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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oe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이미 다 식어버린 음식들을 앞에두고 유천이 제 아버지인 재욱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런 유천의 눈을 애써 마주치며 재욱이 고개를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힘 없이 돌아오는 대답에 유천은 완전히 입맛이 사라졌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렸다. 그래도 밥은 먹고 가라며 유천을 불러 새웠지만 유천은 미안하지만 오늘은 먹을 맛이 안난다며 그대로 식당을 나가버렸다. 막상 유천을 불러 세워 음식을 먹게 하려던 재욱도 식욕은 없는 듯 계산만 하고는 식당을 나가버렸다. 뒤이어 식탁을 정리하러 온 식당 주인이 음식은 한숟가락도 건들이지 않은 채 그대로 놓여져 있는 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음식은 먹을 것도 아니면서 왜 시키고 지랄이야, 지랄이. 아까운 거 다 버리게 생겼네."
뒤늦게 식당에서 나온 재욱이 유천을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이미 유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 한숨과 함께 자신을 태우러 차를 몰고 나타난 운전 기사를 보며 재욱이 중얼거렸다.
"자네도 아들이 있었지?"
"네. 올해 18살 먹은 아들이 한 놈 있습니다."
"자네 아들도 이런가?"
"예?"
"어째 가면 갈수록 내가 아들 놈한테 비위를 맞추는 것 같단 말이야."
재욱이 어깨에 힘을 쭉 뺀채로 중얼거린 말에 운전 기사 또한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재욱의 말에 동의했다. 어릴 때는 귀찮을 정도로 들러붙어 말을 걸던 놈이 이제는 자신이 말을 걸어도 대답도 잘 안해준다며 운전 기사가 불평을 하고 뒤이어 재욱이 동의를 하며 또다른 불평을 이어가는 등, 그들의 이야기 소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끊이질 않았다.
"오늘이 만우절인가……?"
휴대전화의 전원을 켜 날짜를 확인하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유천의 바램과는 달리 이미 4월은 지나고 5월의 중순이 다가온 마당에 오늘이 만우절일 리가 없었다. 유천이 보도 블럭 위에서도 멍한 눈빛으로 비틀거리며 휴대전화를 다시 주머니에 쑤셔넣는 동안, 유천은 아까 전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요 근래 노숙자 하나가 널 뒤따라 다니지 않았니?]
[혹시 아빠가 내 주변에 심어둔 사람이야?]
[아니.]
그리고 이어진 그 말을 유천은 듣지 않았어야 했다고 연신 중얼거렸다. 그냥 어릴적부터 자신의 기사에 관심을 가지던 노숙자, 그냥 그정도로만 알고 싶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아낸것만 봐도 이미 그 수준으 아니었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다.
[네 친아버지다.]
어릴적 제 친아버지가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 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만일 제 친아버지가 있다면 지금의 재욱이 아닌 제 친아버지와 함께 있어야 할테니 말이다. 얼굴조차 모르는 아버지의 직업을 남몰래 상상하며 웃던 날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한쪽으로 치우쳐졌다.
'내 친아버지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 궁금증도 거기서 끊겼다. 이미 그순간에서 유천에게 있어 친아버지란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있었고, 관심도 없었다. 살아 있건 죽었건 그냥 그저 그럴 뿐이었다.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 더 든 탓인지, 그 당시의 유천은 더 이상 제 부모를 찾지도 않았다. 단지 재욱을 너무도 따랐을 뿐이었다.
[사실 네 아버지와 난 절친한 사이였지. 그 놈이랑 내가 군대에 있을 때에는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애를 낳으면 서로 결혼시키자는 농담도 했었으니까.]
음식이 나왔음에도 굳어진 표정으로 젓가락조차 들지 않는 유천을 보며 우스갯소리를 건낸 재욱이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그렇게 절친한 사이니 자신을 맡겼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제 기억 어디에도 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여전히 불신 가득한 눈초리로 유천이 재욱을 응시하자, 재욱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네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이는 그닥 좋지 못했어. 잘 나가던 사업이 망하고 급격하게 사이가 나빠진 뒤로 이혼까지 하는 데 걸린 시간도 그닥 길지 못했지.]
