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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그러니까 같이 엿먹이고 싶으면 병사나 모아 오라고? 내가 손 하나만 까딱하면 그 주변에 있는 병사랑 시체 모두가 내 병사가 될텐데?"
"그 얘기가 아니라고 몇번을 말하지 않았나. 병사를 모아와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려면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세. 이 아칸 대륙에서 신성제국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남부의 우리 펠리온 왕국의 벨리튼 공국과 동부의 엘던 왕국 뿐일세. 그마저도 우리는 자네와 이방인들 덕에 겨우 막아냈지. 그마저도 이곳 외성과 내성은 함락당해 병사와 기사 대부분이 죽었다네."
그 많던 지하조직들도 다 신성제국 쪽으로 돌아섰다더군.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벨리튼 공작이 차를 한번 더 홀짝이자, 유천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그딴 이유로 지금 펠프스 그놈을 족치지 못하겠다? 이거야?
"그래서 이렇게 부탁하는 걸세. 물론 자네 하나만 해도 우리에게 있어선 커다란 도움이 되겠지만, 그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테니 말이지. 자네들 이방인들 중에서도 펠프스 그 자를 탐탁치않게 여기고 있다 들었네.
"당연하지, 그 놈이 똥을 한두군데 흘리고 다닌 것도 아닌데. 그래서 요지는 병사가 부족하니 모아오라. 그말이지?"
"뭐 대충 말하자면 그런걸세."
어떻게든 안되겠냐며 물어오며 유천을 살살 꼬시려 드는 벨리튼과 이미 펠프스에게 엿을 먹이겠다는 일념 하나에 뭐든 할 준비가 된 유천의 목적은 어차피 같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고 어차피 그 말이 그 말이니 벨리튼은 그 말에 동의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돌아갈 때는 힐튼과 마주치지 않게 조심하게. 자네와 한판 싸우고 난 뒤로는 자네 이름만 나와도 이를 갈고 있으니."
"헹, 덤빌테면 덤비라지. 그 때처럼 빠져나가면 그만이니까. 텔레포트."
흠, 지금 쯤이면 힐튼이 차 마시러 올 시간이군. 중얼거리는 벨리튼의 말에 유천은 코웃음을 치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곧 이어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힐튼을 보며 벽장에서 술 한 병을 꺼낸 벨리튼은 힐튼에게 잔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한잔 하겠는가?"
* * *
"그러니까! 어차피 벨리튼 공국 그 놈들은 이제 툭 건드려도 죽는단 말이지. 왜냐면 거기 있는 병사와 기사들은 우리가 나오면서 모조리 다 쓱싹! 해버리고 왔다는 말이지!"
"시끄러워, 너 같이 뇌까지 근육인 놈이 쿵쾅거리면서 떠들어대면 머리만 울린다고. 썩어도 준치라고 괜히 대륙 유일의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야. 어중간한 놈들로 보냈다간 되려 털려.
"거기다, 그 쪽에 신 유천 그 놈이 붙었어."
여러 사내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며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알리며 다투고 있을 즈음, 조용히 앉아있던 여인 한명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방에 모인 이들이 다들 이 게임 속에서 이름을 하루에도 몇 번씩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이들이 대다수인 반면, 그녀는 제 얼굴조차 검은 로브를 뒤집어 써 가리고 있었다. 무장 또한 다른 이들이 보란듯이 번쩍거리는 무기와 갑옷 로브와 지팡이를 들고 있다면, 초라하기 그지 없는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이도 다 빠져버린 작은 단검 하나였다.
"응?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우리가 그걸 또 어떻게 믿고?"
"그래, 펠프스 그 놈이 신 유천 그놈한테 거기서 털린 건 맞지만 그놈은 곧 힐튼 그 노친네랑 한 판 붙고는 거기서 떴다고."
여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까 전까지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사내 둘이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가장 먼저 신성 제국에 붙었고, 또 가장 강한 무리의 대장이었다. 자연스레 지금 여기서 모인 이들의 대표나 다름 없는 그들에 비해 그녀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은 조직에 또한 가장 늦게 이곳에 합류한 이들의 대표였다. 발언권과 그 신빙성부터가 그들과는 남달랐다.
"흥, 믿기 힘들면 믿지 말던가."
토라진 듯 대놓고 기분이 나쁘다는 기색을 드러낸 그녀가 콧김을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때마침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그녀의 로브 후드를 뒤집었다. 그와 동시에 집중된 이들의 눈빛에 자연스레 시스템은 그녀의 이름을 머리 위로 출력했다.
[정보상인]노우
<주시자의 눈>
그 이름을 본 이들은 제 눈을 의심했다. 로브 밖으로 드러난 예쁘장한 미모도,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남자라 생각했을 지도 모를 빈약한 몸매 라인도, 허접한 무장을 향하지도 않은 그들의 시선은 그녀의 닉네임과 길드 이름에 붙어있었다. 이 게임에서 거의 유일하게 직업의 이름과 칭호의 이름이 같은 직업. 정보 상인, 그것도 게임 내에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넓게 퍼진 정보 길드의 이름 모를 길드장이었다. 누군가는 그녀를 나이 어린 꼬마라했고, 누군가는 늙을대로 늙은 노인네로, 누군가는 남자 여럿 잡아먹은 요부라 표현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성별과 이름 뿐. 그녀를 모르는 이는 적어도 이 자리에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곧 웃음이 터져나왔다
"뭐야, 그렇게 유명한 정보상인 노우가, 겨우 이런 여자 같지도 않은 년이였어?"
