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413화 (41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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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내가 말이지, 오늘은 그리 몸 상태도 좋지 않단 말이야. 그래서 오늘은 좀 일찍 나갈 생각이거든?"

어찌어찌해서 살아남은 것인지는 몰라도, 밑동만 간신히 남은 나무에 겨우 몸만 기대어 앉은 유저를 보며 유천이 말했다. 이름을 알려주는 네임 태그의 옆에 붙은 빛나는 십자가가 신성 제국의 소속임을 알려주는 듯 했으나, 유천의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로 계속 도망칠 궁리만 하는 듯 눈을 이리저리 굴려대는 유저를 보며 유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 딱 10초 줄게. 한번 도망쳐 봐. 그리고 펠프스 그 놈 낯짝에 대고 확실히 말해. 지금 당장 쳐들어간다고. 이번처럼 가당찮은 짓 한번 더 벌였다간 아직 복구도 제대로 못한 그 거추장스러운 성 다시 한번 뭉개줄테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시스템을 출력 시킨 유천이 스톱 워치를 작동시키는 것을 보며 유저는 뒤돌아 볼 것도 없이 품에서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그와 동시에 유천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뭐, 뭐야! 왜 발동이 안……"

"뭐긴 뭐야. 내가 언젠 방해 안 한다고 했냐?"

머리 수 차이가 얼마나 많은데 기회가 될 때마다 줄여야지, 놔주겠냐? 병신. 유천이 당연하다는 듯 유저의 몸에 박아넣은 검을 뽑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으며 중얼거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해당 유저의 네임 태그가 시체를 뜻하는 회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곤 유천이 손을 까딱였다.

"텔레포트."

시체와 함께 사라진 유천이 다시 나타난 곳은 신성제국이 차지한 대륙 중앙의 고성이었다. 고레벨 몬스터 또한 등장해 웬만한 고레벨의 유저들에게 이만한 사냥터가 다시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이 고성에 유천이 나타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나도 오랜만에 사냥 좀 해보자."

들고 있던 시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근처에 있던 유저를 향해 집어던진 유천은 그대로 공중에서 폭격을 시작했다. 고성의 성벽 위에서 경계를 서던 스켈레톤 아쳐의 등을 향해 검을 찔러넣던 검사가 유천이 던진 불꽃에 스켈레톤 아쳐와 함께 불타오르는가 하면, 성 안쪽의 정원에서는 듀라한을 둘러싼 채로 전투를 벌이던 일행이 듀라한과 함께 폭발했다. 그 외에도 얼어붙거나 제 자리에 발이 묶여 언데드에게 유저들이 손쉽게 죽어나기를 수십번, 떨어져 있던 유저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자 남은 유저들은 서로 모여서는 주위를 경계했다.

"갑자기 언데드들의 패턴이 변했어. 보스 몬스터가 리젠된건가?"

"그럴리가 없잖아. 잡은지 삼십분도 안지났고, 그 놈이라고 해도 이 주변의 유저를 한방에 리타이어 시키는 건 불가능해. 그건 너도 잘 알겠지?"

검을 들고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베어 넘기며 유저 하나가 말하자, 그 옆에서 흰 기운을 두른 주먹으로 좀비 하나의 머리를 뭉개며 다른 유저가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처음의 유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근처에서 사냥을 하던 유저들 역시 파티를 맺고 보스를 사냥한 뒤에 떨어져 사냥을 시작했던 것이니 말이다. 이 근처의 보스는 확실이 현재까지 나온 보스 중에서도 중상위에 랭크될 만큼 강력했지만, 그 강함은 넓은 범위의 광역기와 꾸준한 데미지를 입히는 장판기에 있었다. 그런 만큼 한방 한방의 데미지는 상대적으로 약하기 그지 없었고, 혼자 잡는 것은 어려울 망정 여럿이 못 잡을 이유도 없었다. 심지어 수십이 넘는 패턴과 페이즈 변화에도 단발 공격력의 상승은 없었으니까.

"이건 분명히 유저의 짓이다."

"그것도 신성 제국의 적대 세력."

"그 중에 이만한 공격력을 가진 유저라면……."

유저들이 거기까지 말을 하고 뒷말을 삼킨 때였다. 어느새 듀라한이 타고 있던 팬텀 스티드 하나를 빼앗아 탄 유천이 손에 든 검으로 곁의 유저 하나를 찌르며 말했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나 하나 밖에 없지?"

"신유천…!"

"그래. 나다. 어쩔래?"

유천이 쓰러트린 유저가 다시금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며 검을 쥔 유저가 이를 갈며 유천의 이름을 불렀다. 유천이 그에 화답하듯 그 유저의 목을 향해 검을 집어 던짐과 동시에 흰 기운이 가득 고인 주먹이 유천이 타고 있던 팬텀 스티드를 강하게 후려쳤다.

"무슨…?"

가뜩이나 레벨만 따지면 현 유저들 상위 랭커에 조금 못 미치는 몬스터들이다. 하물며 준 보스급인 듀라한이 타고 다니던 녀석인데다가 유천이 다룸으로 능력치의 상승까지 얻은 유령마는, 거짓말처럼 한방에 재가 되어 날아갔다. 그 위에 올라탔던 유천은 공중에서 중심을 잃은 채 땅에 처박히는 꼴을 피할 수 없었다.

