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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417화 (417/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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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무슨 소리야, 끼고 싶다니?"

유천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다시금 하늘에게 되물었다. 그런 유천을 보며 하늘이 쓴웃음을 지었다. 다 알아들었으면서 못알아 들은 척 하는 저 모습은 언제 봐도 얄밉기 그지 없었다.

"말 그대로야. 나도 깽판 좀 쳐보자. 너무 얌전히 지낸 것 같아."

굳이 자세히 알려줄 필요는 없었고, 그러기도 싫었기에 대충 얼버무린 하늘은 유천의 표정을 바라봤다. 여전히 웃는 표정인 채로 피식 웃던 유천은 곧 종업원을 부르더니 펜과 종이를 부탁했다. 종업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펜과 종이를 건네주자, 유천은 벨리튼 공국 이라는 글만 남기고는 그대로 소피아의 팔을 잡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좀 있다 보자."

에에? 나 아직 덜 마셨는데! 소피아가 투덜거리며 외쳤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은 소피아의 팔을 잡고서 질질 끌고 나왔다. 유천이 소피아를 질질 끌고서 카페를 나서자 하늘이 피식 웃으며 테이블 위를 바라봤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시켜놓고 입도 안대고 가냐."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하늘은 곧 카페 밖으로 향했다. 그 사이 택시라도 탔는지 유천과 소피아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자, 쓸데없이 행동력만 빠르다며 한번 더 투덜거린 하늘은 곧 택시를 잡고 제 집으로 향했다.

"뭘 그렇게 급하게 나온거야?"

"할 말 끝났는데 뭐하러 거기 더 있어. 몸도 근질거리는데 얼른 몸풀러 가야지."

"알겠으니까, 좀 천천히 걸어. 나 지금 끌려가는거 안 보여?"

마시던 커피를 다 못마신 게 그렇게 분한건지 계속 투덜거리며 유천을 타박하던 소피아는 곧 질질 끌리는 제 다리를 보라며 유천의 머리를 한대 후려쳤다.

"귀찮네 진짜."

투덜거리던 유천은 곧 잡고있던 소피아의 팔을 놓고서 제가 입고있던 겉옷을 벗어 소피아의 허리춤에 메어주고는 대뜸 소피아를 다리를 툭 쳐서 제 등에 기대게 하고는 그대로 들어올려 걷기 시작했다.

"야! 나 걸어갈거야!"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하는건 어때, 옆에서 다 보고 있는데."

유천이나 소피아나 남들 눈에 띄어서 좋을 일은 하나 없기에 곧 소피아는 볼을 부풀린 채 입을 다물었다. 유천은 한숨을 쉬며 소피아에게 제 모자나 좀 눌러달라 말한 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 근래 병원에서 맨날 먹고 잔다더니 살도 같이 쪘나봐? 무거워졌어."

사람이 가득한 거리를 벗어나 택시를 잡은 유천이 낄낄거리며 소피아를 택시 안에 밀어넣자, 소피아는 유천에게서 고개를 휙 돌려버리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부정은 하지 않겠다라는 건가. 연신 낄낄거리며 유천은 택시기사에게 제 집 주소를 불러주고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봤다.

'나도 그 깽판에 끼고 싶은데 어때?'

생각치도 못한 조력자의 등장인지, 아니면 조력자를 가장한 스파이인지는 모를 하늘의 참전으로 유천은 머리 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소피아의 허리춤에서 유천의 휴대전화가 조용히 진동을 울리기 시작했다.

"모르는 번호인데, 누구지?"

소피아가 건네주는 제 휴대전화 단말의 번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유천은 뭐 별거 있냐는 듯 전화를 받았다.

[여, 오랜만이지?]

"뭐야, 너였냐."

묘한 기계음이 뒤섞인 여자 목소리에 유천은 피식 웃고 말았다. 유천이 웃는 사이 씨팔이 말했다.

[신성제국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래봤자 털리는 수 밖에 없잖아? 강혁 녀석이 만든 인형이 그렇게 약한 것도 아닌데."

10분 제한이라는 패널티가 크기는 하지만 본체의 능력치의 70%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그것이 유천의 캐릭터라면 더더욱, 그와 별개로 씨팔은 특유의 톡톡 쏘는 말투로 유천을 힐난하듯 말했다.

[병신아, 그랬으면 알려 주지도 않았어. 펠프스 그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호오. 유천이 짧게 감탄했다. 애초에 게임 안에서건 밖에서건 씨팔이 주시하고 있는 대상이 그 시야 밖으로 나가기란 요원한 일. 씨팔이 그렇다라고 말한다면 이건 진짜다. 예상외로 빨리 움직이는 펠프스를 떠올리며 씩 웃은 유천은 씨팔을 향해 말했다.

"미리 알려줘서 고맙다. 나중에 보자."

[닥치고 얼른 끝장이나 내지 그래? 저 놈은 네 스토커도 아니고 도대체 왜 너만 그렇게 따라다니는 건데?]

"나라고 그걸 알겠냐."

씨팔의 순수한 궁금증에 유천은 자신도 모르겠다며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 뒤 도착했다며 알려오는 택시기사에게 요금을 지불한 유천은 다시 소피아를 업고서 택시에서 내렸다. 자신이 엄청 깨지기는 하겠지만 당분간은 소피아와 채린을 한 방에서 재우기로 결정한 유천은 재빨리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곧장 현관문을 열고서 채린이 쓰고있는 제 방에 소피아를 대충 뉘여주고는 캡슐로 들어갔다.