"뭐, 그러니까 지 부하한테 뒤통수나 쳐맞고 이 자리에서 이러고 있겠지. 전(前) 대륙 최고의 정보 상인양. 성격이 그렇게 독하지 못하다면서요?"
비웃음 가득한 그들의 어조에는 저마다 한 마디씩 조롱이 담겨있었다. 남자에게 홀랑 빠져 제 직업까지 까발려지고, 그 스킬 또한 까발려졌다. 부하와 사랑에 빠져 그 부하를 길드 내 2인자의 자리에 앉히고 자신과 같은 직업으로 전직까지 시켜줬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칼침 뿐이었다. 그게 그녀의 정보 길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그녀의 치부였다. 길드 마스터란 자리도 허울 뿐인 자리일뿐, 지금 그녀에게 있어 그녀를 따르는 인물이란 몇 되지도 않았다. 자신의 뒤통수를 때린 그 인간이 제 치부를 세상에 까발리고는 길드원 대부분을 이끌고 길드를 나갔으니까.
"성하께서 오십니다. 예를 갖춰주시지요."
울상을 짓던 노우가 도를 넘어선 그들의 비웃음에 뭐라 항변이라도 하려 입을 연 그 때, 시종장이 회의실의 문을 열고서 나타나 말했다. 그와 동시에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던 펠프스에 대한 말을 속으로 곱씹으면서.
"쓰레기들, 너희 모두는 너희가 그렇게 너희가 비웃으며 까던 년 하나가 뱉은 한마디 보다 가치 없는 녀석들이다."
그리고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펠프스가 뱉은 말은 여지껏 노우를 비웃던 이들에 대한 호통이었다. 그 호통 소리에 여지껏 노우를 비웃던 이들이 이를 갈며 펠프스를 쳐다보거나 노우를 향해 눈을 부라렸고, 노우는 울상을 짓던 고개를 들어 펠프스를 바라봤다. 곧이어 펠프스는 노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기서 가장 쓸모 있는 정보를 알려준 네년에게 나 교황 펠프스가 축복을 내려주겠다. 더불어 너는 제국 내의 모든 던전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할 것이고 세금 또한 면제해주지. 네가 원한다면 제국 내 네가 원하는 곳에 플레이어 하우스까지 장만해주마."
-[교황의 축복]을 받으셨습니다. 영구적으로 신앙심 스탯이 200 상승합니다. 가이아 여신의 신전에 방문할 시 모든 사제의 환영과 축복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의지와 힘, 지혜와 지능, 민첩 스탯이 150 상승합니다.
고작 한마디를 한 것 치고는 파격적인 혜택. 축복과 스 혜택을 받은 노우마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여러 유저가 고함을 지르며 펠프스에게 항의했다.
"고작 저딴 한마디 했다고 그런 혜택을주냐? 교황이라는 놈이 여자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만!"
"소문이 사실이였어. 뭐 밤에 찾아가서 저 년이 허리라도 열심히 돌려주던? 별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런 혜택을 주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혜택 주면서 여자한테 수작걸지 마라!"
"노우 너도 조심해라, 저 놈도 언제 네 뒤통수를 칠 지 모르니까!"
대부분의 항의는 터무니 없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혜택을 내린 펠프스와 노우를 엮는 소리였다.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도 여럿 섞여있었기에 얼굴을 붉힌 노우가 고개를 숙인 것도 잠시, 주위는 얼마 안가 잠잠해졌다. 항의를 하던 유저 모두가 싸늘한 시체로 변한 것이 그 이유였다.
"이견은 받지 않는다. 너희 쓰레기는 너희 중에 좀 더 나은 쓰레기가 있다는 걸 너희들 스스로가 증명해야될 거다. 그리고 그 증명을 할때마다 최소한 이정도 혜택을 준다는 걸 이 자리에 걸고 맹세해주지. 그리고 너, 넌 지금 당장 필요한 만큼의 병력을 가지고 신 유천을 쳐라. 성공한다면 점령 지역의 영주 자리까지 주지."
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을 나서자, 남은 유저는 시체로 변한 유저들을 바라보다 곧 욕설을 지껄이곤 회의실을 나섰다. 남은 것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마지막에 겨우 이 회의실에 들어온 떨거지 중의 떨거지. 그날 밤. 그녀는 그 남은 이들을 이끌고 성을 나섰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미안여. 마영전 하다왔긔, 긴급서버 점검 엿머겅.
[신성제국 성내 회의실]
교황이 승인한 유저 외의 모든 유저 스킬 사용불가.
뭐 대충 이런 설정입니다. 한방에 죽은것도 뭐 비슷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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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트린// ㅋㅋ 기억에 남는것도 고자 하나
심심판타지//둘다 안함 ㅅㄱ 마영전이 체고시다
이터널이클립스//만물 펠프스 잘못설
TetsuRyu//펠프스...무서운 아이...!
researchers//코멘트 감사합니다!
은or//제 눈에 비친 대한민국 기자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제가 보는 인식은 뭐 저래여.
코멘 수 적은것도 선삭도 추천 없는것도 이제 다 필요없음 진짜 완결까지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