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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410화 (41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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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그 이후로 인원을 모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인원이 늘어날 수록 회유(?)는 점점 쉬워졌다. 머릿수로 밀어붙이고 무력 시위를 하자 안 넘어가고는 버틸 수가 없었으리라. 그런 면에선 가장 먼저 회유한 노우 일행이 쓸만했다.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이들이 많이 모이는 가에 대해 정보를 물어오고, 유천이 대단위 텔레포트를 사용하고 나면, 어김없이 유천의 일행은 늘어나있었으니 말이다.

[병력을 모아라]

분류: 징병

난이도: B-

제한: 벨리튼 공작의 신임을 받는 자.

설명: 신성제국과 확연한 병력차에 고민하던 벨리튼 공작, 그는 신성제국의 황제 펠프스와 같은 이방인인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정합니다. 신성제국에 대항할 병력을 모으는 것이 그 첫번째 계획입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벨리튼 공국이 불리한 지금, 당신이 병력을 모으는 것은 결코 쉽지많은 않을 것입니다.

신성제국에 대항할 병력을 모아라 250/300

보상:???

실패시:벨리튼 공작의 신임을 잃습니다. 벨리튼 공국의 모든 인원과의 우호도 50 감소

"이 짓도 두 번 정도만 더 하면 끝이겠네."

퀘스트 내용을 대충 훑어본 유천은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렸다. 노우는 유천이 시킨대로 새로운 먹잇감을 물색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서로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며 유천을 이따금씩 노려볼 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유천이 끌어들인건 오직 펠프스 밑에 있던 유저들 뿐이었으니까. 누군들 소속이 강제로 바뀌었는데 거부감이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다음은 북부 외곽에 위치한 다렌 남작령. 대략 60명의 유저가 중앙 대륙의 잔당을 소탕한다고 모였나봐."

"꽤 많이 모여있네. 다들 이쪽으로 와, 뒤지기 싫으면."

노우가 유천에게 다가와 이동할 장소를 말하고, 유천은 흩어져있던 유저들을 모았다.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죽어서 패널티는 받기 싫었는 지, 모인 유저들의 앞에서 유천은 옆에있던 라이헤르를 툭 치며 말했다.

"들었지?"

"어쩌라고."

"열어, 워프 게이트."

강압적인 유천의 태도에 라이헤르가 중얼거리건 말건 유천은 그 옆에 서 있는 티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작게 중얼거렸다. 직접적인 개입만 아니면 된다며? 라고.

"아주 뽕을 뽑아라. 개자식."

티나를 도와달라고 한 것 까지는 맞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부려먹힐줄은 몰랐다는 듯 라이헤르가 한차례 욕을 지껄이고는 워프 게이트를 열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발록이 불쌍하다는 듯 그녀를 한차례 쳐다봤지만, 발록 본인의 처지라고 별반 다르지는 못했다. 부려먹히는 건 발록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자, 들어가. 가서 할 일은 잘 알지?"

피식 웃으며 말하는 유천을 보며 대부분의 유저가 이를 갈았지만 어쩌겠는가, 반항은 꿈도 못꾸는 게 그들의 현실인데. 이를 갈며 워프 게이트 너머로 들어가는 유저들을 보며 유천은 흐뭇하게 웃으며 자신 또한 게이트 너머로 향했다.

"어디 지가 모은 놈들한테 통수 한번 제대로 맞아보라지."

그 뒤로 일어난 일은 간단했다. 머릿수로 밀어붙여 포위하고는 전과 같이 빈사로 몰고간 뒤 협박하는 둥, 회유는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유천의 일행 대부분이 자신들과 같은 펠프스 쪽에 있다 넘어온 만큼 제 지인들의 설득에 넘어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는 지 지들끼리 싸우다 죽는 이들도 몇 있었다. 그래도 결국엔 퀘스트를 완료한 유천의 눈 앞에 메세지가 떠올랐다.

[병력을 모집하는 것에 성공하셨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병력을 모은 지금, 신성제국의 본토에서 그에 대항할 병력을 모으는 발칙한 당신의 행동을 눈치 챈 신성제국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신성제국의 공세 속에서 살아남으십시오.]

-[병력을 모아라]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연속 퀘스트[신성제국의 공격에서 살아남아라]가 진행됩니다. 난이도가 A+로 상승합니다.

"신 유천과 그 일행을 쓸어버려라!"

"오우, 빠르네."

메세지가 떠오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유천이 짧게 감탄사를 뱉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이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펠프스를 보며 유천이 피식 웃었다.

"오냐, 또 한번 죽여주마."

"내가 할 소리!"

유천이 웃으며 펠프스를 향해 손을 뻗자, 펠프스는 유천의 말에 대답하며 크게 검을 휘둘렀다. 큰 반월을 그리는 검의 끝에서 눈처럼 새하얀 기운이 뿜어져 나와 유천에게 날아왔지만 유천이 손을 들어 쳐내자 힘없이 옆으로 튕겨져나갔다. 검격을 튕겨낸 유천이 한마디를 내뱉으려 입을 연 그 순간, 순식간에 유천의 앞에 도달한 펠프스가 유천의 팔을 노리고 검을 내리그었다.

