자의 머리 위로 솟아났다.

[GM 로키]

"허이구, 본인이 가장 튀고 싶었나 보네요."

"이해해 주실거라 믿어요. 저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분들 앞에 얼굴을 보이는 건 처음이란 말이죠. 도장은 확실하게 찍어야 된다구요."

유천이 헛웃음을 뱉으며 중얼거린 말에 로키가 울상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동시에 유천의 주위로 여자를 울리냐는 글이 수도 없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유천이 주먹을 힘껏 쥐었다.

'이럴 줄 알고 공격 행위는 일체 금지한거냐?'

당장이라도 벽면을 부술 기세로 흉흉이 웃는 유천과 달리 펠프스가 웃으며 중얼거렸다.

"설마 제가 그 유명한 흑마법사 크리스 씨보다 인식이 좋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요."

"애초에 이 전쟁이 어떤 꼴을 만들어 놨는지 본다면 그런 말은 못할텐데 말이죠."

보이지도 않는 시청자들에 이어 펠프스까지 시비를 걸어오자 유천이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며 반박했다.

어딜 감히 너랑 날 비교하려 들어?

주제나 알고 까불라는 듯 치켜 새운 눈으로 펠프스를 노려보는 유천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보던 채린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자자. 시작하기 전인데 벌써부터 싸우려들면 안되죠. 두분 모두 진정하세요. 로키씨? 첫번째 질문은 뭔가요?"

방금 전 채린의 행동은 명명백백히 펠프스의 편을 들어주는 행위였다. 펠프스가 시비를 걸어올땐 가만히 있다 대응을 하자마자 제지하다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유천의 시선을 무시한 채 채린은 로키에게 진행을 요구했다.

"첫번째 질문을 받은 사람은 펠프스 씨네요. 닉네임 림세스씨가 묻습니다. 성전을 자칭하며 대륙 전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이유가 뭔가요?"

"여신의……."

"설마 여신의 계시라는 유치한 구라가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머저리는 없겠죠?"

언제나 그랬듯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연 펠프스가 채 한음절을 끝내기도 전에 유천이 말했다. 이어서 입꼬리를 올리며 유천이 말을 이었다.

"그런 억지로 넘어갈 생각을 하지 말고 사실을 말하시죠. 피차 숨길 것도 없는 사이 아닙니까."

유천의 말에 펠프스가 이를 살짝 갈며 반박했다.

"제가 뭘 감출 필요가 있나요. 그쪽이라면 또 모를까. 분명히 확실한 것은 전 단순히 제 개인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유천과 채린을 슬쩍 쳐다보며 펠프스가 말을 쏟아냈다.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한 유천의 얼굴을 보며 열을 쏟던 펠프스가 숨을 고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신성제국을 위한……."

"어디까지나 신성제국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거기에 제 이득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거죠? 그렇죠?"

펠프스가 입을 염과 동시에 유천의 입이 열렸다. 우습게도 펠프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유천의 말에 묻혀 그리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크게 다르지도 않았으니까.

"정말 이분들은 못 싸워서 안달이 난 것 같네요. 일단 여기서는 펠프스씨가 모종의 이유가 있어서 전쟁을 일으킨 걸로 할까요?"

유천과 펠프스의 시선이 중앙에서 서로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그 사이로 끼어든 로키가 유천에게 눈짓을 했다. 그만하면 된 거 아닌가요?

언뜻 보면 제 편을 들어준 것 같지만 더 이상 이 일로 문제를 삼지 말라는 뜻이 다분했다. 씩 웃으며 유천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럴리가 있나. 이제 시작인데.

그러나 여기서 굳이 로키가 제 편을 들어준 마당에 제 의견을 주장해 유저들의 관심을 엉뚱한 곳에 돌릴 필요는 없는 노릇이기에 어깨를 으쓱한 유천은 펠프스를 향해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채린은 제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질문 하나 넘기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네요. 이어서 두번째 질문 가겠습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벽에서 종이 한장을 뽑은 로키가 종이를 보고는 웃으며 그것을 채린에게 내밀었다.

"에, 철혈의루이스님이 질문하셨네요. 신성제국 측에 묻습니다. 그 동안 전면에 내새우던 하느님의사제님은 어쩌고 갑작스럽게 새로운 성녀를 선출한 겁니까?"

남자친구한테 점수 좀 딸 기회네요? 실실 웃으며 로키가 채린의 옆구리를 찌르자 채린이 어정쩡하게 웃으며 펠프스를 바라봤다.

"정확히 말하면 새롭게 선출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공개를 하지 않았을 뿐이죠. 그렇지 않나요?"

아까 전 유천에게 시달린 분은 언제갔냐는 듯 표정을 고친 펠프스가 레이를 보며 묻자 레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펠프스의 말을 이었다.

"저도 이 자리에 계시는 크리스 씨나 펠프스 씨만큼 오랜 캐릭터 생성 시간을 지닌 초기 유저랍니다. 다만 제국 내 직업 퀘스트가 외부로 드러날만큼 화려한 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거지요."