[그래서?]
[네 아버지랑 이혼하고 나서는 생계 때문에 자주 만났지. 그날도 아마 나랑 약속이 잡혀 있었을 거다. 너무 늦길래 전화를 걸었더니…….]
그 뒤는 이미 말 안해도 알고 있었다. 아직도 잠을 설치는 날은 그 때의 악몽을 꾸는 날이 대다수였으니까. 그래도 믿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라는 인간이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자신을 찾을 생각을 안했다는 생각에 어쩌면 더 그랬을지도 몰랐다. 조용히 이를 갈며 유천이 말했다.
[그랬던 인간이 이제 와서 내 주변을 왜 멤도는 거고, 그걸 아빠가 어떻게 아는건데?]
[그 녀석이랑 얼마전에 마주쳤으니까.]
그 뒤로는 더 이상 떠올릴 필요도 없는 대화였다. 믿지 않고 부정하려는 유천과 그것이 사실이라 말하는 재욱의 말다툼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사실이 아니라 믿고 싶었지만 재욱이 거짓말을 말한 것 같지는 않았고, 사실이라 믿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친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입양을 갔어야 했는지.
"차라리 돌아오지 말 걸 그랬나."
어째 소피아 패거리에게 끌려갔을 때보다 돌아와서 골치아픈 일만 더 생긴 것 같아 유천은 머리가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채린과의 일은 둘째치고 지난 15년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친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아직까지 숨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지 모를 지원 패거리까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아 표정을 찌푸린 유천은 현관문 앞에서 멈춰서곤 중얼거렸다.
"어떻게 하지."
아침에 잠깐 마주쳤지만 여전히 삐진 듯한 그 까칠한 표정이 떠올라 문 앞에서 망설이던 유천은 곧 결심을 한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쳐다보는 유정과 채린을 발견하자마자 다시 닫아버렸다.
"……내가 문을 왜 닫았지?"
순간적으로 당황해 문을 닫아버렸지만, 문을 닫아버린 자신조차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는 가운데 문이 열렸다. 그리고, 제 팔을 잡아 끄는 유정의 손에 이끌려 집 안으로 끌려 들어간 유천은 집 안이 살짝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현관을 다시 돌아봤다. 신발이 세 켤레는 더 보였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유천은 주위를 기웃거렸다.
"뭐 이상한 거 있어?"
유천의 옆에 다가와 유천에게 뭔가 문제가 있냐는 듯 물어오는 채린을 향해 유천은 머뭇거리다 고개를 저었다. 왠지는 몰라도 채린의 화가 풀린 것 같으니, 그걸로 된 것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천의 실수였다. 곧 제 방문을 열고 나오는 현성과 강혁, 현수의 품안에 있는 상자 속 가득 찬 술병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
얼핏 든 불안감에 고개를 돌린 유천의 눈에는 똑똑히 들어왔다. 자신이 술병을 감춰둔 상자며 반찬통이며 칸막이까지. 죄다 식탁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며 유천의 불안감은 한층 더 커졌다.
"내, 내 술……."
"학생이 무슨 술이야 임마!"
"어릴 때부터 나쁜 버릇이 들어서 말이야."
"저러다 졸업 하고 나서 뭐가 되려고 저러는 걸까?"
유천이 손을 떨며 그제서야 진상을 파악하고 세명이 들고 있는 술들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곧 채린이 내민 손에 막히고 말았다.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젓는 채린의 표정은 입 모양과는 달리 단호하기 그지 없었다.
"내 4년 노력의 산물이……!"