"오, 왔다. 너 요새 소식은 들었냐?"

캡슐에 들어와 게임을 시작하자 잠깐 번쩍하던 빛이 점멸하며 사라지고, 눈을 뜬 유천의 앞에 나타난 것은 발록이었다. 유천의 등을 퍽퍽 두드려대며 요새 왜 이렇게 안 보였냐며 투덜거리는 발록에게 대충은 들었다며 지나친 뒤에, 라이헤르와 둘이서 놀기 바쁜 크리스티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 녀석 잘 지키고 있어라. 난 어디 다녀올 곳이 있어서."

발록과 라이헤르의 반발은 듣지도 않았다. 시야 한쪽에 떠오른 하늘의 로그인 알림을 본 유천은 그 자리에서 빛무리와 함께 사라졌다.

"저 단호한 새끼 보소. 부탁도 아니고 그냥 명령이야. 아주 상전이 따로 없어."

"어쩌겠냐, 저 더러운 성깔 알면서 같이 다니는 우리가 죄인이지."

남겨진 라이헤르가 투덜거리자 발록이 한숨을 내쉬며 그에 동조했다. 크리스티나는 차마 순식간에 지나간 일을 이해도 못한 채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사라진 유천이 다시 나타난 장소는 벨리튼의 집무실이었다. 며칠 사이 유천을 사칭하는 인물들이 올리는 혁혁한 전과에 그것이 진짜 유천이 한 짓인지 아닌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서 제 측근들과 웃고 떠들며 술잔을 기울이던 벨리튼과 그 가신들은 갑자기 집무실 한 구석에서 빛무리와 함께 나타난 유천을 보며 기겁을 했다.

"누구냐!"

로브를 뒤집어 쓴 유천은 눌러쓴 로브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뭐야, 나 안 본지 얼마나 지났다고 날 못 알아봐?"

제 옆에 서 있던 귀족이 손에 들고 있던 술을 빼앗아 한 모금 들이킨 유천이 로브를 벗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그 자리에 모여있던 이들 대부분이 화들짝 놀라며 유천의 눈을 피했다.

"호오, 그때 못 낸 결판이라도 내러 온 건가?"

"거 영감, 나이 좀 생각하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다 늙어빠진 노인 때리는 폐륜아가 되 있을 거 아냐?"

"자네 말대로, 여기서 나와 자네를 모르는 이가 있던가?"

힐튼이 유천의 얼굴을 확인하고서 벽에 걸려있던 검을 뽑으며 말을 꺼내자, 유천이 손을 들어 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서 앞의 의자에 몸을 뉘였다. 물론 힐튼의 말은 곱게 무시한 뒤였다.

"푹신푹신해서 좋구만. 그리고 지금 영감 모르는 손님이 하나 올거야."

"성벽 밖에서 신성제국 측의 사제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하나?"

유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에서 복도를 울리며 뛰어다니는 척후병의 말에 집무실 내의 귀족들이 그 사제는 제정신으로 혼자 쳐들어왔냐며 떠드는 것을 본 유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 거기서 비키는 게 좋을걸. 거기서 사람 하나가 튀어나올 텐데."

유천이 튀어나온 자리 인근을 기웃거리던 귀족 하나가 유천의 말에 기겁을 하며 그 자리에서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또다시 집무실에 빛무리가 밝게 퍼졌다. 다른 이들이 그 자리에서 긴장을 하며 빛무리를 노려보는 동안 힐튼이 검을 뽑아 빛무리를 향해 겨눴다.

"사제가 사라졌다! 전군 기습을 주의하라!"

그러는 사이 문 바깥에서 들린 척후병의 외침에 힐튼은 주저없이 빛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움직인 유천이 꺼내든 검에 가로막힌 힐튼이 유천을 보며 외쳤다.

"배신인가!"

"거 참, 이 영감이 사람 말을 들어쳐먹지를 않아. 손님이라니까. 손님."

힐튼이 노성을 터트리며 유천을 노려보자, 유천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 답했다. 다 늙은 영감탱이가 쓸데없이 힘만 좋다며 슬슬 뒤로 밀리는 제 몸을 보며 한차례 투덜거린 유천은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붉은 사제복의 사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 못보던 사이에 옷 하나 새로 뽑았나 봐?"

"펠프스 놈이 하나 주던걸, 너랑 싸우면 이 옷의 의미답게 순교자로서 뒤지라고."

유천이 코등이 싸움을 하는 사이에 고개를 돌린채 웃으며 입을 열자, 하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대화를 보며 벨리튼과 힐튼은 크게 놀랐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이 둘은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유천은 리치다. 흑마법의 종주이자, 언데드의 군주라 불리는 아크 리치. 그런데 그런 이가 신성제국의 사제와 아는 사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힐튼의 검에서 힘이 빠지자 손목을 튕겨 검을 밀친 유천은 제 검을 인벤토리에 집어 넣고서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이 형씨가 우리를 도와줄거야."

유천의 폭탄 선언에 이번에는 방 안의 모두가 깜짝 놀라 유천을 쳐다봤다. 방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다과를 챙겨먹던 전 신성제국 소속 정보 길드의 수장 노우가 먹던 다과와 함께 마시던 차를 천장을 향해 뿜었다.

============================ 작품 후기 ============================

히히 이놈의 해골 새끼..얼른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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