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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405화 (405/440)

0405 / 0440 ----------------------------------------------

John Doe

"뭔가 이상한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 도착한 유천이 중얼거렸다. 병원의 근처로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음이 그 이유였다. 보통 병원에는 치료를 받기 위한 사람만이 오지는 않는다. 의료진의 가족 및 환자들의 가족 또한 자주 찾아오고, 그 주변에는 그런 이들이 쉴 수 있는 휴식 시설 또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책하는 환자는 커녕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모습에 원인 모를 불안감에 유천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이건 또 뭐야?"

다행히 병원 내부에는 꽤 많은 사람이 있었다. 아니, 다행이라 하기도 뭐했다. 당당히 로비의 문을 열고 들어온 유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로비에 엎드린 채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누구냐!"

그리고 그 주위를 돌아다니며 얼굴에 복면을 쓰고 있던 이들 중 가장 앞에 있던 이가 들고 있던 권총을 유천에게 겨누며 외쳤다. 얼떨결에 자신을 지정했다는 것을 되묻듯 유천은 자신을 향해 손가락을 향하게 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

"너 말고 누가 있어!"

태연하게 들어온 유천이 자신들을 억압하고 있는 이들과 한 패일 것이라 짐작하던 이들은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는 유천을 보며 벙찐 표정을 지어보였다. 상대가 총을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저 놈의 간은 분명 배 밖으로 튀어나왔을 거라 생각하면서.

"지나가던 사람."

"저 놈을 끌고 와!"

제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서 발걸음을 옮기는 유천을 보며, 사내는 무척이나 열이 받은 표정을 짓고서 크게 한 명을 지목하고서 외쳤다. 사내의 외침에 지목된 사내가 유천을 향해 달려들어 들고 있던 권총을 머리에 가뜩이나 붙여 겨누며 말했다. 그에 유천은 웃으며 양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명백한 항복의 표시.

"다치기 싫으면 가만히 있는게 좋을 거야."

"어이, 혹시 그거 알아?"

평범한 사람이라면 병원의 로비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과 그 주위를 멤도는 이들이 지닌 총만 보고도 겁에 질릴 것이 당연하다. 더욱이 제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다면, 그 공포는 더욱 커지리라. 하지만 유천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신체능력도, 그 생각도. 태연하게 사내에게 말을 건 유천은 이어서 말했다.

"실제로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눌땐 말이야. 이렇게 붙여서 겨누는 게 아니야."

간단하게 생각하면 목표를 굳이 조준할 필요도 없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말이야…. 거기까지 말한 유천은 피식 웃으며 들고 있던 오른팔을 그대로 틀이 사내의 팔을 힘껏 쳐냈다. 사내는 꼴사납게 넘어지며 비명을 질러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천이 있는 힘껏 쳐냈는데 그걸 버티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총구를 이렇게 '살짝' 쳐내도 완전히 다른 곳으로 겨누게 할 수 있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유천은 넘어진 사내의 팔을 지긋이 밟으며 사내의 손에서 권총을 뺏었다. 그리곤 옷 뒷덜미를 집어선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이후 유천은 사내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며 리더로 보이는 사내를 보며 말했다.

"어때, 이번엔 상황이 조금 변한 것 같지?"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 유천의 한마디에 머리 끝까지 열받은 그는 제 총을 유천을 향해 들이밀며 크게 외쳤다. 저 놈을 죽여! 하고 말이다. 우습게도 남아있던 네명은 그의 말에 따를 수 없었다. 유천이 제 품에 있던 사내를 슬쩍 발로 밀어 제 방패마냥 앞에 내새운 탓이었다.

"쏠테면 쏴."

이 녀석의 목숨은 책임질 수 없지만. 미친 놈 마냥 킬킬 웃으며 중얼거리는 유천을 보며 복면의 사내들이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 유천은 근처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도망쳐요. 지금 당장."

그 한 마디와 함께 복면의 사내들을 노리고 있던 유천의 권총이 괴성과 함께 총알을 토해냈다. 순식간에 병원 건물은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가득했다. 막상 쏘아진 것은 한발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병원의 크기로 보건대 이들은 분명 로비에 있는 이들과 각 층의 간호사들과 의사들만 잡은 것이 분명했다. 병동이 따로 나뉘어 다른 건물에 있는 응급실과 다른 병동들은 어떻게 된 지 몰랐으나 이것만은 확실했다. 조만간 경찰이건 뭐건 출동할 것이라는 것을.

"막아!"

차마 손에 든 총을 쓸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도망치는 인질들을 보며 사내들이 외쳤지만, 이미 인질들은 다 빠져나간 뒤다. 유천이 잡은 사내를 제외하고도 네명이나 있던 사내들 중에 제 발로 서 있는 것은 세 명이다. 유천의 총이 토해낸 총알이 어깨에 박히는 것으로 가볍게 리타이어. 남은 세명을 보며 유천은 입을 열었다.

"다른 놈들은 어디있지?"