솔직히 말해 3년 반이 조금 넘었을 뿐이지만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마냥 처참히 구겨진 표정을 짓고서 유천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분가를 하자마자 한 병, 한 병을 어렵게 모아 꽁꽁 숨겨두었는데 그것을 들킨 것이었다. 습도와 온도를 관리할 자신이 없어 와인 류의 술은 잘 모아두지 않았지만 시가로만 따져도 수백만원을 넘나드는 술마저 있었던 것은 틀림 없었다. 물론 유천의 술을 거저 얻게된 세명은 몹시 신난 표정을 감추지도 않고서 유천을 놀리기 바빴다. 그리고 닫혀있던 유정의 입이 열렸다.
"그러게 잘 좀 하지."
"……?!"
내가 뭘 잘못했는데! 당장이라도 그렇게 외치고 싶은 맘은 굴뚝같았지만 안타깝게도 유천의 머리속으로 어제의 한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유천은 조용히 고개를 떨구는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졸업할 때까지 남아있다면 돌려줄게. 낄낄."
그리곤 유정의 지휘 하에 하나 둘 집 밖으로 나가는 현수와 현성이 유천을 보며 실실 웃고, 강혁이 유천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순간 울컥한 유천이 주먹을 들었지만, 그마저도 채린의 손에 막혀 좌절되고 말았다. 그 뒤, 세 명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고 술을 뺏기고서 이를 갈며 새로 술을 사서 숨겨둘 계획을 짜던 유천에게 청천벽력같은 말이 이어졌다.
"앞으로 술은 나랑만 마셔. 나 몰래 사서 숨겨둘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무, 무슨……그런 억지가 있어!"
"여기있지. 어디에 있겠어 오빠."
평소에도 술을 잘 먹지 않았고, 함께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유천에게 토를 한 뒤로는 술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유천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으려는 듯 울분에 가득 찬 외침을 내질렀지만 유천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얄밉게 약을 올리는 유정을 향해 유천이 눈을 부라렸지만 유정에게는 전혀 별다른 효과를 미치진 못했다.
"맞다. 오빠 오늘 무슨 일이 생겨서 내일 학교 못 갈것 같다고 미리 말해뒀으니까. 마음 편하게 먹어."
유천의 격렬한 눈빛을 맞으며 현관을 나서던 유정이 깜빡했다는 듯 고개만 들이밀고서 말했다. 그 순간 유천은 아까 전 현관에서 느꼈던 불안감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감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난데 없이 오한까지 드는 가운데 유정이 집을 나선 듯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채린이 유천의 귓가에 바람을 불며 입을 열었다.
"술은 딱 오늘까지만 먹는거야."
그러니까 졸업 전에는 술 생각은 하지도 마!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이는 채린을 향해 유천이 그것만은 안된다는 듯 간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채린은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대신, 오늘은 잠 못 잘줄 알아♥"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을 건네는 그 모습에 유천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한 착각을 받았따.
============================ 작품 후기 ============================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ps. 유천이에게 있어 중요도 채린>>>>>>>>넘사벽>>>>>>>>>>>>>>술>아버지 인듯. 이 폐륜아 새끼.
근데 어제 내가 왜 컴이 재부팅 됐냐고 물어봤는데 얘가 하는 말이
[컴: 니 코멘에 음란마귀가 너무 많아 소곤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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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핀//사실 요새 리치는 본편보다 후기가 더 재밌음
제이스 올드윈//복구 노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덱스트린//작가 낄낄잼
BlackRaccoon//그리고 안 쓰는 방법도 있죠 낄
researchers//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새는 외전 쓸맛도 안나긔
적현월//헐, 남자가 음란마귀인 게 뭐가 잘못된거죠? 부들부들
심심판타지//미안 난 공급책이 있어서
arcadia1019//네, 농담이 아닌 거 잘 알겠슴다ㅋㅋㅋㅋㅋㅋㅋ
불행마스터리//넹 머르시져? 모르시는 게 아니라 다행 ㅋㅋㅋ
인간님//감사합니다 ㅋㅋ
은or//여기 리치에서 보기 힘든 정상인을 보았다!
가이오가//감사합니다 ㅋㅋ
TetsuRyu//좋다. 나는 잠수함이다. 외전을 삭제했는데 원본이 있을까봐요 ㅋ 전 그런 거 안키워요 ㄲ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