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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oe
"으음-."
유천이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잠을 자는 채린을 지켜보던 유천은 곧 작은 신음을 흘리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채린을 보며 작은 실소를 머금고서 유천은 손가락으로 채린의 볼을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하지마아-"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서 팔을 허우적거리며 중얼거리는 채린을 보던 유천은 대뜸 얼굴을 붉히곤 제 방을 열고선 밖으로 튀어나갔다. 뒤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제 가슴께까지 내려온 이불을 끌어올리며 채린이 혀를 찼다.
"저렇게 바로 나갈 거면 왜 지금까지 보고 있었던 거야?"
어젯밤에는 더한 것도 봤으면서. 절대 이 말은 작게 투덜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볼 사람도 없는데 이불로 제 몸을 둘둘 말아 감은 채린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이불을 둘둘 감고서 방 구석구석에 던져진 옷을 찾아 입은 채린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일어났어?"
얼굴 다 붉힌 채로 밥을 가득 담은 밥그릇을 식탁에 올려두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던 유천이 채린을 보며 말했다. 나름 얼굴을 붉힌 걸 숨겨보겠다고 눈도 안 마주치려고 고개를 돌리고 있는데, 그런다고 한들 시뻘겋게 변한 귀까지 숨길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풋."
그리고 유천의 벌겋게 물든 귀를 본 채린이 흘린 작은 웃음소리를 들은 것인지 고개를 더욱 푹 숙인 유천이 밥이나 먹자며 식탁에 먼저 앉아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하고 나서야 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천과 마주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연신 식탁 아래로 유천의 다리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장난치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 * *
"겨우 다 먹었다……."
채린의 장난을 견디며 밥을 먹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했던 유천은 끝내 채린의 발이 제 허벅지 위로 올라왔을 때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겨우겨우 식사를 마친 유천은 후다닥 달려 제 방으로 뛰쳐 들어갔고, 그런 유천을 보며 채린이 입술을 혀로 훑으며 아쉬워 한 것을 유천은 볼 수 없었다.
"이불은 버려야 되나……."
겨우겨우 달아오른 얼굴을 식힌 유천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이불이었다. 이불보 한 가운데에 떡하니 자리잡은 검붉은 혈흔과 구석구석을 물들이고 있는 정흔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유천이었다. 저래서는 도무지 쓸레야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변한 제 이불을 보며 유천은 머릿속으로 오늘의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은 교복부터 사고, 침대 시트랑 이불 사러 가야겠다."
옷은 이미 갈아입고 난 뒤였으니, 지갑을 챙기고서 겉옷까지 챙겨입은 뒤에 유천은 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런 유천을 보고서 채린 또한 소파에 얹어둔 제 겉옷을 챙겨 입고서 쫄레쫄레 유천을 따라 집에서 나왔다.
"앗."
그리고 현관에서 나오곤 채 두 걸음도 가지 못해서 비틀거리며 아랫배에 손을 올리는 채린을 보며 유천은 채린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그제야 눈치 채고는 채린에게 말을 걸었다.
"다리 아파?"
"다 알면서 묻지마."
엘리베이터에 타고 난 뒤 벽에 기대어 선 채린을 보며 유천이 한 질문에 채린은 유천의 옆구리를 치며 짧게 대답했다. 그런 채린을 보며 한차례 웃은 유천은 키득거리며 채린을 제 등에 업고는 곧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내려달라고 채린이 유천의 어깨를 툭툭 쳤지만 그렇다고 내려줄만큼 유천은 순종적이지 않았다.
"너 뭐하냐."
그리고 아파트에서 채린을 업고 나오는 유천을 보며 웬일로 유천의 전화를 받고서 차를 몰고 나온 강혁이 짠 눈을 하고서 유천에게 말했다. 알 것 없다며 강혁을 운전석에 몰아넣은 유천은 곧 뒷좌석의 문을 열고서 채린을 먼저 좌석에 앉히곤 저 또한 그 옆에 앉았다.
"그래서, 네가 날 왜 부른건데?"
"어차피 너 오늘 할 일도 없지? 백수잖아."
"어쩐지, 너한테 가장 듣기 싫은 말을 들은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쁜데."
강혁이 뒷좌석에 앉아 서로 장난치기 바쁜 둘을 여전히 노려보며 유천에게 따지듯 묻자, 유천은 뭘 당연한 것을 묻냐며 강혁을 향해 곧장 대답했다. 그런 유천을 백미러를 통해 노려보던 강혁은 곧 유천에게 '너한테 내가 뭘 기대하겠냐'라고 작게 중얼거리곤 유천이 시키는 대로 운전을 시작했다.
시작은 교복점, 이제는 키가 거의 190에 달하는 유천의 몸에 맞는 교복 사이즈가 없어 주문 제작을 해야 한다는 교복사의 말을 듣고서 치수만 알려주고는 나온 것이 시작이었다. 뒤이어 가구점에 들러서는 침대 시트와 이불, 매트릭스를 알아보고는 제 주소를 알려주고서 계산을 마치고 난 뒤, 밖으로 나오자 이미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가장 기뻐한 것은 당연하게도 강혁이었다. 서둘러 자신은 통금 시간이 있으니 집에 가야된다며 대충 유천의 집 근처에 둘을 내리게 하곤 도망치듯 떠나는 강혁을 보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쟤 연기 엄청 못 한다."
"그러게."
