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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414화 (41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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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대뜸 게임 금지령을 선포한 채린을 보는 유천의 표정이 보기좋게 일그러졌지만 채린은 유천을 볼 생각도 하지 않고서 부엌으로 가서는 식탁 위의 쇼핑백에서 죽을 꺼냈다.

"집에 쌀도 다 떨어졌길래 사왔어. 아마 좀 있다가 쌀도 올거야."

유천이 죽이라는 소리에 일단 부엌으로 갔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도 했고 아까부터 단단히 화가 난 채린의 심기를 감히 거스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죽이 조금 식어 차갑기는 했지만 어쩌겠는가. 식어버린 죽에 채린에 대한 미안함이 커졌다. 분명 따뜻했을 죽이 이렇게 식을 때까지 자신을 기다렸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렇게 자신만만한데 무슨 이유라도 있어?"

그릇 가득 담겨져 있던 죽이 어느새 바닥을 보일 즈음 눈에 띄게 먹는 속도가 느려진 유천을 보며 채린이 입을 열었다. 유천이 죽을 먹는 동안 아까 전 유천에게 로그 아웃 당한 유저들이 올린 동영상을 보고 의문이 생긴 듯 했다.

"내가 언제 자신감 없이 침울해 하는거 본 적 있어?"

채린의 질문에 유천이 씩 웃으며 그릇을 치우자 채린이 실소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자신감이 가득한게 유천의 장점인 것은 맞았으니까.

"그리고 나름대로 비장의 수 몇개 정도는 준비해 뒀다구. 기대해도 좋아. 바쁜 누나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거 한탕 쳐줄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몸 다 나을 때까진 게임 할 생각 하지 마."

"네, 마님!"

어차피 게임 끄고 나오자마자 그런 소리를 들은 마당에 당분간 게임을 할 생각은 접은 유천이었다. 채린의 으름장에 유천은 익살맞게 웃으며 채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채린의 어깨에 고개를 묻은 유천을 보며 채린은 쓴웃음을 지으며 유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실 없는 소리를 중얼거린 유천을 보며 채린도 핏 하고 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그러면 일하러 안 나가도 될텐데 ."

"에에? 나랑 안고 있어서 좋은게 아니라?"

채린의 실 없는 농담에 유천이 몸을 떨어트리고서 중얼거리자 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천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당연히 농담이지. 돈은 내가 더 안 벌어도 충분히 많은걸?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지. 안 그래?

아까와는 정 반대의 모습으로 채린이 유천의 어깨에 얼굴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유천은 피식 웃으며 채린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학교는 때려치고 그냥 내일부터 누나 따라다닐까?

허튼 생각 하지말고 졸업장이나 타서 와.

유천이 채린을 끌어안고서 농담조로 중얼거린 한마디에, 채린은 그대로 고개를 올려 유천을 노려보았고 유천은 그런 채린의 이마에 입술을 맞춰주고는 채린을 떼어놓았다.

"너무 붙어있으면 감기 옮아."

"난 별로 상관 없는데."

"그랬나간 누나 팬들 손에 내가 죽는다고."

유천이 자신을 떼어놓자마자 불만 가득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채린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으며 유천은 쓴 웃음을 지었다. 저번 기자회견에서 채린과 사귄다는 말을 내뱉었다가 앞으로 수십년은 잔병치례 없이 살만큼 욕을 먹었는데 감기 몸살까지 옮겨봐라. 과장 조금 더해 불로장생까지 노려볼 수도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럼 누나도 좀 쉬어. 괜히 괜찮다고 무리하다 나처럼 감기 걸리지 말고."

조금 피곤해서 난 먼저 잘게. 유천은 한마디를 더 남기고는 제 방에 들어가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어디보자. 강혁 그 새끼 전화번호가……."

침대 위에 드러누워 가슴께까지 이불을 끌어올린 유천은 주머니에서 꺼난 휴대전화에서 주소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강혁의 번호를 찾은 유천은 문자 하나를 남겼다.

[내일부터 그거 써. 난 당분간은 못 들어갈 것 같다.]

[진짜지? 무르기 없기다? 아니다. 그냥 지금부터 쓰면 안되냐?]

[네 맘대로 해라.]

처음부터 기다리기라도 한 것일까. 문자를 보내자마자 돌아오는 답장에 유천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그 뒤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린 유천은 그 길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너, 나 몰래 또 게임했어?"

눈을 뜬 유천은 교복을 갈아입는 도중에 채린의 말을 듣고서 고개를 갸웃했다. 감기 옮는다고 붙지 말래는 대도 꼭 껴안고 자놓고서는, 과연 그 와중에 자신이 게임을 하러 빠져나갔다고 생각하는걸까. 유천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채린을 바라봤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교복의 마지막 단추를 채운 유천이 채린이 차려준 아침을 먹으며 말했다. 그러는 유천을 본 채린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유천이 꼼짝도 못하게 꼭 끌어안고 있었던 사람이 자신인데 그렇게 생각 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이건 너 따라하는 사람이 한 일인걸까?"

