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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409화 (409/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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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개자식들, 지들이 뭐라고 우릴 개무시해?"

노우와 함께 온 일행들은 회의실을 메우던 다른 유저들이 나가며 노우를 향해 흘린 비웃음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 곳에 있는 모두가 한명 한명이 노우의 지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내버려 둬. 거짓말도 아닌데."

반면 그 당사자인 노우는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며 작게 투덜거리며 로브를 뒤집어썼다. 그러면서도 발로는 땅을 툭툭 걷어차는 모양새가 말과는 달리 기분은 언짢아보였다.

"어쨌든 신 유천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남부 공국과는 거리가 먼 서부의 일리얀 백작령이야. 그 주변부터 조사를 시작하자. 다른 정보가 들어오면 그때 다른 장소로 가면 되니까."

"옹야."

노우의 말에 그 주변에서 궁시렁거리며 아까까지 자신들을 비웃던 이들에게 험담을 하던 유저 하나가 노우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그녀를 이끌며 대답했다. 곧이어 황성 내부의 포탈로 그들이 떠나고 뒤늦게 포탈에 도착한 펠프스가 중얼거렸다.

"얼마나 도움이 되려나."

중얼거리는 펠프스의 시선은 그 와중에도 제 빛나는 복장과 성의 외관에서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          *

"모일 생각이 없구만."

일리얀 백장령의 인근 산맥, 풀밭에 드러누워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이번만 해도 세번째였다. 꽤 크다 싶은 영지 셋을 골라 돌아다니며 펠프스에게 엿을 먹일 유저들을 모아보려 했던 유천은, 이미 매수가 되거나 자신과는 눈도 마주치기 싫다며 자리를 떠나는 유저들 뿐이었다.

"그런 것 보다는 그냥 니가 모으기 싫은 거 아니야?"

투덜거리는 유천을 한심스레 쳐다보던 발록이 나무 위에서 유천을 향해 과일을 던지며 대꾸했다. 그냥 가서 대놓고 펠프스에게 엿을 먹일 놈 있냐며 말하고는 호응이 없다면 그 길로 영지를 떠났으니 그렇게 보일 법도 했었다.

"맞아. 막상 모아야 하기는 한데, 귀찮다고. 평소에는 맨날 나한테 몰려오던 놈들을 내가 직접 찾으려니 여간 귀찮아야지."

"정말 얘 도와줄 생각은 있는거지?"

유천이 사과 한입을 베어물며 중얼거리자 진심이냐는 듯 라이헤르가 티나를 유천의 눈 앞에 내세웠다. 그러자마자 유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지금 제가 들은 것이 사실이냐는 듯 울먹이며 눈물을 보이는 티나를 보며 유천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젠장, 또냐 또? 이 전에도 그랬잖아!"

사실 귀차니즘이 극에 달한 유천이 하루도 채 안되는 시간에 도시 세 개를 돌아다니는 것을 즐길 리도 없었고, 가능할 리도 없었다. 오로지 이 세 명의 여자가 유천을 닦달하고 또 닦달한 뒤에서야 유천의 무거운 엉덩이가 겨우 땅에서 떨어졌다.

"그래, 간다 가! 이번엔 또 어딘데!"

"자유도시 프리온이에요. 그 곳이라면 아직 매수되지 않은 사람이 많이 남아있을……."

"기각."

"어, 어째서요!"

유천이 신경질을 부리며 몸을 일으키자 품에서 종이 한장을 꺼낸 티나가 종이를 읽으며 어느 한 지점을 보며 글을 읽었다. 그리고 그것을 듣자마자 유천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고는 티나의 의견을 묵살했다.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끊긴 자신의 의견을 반대하고 나선 유천에게 고함을 지르던 티나는 돌아온 유천의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

"여태까지 네가 말한 곳으로 이동해서 모인 놈들이 있었나?"

"……."

"난 그 원인이 이미 신성제국의 힘을 눈 앞에서 보고 경험한 탓이 크다고 봐. 정복 전쟁의 시작이랍시고 순식간에 털려버렸는데. 겁을 안먹으면 그놈이 이상한거지."

유천의 의외로 그럴싸한 말에 발록과 라이헤르가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유천을 다시볼 즈음, 티나는 얼굴을 창백히 질리게 만들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신분을 밝히고 유저들을 모으려 했더니 안 모이는 이유가 고작 그것이란 말인가. 허탈한 마음에 티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앞이 캄캄하네요."

"아니, 같은 뜻으로 따지면 나한테 단단히 당한 놈들도 많잖아?"

"아!"

신성제국이 대량의 키메라들과 병사들을 이용해 대륙 전체에 겁을 줬다면 유천은 그 전부터 혼자서 대륙 전체에 이름을 떨쳤던 일인군단 그 자체였다. 지금도 대륙 곳곳의 NPC들은 유천의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기에 바쁘단 것을 떠올린 티나의 얼굴에 환한 빛이 어렸다.