"이게 다……어이쿠."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유천이 가까스로 뒤로 빠졌으나, 유천의 어깨죽지는 거의 반 이상이 잘려 너덜너덜거리는 꼴을 피할 수는 없었다. 타들어간듯한 연기까지 뿜으며 검게 썩어버린 어깨죽지는 역한 냄새를 풍기며 달랑달랑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더 이상 너에게 당하기만 하던 이전의 내가 아니다!"

"지랄한다."

검은 피가 묻은 흰색의 검을 털어내며 크게 외치는 펠프스를 보며 유천이 멀쩡한 팔을 살짝 흔들며 중얼거리자, 펠프스의 발 아래에 생겨난 검은색의 마법진 위로 검붉은 불꽃이 터졌다.

"네가 뭔 짓을 해도 넌 내 아래야 임마."

이제는 아까의 자신처럼 역한 냄새를 풍기며 연기가 모락모락 솟아나는 펠프스를 보며 유천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유천이 손뼉을 칠 때마다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을 겨우 고개만 들고서 확인한 펠프스는 곧 땅에 떨어진 제 검을 붙들고 일어났다.

"이 개새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이거 순 병신아니야? 내가 설마 니들 땅에 오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올 줄 알았냐."

연신 키득이며 불에 그을려 구부러지거나 툭툭 끊어지는 펠프스의 금발을 보며 웃던 유천은 곧 순식간에 제 본모습을 되찾고 다시금 자신에게 달려드는 펠프스를 보고 기겁했다.

"어차피 저딴 놈들한텐 기대도 안했다! 리커버리!"

"에라이 성바퀴 새끼야!"

달려드는 도중에도 타들어가거나 금이간 장비의 외관을 제외하고는 몸에 난 생채기와 그으름 등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유천은 별다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단지 이래서 성기사를 보고 유저들이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구나 싶었던 유천은 곧 거리를 벌리고서 라이헤르와 발록을 보며 외쳤다.

"난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우선 티나 데리고 가라. 가능하면 저 놈들도, 저것들 다 당하면 또 그짓 해야되는거잖아."

"내가 다시는 너한테 부탁 같은거 하나 봐라. 아주 상전이야 상전."

유천의 말에 투덜거리면서도 내심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라이헤르는 옆에 있던 티나를 제 옆구리에 끼고는 빛무리와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곧이어 발록이 영악한 년이라 중얼거리며 손을 한번 까딱이자, 싸우고 있던 유저들, 그 중에서도 부상이 크거나 체력이 없는 유저들이 먼저 사라졌고, 곧이어 싸우던 유저들 또한 그 자리에서 밝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어디 네 맘대로 해봐. 방해물은 다 치웠으니까."

마지막 한 마디와 함께 발록이 사라지고, 자신들과 싸우던 유저들이 사라지자 당황하던 신성제국 측 유저들은 곧 펠프스와 대치중인 유천을 보고선 달려들기 시작했다. 펠프스는 아군이니 넘어간다 치더라도, 유천은 다르다. 직업 특유의 어마어마한 악명과 현상금, 거기에 레벨까지 높으니 운이 좋아 죽이기라도 한다면 그 보상은 상상을 초월하리라. 무엇보다 펠프스가 약속한 조건 또한 훌륭하기 그지 없었으니까.

"무슨 생각이냐? 기껏 모은 고기 방패를 다 치우다니, 너나 내가 자주 쓰는 방식은 아니잖아?"

"누가 지금 누굴 바퀴벌레랑 동급 취급이야, 기분 나쁘게. 콜 가디언"

투덜거리던 유천이 한 행동은 펠프스의 얼굴에서 핏기를 가시게 하는데 단 한 치의 부족함도 없었다. 공간을 찢으며 나타난 피를 연상시키는 진홍색의 거대한 동체는 다른 이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고, 곧이어 고개를 드러내 황금빛의 눈동자는 뱀을 닮은 듯 차갑기 그지 없었다.

[왜 불렀나.]

"뭐긴 뭐야, 쓸어버리라는 거지."

-보스몬스터 [자이언트 인페르노 드레이크]가 등장합니다.

[자, 지금부터 몬스터 게임을 시작하지. 물론 너희의 의견 따위는 내 알바가 아니다. 이 게임의 규칙은 돌대가리인 너희도 알겠지만 정말 간단하다. 바로 내가 지금부터 너희에게 공격을 할거야. 위험하다 싶으면 그만을 외쳐.]

"저 새끼 저거 따라하는 거 보소."

유천은 제 말을 듣자마자 주위에 널린 유저들을 향해 게임을 제안하는 거대한 붉은색의 도마뱀 대가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 새끼, 의외로 기억력 하나는 괜찮구나.

============================ 작품 후기 ============================

끵.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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