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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oe
"내가 살다살다 별꼴을 다 구경하네. 너 어디가서 무슨짓을 하고 다니면 저 놈이 집 앞까지 와서 칼을 들고 설치냐?"
뺨에 단검을 스쳤는지 피가 살짝 베어나오는 유천을 보며 혀를 끌끌차던 옆집 아저씨는 유천을 향해 밴드 하나를 던져주곤 제대로 살라며 등을 툭툭 치고는 제 집에 들어갔다. 뒤이어 유천이 중얼거렸다.
"나도 내가 뭘 했다고 저런 놈이 내 앞에서 칼춤 추는지 그게 궁금하다니까."
한참을 바닥에 주저앉아 욕을 중얼거리던 유천은 곧 한숨을 내쉬곤 제 집 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현관 근처에 앉아서 문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채린과 말이다. 그리곤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리곤 방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뭐가 뭔지는 몰라도 삐진 것이 확실하다는 결론에 유천은 방문을 두드리며 모른척 입을 열었다.
"왜 그래? 무슨 기분 나쁜 일 있어?"
"몰라!"
간이나 보려고 말을 걸었다가 되려 앙칼진 고함소리에 기가 죽은 유천이 조용히 거실 소파위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느 대목에서 저렇게 화가 난 것인지. 분명 자신이 신문을 가지러 나가기 전까지는 저렇게 화가 나지 않았었다.
"……!"
그리고 그제서야 유천이 깨달은 것은 자신이 다시 나가기 전 채린이 자신을 불렀던 것이 떠오르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샤워를 하고 나와 약간은 달아오른 피부를 겨우 가린 바스타월 한장을 겨우 잡고서 붉게 상기된 뺨까지 떠올린 유천은 조용히 자신의 얼굴로 손을 가져갔다.
"내가 미쳤구나, 미쳤어."
그 노숙자도 놓치고 웬 미친놈이 자신에게 칼을 들고 덤빌 줄 알았더라면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채린이 저런 반응을 보일 줄만 알았어도 나가는 일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일은 이미 일어났고 그 덕에 채린은 저렇게 삐져버려서는 이젠 자신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는다. 꼬일대로 꼬인 상황에 유천이 손으로 제 머리를 헝클이며 신경질을 부리는 동안 유천은 제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진동을 느끼고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내일 시간 좀 되냐? - 아빠]
"뭐야, 아빠였어?"
묘하게 실망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쉬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자존심이 상한 채린은 방에서 나올 기미조차 없었고 여전히 제 머릿속에는 자신에게 칼을 휘두르던 미친놈 하나와 제 기사만 가득 담긴 신문을 들고 있던 노숙자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그래도 온 문자에 답장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유천은 재욱을 향해 답장을 보냈다.
[시간이야 남아돌지.]
[그럼 내일 좀 보자. - 아빠]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지도 얘기를 안 해주네, 이 양반이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안그래도 복잡한 머리를 더 괴롭히는구만. 유천이 투덜거리며 짧게 중얼거리고는 소파에 드러누운 채 눈을 감았다.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자신이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한들 뭐가 바뀌겠냐며 투덜거리고서 유천은 눈을 감았다. 그런다고 고민이 줄지는 않았지만 오지않는 잠을 청하기 위해 유천은 그날 온갖 애를 써야만 했다. 잠이 오려고만 하면 어딘가에서 새어 들어온 찬바람에 잠이 깨어야만 했었다.
"으어어……."
아침 해가 밝고, 마치 좀비가 있다면 저 놈이 그 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빠지는 몰골을 한 유천이 골골거리며 냉장고로 가서는 먹을 것을 찾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잠이 오다 깨기를 수십번, 그때마다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해야 했었던 유천은 겨우 해가 뜨기 삼십분 쯤 전에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제 단잠을 방해하는 알람 소리에 유천은 좀비마냥 신음을 내며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너 왜 그래?"
그리고 방문을 열고서 나온 채린이 유천의 눈 밑에 자리잡은 다크서클을 보며 깜짝 놀라 말을 걸때까지 유천은 제 정신조차 차릴 수 없었다. 그래도 곧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유정이 학교에 가야된다며 유천의 손을 잡아 끌자 유천은 말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유정에게 끌려갔다. 그 와중에 채린이 가장 놀란 것은 정신도 채 제대로 차린 것 같지 않은 유천이 교복을 제대로 챙겨입었다는 것이었다.
"정신 좀 차려 오빠. 제대로 걷지도 못해서 어쩌려는 거야."
"몰라, 피곤해서 눈도 안떠지는 걸 정신이라고 차려지겠냐."