"자, 그럼 다시 꼬시러 가볼까."

제 로브를 툭툭 털어 흙먼지를 털어낸 유천은 다시 산맥을 내려가며 중얼거렸다. 분명히 병사만 모아오라고 했지 수단까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오든 강제적으로 끌려오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결과적으로 모은 것은 맞지 않은가.

"음?"

"신 유천?"

그리고 산을 내려가던 유천은 자신을 알아보는 유저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유저들을 보며 히죽 웃은 유천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찾았다."

*          *          *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노우는 갑작스레 흘러가는 상황에 골머리를 썩기 시작했다. 유천의 흔적을 찾고자 일리얀 백작령의 산맥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애초에 목적이 유천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라고는 하나, 흔적을 찾고자 왔던 곳에서 유천을 발견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따라 올래 여기서 뒤질래?"

분명히 적으로 만나야 하는 조합이었다. 신성제국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 사람을 모으는 유천과, 그런 유천을 제거하기 위해 조직된 노우의 무리. 서로 죽이기 위해 칼을 들고 설쳐도 모자를 판에 되려 자신을 따라올 생각이 없자, 유천은 중얼거리며 불덩이를 꺼내들었다.

"침묵은 부정으로 듣겠어."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끄트머리에 있던 유저 하나의 몸에 불덩이가 옮겨붙었다. 순식간에 유저의 체력이 깎여나가는 가운데, 손짓 한번에 불덩이를 털어낸 유천이 다시 물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볼게. 따라 올거야 여기서 뒤질 거야? 보아하니 펠프스 그놈이 보낸 모양인데, 여기서 안죽이면 계속 따라올거지? 쫓아올 생각도 안 들게 만들어줘야 되나?"

은근 슬쩍 언데드까지 몇 불러 분위기를 잡으며 유천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작은 목소리를 듣지 못한 이는 적어도 이 자리엔 없었다. 다른 유저 한명의 체력이 또 한번 순식간에 레드존까지 떨어지고, 언데드가 조금씩 다가왔다. 비웃음을 당하기는 해도 그들 또한 높은 명성답게 레벨 또한 상당히 높다. 다른 말로 죽으면 잃을 것이 많다는 소리다.

"따라 갈게!"

시작은 한명이었다. 체력은 레드존으로 떨어졌는데, 손톱까지 날카롭게 세운 구울이 다가오자 기겁을 하며 외치는 것이 처음이었고, 그 뒤로는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유저들의 중앙에 서 있었던 노우도 곧 유천에게 손을 들어 항복을 선언했다.

"따라가면 되잖아요! 그만둬요!"

노우를 마지막으로 모든 유저가 자신을 따라온다는 말을 듣고서 유천은 히죽 웃으며 언데드와 불덩이를 거뒀다. 그렇게 모든 언데드와 불덩이를 치운 유천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입을 열었다.

"허튼 생각은 하지 말고, 이렇게 된 거 자기 소개나 하자고. 난 굳이 말 안해도 알테니까 너희 부터 해. 펠프스가 나 잡는데 어중이 떠중이나 보낼 놈 아닌 건 나도 아니까 구라 쳤다간 사단 날거야."

유천의 으름장과 함께 시작된 그들의 자기소개는 생각보다 꽤 걸렸다.정보 길드 소속에서 마스터까지, 거기에 암살자까지. 말 그대로 암흑가의 세력이 그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래서, 다음은 어디가 좋겠냐?"

"에?"

그리고 난데없이 튀어나온 유천의 질문에 노우는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유천에게 질문을 되풀이 하게끔 만들었다.

"다음으로 끌어들일 놈들은 어디가 좋겠냐고 묻잖아."

"그, 그걸 왜 우리가……?"

"아무래도 너희 편 등치러 가는 거니까, 누가 까다로운 지는 너희가 제일 잘 알겠지? 안내해."

막무가내로 일단 안내하고 보라는 유천의 말에 노우가 머뭇거리는 사이, 한 사내가 유천에게 다가가며 노우의 등을 툭 치곤 말했다.

"어차피 거기서 개무시 당할 바엔 난 차라리 저 놈 편에 붙어서 그 새끼들이나 족치렵니다. 지금 이 주변에서도 신성제국에 반대하는 저항군 비스무리한 게 있는 모양인데, 그 놈들이나 끌어들이는 건 어떨까."

"안내해."

그리고 유천은 사내의 말에 사내의 등을 툭 치며 그를 앞장서게 하곤 말했다. 히죽거리며 실실 웃고 있는 유천은 의외로 일이 쉽게 끝날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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