강혁이 연신 급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도망친 보람도 없게, 둘은 이미 연기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유천의 말을 듣고서 대답을 한 채린이 네가 그런 말을 할 처지는 될까? 라며 물어봤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천을 보며 채린은 피식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저기, 잠깐만."
유천과 채린이 아파트 입구에 다다라서 경비실을 지나칠 때 쯤이었다. 웬 거지꼴을 한 추레한 복장의 사내가 유천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유천을 불렀다. 채린이 어디서 본 얼굴 갔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유천은 그 사내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고 있었다.
"저한테 무슨 볼 일이라도 있으세요?"
웬만해서는 공손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유천이 공손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한번 놀라고, 곧이어 자신들을 부른 사내가 어제 본 유천의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던 사내란 것을 깨닫고 난 뒤에서야 채린은 두번째로 놀랐다.
"네 엄마는 잘 지내고 있지?"
"네?"
"네 엄마는 잘 지내고 있느냐 물었다."
뒤이어 사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유천의 표정을 구겨지게 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처음 보는 사이에 갑자기 제 어머니의 안부를 묻다니, 유천은 사내의 초라한 복장과 계속해서 물어오는 같은 질문을 들으며 결론을 내렸다.
'정신 병원에서 도망친건가?'
"아저씨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 어머니는 잘 지내고 계셔요. 그럼 이만."
친모든, 양모든 지금에 이르러서는 둘 모두 잘 지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제 친모는 하늘에서 편안히 지내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양모는 요 근래 자시과의 오해를 풀고 상좋게 잘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나름대로 대답을 마친 유천은 채린의 손을 붙잡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사내가 거짓말이라 크게 외치며 유천을 뒤따라 들어오려 했지만, 경비실에서 튀어나온 경비에게 막혀 유천의 뒤를 쫓아올 수는 없었다.
"뭐야, 이상한 사람이잖아."
"어제, 아버님이랑 말다툼 하던 사람도 저 사람이었어."
엘리베이터에서 올라타고 나서야 유천이 투덜거리자, 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고는 유천에게 어제의 일을 다시 전했다. 그제서야 유천이 저런 사람이라면 우리 아빠도 말다툼을 벌일만 하겠다며 수긍하자 채린이 어깨를 쭉 피며 가슴을 내밀곤 자신있게 말했다.
"거 봐, 결국 내 말 맞았지?"
"네, 네. 누나 말이 다 옳아요."
어제 유천의 놀림이 그렇게나 심했던 것인지, 연신 유천에게 확인을 받고 나서야 채린은 유천의 손을 잡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판단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 지, 다시금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오빠, 언니.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나한테 설명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가능할까?"
그리고 훗날 유천은 말했다. '그 날 그 녀석이 날 쳐다보던 눈빛은 결코 사람이 사람을 쳗보는 눈이 아니었어, 발정난 짐승새끼마냥 나를 노려보던 그 녀석의 눈을 난 결코 잊을 수 없었다'라고. 그리고 유천을 노려보고 있는 유정의 손에는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만 했어도 유천의 방에 있었던, 둘의 흔적이 가득한 이불이 들려 있었다.
"그러니까, 거기엔 정말 심오하고 깊은 사연이 있어."
"넌 닥쳐."
네. 닥치고 구석에 짜질게요.
처음으로 보는 유정의 살벌한 눈초리에 유천은 고개를 내리깔고 조용히 구석을 향할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근데, 저번 공지에 나보고 비겁하다고 한 사람들한테 묻고 싶은데. 내가 왜 비겁함?
난 그냥 게임하자고 했는데 왜 비겁하단 소리를 들어야 했던 거지. 내가 무슨 조건 내걸었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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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AQ240//거의 흡사합니다. 일부만 제외하면
인핀//엌ㅋㅋㅋㅋㅋㅋ 그러쿤여
youngjoon12//니가 내가 할 말을 터는구나
TetsuRyu//이날부로 내가 잠수함 업뎃이 얼마나 위험한 지 깨닫게 되었죠.
적현월//만들기는 했는데, 나 혼자 보려구요. 남한테 보여줄 게 못되네그려. ㅋㅋㅋㅋㅋㅋ
제이스 올드윈//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그런 반! 전! 있는 여자!
은or//넹, 코멘트 감사해여 ㅠㅠ
397/
타천abaddon//수고하셨습니다 ㅋㅋ
코스믹//잘 받겠습니다 ㅋ
인핀//잘 받아여 ㅋ
적현월//잘 받을게요 ㅋ
메르누//넹 잘 받았어여
콜라맛인생//내 어디가요?
FireDragon//어딜봐서?
researchers//코멘이나 받았다!
burden//뭐가 비겁해요?
덱스트린//(이미 아무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도망친 듯 하다.)
심심판타지//달기 싫으면 싫다고 해 그냥
kihara//그냥 달기 싫다고 말하죠 이런 식으로 올리지 말고
TetsuRyu//남츤은 사도죠. 고로 사형
shadow0load//뭐래는겨
BlackRaccoon//저요!
제이스 올드윈//난 츤데레가 아니여!
화이트호랑이//감사합니다 ㅋㅋㅋ
불행마스터리//헐. 패기 ㄷㄷ해
arcadia1019//폰 고만 뺏겨여 ㅠㅠ
은or//나 안 치사해여ㅋㅋㅋ
Darkness1021//사실 그거 술마시고 씀요
장기장장기장//그러게여. 내가 뭘 올린거지
플리티나//그럼 제목 바꿔야댐 귀찮아서 ㄴㄴ해
킴치맨//돼!
AQ240//뭘요?