아직 저 멍청한 놈들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지만, 자신은 달랐다. 잊을 수 없을만큼 무거운 권총의 무게와 반탄력. 이런 권총을 들고다닐 법한 놈들은 유천이 아는 내에서도 몇 없었다.

"누굴 말하는 거지? 그리고 난 너에게 누구냐고 물었어!"

누가 봐도 긴장했다는 듯 말까지 떨어가며 뱉은 사내의 팔은 권총을 쥔 채로 앞을 향해 겨눠져 있었지만, 후들후들 떨리고 있어 위협감을 주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유천은 웃으며 말을 남기곤 제 방패를 앞세우곤 뒷걸음질쳐 계단으로 향했다.

"너희가 죽이려고 쫓아온 사람."

유천의 말을 듣고서 벙찐 표정을 지은 이들은 곧 유천이 계단에 진입할 때 쯤에서야 유천을 쫓았지만 유천은 잡고있던 뒷덜미를 놓고 힘껏 사내의 등을 발로 밀어 차며 올라오는 사내들을 도미노마냥 무너뜨리며 유유히 계단 위로 사라졌다.

"신 유천! 저 놈을 쫓아!"

뒤이어 복면을 쓰고 있던 이들 중 하나가 여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의 높은 음성으로 고함을 지르자 한심하게도, 멍하니 자빠져 엉덩이나 문지르고 있던 사내들이 후다닥 유천을 뒤쫓아 뛰기 시작했다.

"거기 서라 신유천!"

이미 보이지도 않는 유천을 고함으로 부르짖으며 쫓는 그들을 불만스런 눈초리로 쏘아보던 마지막 복면의 여성은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중얼거렸다.

"머리 좀 바꾸니까 완전히 다른 놈이잖아."

투덜거리며 자신 또한 유천을 쫓아 2층의 복도로 뛰어가자 유천은 피식 웃으며 뒤에 있던 여자 화장실에서 걸어나왔다. 이미 멀리 뛰어간 그들이 느긋하게 걸어 나온 유천을 확인하긴 어려운 일이다. 유천은 다시금 뛰어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쉴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최상층의 VIP 병실에 누워있을 두 남녀를 생각하면 계단으로 뛰어가는 이 시간도 아까운게 유천의 심정이었다. 특히 아직까지 의식을 되찾지도 못했고, 찾았더라도 오른쪽 다리를 쓸 수 없는 소피아를 떠올리며 유천은 있는 힘껏 제 입술을 깨물었다.

*          *          *

"히히."

"언니, 뭐가 그렇게 좋길래 실실 웃어요? 뭐 좋은 일 있어요?"

아침 일찍부터 녹화를 나와 지금까지 이어진 촬영에 대부분의 스태프들과 출연진이 피곤에 쩔어 여기저기 엎어져 쉬는 와중에 채린이 실실 웃으며 제 앞에 놓인 초코 라떼를 빨때로 쪼옥 하고 빨아마시자, 옆에 앉아있던 소녀가 물었다. 같은 소속사에서 갓 데뷔한 신인이지만, 연습생 시절부터 채린을 졸졸 따라다닌 친동생 같은 녀석이었다.

"응, 무지 좋아. 오늘 저녁에 남자친구랑 데이트 하기로 했거든."

물론 그 직후 하나의 [살아온 인생 = 솔로로 산 기간]공식이 성립하는 소녀가 부럽다는 듯 채린을 바라보며 마찬가지로 카페 라떼를 홀짝였다. 물론 차마 채린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 눈은 커질대로 커진 소녀는 무의식적으로 컵을 있는 힘껏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렇게 좋아요 그 사람?"

"응."

"뭐가 그렇게 좋은데요?"

그런 소녀의 질문에 채린이 얼굴을 붉히며 차마 솔로인 소녀로서는 알지 못할 사실을 연신 읊어주며 유천을 예찬하는 채린을 보며 소녀는 나즈막하게 중얼거렸다. '콩깍지 하나 제대로 꼈구나.' 물론 그 말을 들은 채린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것은 여담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스럽고 잘생긴 내 남자 친구가, 날 사랑해준다는 거, 그게 제일 좋아."

첫사랑에 빠진 것마냥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몽롱한 표정으로 머리속에서 누군가를 그리고 있는 채린을 보며 소녀는 혀를 차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 철부지 언니를 잘 부탁한다고, 다만 울게 만들면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는 짤막한 다짐도 함께였다.

============================ 작품 후기 ============================

끵, 쓰다가 재부팅으로 4킬바 날려먹음 씌발.

오늘은 즐거운 수요일임.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마영전 죽신 갔는데 맙소사, 그게 헬팟이라니. 슈발 나 혼자 죽어라 구르고 40분 헬게임 후 미션 실패라는 문구와 함께 나으 멘탈은 산산히 쪼개졌지. 고로 리리플은 없다. 애초에 짧게나마 연중을 한 이유가 소재고갈에 병맛같은 전개 때문이었는데. 쉰다고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아서 다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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