채린이 말을 하며 보여준 단말기의 화면 위에는 유천에게 있어 꽤 당황스러운 내용이 떠올라 있었다.

[제국을 상대로 맞서는 신유천. 그가 선택한 전술은 무엇인가?]

오늘 오전 3시 경.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리트머스 대륙 전기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현재 가장 이슈인 신성제국과 그에 대립하는 크리스(이하 신유천으로 표기). 그 중에서도 언제나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인 신유천이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다른 유저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대형사고를 또 한번 저지르고 말았다.

AM/ 03 : 14[신유천의 언데드 부대, 신성제국 '가디언'의 수도 '니플헤임'에 침입(NPC 수도 경비부대 73명 사망, 6명 재기불능. 유저 수도 경비부대 13명 사망, 3명 중상이후 합류한 유천이 경비부대 한명을 제외 전투불능 상태에 빠트림) 수도 경비부대 '파비온'이 자신이 신유천을 쓰러트렸다 주장하고 있음.]

AM/ 03 : 26 [신유천, 대륙 동부 전 파빈 왕국 지역 기습. 엘던 왕국을 포위하고 있던 유저 전멸. 이후 사라짐.]

AM/ 03 : 29 [신유천, 대륙 서부 가이아 교단 디너르 공국 지부 침입. 저지하던 NPC, 유저를 막론하고 성직자 계열은 전멸. 치료차 찾아온 이들에게 치유 마법 사용 후 사라짐.]

AM/ 03 : 42 [제국 대항 연합의 중심지 벨리튼 공국 주변을 기웃거리며 연합 소속의 NPC, 유저를 무차별 학살하던 신성제국의 성기사들을 전멸시키고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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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새벽 4시까지 이어진 통칭 유천의 선전포고는 끊이질 않았다. 짧게는 3분간격. 길게는 20분 가까이 되는 불규칙 적인 간격이었지만. 피해자 전원은 글에 이렇게 글을 남겼다.

"내가 본 게 진짜 그 놈이다!"

그리고 그 글을 본 유천은 단 한마디로 일축했다.

"지랄한다."

대충만 봐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란 것은 알 수 있었다. 시간 간격만 봐도 무리일 뿐더러, 그런 대규모 학살이 3분 안에 일어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동시간 대에 유천이 여러명 접속했는데, 정작 유천 본인은 그 시간에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을 보았다 증언하는 것은 유천의 더 떨어질 곳 없는 평판을 더 떨어트리려는 수작질인지, 아니면 유천의 사칭범인지 그것이 문제였다.

"아, 그건가."

죽을 다 먹고는 그릇을 치우며 유천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여전히 휴대전화 단말을 조작하며 기사들을 살펴보던 채린이 고개를 들어 유천을 바라보고, 유천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강혁 그 놈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그렇게 하고 싶었나?"

연신 웃어대며 가방을 챙긴 유천은 채린에게 앞으로 더 시끄러울 거라며 말을 하고는 그대로 현관을 나섰다. 이해를 하지 못한 채린이 유천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는 사이에 채린이 보던 휴대전화 단말기 위로 메세지가 하나 더 떠올랐다.

[AM/ 07 : 34 대륙남부 모든 국가 베리튼 공국에 종속. 신유천 동부연합 지원 시작. 동부의 전 니스린 백작령, 유토 공작령, 갈론드 왕국 지역. 엘던 왕국에 종속.]

"아프다는 놈이 학교는 또 제대로 나왔네. 정말 아팠던 거 맞아?"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앉은 유천을 보며 담임은 유천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담임선생을 바라보며 유천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쌤한테 옮기면 그 말 믿을래요?"

"됐어 임마. 교무실에서 너 찾더라. 가봐."

유천의 말에 기겁을 하며 유천의 머리에서 손을 뗀 담임이 교무실로 가보라며 말을 남기고서는 조례를 시작하자 유천은 고개만 대충 끄덕이고는 교실을 나와 교무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아, 왔구나. 여기 앉아."

교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구석의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서 유천을 향해 손짓을 하던 대머리의 교장이었다. 의외로 가장 상석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가 비어있어 잠깐 멈칫한 유천은 곧 교장이 건네주는 차를 마시며 입을 열었다.

"저는 왜 부르셨어요?"

"기다려보렴,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유천이 본론부터 말하라는 듯 차를 한모금 마시자마자 꺼낸 말에, 교장은 허허 웃어보이고는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두명이 유천의 옆과 가장 상석에 앉고는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간쯤 뒤, 유천은 상패 하나를 들고는 가방을 들춰메고서 학교를 나왔다.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서.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여. 시험 끝남. 아임 프리. 나는 드디어 자유으 몸이 된 거시다. 는 개뿔이 학교에서 방학 할 때까지 굴린다고 벼르고 있음 떼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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