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416화 (416/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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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그런데 난 오늘부터 어디서 자야 되는거야?"

"아, 맞다."

다짜고짜 병원에서 소피아를 퇴원시키고서 끌고 나온 유천은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퇴원 시킨 것은 좋았다. 그러나 숙식은 이제 어디서 해야될 것인가. 새로운 난관에 유천은 슬쩍 소피아에게 말을 걸었다.

"예전에 내가 너희랑 머물렀던 그 집은 어때. 상당히 넓고 좋잖아?"

"그래, 여자 혼자 살기엔 너무 넓어서 좋을 것도 같네."

슬쩍 찔러봤을 뿐인데, 정색까지 하면서 자신을 노려볼 줄은 몰랐던 유천은 소피아의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오늘따라 창문 밖의 광경이 눈길을 끌었다. 절대 소피아의 눈빛에 쫀 것이 아니었다고 유천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도착했습니다."

유천을 바라보는 소피아의 눈빛이 점점 강해지며 유천이 겁을 먹기 직전 즈음 택시 기사가 도착했다며 차를 세웠고, 유천은 그 언제보다도 환한 표정을 지으며 돈을 지불하고는 택시에서 내렸다. 먼저 택시에서 내려서는 낑낑거리며 택시에서 내리려는 소피아의 다리를 툭툭 치고는 제 등에 업히라는 듯 등을 내민 유천의 옆구리를 발로 한번 쿡 찌른 소피아는 한숨을 쉬며 유천의 등에 메달렸다.

"근데 어째 사람들이 우리만 보는 것 같은데."

"너, 나한테 관심은 있는 거 맞지?"

여자를 업고 있는 남자는 작정하고 놀러 나온 모양새인데 비해 여자는 방금 막 병원에서 탈출이라도 한 듯 환자복을 걸치고 있다. 시내 한복판에서 남자가 여자를 업고 있는 모습 또한 이른 저녁에는 보기 힘든 모습인데, 이들의 복장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데 한 몫을 더했다.

"옷부터 사러 가자."

하늘에게는 미안하지만 급한건 이쪽이다. 이러는 사이에 자신을 알아본 누군가가 사진이라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그 순간, 자신은 오늘도 거실에서 이불 한장 없이 자게 될 지도 모른다.

"아무거나 일단 골라."

근처의 옷가게에 들어온 유천은 여성복이 있는 부근까지 소피아를 업고가서는 고개짓으로 진열된 옷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세번째칸에 있는 저거랑, 그 밑에 있는 거랑……또 뭘 고르지?"

시계는 착실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여전히 옷을 다 결정했다는 티는 보이지 않는다. 유천은 한숨을 쉬며 종업원을 불렀다.

"얘가 고른거 다 포장하고, 얘한테 어울리는 걸로 골라주세요."

"뭐야, 내 옷은 내가 고를거……."

"시끄러. 안그래도 약속시간 늦었는데 억지 부리지 말고 골라주는 대로 입어."

유천의 말에 깜짝 놀란 소피아가 눈을 희번뜩하게 뜨고선 유천을 노려보며 말하기가 무섭게 유천이 옷을 들고 오는 종업원을 향해 피팅룸을 가리키고는 소피아를 들쳐업고서 피팅룸 안에 집어넣고 나왔다.

"쟤 다리가 불편하니까 갈아입는 것좀 도와주세요."

유천이 피팅룸 안으로 들어가는 종업원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고, 종업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피팅룸으로 들어가자 유천은 휴대전화를 꺼냈다.

[일행이 하나 붙어서 조금 늦을 것 같은데. 괜찮지?]

솔직히 지금도 약속시간에 늦은건 매한가지지만 연락은 넣어둬야 할 것 같아 늦게라도 문자를 보낸 유천은 피팅룸에서 소피아가 나오길 기다렸다. 피팅룸 안쪽에서 작은 말다툼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곧 조용해졌고, 유천은 잠깐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성복 전문매장인지 사방에 진열된 옷이 모두 치마와 짧은 옷들 뿐인 것을 확인한 유천은 다른 종업원을 불렀다.

"저쪽에 있는 옷들도 포장해주세요."

기왕 온 건데, 빈 손으로 갈 수는 없지.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유천이 가리킨 곳은 마네킹들이 전시된 곳이였다. 이어 유천은 사이즈를 물어오는 종업원을 보며, 이건 아까 들어간 소피아가 입을 것이 아니라 선물용이라 설명하고는 치수가 안 맞으면 바꾸러 오겠다며 서둘러 포장해달라고했다.

"여기있습니다."

유천이 건네준 카드로 계산까지 마친 종업원이 영수증과 함께 옷을 건네주자, 유천은 제 주소를 말하며 배달이 가능하냐 물었다. 물어볼 것도 없이 가능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종업원을 향해 가방을 다시 돌려주고는, 피팅룸에서 나오는 소피아의 손에 들려있는 가방도 건네줬다. 계산은 이미 마쳤으니 서둘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유천이 그럼 되도록 빨리 부탁한다며 소피아를 질질 끌고서 나왔다.