"가이아 교단 제 1신성 기사단 소속 뭉크 '테세우스'다."

-레벨 567 신성제국 소속, 가이아 교단의 신성기사 [테세우스]님이 1:1 결투를 신청하셨습니다.

"알게 뭐야 그딴 거. 브리튼 공국 소속 습격단장 대마도사 '크리스'다."

-결투를 수락합니다. 3초후 결투가 시작됩니다.

"뼈다귀는 뼈답게 땅 속에 묻어주지."

"지랄도 풍년이다."

Lv. 567 테세우스 VS LV. 643 크리스

시야의 중앙애 나타난 숫자가 0이 됨과 동시에 테세우스가 멍하니 다른 곳을 보는 유천을 향해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이거나 먹어라!"

빠른 속도로 유천의 품 속에 파고든 테세우스의 이어진 행동은 굽힌 허리를 피며 그대로 턱을 향해 주먹을 올려치는 어퍼컷이었다. 펠프스 보다는 덜하지만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난 환한 빛에 유천은 눈쌀을 찌푸리며 팔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올라오는 주먹에 비해 터무니 없이 느린 팔을 보며 테세우스는 픽 하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유명하고 레벨이 높다고 한들 마법사는 마법사다. 근거리전에 한없이 취약한.

그러나 테세우스는 잊고있었다. 그 자신보다도 강하고 게임 내 부동의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진 펠프스조차 수없이 죽였던 유천을. 마법은 마법대로 강하지만 근접전 역시 펠프스 못지 않던 유천을 테세우스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유일한 패배의 요인이었다.

"공간 격리."

말이 함과 동시에 유천의 팔이 테세우스의 치고 올라오는 오른팔을 훑었다. 유천의 말이 끝난 그 순간. 테세우스의 오른팔은 마치 그 자리에 고정된 것 마냥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다.

"잘 가라."

허공에 멈춘채 움직이질 않는 제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 자리에 굳은 채 움직이질 않는 팔은 주인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젠장!"

"병신. 그러게 덤비길 왜 덤벼. 상대를 보고 개겨야지."

발악하는 테세우스를 보며 유천은 한차례 크게 비웃어주고는 검은 불길로 감싼 주먹을 테세우스의 안면에 박아넣었다.

-승리자: 크리스

"무슨 한방에 랭커를……."

"다음."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변한 시체가 바닥에 드러눕고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언데드가 되어 살아난 테세우스를 보며 유저들은 당황한 채 주위를 둘러보기 바빴다. 도망칠 구멍을 찾으려는 듯 사방을 두리번 거리던 유저들은 어느새 자신들을 포위한 언데드들을 볼 수 있었다.

"젠장.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물론이지. 다음에 나올 놈이 없다면 다 함께 죽던지."

나 지금 곧 나가봐야 될 것 같으니까.

언제 채린이 돌아올 지 모르는 유천으로선 슬슬 게임을 꺼야된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은 유천을 조급하게 만들었고, 조급한 마음에 모든 언데드들을 서둘러 움직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생긴 빈틈으로 유저 여럿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새끼들이?"

유천이 서둘러 도망친 유저들을 향해 마법을 날렸지만 유저들은 이미 유천의 텔레포트 방해범위를 벗어나 도망친 뒤였다. 유천은 한차례 욕을 지껄인 뒤에야 투덜거리며 일어난 언데드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부터 신성제국의 수도를 향해 진격한다. 걸리적 거리는 놈들은 모두 처리해."

어차피 유저들의 시체로 만든 언데드들은 강력하지만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어차피 만든거 써보기는 하자는 생각에 유천은 신성제국을 향해 공격 명령을 내리고는 게임을 종료했다.

"이런, 늦었나."

뒤늦게 도착한 붉은 사제복의 사내가 빛무리가 되어 흩어지는 유천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뭐, 저 녀석 성격에 게임을 껐다고 안올 놈도 아니고, 좀 있으면 다시 오겠지."

어차피 시간은 많다며 중얼거린 사내는 몰랐다. 이번의 경우는 좀 다를 거란 것을.

"에……누나?"

"적당히 하라고 했지?"

"나름 적당히 했는데……."

열리는 캡슐의 커버 뒤로 보이는 채린의 모습에 유천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채린은 열도 꽤 내려가고 아침보다 좋아 보이는 상태에 안심을 하긴 했지만 유천의 건강을 위해 이번 일을 그대로 넘길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걸 보고도 그걸 믿으라고?"

채린이 보여주는 휴대전화 단말의 화면에는 유천이 오늘 게임에 들어가 했던 일들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었다.

"너 몸살 다 떨어질 때까지 게임 금지야."

유천의 표정이 당황에서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생각해보니 안녕하세요만 쳤지 안녕히계세요를 안친것 같았습니다. 핰

죄송함다. 이녀석의 존재를 잊고 살았슴다....기말고사만 끝나면 그때부터 열심히 써볼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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