괜히 성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은은하게 웃으며 말하는 레이의 뒤로 후광이 비치는 듯한 모습은 성스럽다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성녀의 존재를 감추신건 사실이네요? 유저들한테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하셨나요?"

계속해서 옆구리를 찔러오는 로키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쉰 채린이 질문했다. 그 질문에 유천이 고개를 들고서 채린을 바라봤지만 채린은 주위의 벽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

[커플타도! 솔로천국!]

[이거 진행자가 너무 편파적인거 아닌가요?]

[방 잡아드려요?]

벽 위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을 보며 유천은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야 채린에게 다른 반응을 기대할 수도 없지 않은가.

"뭐, 근처에 가장 위협적인 적이 있는데 사서 정보를 뿌릴 필요는 없죠."

아까 전 유천이 그러했듯 어깨를 으쓱이는 펠프스의 반응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신중한 자세가 보기 좋다니 뭐니, 자신 같아도 알리지 않겠다는 글을 보며 유천이 고개를 돌리는 사이 펠프스가 벽에 떠오른 글을 보며 말했다.

"뭐. 저로서는 여기에 비장의 수라고 할 수 있는 성녀까지 데려왔는데 크리스 씨는 밝힐 사실 같은거 없나요?"

우리만 시달리려고 여기에 나온건 아니잖아? 펠프스가 씩 웃으며 유천에게 슬며시 도발했다.

"뭐 아까 그쪽에서 말했듯이 근처에 적이 있는데 정보를 뿌릴 필요가 있을까요?"

펠프스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유천을 보며 레이가 슬며시 웃었다. 물론 그 옆의 펠프스는 입은 웃고있었지만 눈은 유천을 찢어 죽일세라 노려보고 있었다.

"뭐 그래도 위협적인 적은 아니니까 알려드리죠. 제가 속한 벨리튼 공국에서는 지금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폭탄 발언이라 할 수 있는 유천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물론 인터뷰를 지켜보던 유저들도 놀라움을 감추질 못했다. 이미 전쟁중이지만 열세인 상황에 대놓고 선전포고를 날린 꼴이 아닌가?

"이야. 오늘 신성제국에서 감춘 성녀에 이어서 현 상황에 대한 당사자의 폭탄 발언까지! 이제 두번째 질문인데 벌써부터 다음 질문이 뭘지 기대되는데요?"

그 와중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채린이 진행을 하며 다른 질문을 꺼냈다.

"이어서 다음 질문을……."

[어이. 벨리튼 공국 지금 공격받고 있다는데.]

[이거 어쩌냐. 전쟁 준비중에 털리게 생겼네. 잘나신 교황님 작품?]

혀를 차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쌍방향 통신 인터뷰란거 생각보다 더 귀찮다고. 채린만 아니었어도 이런 자리 신경도 안쓰는건데.

유천이 한창 투덜거리며 다음 질문을 기다리는 와중에 누군가가 제 허리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안 가봐도 되는 거에요?"

"딱히 상관 없는데요."

공격을 받으면 뭐하겠는가. 어차피 전면전을 벌일만큼의 대부대라면 유천에게 있어서도 걸리적거리는 건 매한가지다. 원래부터 유천은 파티 플레이보다 솔로잉을 선호했으니까.

"에이. 그래도 한 번 가보는 게 어때요?"

"그럴 필요 없어요. 거긴 싸움이라면 자다가도 깰 노인네가 하나 있으니까."

계속해서 이 장소를 벗어나길 권하는 로키를 보며 유천이 귀찮다는 양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힐튼이 있는 이상 웬만해서는 질 일도 없는데 왜 자신을 못 보내서 안달인지. 유천이 투덜거리는 사이 벽에서 다시 글이 올라왔다.

[신성제국 수도 외성도 공격받기 시작.]

[서로 뒤통수 친거야? 서로 인터뷰 나오면 빈집털이할 생각이었나봐?]

벽면에서 올라오는 글을 보며 이를 빠득 간 펠프스가 로키를 향해 말했다.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에에, 방송하기로 한 시간이 있는데."

로키의 말에 펠프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럼 저 놈은 왜 보내려 든 거냐고. 펠프스의 물음에 로키가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저는 세 분 다 보내드릴 생각인데, 방송 분량은 뽑아야죠. 그쵸?"

갈 생각은 없었지만 펠프스까지 가는 마당에 혼자 남아서 당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천은 손에 쥔 채린의 손을 힘껏 쥐고서 말했다.

"텔레포트."

"저희도 이만."

로키가 시스템을 호출해 유천과 펠프스 레이의 상황을 볼 수 있게끔 처리하고 고개를 돌린 순간. 이미 방 내부에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제송함다 자격증 실기만 두개 겹치고 회사 면접 준비한다고 조아라에 들어오질 못했..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새로 써오게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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