"다시 업어줄까?"

"미쳤어? 나 지금 치마 입었어."

종업원도 귀찮기는 했나보다. 아무래도 한쪽 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소피아에게 바지를 입히려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테니까, 어쩔 수 없이 유천은 고개를 저으며 소피아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부축 정도는 괜찮겠지?"

"한쪽 다리는 질질 끌려갈걸."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소피아는 결국 유천에게 어깨를 내주었다. 다정한 연인마냥 붙어서 걷는 주제에 다리를 질질 끄는 모습은 보기에도 참 어색하기 그지없었으나,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도 않고 소피아가 원하지도 않았기에 유천은 그저 한숨을 쉬며 소피아를 이끌고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조금 늦었네."

"미안."

사람이 적은 한적한 카페에서 유천을 기다리던 하늘은 유천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가봐도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는 유천의 모습은 여자랑 놀다가 제 약속에 늦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옆에 분은 새 여자친구?"

"큰일 날 소리 하지마. 내 여자친구는 지금도 엄연히 한명 뿐이라고."

하늘이 유천의 옆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에게 묻자, 유천은 허튼 소리 말라며 딱 잘라 말하며 소피아의 앞에 있는 의자를 꺼내주며 거기에 앉히고는 자신도 그 옆에 앉았다.

"우리 구면이죠?"

"그게 무슨……."

"대회 대리 참가자요."

먼저 주문한듯 커피 하나가 나오자 소피아가 그것을 들어 한번 홀짝이고는 입을 열었다. 하늘이 그 말을 듣고서 무슨 말이냐며 고개를 갸웃하자 소피아는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와 동시에 하늘은 표정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그것은 좋은 기억이 아니였으니까.

"가능하면 그 얘기는 피하고 싶은데, 난 그때 사고 때문에 병원에 입원 했다가 얼마 전에야 겨우 퇴원했다고."

하늘이 투덜거리는 소리에 소피아가 흠칫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때 대표진들에게 생겼던 사고 대부분은 자신을 포함한 지원들이 벌인 일이니까. 그것을 보며 한숨을 쉬던 유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하늘을 향해 말했다.

"그래서, 오늘 부른 용건이 뭔데? 이 녀석도 지금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알아봐야되서 좀 바쁘거든."

"아, 이 사람이 그?"

유천이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소피아를 턱짓으로 가리키고는 용건을 묻자, 하늘이 소피아를 보며 되물었다. 입원한 동안 그도 유천의 소식을 몇번 듣기는 했다. 납치됬다는 말부터, 도움을 얻어 자력으로 탈출했다는 것까지. 유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고개짓을 했다. 용건은?

"맞아, 그게 중요했지."

맞장구를 치며 하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 휴대전화를 켜고는 유천과 소피아에게 보여줬다. 여전히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가짜 유천의 만행들, 철저하게 신성제국의 영역만을 찔러대는데, 그 모든 만행은 채 10분이 되지 않아 끝났다. 간혹 10분을 버텼다는 글이 보이는가 하면, 그 10분 뒤에 가짜 유천이 사라졌다는 글도 꽤 보였다.

"이거, 네 친구 짓이지?"

이전의 유천 레이드 이벤트 당시, 유천의 친구들이 유천을 향해 공격을 하던 유저들 사이에 난입해 깽판을 치던걸 본 적이 있는 하늘이었다. 그 중에서 하늘의 눈에 띄었던 것은 유천과 마찬가지로 해골의 외형을 한 채로 검을 휘두르던 데스 나이트도, 멀리서 마법과 석궁을 사용해 유저들을 사살하던 마궁사도, 온몸을 가리는 갑주를 입은 채 대검을 휘두르던 전사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주위의 유저들을 공격하던 음유시인도 아니었다. 앞의 전원을 복사라도 한 듯 똑같은 외형을 한 이들을 수십이나 만들어내고, 또 공격을 하게 만든 인형사였다.

"뭐, 이쯤 되서 몇명은 예상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 중에 형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지만."

"뭐, 나도 그 때 거기서 구경은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용건은 형이 소속된 신성제국을 더 이상 공격하지 마라, 뭐 그런건가?"

결국은 자기도 신성제국 소속이라 그건가, 조금은 친하게 지내던 형인 하늘이 자신을 사적으로 불러가면서 까지 하려는 말을 예상한 유천은 조금 표정을 찌푸렸다. 입맛이 썼다. 그리고, 그런 유천을 보던 하늘이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고는 입을 열었다.

"정 반대야. 나도 그 깽판에 끼고 싶은데, 어때?"

이번에는 유천의 표정이 환해졌다.

============================ 작품 후기 ============================

도대체 뭐가 방학인지. 방학하고 1월1일이랑 주말 빼고 학교 다나감 ㅎ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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