찬물로 세수라도 하고 나왔으면 또 몰라. 그 와중에 속으로 투덜거리며 유천이 킬킬거리자, 유정은 유천의 등짝을 후리며 먼저 앞장서기 시작했고 유천은 정신이 확 든다며 유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그 와중에 그 보답이라며 유정의 등을 시원하게 후려준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형, 어제 왜 안오셨어요? 복학생 패기로 무단결석?"
"졸려 임마. 저리가."
'본지 얼마나 지났다고 형형 거리고 난리야 진짜. 시끄러워 죽겠네. 근데 여기 햇빛이 많이 들어오네. 자기 딱 좋은 자리야.'
자신에게 다가와 어제 어째서 빠졌냐며 물어오는 거머리 같은 후배놈을 밀쳐내고 나서야 유천은 비로소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자신의 책상을 따뜻하게 달구자 유천은 즉시 업드려서 그 따뜻함을 즐기며 잠을 자기 시작했다. 곧이어 담임이 들어와 조례를 하고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그 누구도 유급생에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유천을 건드리는 이는 없었다.
"잘 잤다."
"그게 학생이 할 소리냐 이 후레자식아."
중간에 잠깐 일어나 점심만 먹고 다시 자던 것도 잠시, 벌써 수업이 끝나 종례가 끝났다며 깨우는 후배 하나를 뒤로하고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던 유천의 뒤통수를 누군가 후려치며 말했다.
"아빠?"
익숙한 목소리에 등을 돌린 유천이 재욱의 얼굴을 보곤 지레 놀라서는 유천이 되묻자, 재욱이 유천의 뒤통수를 재차 내려치며 '그래. 니 애비다'라고 대답했다. 그런 재욱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며 유천이 입을 열었다.
"어째 오늘 보자고만 하고 어디서 보자고는 말을 안하더니, 아들이 공부하기 바쁜 학교를 찾아와? 왠 일이야?"
"이 미친놈이, 어디서 공갈을 치고 지랄이야? 방금 잘 잤다고 지껄여놓고 공부 타령이야?"
유천의 대담한 사기극에 유천의 뒤통수를 또 한번 후려치며 재욱이 으르렁거렸다. 부자간의 만담을 지켜보던 유천의 후배들이 웃음을 터트리고, 후배들 사이로 유정이 나타나자 두 부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빠, 자리를 옮기자."
"그러자 아들아."
둘의 약점을 무수히 알고 있음은 물론 애초에 상극이나 다름없는 유정이 나타나자 둘은 서둘러 몸을 일으키고는 교실을 벗어났다. 그 뒤를 쫓아 유정이 따라왔지만 유천과 재욱은 유정을 향해 먼저 집으로 들어가라는 한마디와 함께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올라탔다.
"일단 달려요 아저씨!"
"일단 달려!"
차에 타자마자 앞에 앉아 있던 기사를 향해 크게 외치고 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유천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뭔데?"
"일단 밥이나 먹으면서 얘기하자."
이윽고 예약한 식당이 있다며 그 방향으로 차를 모는 기사를 보며 유천은 골똘히 생각했다. 직접 찾아와서까지 해야할 이야기가 도대체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 유천은 그저 재욱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 * *
"실패했어?"
"다른 놈이 나타나서."
멍청한 놈. 지원이 중얼거렸다. 천고의 기회나 다름이 없었는데, 그 기회를 발로 뻥 차버렸다. 아무리 남의 눈을 피했어야 하더라도 그렇지. 차라리 자신이었다면 옆집이고 뭐고 모두 다 죽였을 것이라며 제 앞에서 눈도 못 마주치고 있는 갈색 머리의 사내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이제 제 아버지의 대략적인 위치도 찾았다.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신유천 그놈 주변을 기웃거리는 그 노숙자는 또 누구야?"
"몰라."
"감시는 똑바로 했냐?"
한국에 몰래 들어와서는 유천의 감시역은 전적으로 성열이었기에 지원이 성열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에 투덜거리며 성열의 뒤통수를 툭 쳤지만, 성열은 그저 알게 뭐냐며 투덜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대화를 보면서 한숨을 쉬는 크리스였다. 이 두놈은 도무지 진지해지는 일이 없다며 투덜거리고, 그런 셋을 지켜보며 스물에 가까운 인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리더격이라닌 연놈들이 저 모양이니 되는 일이 없는 거라며 투덜거렸다. 여러모로 보나 몹시 기운빠지는 조합이었다.
============================ 작품 후기 ============================
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 필기 시험 합격. 근데 일주일 넘게 안쓰니까 뭘 어떻게 써야될 지를 모르겠네여. 일단 이번 리리플은 스킵.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 음란마귀들아 너희가 원하는 외전 없어! 그거 삭제한 지 오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